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97 Game No. 497 추적 25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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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분 동안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꽤 많은 걸 할 수 있는 시간이긴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걸 하지 못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언뜻 긴 것 같기도 하지만 무언가를 마음먹고 하기엔 짧은 시간이다.
당장 생각나는 건 식사다.
조금 빠르게 식사를 하면 이 정도 시간이면 식사를 끝낼 수 있겠지.
급하게 먹다 체할 수도 있는 시간.
이 25분은 이승우가 폭스를 무너뜨린데 걸린 시간이었다.
한 경기를 하는데 25분이 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모든 경기 평균을 내면 20분 정도가 나온다. 서로 확장 2개씩 확보하고 200싸움에 돌입하며 25분은 순식간에 흘러간다.
이 짧은 시간에 이승우는 4킬을 거뒀다.
역대 최단 시간 내 올킬을 달성한 것이다.
올킬을 한 선수는 많다.
하지만 이토록 짧은 시간 내에 해낸 선수는 없다.
25분은 커녕 40분 내에 올킬을 달성한 선수조차 없다.
평균으로 따지면 한 세트당 7분 정도의 시간을 소모했다.
가장 긴 경기는 박성찬과의 1세트였고 가장 짧은 경기는 2세트의 최태양전이었다. 3,4세트 역시 2세트와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손이 풀린 이승우는 무서웠다.
성난 파도처럼 상대를 몰아붙였다.
중견과 대장으로 나온 신노철과 박세원도 이승우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이승우는 이 둘에게도 전진 시리즈를 시도했다.
신노철에겐 용광포 러시와 함께 용아 공격을 나섰고 박세원을 상대론 센터 2제단을 시도했다.
앞서 경기에 나선 박성찬, 최태양과 다르게 이 둘은 전진 시리즈를 예상하고 있었고 두 눈으로 직접 확인까지했다.
그럼에도 당했다.
알고도 못 막는 러시.
2세트가 끝난 순간 이미 기세는 이승우에게 넘어가 있었다. 무엇을 해도 이승우가 이길 수 있는 판이 만들어졌다.
이승우의 수를 확인했지만 제대로 대처할 수 없었다.
손이 꼬였다.
계속 피해를 당했다.
경기는 점점 수렁으로 빠지고 있었다. 역전의 여지 조차 없었다. 2,3,4세트는 이승우의 본진마저 확인하지 못할정도로 심한 압박에 시달렸다.
4:0.
압도적인 패배를 당한 폭스 팀원들이 어깨를 늘어뜨리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그 후 이뤄진 이승우의 인터뷰.
가장 먼저 꺼낸 이야기는 오늘 승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바로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였다.
공교롭게도 오늘 날짜가 5월 8일 어버이날이었기 때문이다. 부모님에게 감사함을 전한 이승우는 오늘의 승리 역시 어머니에게 바친다는 인터뷰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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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첫 올킬을 달성했다.
“무슨 치킨 오는 시간 보다 경기가 빠르게 끝내냐?”
“중간에 광고가 더 길었던 거 같아요.”
“그러게. 폭스 오늘 멘붕 쩔겠다.”
경기가 정말 빠르게 끝났다.
정말 대기하고 중간에 광고를 했던 시간이 경기 시간보다 길 것 같다. 그래도 팬들이 즐거워해줘서 고마웠다. 예전 3연망 사건 땐 치킨이 오기도 전에 끝난 경기에 많은 팬들이 분노했었거든. 오늘도 그러면 어쩌지 걱정했었다.
“용광포 러시는 생각도 못했다. 거기서 그걸 때려버릴 줄이야.”
“예전에도 용광포 러시로 이긴 적 있지 않아요? 신노철 오늘 잠 못 잘 듯요.”
그러고 보니 그러네?
한 번만 당해도 열불 뻗치는 용광포 러시를 두 번이나 당하다니. 그 것도 같은 선수에게. 제대로 이를 바득 갈고 있겠구나.
“솔직히 막힐 줄 알았는데. 진짜 솟대로 입구 막으면서 일벌레 비비기로 넘어오지 못하게 막은 건 진짜 대박이었어요.”
“난 왜 용안 2기를 가져가나 했다. 투 정찰에서 끝날 줄 알았는데 그걸 그렇게 써버리네.”
요즘 용광포 러시가 안 나오는 데엔 다 이유가 있었다.
마수들의 대처가 워낙 좋아졌기 때문이다. 철광을 비벼 안으로 들어와 용광포가 완성되기 전에 일벌레로 파괴해버리면 용족은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된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라고 해야 하나?
오히려 역으로 마견 러시가 오면 GG다.
신노철도 그렇게 하려고 했다.
하지만 못했다.
내가 막았거든.
용안 2기를 내보낸 건 단순히 마수의 본진을 빠르게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밀치기와 비비기로 넘어오는 일벌레를 방해하기 위한 것이었다.
철광을 통해 비비기를 할 때 타이밍을 맞춰 반대편에서 비비기를 하면 넘어오는 일벌레를 반대편으로 다시 튕겨 낼 수 있다.
얼마 전에 우연히 발견한 것이었다.
처음엔 그냥 운 인줄 알았다.
어쩔 땐 되고 어쩔 땐 안 되었으니까.
그냥 넘어가도 되지만 이상하게 끌렸다. 단순히 운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불현 듯 든 것이다.
그 이후로 연습에 매진했다.
처음엔 열 번 중 한 두 번 밖에 되지 않았지만 점차 성공률이 올라갔다.
계속 된 연습 끝에 80%까지 성공률을 끌어올릴 수 있었고 오늘 그 노력이 제대로 빛을 발했다.
만약 튕기지 않았다면 경기 운영이 많이 힘들어졌을 거다.
내가 실수를 하지 않고 완벽하게 컨트롤을 해도 튕기지 않을 확률이 존재하기 때문에 매번 쓸 수는 없다.
이제운 같은 마수를 상대로 실패해버리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벌어질 거다.
오늘 사용한 건 신노철의 성향 때문이었다.
안전을 지향하는 성향.
안그래도 그런데 팀이 2:0으로 지고 있어 도박수를 던지기는 더 힘들었을 거다.
예상은 어김없이 맞아 떨어졌다.
기세가 넘어왔다.
뭘 해도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4세트에선 과감히 센터 2제단을 시도했다.
같은 종족.
같은 유닛으로 싸우면 무조건 이길 자신이 있었다.
컨트롤은 내가 훨씬 낫거든.
경기 시간은 짧지만 3경기를 치르면서 몸을 예열시킨 나와 내내 벤치에 있다가 이제 막 경기에 투입 된 박세원.
내 손놀림이 더 가벼운 건 당연한 거다.
박세원도 부랴부랴 두 번째 제단을 올리긴 했지만 작정하고 2제단을 올린 내 공격을 막을 순 없었다. 결국 모든 용아를 잡아내면 깔끔하게 올킬 달성!
사실 나도 작정하고 이렇게 빨리 끝내려한 건 아니었다.
이런 걸 계획하고 한다는 것 자체가 조금 말이 안 되긴 한다. 업적같은 것이 달리지 않는 한 말이지.
그냥 마음이 가는대로 경기를 했다.
감이라는 것이 있다.
이렇게 하면 이길 것 같다는.
그런 감이 오늘 강하게 들었다. 공격을 들어가면 끝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흘러 넘쳤다.
그 결과가 이거다.
25분 올킬.
내가 하고도 믿기지 않는다. 이렇게 빠르게 경기를 끝낼 줄이야.
보상도 주워졌다.
오랜만에 새 스킬이다.
이번엔 능력 부여 전용 스킬이 아닌 내 스킬이다.
그 것도 패시브가 아닌 액티브!
이름하여 [폭풍].
효과는 이렇다.
[22초 내에 두 번째 공격이 이뤄질 시 모든 능력치가 2% 씩 상승 됩니다. 최대 상승 수치는 22% 까지 입니다. 22%에 도달하면 22초 내에 다음 공격이 이어져도 능력치가 상승하지 않습니다.]
공격의, 공격에 의한, 공격을 위한 스킬.
폭풍처럼, 상대에게 숨 쉴 틈 한 번 주지 않고 상대를 끊임없이 몰아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오늘 공격으로 4킬을 따내서 얻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름과 내용을 보면 한 선수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나만 그래?
아니지? 누구라도 이걸 보면 그 분이 떠오를 거야.
흠. 아무리 봐도 그 분을 기리기 위한 스킬인 것 같다.
내가 몰아 가는 게 아니라 사실이 그렇잖아?
그러고보니 처음 이 스킬을 얻었을 때 푸른 창이 2개 떴던 것 같다.
[폭풍]도. 두 번 떴었고 설명도 두 번 떴었다.
뭔가 오류가 잠깐 생겼던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면?
우씨. 이거 100%잖아! 갑자기 소름이 쫙 돋네.
이건 내가 아니라 형규가 얻었어야하는 스킬인데.
무언가 죄짓는 기분이지만 잘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스킬 효과 자체는 굉장히 뛰어나다.
일정 스탯만 상승시켜주는 것이 아니라 모든 스탯을 상승시켜줌과 동시에 다른 스킬과 중복 사용이 가능하다.
갑자기 능력치를 확 올려주는 것이 아니라 2%씩 순차적으로 올려주는 거라 손목에 무리도 크게 가지 않는다.
정확한 효과는 한 번 써봐야 할 것 같다.
‘공격’이라는 것이 내가 상대방 기지에 유닛을 집어넣는, 그러니까 아주 좁은 의미의 공격인지 아니면 센터 싸움을 하는 것도 ‘공격’의 범주에 들어가는지 알아야 할 것 같거든.
다가오는 경기에서 한 번 써봐야겠다.
다시 봐도 흐뭇하다.
아주 복덩이 같은 스킬이구만!
이제 스킬 자주 안 쓰는데 뭐가 그리 기쁘냐고?
에이. 당연히 기쁘지.
꼭 내가 쓸 필요는 없잖아?
능력 부여로 팀원들에게 주면 되는거 아니겠어.
안 그래도 [폭주기관차]의 부여를 주저하는 지금 [폭풍]은 쌍수를 들고 환영할만한 스킬이었다.
마음 같아선 바로 MAX까지 찍고 싶지만 스킬 포인트가 부족했다.
올킬 하면 줄 줄 알았는데 얄짤 없다.
이 정도 올킬로는 이제 어림도 없다 이건가?
당장은 레벨 업과 업적에 의존하는 것이 전부다.
“다들 떠들 정신 있나 보다? 집에 전화는 했어? 오늘 어버이 날이잖아.”
“감독님도. 당연히 눈 뜨자마자 했죠.”
“어이고. 효자 났네?”
연호의 어깨가 쑥 올라갔다.
“저는 원래 태생부터 효잡니다. 오늘 이기는 것까지 보여드리려고 했는데 아쉽게 제 차례가 안왔네요. 최종병기 신연호가 깔끔하게 마무리 했어야하는데.”
그때 도 수코님이 불쑥 고개를 들이미셨다.
“최종병기는 무슨. 신토불이면서.”
“아! 수코님!”
도 수코님의 공격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네 차례가 안 오긴. 어차피 너 오늘 출전 안하는 거였어.”
도 수코님의 군더더기 없는 공격에 연호의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렸다.
“에이. 설마요? 요즘 제 분위기 좋은 거 아시면서.”
“잉? 진짠데? 승우가 2환국 잡아내는 순간 용족은 안내보낼 생각이었어. 쟤네 종족 마수랑 용족 밖에 안남잖아. 그러면 우리도 마수랑 환국 써야지.”
도 수코님의 설명에 연호가 말을 잃었다.
틀린 말이 하나도 없었으니까.
연호를 싫어해서 안내보내는게 아니다. 상대 팀 종족과 전장을 봤을 때 용족보다 다른 종족을 내보내는 것이 승부에 훨씬 더 유리하기 때문에 그런거다.
연호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오늘 날씨 좋네요? 그렇죠? 놀러가면 딱 좋겠다. 히히히.”
연호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건 현실 도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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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 스포츠 팬, 정확히 말하면 신들의 전쟁 팬들의 심장을 뒤게 만드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 이야기를 설명하려면 시간을 두 달 전으로 돌려야 한다.
두 달 전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이 최고의 바둑기사를 상대로 승리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미 인공지능에게 패배한 바 있는 체스와 달리 경우의 수가 우주의 원자만큼 많은 바둑이다.
결코 인공지능에게 사람을 바둑으로 패배하는 일이 없을 거라 전문가들은 호언장담했지만 결과는 인공지능의 승리였다.
예상 밖의 결과에 모두 충격을 받았다.
그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인공지능 개발팀이 다음 도전 과제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 세계 언론이 숨을 죽인 채 그들의 입만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종목이 기사에 오르고 내렸다.
이에 관한 배팅도 생겼다. 배팅 된 금액도 어마어마했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는 사이 기자회견 날짜가 되었다.
인공지능 개발팀은 시간을 끌지 않았다. 바로 다음 도전 과제를 발표했다.
발표를 마친 순간 기자회견장에 침묵이 내려 앉았다.
그들이 선택한 도전 과제는 이 스포츠, 그중 신들의 전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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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