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83 Game No. 483 한 번 속지 두 번 속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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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트를 준비하는 이승우와 임형규.
한결 편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건 임형규였다.
이승우의 기세가 살짝 누그러졌다.
1세트 전과는 정 반대의 모습.
임형규가 1세트에 시도한 전략이 제대로 통한 모습이다. 이제운이 2:1까지 이승우를 압박하는 걸 본 순간 임형규는 그간 세웠던 모든 전략을 뒤엎었다. 이승우의 운영을 역으로 이용하는 전략과 전술들을 짜기 위해 몇 주가 고생했지만 임형규는 한치의 망설임없이 모든 계획을 초기화했다.
임형규는 깨달았다.
굳이 상대에게 맞출 필요가 없다는 걸.
아무리 좋은 전략을 준비해도 결국 수동적인 전략이다. 상대가 하는 걸 보고 맞춰가는 전략일 뿐이다.
주도권을 잡기 위해선 자신이 가장 잘해야 하는 걸 해야 한다고 이제운이 경기로 말해줬다.
전략 수정에 대한 이야기를 임주혁 감독과 최연규 코치에게 했다. 혹시 반대할까 걱정했던 임형규. 하지만 그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너무나도 흔쾌히 수정하는 걸 찬성했다.
어떤 경기든 선수가 하고 싶은 대로 해야한다고 했다.
그래야 후회가 남지 않는다고.
그렇게 나온 전략이 5일벌레다.
공격적인 운영과 마견 컨트롤에 자신이 있는 임형규기에 선택할 수 있는 빌드.
올인성이 짙긴 하지만 초반에 용안을 끊고 본진을 휘젓기만 한다면 중,후반 운영까지 되는 정도까지 빌드를 갈고 닦았다.
1세트는 그러기도 전에 경기가 끝났다.
마견에 이승우가 항복 선언을 했으니까.
경기가 끝난 후 임형규는 전율을 느꼈다. 우승 한 것도 아닌 1승에 불과한대도 말이다.
그간 겉으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이승우에 대한 트라우마로 많이 힘들어했었다. 준우승도 대단한거라고 하지만 두 번 연속, 한 선수에게 결승에서 패배하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없었다.
그 것도 모두 3:0.
수없이 맞붙었지만 단 한 번도 이승우를 이기지 못했다. 이길 뻔 한 적은 있었지만 결국 이기지 못했다. 드디어 오늘 승리를 거뒀다. 설레발이라 할 수 있지만 이대로라면 우승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우승을 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승우에 대한 트라우마를 벗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른 사람을 흉내 내는 것보다 자신의 장점을 완벽하게 살리는 것이 훨씬 더 나은 것이라는 걸 깨달았으니까.
부스에 앉아 있는 임형규의 두 눈이 그 어느 때보다 맑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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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를 제대로 찔렸다.
결승에서 5일벌레를 할 줄이야.
이건 형규를 칭찬해줘야 한다.
통할거라는 100% 확신이 있어도 사용하기 힘든 빌드다.
실패했을 때 사람들의 비난이 만만치 않을테니까.
굉장히 파격적인 운영을 들고 나올 거라 예상했고 그에 맞는 대처법도 준비했다. 그 중 5일벌레 러시는 없었다.
타이밍 러시를 준비해왔던 난 빌드를 꺼내기도 전에 무너지고 말았다. 마견 움직임이 환상적이었다. 용안으로 어떻게든 밀어내려 했지만 미꾸라지처럼 얄밉게 빠져나가더니 일하고 있는 용안을 툭툭 건드렸다.
밥 먹고 있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던데.
왜 일하고 있는 용안을 건드리는 거야?
밥 먹는 거 건드리는 것보다 훨씬 짜증날텐데 말이지.
오랜만에 내 종족이 원망스러웠다.
60의 체력을 가져 아주 튼튼한 일꾼이었다면 저 정도 마견에 위축되지 않았을거다.
아주 쉽게 밀어냈겠지. 콧방귀를 뀌면서.
2세트 전장은 개천.
1세트 전장인 황산벌과 달리 4인용 전장이다.
스타팅 포인트가 하나 더 늘긴 했지만 형규라면 한 번 더 5일벌레를 쓸 수도 있다.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그에 맞는 운영법을 준비해야한다.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계셨다. 초반 주도권을 잡지 못하더라도 확실히 방어를 하는 것이 이기는 길이라고 하셨다.
내가 한 번은 당했지만 절대 두 번은 당하지 않는다.
내 말이 맞는지 틀리는지 확실히 보여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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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굉장한 경기였습니다. 5일벌레 러시라니!
-모두의 예상의 완벽하게 깨트린 빌드였습니다. 공격적인 선수로 정평이 나있긴 하지만 이렇게 과감한 빌드로 이승우를 곤경에 빠트릴 줄은 몰랐습니다. 투신이란 별명을 이제 이어받을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마수가 용족에게 다전제에서 거의 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거든요. 기본적으로 앞마당을 먹어야 하는 용족을 찌를 수 있는 운영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초반 마견과 그슨대만 주구장창 써도 용족은 벌벌 떨 수밖에 없거든요. 그 점을 아주 잘 이용한 심리전이었습니다.
중계진들은 임형규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실로 훌륭한 운영이었다.
이승우를 상대로 기선제압에 성공했으니까.
이제 중요한 건 이승우의 반격이다.
-이대로 그냥 당하고만 있을 이승우 선수가 절대 아니거든요? 분명 무언가를 시도하려고 할 겁니다. 그게 이승우거든요.
-그렇죠. 네가 나에게 한 방 먹였어? 그럼 난 두 방, 아니 열 방을 먹여주지!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이승우는 실제로 행동에 옮길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춘 선수입니다.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를 그대로 2세트로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바로 2세트 전장 개천으로 향합니다!
관중들의 뜨거운 함성을 받으며 2세트가 시작되었다. 이승우의 위치는 11시였고 1세트 승리를 거두며 기세를 한껏 끌어올린 임형규의 위치는 7시였다.
세로 위치.
일단 임형규의 군주 정찰 방향이 좋다.
바로 11시로 향하고 있었으니까.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이승우 선수를 잡아낸 임형규 아니겠습니까? 아마 가장 기분 좋은 날이 아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기분 끝까지 이어가려면 2세트로 확실히 잡아내며 2:0으로 만들어야죠.
-그러면 정말 우승이 보이는거죠. 2번 준우승을 당한 이승우를 상대로 우승을 한다? 그 것만큼 짜릿한 건 없을 겁니다.
경기가 시작 된지 20초도 흐르지 않았을 때.
경악에 찬 중계진의 외침이 무대에 쩌렁쩌렁하게 울려퍼졌다.
-이게 뭡니까?!?!
-이야. 임형규 선수. 제대로 칼을 갈았는데요?
-이번에도 5일벌레 입니다!!! 진짜 과감하게 경기하네요!!!!
-경기 길게 갈 필요 없다. 바로 목숨 끊어 버리겠다는 거죠!
임형규가 다시 5일벌레 빌드를 꺼내든 것이다.
다섯 번째 일벌레가 나와 철광에 붙은 이후 시간이 한참 지났음에도 벌레가 알로 변태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승부수를 건 임형규의 눈이 사납게 변했다.
2연속 5일벌레.
어떻게 보면 너무 뻔하다.
그래서 오히려 통할 수도 있다.
임형규의 생각도 그랬고 임주혁 감독, 최연규 코치의 생각도 그랬다.
이번에 막힐 수도 있다. 하지만 두 번 연속 5일벌레 러시를 보여줌으로써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다. 3세트에서도 또 뜰 수 있다는 걸 생각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
이승우라는 거물을 위축되게 하는 방법은 이 것 밖에 없다고 봤다.
단순해 보이지만 엄청난 심리전이 이 안에 녹아 있었다.
선수들은 알았다.
하지만 팬들까지 알 정도는 아니었다.
“임형규는 그냥 날빌만 준비해왔네?”
“존나 자신 없으니까 저러는 거지. 운영으로 가면 개 발리니까.”
“개 치사하네. 와. 결승에서 저딴 날빌 계속 해도 되는건가?”
이승우 팬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꽤 거칠다.
이미 5일벌레고 1세트를 내줬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잘못 된 생각이다. 5일벌레 러시 역시 전략이다. 안일하게 배제하는 것도 옳지 않다.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은 선수가 진다.
주변에서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승우 선수의 대처가 가장 중요합니다. 5일벌레 러시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선 제단을 할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1세트처럼 용무관을 먼저 지을 것이거든요?
-과연 어떤 건물을 먼저 소환라 것인지...
모두가 숨을 죽이고 화면을 바라봤다.
용안이 건물을 소환하는 순간.
“됐다!”
“아. 시발.”
희비가 교차했다.
-제단!!!! 제단입니다!
-어느 정도 5일벌레 러시에 대한 걸 생각하고 있다는 거거든요!
-정찰 방향까지 행운이 따라 줍니다! 이대로 가면 임형규 선수의 본진을 바로 발견해요!
이번에 행운의 여신은 이승우에게 미소지어줬다.
전 세트와 달리 임형규의 빌드를 가장 빠르게 확인한 이승우.
이러면 대처가 가능하다.
아까는 몰라서 당한 것 뿐이다.
바로 앞마당 제단 근처에 용력 충전소와 솟대 하나를 더 올렸다.
마수가 계속 마견을 찍어 솟대를 깨버리면 제단이 정전되기에 미리 하나 더 지어놓는 것이다. 마견을 발견한 용안이 마견과 함께 자신의 본진 쪽으로 향했다. 당장 정찰을 해 정보를 건네주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마견의 길을 조금씩 방해하며 조금이라도 늦게 본진에 도착하도록 하는 것이 더 나았다.
굉장히 정교한 컨트롤이다. 잘못하면 마견의 일점사에 용안이 터질 수 있다. 하지만 이승우는 아슬아슬 곡예를 하듯 용안을 지켰다.
“와. 저게 가능하냐? 미친. 개 안죽네.”
“오진다. 오져.”
말도 안 되는 걸 현실화 시키는 이승우의 모습에 관중들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기껏해야 1초에서 2초 정도 늦어지는 것이지만 이승우와 임형규 쯤 되는 선수들에겐 1초가 어마어마한 차이였다.
-용안 많이 나와야죠! 빨리 나와야합니다. 아무 피해 없이 들어가게 하면 안됩니다!
-입구 막아야죠. 얼른 보초 서야죠!
타이밍 맞춰 나오는 용안 5기.
마견이 앞마당에 도착하는 순간 용아도 1기 나왔다.
마이크로 컨트롤 대전.
여기서 실수하는 선수가 경기를 내준다. 마견을 자신의 목숨처럼 소중하게 여겨야한다.
-이야!!!! 이승우!!! 용안 비비기가 정말 예술이네요!!!
-클럽 좀 다녀본 용안인가 봅니다. 한 두 번 비벼본 솜씨가 아니네요!
-제가 한 수 배워야겠는데요!!!
마견이 용아를 감싸 일점사를 하려고 했지만 이승우가 뒤로 살짝 빼는 바람에 수포로 돌아갔다. 오히려 퇴로가 용안에게 막힌 상황. 용아라고 잡고 나오면 괜찮지만 용력 충전소 덕에 그마저 쉽지 않았다.
용안 벽을 통과해 본진으로 살아 올라간 마견은 없었다.
완벽하게 막혔다.
-우와. 이게 되는군요?
-이승우가 약한 게 아니었습니다. 몰랐기 때문에 당한 것일 뿐입니다! 알면 이렇게 잘 막지 않습니까?
-너무 깔끔하게 막혔습니다. 이거 임형규 선수 타격이 큰데요?
-한번은 통하지만 두 번은 통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견이 순조롭게 난입되었다면 굉장히 괴로울 뻔 했거든요! 테크도 못 올리고 용안도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용아 역시 본진에 꽁꽁 묶이고! 이 모든 악재가 겹칠 수 있었는데 너무나도 완벽하게 마견을 막아냈습니다.
-피지컬이 진짜 장난 아닙니다. 어떻게 이걸 이렇게....
보기엔 쉬워보이지만 상당히 어려운 컨트롤을 해냈다.
마견이 막히더라도 이렇게 허무하게 잡혀선 안 되었다. 적어도 살아있어 계속 용안을 일하지 못하게 압박을 해줘야했다. 일벌레가 없는 순간을 그렇게나마 줄여야했다. 그러면 따라갈 시간을 벌 수 있었겠지. 하지만 마견이 다 죽어버린 용족 입장에서 굳이 용안을 앞마당에 배치할 필요가 없다.
바로 자원을 채취하러 돌아가는 용안.
-앞마당에 소굴을 펴고 있지만 너무 늦어요.
-일벌레도 너무 없습니다! 너무 가난해요. 이건.
-추가 마견을 찍긴 했지만 이건 허세용이지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이것마저 허무하게 잡혀버리면 내려오는 용아를 막을 수가 없습니다!
궁여지책으로 생산한 마견으로 용아가 내려오지 못하게 해주고 있지만 이게 언제까지 통할지 모른다.
-그나마 마수 본진 정찰이 아까 끊긴 상태라 마수가 마견을 추가로 더 찍었는지, 아니면 앞마당을 했는지 모른다는 게 다행입니다. 신전 대신 안전하게 용광포를 먼저 올리고 있거든요.
-괜히 신전 올렸다가 마견이 쑥 안으로 들어오면 난감해지니까요. 일단 6마견을 너무나 빨리 그리고 쉽게 잡아낸 상황이라 용족이 경기를 하기 너무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습니다. 과장 조금 보태서 뭘 해도 될 정도입니다.
-마견이 어떻게든 시간을 끌려고 하는데. 아. 그 몸짓이 너무나도 애처롭습니다.
이승우가 용광포를 올리며 수비적으로 경기를 하는 중이라 당장 경기는 끝나지 않는다. 부지런히 일벌레를 찍으며 앞마당에 소굴을 펴는 임형규.
벌레가 생성되는 족족 일벌레로 변태했다.
마견이 용아의 발을 붙잡아 놓고 있을 때 최대한 일벌레를 생산해야한다.
-임형규 선수 해야 할 것이 너무 많습니다. 병력도 생산해야 하고 테크도 올려야하고 일벌레도 생산해야합니다! 벌레 수는 한정적인데 이 걸 다 해야 해요!
-가장 큰 문제는 현재 완성 된 소굴이 하나 밖에 없다는 겁니다. 신전과 소굴의 개수가 똑같아요!!
-역시 이승우네요. 같은 전략에 두 번 무너질 선수가 절대 아닙니다!!!
거의 9:1로 기울었다.
지금은 아마추어 고수가 용족을 대신 한다고 하더라도 이길 수 있을 만큼 벌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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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1:1이 되겠네요.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