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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493화 (493/575)

00493  Game No. 493 나만의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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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물건이다. 물건.

어쩜 저렇게 떨지도 않고 인터뷰를 잘하지?

김영민의 인터뷰를 보는 내내 감탄 밖에 나오지 않았다. 나도 한 명의 관중이 되어 숨죽이고 김영민의 인터뷰를 지켜보았다.

오만하거나 거만해보이지 않는다.

그 선을 잘 유지하며 자신감을 내비친다.

작년에 난 어땠지? 무지하게 떨었던 것 같은데? 26살보다 14살이 낫구나. 나아.

무엇보다 가장 부러운 건.

“김영민 팬클럽 보셨어요? 와. 진짜 장난 아니네요.”

바로 팬클럽이었다.

연신 엄지를 치켜세우는 민규.

내심 부러운 모양이었다.

눈에서 아주 부러움이 뚝뚝 떨어진다.

부럽냐?

나도 부럽다.

거울을 볼 필요도 없다.

지금 내가 뭔 표정을 짓고 있는지 뻔하다.

아마 민규와 같은 표정을 짓고 있겠지.

아니 무슨 14살에 벌써 저런 팬클럽을 몰고 다니냐?

6번 우승하면 뭐해. 난 여자 팬이 아직도 거의 없는데....

아. 그렇다고 내 팬 자체가 적다는 건 아니다. 경기가 시작하기 전에 응원 외침만 들어도 내 팬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 문제 아닌 문제라면 99%가 남자라는 것 정도?

남자 팬들도 좋다.

그냥 조금 아쉬운 거지.

진짜야. 진짜라고.

그게 전부야.

나도 저런 환호성을 받아보고 싶은 아쉬움.

그나저나 진짜 쟤 14살 맞아? 어째 한 번 실수를 안 하네?

어느 덧 내 표정도 중계진들처럼 변해갔다. 내가 먼저 발견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리 팀으로 데려왔을텐데.

단순히 경기력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마인드 자체가 남다르다.

딱 봐도 물건이다 싶다고 해야 하나?

하긴 그러니까 임주혁 감독님께서 그렇게 공을 들이셨겠지.

소설 같은 거 보면 끝까지 갔던 사람들이 회귀하고 막 그러던데.

신들의 전쟁 매니저라는 시스템도 있는데 회귀도 충분히 있을 법 하지. 암 그렇고말고.

“어떻게 할 거에요?”

“뭘?”

“김영민요. 형 조에 넣을거에요?”

“원한다면 그렇게 해야겠지?”

승부를 걸어오는데 피하고 싶지 않다.

아직 쓴 맛을 못 봐서 그런 거 같은데 이번에 제대로 쓴 맛을 보여주지.

14살 애에게 너무 심한 것 아니냐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전혀 아니다.

내가 뭐 협박하거나 때리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다 경기 중에서 일어나는 건데. 좌절하는 것도, 일어나는 것도 모두 선수 능력이다.

경기력만 능력이 아닌 것이다.

아무리 경기력이 좋아도 멘탈 능력이 부족하면 빛을 볼 수 없다.

나 같은 경우 멘탈 관리 능력이 부족했다.

신들의 전쟁 매니저가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빛을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휴. 안 그래도 살짝 무서웠는데 잘 됐네요. 형이 상대해준다니까.”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민규.

이럴 때 보면 영락없는 고등학생이다.

민규야. 그렇게 약한 소리 안 해도 된다. 넌.

내가 봤을 때 넌 정말 재능이 있거든.

실력도 있고.

진짜 입 바른 소리가 아니라 이대로 조금만 더 노력하면 결승에 진출할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조금만 더 파이팅 하라고!

그리고 같은 환국인데 뭘 그렇게 앓는 소리를 해.

환환전은 진짜 모르는 건데 말이지.

안 그래?

“너네 조에 들어가면 어떠냐? 올킬까지 한 민규가 왜 이렇게 약한 소리를 해?”

“올킬은 김영민도 했잖아요.”

아. 그렇지?

얼마전 김영민이 올킬을 달성했다.

나도 한 기록 브레이커하지만 이 녀석도 만만치 않다.

육군을 상대로한 올킬이긴 하지만 어쨌든 올킬은 올킬이다.

최연소 승리에 이어 최연소 올킬도 자신의 이름을 올려버렸다.

“그리고 이번에 팀에서 형이랑 저 밖에 32강에 못 올라왔잖아요. 형이야 실력이 워낙 뛰어나니 마음이 편할 수 있지만 저는 그 정도는 아니라서요.”

우리 팀에서 MSL 32강에 오른 건 나와 민규 뿐이다.

모두 본선에 오르지 못하고 전에 떨어졌다. 예선에서 떨어졌으면 아쉽지도 않을 거다. 듀얼 토너먼트 최종전에 오른 팀원만 셋이다. 딱 한 경기만 더 잡으면 본선인데 마지막 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우울해 하는 승대와 연호를 달래는데 제대로 고생했다.

“너도 양대 시드자잖아. 자신감을 가져도 돼.”

겸손인지 스스로를 저평가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민규는 실제 자신이 가진 것보다 자신을 낮게 평가하고 있었다. 별로 좋은 태도는 아니다. 근거 없는 자신감에 사는 것보다 낫긴 하지만 선수라면 자신의 실력에 적당히 자신감을 가져야한다.

제 잘난 맛에 사는 것이 프로들 아니던가?

이러한 점은 어느 정도 바뀌었으면 좋겠다.

순서가 쭉쭉 흘러 어느 덧 우승자인 내가 나갈 차례가 되었다.

분위기가 달라졌다.

나름 우승자라고 음악이나 무대연출을 특별하게 해주셨다. 이렇게까지 신경써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자! 그럼 마지막으로 모셔볼 선수는 전 시즌 우승자이자! 골든 배지를 가슴에 단 선수! 이! 승! 우! 선수입니다!

-뜨거운 박수로 이 선수를 맞아주시길 바랍니다.

-진짜 후광이 비추네요! 후광이!

박수를 쳐달라는 말이 나오기도 전에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터졌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함성은 덤이었다. 혹시 여자 팬의 목소리가 섞여 있지 않을까 싶어 귀를 기울였지만 그런 건 없었다. 땀내가 진하게 담겨 있는 우렁차고 낮은 함성이 전부였다.

아. 눈에서도 땀이 나려고 하네.

“이승우 선수 이제 나가시면 됩니다.”

스탭의 인도에 따라 밖으로 나섰다.

내 이름을 외쳐주는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었다.

“이승우가 나에게 손 흔들어줬어!”

“아냐! 나야!”

“나라니까?”

“꺼져. 병신아.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그런 걸로 싸우지 마요.

둘 다한테 흔들어 준거니까.

둘 다 남자라는 점이 나를 슬프게 했지만 그래도 내 팬이니 좋게 생각해야겠다. 그래. 내 인생에 여자 팬은 사치지. 그냥 악플을 달리지 않는 것만으로 족하다.

등장 세레모니는 필요 없었다. 그냥 내 존재 자체가 세레모니다.

걸어가면서 가슴에 달려 있는 금 배지를 손으로 톡톡 쳐주는 것으로 충분했다. 현재 이런 세레모니를 할 수 있는 선수는 나를 제외하곤 세 명 밖에 없었다.

-이승우 선수의 등장에 경기장이 들썩입니다!

-어마어마한 포스가 느껴지죠!

-이게 이승우입니다! 이게 금배지의 위력입니다! 가슴에서 빛이 납니다!

제가 골든 배지를 땄다고 제대로 금칠을 해주시는군요?

OSL도 그러려나? 흠. 더하면 더했지 덜할 것 같지는 않다.

거기는 포장의 달인이 계시니까.

사실 이런 대우가 나쁘진 않다.

-오랜만입니다. 이승우 선수. 그 간 잘 지내셨습니까?

“네. 아주 잘 지냈습니다.”

전 시즌이 끝나고 아주 푹 쉬었다. 중간에 불미스러운 사고가 하나 있긴 했지만 뭐 그 정도쯤이야.

-오늘 이승우 선수에게 이를 제대로 갈고 있는 선수가 한 명 있습니다. 그 선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큰 생각 없습니다. 도전을 한다면 언제든 받아줄 생각입니다.”

내 대답에 관중석이 술렁였다.

확실히 6회 우승자다 보니 말 하나에 생각보다 큰 의미가 부여된다. 다른 선수가 저렇게 말했다면 이 정도 힘이 있진 않았겠지.

후로 몇 개의 질문이 더 오고갔다.

아무래도 사전 인터뷰다 보니 심도 깊은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간단한 인터뷰를 끝으로 본격적으로 조 지명식이 진행되었다.

이번 시즌엔 유독 형규를 도발하는 선수들이 많았다. 놀랍게도 모두 환국 선수들이었다. 아무래도 종족 우위를 지니고 있으니 같은 조에 속해도 상관없다는 마인드인가보다.

초반에 나온 실버 배지는 양반이었다.

바닥에 콩을 뿌리는 선수도 있었다.

바로 나무전자의 이성표였다. 역시 세레모니의 제왕다웠다. 특유의 익살스런 표정으로 관중을 장악했다.

이성표는 마수전을 잘한다.

잘해도 정말 잘한다.

팔마를 상대로 붙어도 전혀 꿀리지 않는 정도다.

신이 그에게 용족전을 빼앗아 간 대신 마수전을 줬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만큼.

이성표 입장에선 임형규와 같은 조에 들어가고 상관없다는 마인드다.

그러니 이렇게 과감하게 도발을 할 수 있겠지.

이성표를 보며 불편한 마음이 드는 사람도 있겠지만 재미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한 선수다. 모두 선비처럼 앉아 서로를 존중만하고 있으면 그게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이렇게 도발도 해주고 관전 포인트를 만들어주는 선수가 있는 게 훨씬 좋다.

나 같으면 진짜 멘탈 터져서 표정 관리가 잘 안될 거 같은데. 형규는 포커 페이스를 완벽히 유지하고 있었다. 거기에 더 나아가 자신에게 도발을 한 선수들에게 결승이라도 가본 적이 있냐며 역공격을 펼쳤다.

형규의 당당함에 도발을 시도했던 선수들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브라보.

아주 멋지다!

다행히 나에 대한 도발은 거의 없었다.

딱 1명?

-아직도 이승우 선수와 같은 조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습니까?

“네. 전혀 없습니다. 1차전에서 바로 붙고 싶습니다.”

눈빛을 빛내는 김영민.

원한다면 그렇게 해줘야지.

어차피 내가 우승자라 마지막까지 시드권을 발동시킬 수 있기 때문에 김영민을 내 옆자리에 무조건 놓을 수 있다.

-김영민 선수 진짜 화끈하네요. 물러서지 않아요!

-이런 모습을 갖췄기에 지금의 성적을 낼 수 있는 것이겠죠!!

B조까지 절반의 구성이 완성되었다. 형규는 예상대로 이성표를 자신의 이름 옆자리에 뒀다. 자신의 이름표가 떼어질 때 이성표는 별다른 리액션을 취하지 않았다. 그저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이제 내 차례가 되었다.

-드디어 전 시즌 우승자인 이승우 선수의 차례가 왔습니다!

-정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저희가 생각하는 그 선수를 뽑으실 생각이십니까?

“네. 그럴 생각입니다.”

쓸데없이 시간 끄는 거 좋아하지 않는다.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김영민의 이름을 내 이름표 옆에다가 붙였다.

관중석에서 오오하는 소리가 나왔다. 다들 예상한 거 아니였어요? 왜 그렇게 놀라세요?

-문답무용! 상황이 이렇게 되었는데 더 이상의 말은 필요가 없죠!

-깔끔하게 김영민 선수의 이름표를 가져오는 이승우 선수입니다. A조 처음부터 대박 매치 냄새가 솔솔 나는데요?

-과연 어떤 경기가 나올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다른 조와 달리 먼저 이름표를 붙인 후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이번 시즌 컨디션과 근황에 대한 인터뷰가 이어졌다. 확실히 우승자라 그런지 다른 선수들보다 인터뷰 시간이 배 이상은 긴거 같다.

드디어 마지막 질문이 나왔다.

-이번 시즌 이승우 선수의 목표를 들어보지 않을 수 없겠죠?

-과연 어떤 각오를 보여줄지.

마이크를 잡고 목을 가다듬었다.

가장 중요한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앉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목표는 항상 말씀 드렸다시피 우승입니다. 우승을 연달아 하며 최고의 길을 걸어오긴 했지만 지금까지는 다른 선수들이 밟았던 길을 따라온 것에 불과합니다. 이제 저만의 길을 새롭게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아무도 오르지 못한 고지에 올라 현 시대의 지배자가 누구인지 확실히 알리고 싶습니다. 10년, 아니 20년 후에도 지금의 임주혁 감독님처럼 제 이름이 이 스포츠계에 살아 숨 쉬도록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그러기 위해 이번 시즌에서 반드시 우승 하겠습니다.”

힘들게 이 자리까지 왔다.

역대 최고의 커리어와 동률이 되었다.

뿌듯한 건 사실이지만 여기서 만족하진 않는다.

플래티넘, 그리고 다이아몬드까지.

내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 작품 후기 ============================

신작 압도적인 힘으로 연재가 시작되었습니다!

신들의 전쟁에 나오는 용족, 환국, 마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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