00501 Game No. 501 또 한 번 해볼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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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신 이야기 들어가 봤어? 완전 난리가 났다.”
도 수코님의 목소리가 굉장히 높다.
상당히 기분이 업 되신 것 같네요.
“왜요?”
“다 너보고 황제란다. 황제. 와. 진짜 세레모니 한 방이 크긴 크네.”
반응이 좋을거라고는 예상했다.
그런데 이 정도로 폭발적일 줄은 몰랐다. 이게 그렇게 파급력이 강한 세레모니였나?
김영민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 보단 S1에게 초점을 더 맞추는 것 같았다.
상관없다.
어차피 S1도 프로리그에서 만나야 하는 적이니까.
기를 꺾어놓을 수 있다면 뭐든 상관없다.
“이 정도 스토리는 만들어줘야 리그가 더 재미있죠.”
“그러게. 확실히 흥행 요소로 자리 잡은 것 같다. 내일 OSL 조 지명식에 대한 이야기도 벌써 나오는데?”
“원한다면 같은 조에 넣으려고요.”
“크. 재밌다. 재밌어.”
도 수코님이 이렇게 즐거워 하시 듯 팬들도 즐거워했으면 좋겠다.
다 그러려고 한거니까.
“그래도 멘탈 되게 강한 거 같아요. 전혀 흔들리지 않고 2연승 하고 16강 가는거 보면.”
“그러게. 1세트 여파 전혀 없더라. 아니 오히려 더 경기력 좋아지던데?”
분노가 경기를 망치는 경우가 있고 역으로 경기력이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
김영민의 경우엔 후자였다.
차가운 분노라고 해야 할까?
냉정하지만 맹렬하게 상대를 몰아붙여 2승을 챙겨냈다.
이럴 때 보면 이제운을 보는 것 같다. 분노를 경기력으로 승화시키는 선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가 이제운이었으니까.
가만히 보면 리쌍의 장점을 고루 갖췄단 말이지.
이영우의 냉정함과 이제운의 분노.
이 두 가지를 섞어서 누군가를 만들면 그게 김영민일 것 같다.
내가 택뱅을 합쳐놓은 것 같다면 김영민은 리쌍을 합친 느낌?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그 정도로 지금 김영민이 보여주는 기세가 무섭다.
“그래서 더 재미있지 않아요?”
“그렇긴 하지. 위기에도 굴복하지 않는 천재 소년 같으니까.”
헐. 도수코님.
무슨 말씀을 그렇게 섭섭하게 하세요.
억양이 마치 제가 악당이라도 된 것 같네요.
제가 잘못한 겁니까?
“.....저는요?”
이 질문이 괜한 질문이라는 걸 깨닫는덴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너? 악당이지. 악당. 주인공에게 시련을 주는 악당. 만화책보면 천재 소년이 다 이기고 나중에 우승하던데.”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으시는 도 수코님.
얼마 전 연호를 팩트로 폭행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연호야.
네가 많이 힘들었겠구나.
숙소로 가면 사랑으로 안아줘야겠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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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
경기를 끝낸 김영민이 숙소로 향하고 있다.
“아. 용아 2기 여기서 빠져나간 걸 놓쳤네요. 아. 이걸 왜 못봤지. 봤으면 유리하게 운영할 수 있었을텐데.”
1경기에서 패배했지만 결과적으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당장은 16강 진출의 기쁨을 누려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1경기 패인 분석?
그런 건 숙소에서 해도 늦지 않는다.
하지만 김영민은 차에 올라 탄 순간 1경기 분석을 시작했다.
이러한 모습에 최연규 코치가 혀를 내둘렀다.
‘진짜 물건이야. 물건.’
이런 선수는 정말 오랜만이다.
지치지 않는다.
신들의 전쟁과 관련 된 것이라면 항상 눈을 초롱초롱 빛낸다.
과거 자신에게도 있던 모습.
그리고 스승이었던 임주혁 감독에게도 있던 모습.
바로 시대의 지배자가 될 선수의 모습이다.
최연규 코치는 김영민이 시대를 지배하는 강자가 되리란 걸 믿어 의심치 않았다.
빠르다.
배우는 속도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빠르다.
다른 선수의 장점을 흡수하는데 타고 났다. 김영민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자신만의 색으로 빌드와 전략을 변화시킨다.
성인이라도 하기 힘든 작업을 14살의 소년이 해낸다.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이러한 천재 유형은 가만히 두어야 한다.
당장 결과물을 원하면 안 된다. 시간에 쫓겨 재촉하면 안 된다.
그 순간 천재성은 사라진다.
그저 지켜봐주는 것이 최선이다.
1세트에서도 천재성이 제대로 발휘됐다.
용안을 보고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그리고 담담히 전진 제단을 찾았다. 일꾼의 움직임엔 확신이 있었다. 반드시 그 곳에 전진 제단이 있을거라는 확신.
그 후 2훈련도감 판단은 정말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판단이었다.
비록 경기는 아쉽게 졌지만 번뜩이는 센스는 박수쳐줄만 했다.
“2용아에 병력을 붙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최연규 코치가 눈높이를 김영민에게 맞췄다.
질문을 던지되 답은 주지 않는다.
답을 내는 건 오로지 김영민의 몫이다.
옳은 답도, 틀린 답도 없다.
한 번 더 생각하는 것.
그 것으로 족하다.
“화력 면에서 봤을 때 궁병을 빼는 건 안 될 것 같아요. 2용아 평지에서 상대하려면 적어도 5기 이상은 빠져야하는데 그러면 정면 화력이 너무 약해지거든요. 동시에 손이 훨씬 더 많이 가고요. 용아 입장에서 그러면 고맙죠.”
“그러면?”
“일꾼을 붙여야 할 거 같아요.”
“일꾼을 붙여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기습을 당하는 일은 없었을 것 같아요. 시야도 확보되었을테고. 일꾼을 뒤에 2~3기만 빼놓았어도 2용아가 할 수 있는 건 없었을 거에요. 확실히 잘해요. 제가 2용아를 놓친 건 단순 실수가 아니에요. 그만큼 상대가 저를 잘 흔들어서 그런거에요.”
작게 한숨을 내쉬며 투덜거리는 김영민.
잘 들어보면 모두 자신을 탓하는 말이다.
항상 그랬다.
상대를 탓하지 않았다.
상황을 탓하지 않았다.
모든 공과를 자신에게 돌렸다.
김영민이 계속 성장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다음에 이런 상황이 나오면?”
김영민이 씨익 웃었다.
“그땐 절대 안 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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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같은 MSL 32강 A조 경기가 끝난 다음 날.
드디어 OSL 조 지명식이 열렸다.
오늘 조 지명식도 이승우와 김영민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과연 이번에도 같은 조가 될 것인가?
OSL은 MSL과 방식이 다르다.
시드자가 우선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도전자가 자신의 이름표를 먼저 붙이는 방식.
김영민이 과감하게 A조에 자신의 이름을 붙이기를 바라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물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이미 두 차례 만나 패배했다.
OSL까지 굳이 개막전에서 만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반박 의견이 바로 나왔다.
결승까지 오를 자신이 있으면 차라리 16강에서 만나는 것이 더 낫다는 것.
김영민이 거기까지 계산했는지도 몰라도 여러 이유를 들어 A조, 그 것도 이승우와 개막전을 펼칠 가능성이 높긴 했다.
이번 OSL엔 환국이 7명으로 가장 많이 올라와있었고 그 다음이 5명이 올라온 용족이었다.
마수는 가장 적은 4명이었다.
작년과는 약간 다른 양상이다.
작년엔 마수의 수가 가장 많았다. 과반수 이상을 차지했을 정도. 마수의 경기를 보는 것이 지겹다는 말이 흘러 나왔고 MSL에선 4강 전부가 마수인 시즌도 있을 정도였다.
올해는 그 많던 마수가 보이지 않는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정확히 일치하는 건 아니지만 보통 최강자의 종족이 개인리그나 프로리그에서 활약하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 최강의 선수라 불리는 이승우의 종족은 용족.
실제로 프로리그에나 개인리그에서 용족의 이름을 예전과 달리 쉽게 찾을 수 있다.
나름 이유가 있긴 했다.
이승우가 만들어내는 빌드와 전략들.
이승우만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어려운 것도 있었지만 다른 선수들이 응용할만한 것들도 충분히 있었다.
다른 종족 선수들은 이승우를 만나지 않더라도 곤혹스런 경기를 치르는 경우가 많았다.
언제 어디서 이승우가 사용했던 전략이 튀어나올 줄 몰랐기 때문이었다.
이승우의 전략을 쓰지 않더라도 압박을 받는다. 아예 배제할 수는 없으니까.
그러한 기세는 개인리그까지 이어졌다.
약세 종족이었던 용족이 육룡 시대만큼, 아니 그보다 더 한 힘을 내고 있었다.
그렇게 시작 된 조 지명식.
선수들이 입담을 뽐내며 조 지명식을 채워나갔다.
적절한 도발을 통해 흥을 돋웠다.
시간이 흘러 어느새 이승우가 인터뷰를 할 차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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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시즌 우승자이자 3회 연속 우승으로 골든 마우스를 품에 안은 이승우 선수는 지금 무대 위로 올라와 주시기 바랍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군.
사람들의 박수소리에 기분이 좋아진다.
-확실히 느낌이 다릅니다. 2회 우승과 3회 우승! 그 무게가 다르거든요!
-골든 마우스입니다. 현역 선수 중 단 셋 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골든 마우스!
-가슴에서 빛이 나네요.
무대에 오르기도 전인데 중계진 분들이 벌써 금칠을 해주신다.
헤헤. 감사합니다.
근황에 대한 인터뷰가 이어졌다.
-요즘 커뮤니티에 이승우 선수와 함게 이름이 자주 오르고 있는 선수가 있습니다. 알고 계십니까?
“네. 알고 있습니다.”
모를 수가 없죠.
저도 눈이 있고 귀가 있는데.
-이영우도, 이제운도 아닌 올해 막 데뷔한 김영민 선수와 함께 스토리가 생기고 있는데요. 그에 대해 어떤 생각 하십니까?
-이번에도 같은 조에 속하게 될 것 같나요?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인재가 이 스포츠계에도 나온 것 자체가요. 한 선수의 등장으로 많은 이들이 설레고 기대할 수 있잖아요. 또한 나이와 상관없이 김영민 선수는 지금 정상급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절대 쉬운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도 같은 조가 될지 아직 정확히 모르지만 도전을 해온다면 피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항상 그래왔던 것 처럼요.”
단 한 번도 대결을 피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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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가 끝난 후 본격적으로 조 지명식에 들어갔다.
모두의 예상대로 김영민은 자신의 이름표를 이승우 옆에 붙였다.
사람들은 놀라지 않았다.
이미 모두 알고 있었으니까.
어제 패배를 당했음에도 또 다시 맞상대하는 패기.
몇 번을 칭찬해도 부족하지 않았다.
이름표르 붙인 김영민이 무대로 향했다.
-김영민 선수! 이번에도 이승우 선수와 첫 경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어제는 아쉽게 패배했지만 이번에 다시 경기를 하면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서 붙였습니다.”
김영민의 말에 무대라 술렁였다.
-오. 자신감이 상당한데요?
-저게 단순히 말 뿐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더 힘이 느껴지는 겁니다!
중계진이 김영민의 말에 힘을 실었다.
흥미로운 매치를 만드는 건 선수들의 역할이 가장 크지만 중계진의 비중도 만만치 않다. 이들이 해설로 흥을 돋우고 새로운 맞수를 만들어낸다.
현재 온게임TV에서 가장 공을 들이는 건 삼대장과 임형규, 김영민 이렇게 다섯 명이다.
김택윤이나 정명혁도 뛰어나지만 삼대장에 비해 경기력이 조금 떨어진다. 화제성 면에서도 임형규나 김영민에 비해 떨어지고.
-진짜 보기 좋네요. 이런 선수도 나와야죠!
-자. 그럼 이제 이승우 선수의 대답을 들어 봐야겠습니다. 이승우 선수 마이크 받아 주시고요. 지금 김영민 선수 인터뷰 들으셨습니까? 다시 만나면 이길 수 있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마이크를 잡은 이승우가 씨익 웃었다.
“말로 하지 않겠습니다. 경기로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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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 씨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