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75 Game No. 475 진검승부. =========================================================================
-일벌레의 숫자가 2부대가 되지 않습니다. 11시 앞마당까지 총 3군데서 자원을 채취하고 있는데 일벌레가 2부대가 안돼요!!
-너무 가난하네요. 마견이 이리저리 돌아다니지만 저게 할 게 없어서 돌아다니는 거거든요.
“경기 대박이다. 진짜.”
“무슨 솟대 하나 지었다고 경기가 이렇게 흐르냐?”
“나도 한 번 해볼까?”
“아니. 넌 안 돼.”
냉정하게 대답하는 남자.
옆에 있던 친구의 얼굴이 섭섭함으로 물들었다.
“야. 왜?”
“네가 하면 망해. 이승우는 솟대 짓고 본진에서 할 거 다 했잖아. 근데 네가 하면 아무 것도 안 돼 . 앞마당 신전도 못지을 걸.”
남자의 묵직한 돌직구에 꿀 먹은 벙어리처럼 말을 잃었다.
“인정?”
“....인정.”
아직 마굴도 완성되지 않았는데 이미 비비 2기가 공중을 날아다니고 있다. 그슨대가 있어 본진 쪽에 있는 군주는 지킬 수 있지만 시야를 밝혀 놓은 군주들은 전부 잃게 생겼다.
시야가 사라지면 용족이 무엇을 하는지 전혀 알아차릴 수 없다.
수비적으로, 소극적으로 경기를 운영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경기가 많이 힘듭니다. 최대한 배를 불리며 소굴을 확보하고 있는 이제운이지만.... 글쎄요. 지금 용족은 이미 모든 걸 갖췄습니다. 테크도 테크지만 이미 제단이 전부 늘어났어요. 용혼까지 갈 것도 없이 용아와 함께 조합 된 병력이 나오면 이제운 선수 정말 힘듭니다.
이제운도 승부수를 던졌다.
아예 광풍협곡을 짓지 않고 그슨대와 가시귀로 병력을 구성한 것이다.
최선의 판단이다.
용아를 잡아내는데 있어 가시귀만큼 좋은 유닛은 없다. 빡빡하게 자원을 써 역러시를 갈 만큼의 병력을 확보할 순 없지만 적어도 용혼이 조합될 때까지 시간을 끌 수 있다.
추가 확장 견제도 할 수 있을거다.
-이승우 선수 용아와 비렴을 진출 시킵니다.
-이걸로 경기를 끝낼 수도 있지만 6시 확장을 안전하게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을 버는 것이기도 합니다. 굳이 들어갈 필요 없거든요. 그냥 트리플 안전하게 확보하고 용혼 모아서 러시가도 됩니다. 지금 마수는 테크 포기하고 병력만 쥐어 짜내고 있거든요!
용아와 비렴 진출과 함께 6시 확장 공사를 시작하는 이승우.
여기에 그치지 않고 운룡 1기까지 돌리는 센스까지 보여줬다.
-좋네요. 정말 좋습니다. 이승우 선수의 트리플 지역과 이제운 선수의 본진이 정말 가깝거든요!
-벌레가 놉니다. 인구가 막힌 것도 아닌데 병력이 생산되지 않아요!
-자원이 부족하거든요. 반면 이승우 선수는 제단이 쌩쌩하게 돌아갑니다!
용아와 비렴이 마수의 정면 쪽으로 살짝 모습을 드러냈다.
공격을 들어갈지도 모른다는 신호를 주기 위해서다. 여기는 가짜다. 진짜는 그림자처럼 스며드는 운룡이었다.
이제운의 본진에 슬쩍 흑완 1기를 떨어뜨렸다. 마수의 본진에 내려진 흑완은 곧바로 안 쪽 철광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목표는 오직 일벌레 뿐이었다.
-아. 군주는 있는데 병력이 없습니다!
-배치하기 빡빡하거든요. 지금 정면으로 용족이 들어올지도 모르는데! 본진까지 병력을 배치하긴 힘듭니다.
-1킬! 2킬! 3킬! 흑완의 킬수가 계속해서 늘어납니다.
그래도 4킬 째 되었을 때 알아차린 이제운이 황급히 그슨대를 보내 흑완을 정리했다.
하지만 이승우의 견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천벌!!!!!
-앞마당 쪽에 천벌이 떨어집니다!!!
-운룡이 왜 안돌아가고 저기서 서성이나 했더니 앞마당 견제를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운룡엔 흑완 1기만 타 있는 것이 아니었다.
비렴 2기도 함께 타있었다.
엇박자 견제.
본진 흑완에 시선이 돌아간 사이 앞마당에 비렴을 내려 천벌을 내린 것이다.
천벌 2방에 앞마당 일벌레 씨가 말랐다.
힘들게 붙여 놓은 일벌레가 다시 줄어들었다. 이제운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얼굴 역시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어떻게든 화를 속으로 삭이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 이제운이 6시 확장에 그슨대와 가시귀를 보냈지만 미리 배치되어 있던 비렴과 용광포 때문에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이러면서 11시 쪽에 운룡을 또 돌립니다.
-이거까지 알아차리긴 너무 힘들죠. 상대방의 힘을 빼는 방법을 정확히 알고 있는 이승우입니다!
-5세트가 남았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경기하는 겁니다! 이승우 선수 정말 무서운 선수네요!
이승우는 벌써부터 5세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을 이제운에게 주려는 것.
프로게이머도 사람이다.
컨디션에 따라, 감정에 따라 경기력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자신의 견제는 막히고! 오히려 상대방의 견제는 통하고!
-물량이 없어요. 일벌레를 벌써 세 번째 보충하고 있습니다. 소굴은 있는데 물량이 안나옵니다!
-이승우 선수는 정말 차분하게 경기하네요. 서서히 상대를 벼랑 끝으로 몰고 있습니다. 성급하게 달려들지 않고 확실해질 때를 기다리는 겁니다!
지금 병력으로 싸워도 지지는 않을거다.
이승우는 그걸 원하는 게 아니라. 무조건 이기는 싸움을 원했다.
늘어난 제단에서 용혼이 끝도 없이 나오기 시작했다. 마수의 생산력보다 더한 생산력이었다. 화면을 지켜보던 관중들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이 병력은 이제운이 아니라 이제운의 할아버지가 와도 막을 수 없다.
그슨대와 가시귀를 주력 병력으로 구성한 마수에겐 지옥처럼 느껴지는 조합이다. 가는 순간 물에 넣은 솜사탕처럼 사르르 녹아내린다.
어차피 마수가 군락을 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기에 용혼이 2부대 이상 쌓일 때까지 기다렸다.
그 사이 완성 된 공2업.
앞마당에서 진출하는 용족의 병력들이 굉장히 편해보인다.
소풍을 나가는 것 처럼 발걸음이 가볍다.
-추풍낙엽입니다!!!! 으아!!! 다 죽어요. 다 죽어!
-쓸려요. 완전히 쓸립니다.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방금까지 있던 이제운 선수의 병력 어디간지 아시는 분 계신가요?
-이제운 선수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아. 힘들어요. 풀 세트 접전까지 가나요?!
귀신같은 움직임으로 천벌을 피해냈지만 용혼의 공격까지 피할 순 없었다. 마수의 병력이 전멸 당하는데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른과 어린 아이의 싸움.
그 것도 맨몸으로 싸우는거다.
상처는 입힐 수 있어도 어른을 쓰러뜨릴 순 없다.
간혹 기적이라는 것이 나오는 날이 존재하지만 오늘이 그 날은 아니었다.
앞마당까지 밀린 이제운이 GG를 선언했다.
이제 승부는 마지막 5세트.
마고본성에서 가리게 되었다.
****
후. 끝났다.
어깨가 뻐근하다.
다행히 이번 경기에선 체력을 거의 소모하지 않았다.
운이 좋았다.
원 서치에 이제운의 본진을 확인한 게 컸다.
그게 아니었다면 솟대 러시도 할 수 없었겠지. 2:1로 뒤지고 있는 스코어에서 심리상으로도 뒤쳐진다?
그건 엄청난 압박이다.
어떤 경기양상으로 흘렀을지 쉽사리 예측되지 않는다.
이제 마지막 5세트에서 승부를 가리게 된다.
긴장을 계속 유지해야한다. 보통 5세트에서 일명 날빌, 초반 올인을 하는 선수들은 별로 없다. 특히 지금처럼 결승행이 결정되는 무대에선. 누누이 말했듯 중요한 경기에선 자신이 가장 자신있는 운영을 꺼내기 마련이다. 실수 한 번에 결승행이 좌절된다?
그 타격은 오래 간다.
회복하지 못하고 슬럼프를 맞이해 은퇴한 선수들까지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제운은 예외다.
언제든 승부수를 던질 수 있다. 아니 오히려 5세트이기에 날카로운 빌드로 찌를 수 있다.
“어떻게 하려고?”
도 수코님의 질문.
내 답은 이미 정해져있다.
“가장 잘하는 거 해야죠.”
****
<ㅅㅂ 오늘 경기 지리네 ㅎㄷㄷ>
<진심 ㅇㅇ 인정. 이거 본 사람이 승리자임. 용마전의 극이다. 극.>
<진짜 심리전부터 컨트롤, 운영 최고다. 최고. 괜히 삼대장 라인이 아님 ㅇㅇㅇ>
<개인정ㅇㅇㅇㅇ이승우 잡으려면 딴 선수 필요 없다. 이제운 와야 한다. 이제운이 답이네.>
<이거 진짜 모른다. 이제운도 골든 배지 달고 싶음 ㅇㅇㅇ 나이는 이제운이 이승우보다 한참 어리지만 짬밥따지면 훨씬 선배 아님? 데뷔 2년차한테 골든 배지 뺐긴다고 생각해봐라 자존심 개상하지.>
커뮤니티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경기가 끝날 때마다 일희일비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만큼 서로의 경기력이 좋았다.
5세트까지 가자 이제운 팬들은 약간 아쉬움을 내비췄다.
<2세트에서 이겼으면 그냥 끝인데 개 아깝네.>
<ㅋㅋㅋㅋ 미친 그딴 세만없 모르냐?ㅋㅋㅋㅋ 그렇게 따지면 이승우가 1,3세트 이겼으면 그냥 끝났을듯ㅋㅋㅋㅋㅋㅋ>
<미친. 그거랑 다르지. ㅡㅡ>
<다르긴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게 그거짘ㅋㅋㅋ>
‘세만없’은 ‘세상에 만약은 없다.’의 줄임말이었다.
이 한 마디에 다시 불이 붙었다. 비속어가 난무하는 싸움이 다시 시작 된 것이다.
운영자가 나타나고 나서야 상황이 종료될 정도로 서로의 팬들은 모두 예민해져있었다.
어느 누가 이기든 상대 선수의 팬은 한 동안 게시판에 얼씬도 하지 말아야 할 정도로.
****
-2:2. 결국 여기까지 왔습니다!
-진짜 결승전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경기력이 나오고 있습니다. 양 선수 오늘 모든 걸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 간 이승우와 이제운의 대결에서 이승우가 압도적인 판짜기로 승리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오늘도 그럴 줄 알았지만 정반대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이승우의 판짜기도 좋았지만 이제운의 공격력이 그보다 더 빛을 발했다.
상대가 이승우가 아니었다면 3세트에서 경기가 그대로 끝났을 것이다.
오늘 경기를 보고 나니 지금 이제운을 다전제에서 상대할 수 있는 용족이 생각나지 않는다.
김택윤?
프로리그라면 모를까 다전제에선 힘들어 보인다. 그 정도로 이제운의 기세가 무섭다.
-손에 땀을 쥐는 명승부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흥미진진하고 눈이 즐거웠던 용마전 다전제가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경기는 굉장히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마수 선수들에게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승우 선수에게 모두 무기력하게 무너졌거든요? 근데 오늘 이제운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수로 이승우를 몰아붙일 수 있다는 걸 경기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통산 마수전 92%.
상위 라운드 진출 기준으로 봤을 땐 단 한 번도 마수전에서 패배한 적이 없다. 마수전 기준 5세트까지 간 적도 없다.
-4세트에서 이승우 선수가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5세트 전장은 마고본성. 오늘 이제운 선수가 기분 좋게 승리를 거둔 전장이거든요!
-마견으로 아예 경기를 끝내버렸죠. 이제운 선수 표정 보면 알겠지만 이미 4세트 패배는 머릿속에서 지웠습니다. 오직 앞으로 있을 5세트 경기만 머릿속에 남아있습니다.
가장 이제운 다운 경기가 나왔던 세트가 바로 1세트. 마고본성이다. 이제운이 조금 더 힘을 받을 수 있는 전장.
4세트에서 전략에 당해 아쉽게 패배했지만 경기력이 나빴다기 보단 운이 나빴다고 말하는 게 맞을 것이다.
원 서치를 당하지 않았더라면, 솟대 러시를 당하지 않았더라면 전혀 다른 식으로 경기가 흘러 갔을 거다.
-자. 양 선수 준비가 모두 끝났다고 합니다! 그럼 지금 바로 마지막 5세트 경기! 시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