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96 Game No. 496 라면 물이 끓기 전에 돌아오겠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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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ㄷㄷㄷ 아무 것도 못하고 지네.>
<박성찬이 너무 못한거 아님?>
<정찰이 안된게 뼈아프긴 하지만 못한건 아닌 듯 ㅇㅇ 솔직히 그 걸 어떻게 발견 하냐;;;;>
<ㅇㅇㅇ 그냥 이승우가 신임.ㅋㅋㅋㅋ>
<솔직히 그거 발견했어도 못막았을 듯. 그냥 조금 더 버티다 끝났을 듯. 아까 컨트롤 못봤냐? 미친 무슨 핵 쓰는 줄 알았다.>
전진 건물 위치가 정말 좋았다.
보통 전진 건물은 상대 기지와 가까운 쪽에 짓는 것이 원칙이다.
너무 숨겨 지으면 동선이 멀어져 전진해 지은 효과를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승우는 그 원칙을 철저히 무시했다.
들키지만 않으면 무조건 통한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박성찬의 패배로 폭스 벤치 분위기가 급속도로 가라앉았다.
패배는 당할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의 패배는 안 된다.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했다.
벤치로 돌아온 박성찬이 말을 잃었다. 눈가의 잔경련이 그가 얼마나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알려주었다.
“어떻게 할까요?”
감독을 바라보는 코치의 얼굴도 어둡다.
대답 대신 턱을 매만지는 최찬익 감독.
2세트 전장인 일도양단은 환국에게 안 좋은 전장이다.
공중 상의 거리가 가까워 마수의 2소굴 닷발귀에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 닷발귀를 잘 막아냈더라도 확장이 좌우로 퍼져 있어 견제하러 가기 까다롭다.
이러한 어려움은 용족전을 할 때도 고스란히 따라온다.
용족에 비해 기동성이 떨어지는 환국이 용족을 상대로 유리한 경기를 하려면 센터를 확실히 잡아야한다. 센터를 중심으로 소수 병력을 뿌려 확장을 타격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일도양단은 센터 장악이 힘들다.
일단 센터에 건물이 건설되지 않을 뿐 더러 센터만 지키고 있으면 좌우로 돌아들어오는 용족의 병력을 막아낼 수 없다.
그래서 이 전장에선 대부분 마수와 용족이 출전한다.
이 점이 최찬익 감독을 장고에 빠트렸다.
팀 내 확실한 에이스 카드가 남아있긴 하지만 환국이다.
대놓고 안 좋은 전장에 나가라고 할 수 없다.
그렇다고 마수나 용족을 내보내자니 애매하다.
박세원과 신노철 그리고 이영길.
신노철과 이영길로는 답이 나오지 않을 것 같고 그나마 박세원인데 요즘 박세원의 경기력이 영 좋지 않다.
출전율이 좋은 건 경기력 안 좋은 박세원보다 나은 선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승률도 암울하다.
30전 넘게 출전했지만 거둔 승수는 겨우 7승 밖에 되지 않는다. 승률이 3할도 되지 않는다는 소리다.
그런 선수를 이승우 상대로 내보내는 건 자살행위다.
대놓고 1승을 먹여주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렇게 최찬익 감독의 고민이 깊어질 때 쯤.
“제가 나갈게요. 감독님.”
최태양이 먼저 나섰다.
최찬익 감독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최태양은 잘 알고 있다.
일도양단이 환국에게 불리하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공중 상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금와를 이용한 견제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최태양은 금와 운영에 자신 있었다.
금와 운영만큼은 이영우와 정명혁에게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했다.
실제로 이번 시즌 거둔 승리 중 상당수가 금와를 활용한 견제나 일격으로 거둔 것이었다.
최태양의 금와는 종족을 가리지 않았다.
신출귀몰.
신묘한 움직임으로 중계진마저 깜짝 놀라게 만들 정도였다.
일도양단은 이런 최태양의 장점을 살리기에 안성맞춤이다. 다른 환국에겐 안 좋은 전장이지만 최태양에겐 예외가 될 수 있다.
최태양의 말에도 최찬익 감독은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한 번 가보자.”
최태양의 말엔 설득력이 있었다.
만약 남은 환국 카드가 박성찬이었다면 한 세트를 더 내주는 한이 있더라도 2세트에 다른 선수를 내보내고 정석 운영을 하기 좋은 4인용 전장에 내보냈을 거다.
하지만 변칙을 좋아하는 최태양이라면 일도양단에서 답을 찾을지도 모른다.
“그럼 다녀 오겠습니다.”
장비를 챙긴 최태양이 부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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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뿌듯하다.
내가 했지만 정말 잘했다.
경기가 워낙 빨리 끝난 덕에 [안드로메다]와 [승우네 관광버스]를 쓰지 못했다.
그렇다고 대각선 믿고 앞마당을 편하게 가져가는 환국을 그냥 둘 순 없잖아?
앞으로 그렇게 할 수 없게 철저히 응징을 해줘야지.
다행히 모든 것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진행되었다.
2세트 전장은 일도양단이다.
12시와 6시에 스타팅 포인트가 위치한 2인용 전장.
특이하게 가로로 넓은 전장이다. 보통 가로로 넓은 전장은 1시와 7시에 스타팅 포인트가 위치한다. 지금처럼 12시와 6시가 스타팅 포인트면 세로로 긴게 대다수의 전장이지만 일도양단은 그 틀을 완벽히 부순 전장이다.
다른 걸 다 떠나서 환국에게 좋지 않은 전장에 최태양이 출격했다.
무언가 꿍꿍이가 있다는 거겠지.
감독님과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실 해결책은 간단하다.
가장 좋은 수비는 공격이다.
복잡하게 최태양이 어떤 빌드를 사용할지 고민 할 필요 없다. 머리만 아프지 결론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 마치 가위바위보와 같다. 계속해서 꼬리를 무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말했잖아. 간단하다고.
무언가를 하기 전에 공격으로 경기를 끝내버리면 그만이다.
1세트에서 했던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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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가 의외의 선수를 차봉으로 선택했습니다! 일도양단에서 최태양 선수를 내보낼 줄은 몰랐거든요?
-제가 들은 바로는 선수가 직접 출전을 자처했다고 합니다.
-비장의 수 하나 쯤은 마련해두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봅니다. 그러니까 환국의 무덤이라 일컬어지는 일도양단에 출전했겠죠.
-전장 컨셉과 최태양 선수의 성향이 잘 맞아 떨어지기는 합니다만 워낙 환국이 고전을 면치 못한 전장이라 어떤 식으로 풀어갈지 벌써부터 궁금하네요.
-자. 선수 준비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시간 끌지 않고! 바로 2세트 전장으로 떠나보겠습니다!
곧바로 시작 된 2세트.
12시에 최태양의 본진이 위치해있었고 그 반대편인 6시에 이승우의 본진이 위치해 있었다.
양 선수의 위치를 채 설명하기도 전.
-또 나가나요?
-아까보다 훨씬 빠릅니다. 아직 첫 용안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용안이 길을 떠납니다!
-금광 러시를 할거라면 지금보다 더 늦게 나가도 되거든요? 근데 이렇게 빠른 타이밍에 나간다는 건 전진 제단을 하겠다는 뜻입니다.
이승우의 용안이 본진을 빠져나갔다.
망설임 없이 위로 쭉쭉 올라가는 용안.
그 모습에 몇몇 관중들이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절레 절레 저었다.
-아니 오늘 이승우 선수 급한 일이라도 있나요? 중요한 약속이 잡혀 있나요? 1,2세트 모두 빠른 승부를 원하고 있습니다!
-용안에게 역마살이 제대로 낀 것 같습니다. 본진에서 가만히 잇지를 못하네요!!!
-1세트도 상당히 경기가 빨리 끝났는데 2세트도 그에 못지 않게 경기가 빨리 끝날 것 같습니다.
용안이 움직임을 멈춘 곳은 최태양의 앞마당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앞마당으로 들어서는 큰 입구.
그 곳에 용안에 솟대를 소환했다.
-아까는 전진 용의 신전이었거든요? 이번엔 전진 제단입니다. 이 선수 신화 팬인가요? 전진을 너무 사랑합니다!!
-일도양단이 굉장히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좋은 전장 아닙니까? 최태양을 가만히 뒀다간 변수가 생길 수도 있으니 아예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움직임입니다. 정말 소름 돋는 판단입니다.
-자신의 컨트롤이 완벽하다고 생각할 때 할 수 있는 빌드죠. 전진 솟대 위치 좀 보세요. 들켜도 상관없다는 마인드입니다.
요즘 환국은 입구를 막기보다 심시티로 수비를 하는 걸 더 선호한다. 그 허점을 제대로 노렸다. 설사 입구를 막는다 하더라도 상관없다. 제단을 올리고 본진으로 들어간 용안이 일꾼이 건물을 건설하는 걸 방해해 줄테니까. 아예 건물이 지어질 자리에 솟대를 소환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앞마당에 솟대에 이어 제단까지 소환한 용안이 환국의 본진으로 쑥 들어갑니다.
-이제 막 도착했다는 듯 시치미를 뚝 떼고 있죠?
-이 타이밍도 계산했을 겁니다. 일반적으로 용족이 금광 러시를 하기 위해 용안을 보내는 타이밍과 거의 일치할 겁니다. 그럼 최태양 선수가 어떻게 행동하겠습니까? 바로 금광을 지어 용족의 의도를 무산시키려 하겠죠. 스스로 이승우의 초반 휘둘리기에 당하지 않았다며 칭찬하겠지만 사실은 정반대입니다. 완벽하게 당한거에요! 금광이 먼저 올라갔다는 건 그만큼 훈련도감이 늦게 올라간다는 뜻이거든요!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제단이 소환되는 상황이라 이 몇 초 차이가 엄청 커요!!!
현재 이승우의 빌드는 금광 러시를 하는 것이 오히려 마이너스다. 최악의 경우 2훈련도감에서 모인 궁병과 일꾼의 역러시에 경기가 끝나버릴 수도 있다.
위험을 자초하는 꼴.
그 돈으로 용아 1기를 더 생산하거나 여의주탑을 빠르게 올리는 게 낫다.
그럼에도 이승우가 이런 행동을 한 건 최태양을 속이기 위해서였다.
이승우가 금광 러시를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순간 최태양의 머릿속에서 전진 제단을 지워졌다.
잠시의 방심.
그 대가는 컸다.
-이승우 선수 큰 피해를 주는 것으로 만족할 생각 없습니다. 입구에 솟대를 소환하는 것에 이어 용력 충전소까지! 이러면 최태양 선수도 이승우 선수의 의도를 눈치 채죠!
-근데 늦어요. 전진 제단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 뭐합니까? 아직 훈련도감은 완성도 안되었는데!
-곧 용아 나옵니다!
최태양이 입술을 잘근 씹었다.
일꾼 5기를 빼 용력 충전소에 전력을 공급하는 솟대를 파괴하려 했다.
-용력 충전소 무력화 시키고 신들린 컨트롤로 용아 잡아내야합니다! 진짜 조금 있다 나올 궁병을 자신의 목숨처럼 생각해야 해요! 용아를 잡아내는 시간이 늦어질수록! 궁병이 잡힐수록! 이길 확률은 점점 더 희박해지는 겁니다!
-궁병이 나오는 위치와 용아가 나오는 위치가 크게 차이 나지 않아요. 산지직송이에요!!
-완벽한 국내산이죠! 이 정도 품질의 용아는 어딜 가도 없습니다!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생산자가 이승우에요! 이승우!
산지직송 드립에 관중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여유있는 드립과 달리 경기 내용은 급박하게 흘렀다.
궁병과 용아가 쌓이는 속도가 비슷하다.
솟대를 때리는 일꾼을 쫓아내는 용아.
일꾼이 달라붙어도 겁하나 내지 않았다. 용아에겐 용력충전소가 있었으니까.
-으아아아! 알 수 없는 힘이 솟구친다!!!! 힘들게 용력 다 깎아놨는데 옆에서 바로 다 채워주네요!
-이러면 짜증나죠. 제대로 허공에 삽질한거니까요!
-산지가 근처라서 그런지 용아가 아주 힘이 좋네요.
궁병이 열심히 때리고 있지만 용아의 체력을 깎이지 않았다.
닳는 족족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상을 용안으로 잡았지만 귀신같이 눈치 챈 이승우가 용력 충전소로 용안을 살려냈다.
그 사이 두 번째 용아가 올라왔다.
절망의 그림자가 최태양을 덮쳤다.
-1기도 버거운데! 2기가 되었습니다!
-궁병보다 용아가 더 많아요!!!!
-절반의 일꾼이 일을 못하고 있어요! 반면 이승우 선수의본진은 너무나도 편안합니다. 하고 싶은 거 다하고 있어요!
-이러면 먼저 올린 금광이 아무 의미가 없게 되는 겁니다. 화통도감을 올리고 싶어도 올릴 수가 없어요!
용아가 잡힐 듯 잡히지 않았다.
거의 다 잡아놓으면 얄밉게도 용력 충전소로 용력을 회복했다.
-이승우 선수한테 상 줘야겠네요. 2016년에 아나바다를 제대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말렸어요. 너무 말렸습니다. 이걸 막는다고 해도 문제입니다. 뒤에 올 용혼을 막을 방도가 없습니다.
-일하는 일꾼이 겨우 4기입니다. 4기! 지금 막 경기 시작했습니까? 너무 가난해요!
-일그러지는 최태양 선수의 얼굴.
이승우의 심리전이 적중했다.
사소한 움직임이지만 그 것으로 최태양을 속인 것이다.
경기가 거의 끝났다.
궁병이 모여야 치즈 러시라도 갈텐데 나오는 족족 용아에게 잡히고 있다. 용력 충전소를 옆에 두고 싸우는 용아는 불사신 그 자체였다.
궁병이 갈 길을 미리 차단하는 용아의 모습에 소름이 돋았다.
궁병 뿐만 아니라 일꾼도 큰 피해를 받았다.
이제는 막아도 막은게 아니다.
사실 막을 기미조차 안 보이는 상황이었다.
-이거 용혼까지 갈 필요도 없겠는데요? 여기서 경기 그대로 끝날 거 같은데요?
-아. 이승우 선수. 1세트를 9분 만에 끝내더니 2세트는 그보다 더 빠른 5분에 끝내려 하고 있습니다!
궁병이 모두 잡히는 순간 최태양이 GG를 선언했다. 더 이상 궁병을 찍을 돈도 없었다.
고개를 푹 숙이는 최태양.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했기에 패배감은 이루어 말할 수 없을 만큼 컸다.
이걸 미리 알았다고 쳐도 막을 수 있었을까?
답이 바로 나오지 않았다.
그 정도로 큰 차이가 느껴졌다.
‘괴물이다. 괴물.’
세레모니를 위해 부스를 나서는 이승우를 바라보는 최태양의 눈동자에 두려움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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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폭스는 무너졌습니다아아아.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