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74 Game No. 474 배수진. =========================================================================
경기장이 떠내려 갈 듯 커다란 박수 소리와 함께 시작 된 4세트.
-자. 먼저 보이는 5시. 이승우 선수 진영입니다. 이번 경기에서 패배하게 되면 2016 MSL에서 탈락하게 됩니다.
-아마 이승우 선수의 4강 탈락을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겁니다.
-이제 맞서는 이제운 선수는 5시에 위치해있습니다.
-한 세트만 더 잡아내면 결승 진출 확정입니다. 이미 결승엔 본인이 가장 자신있어하는 종족인 마수가 있거든요? 올라가야죠. 그리고 골든 배지 가슴에 달아야죠!
-이승우 선수 이번 세트 초반부터 강하게 압박할 생각입니다. 용무관 대신 제단을 먼저 소환했습니다.
-정찰 방향 좋아요. 이 대로면 바로 이제운 선수의 본진 발견합니다.
이제운이 선 제단을 의식한 탓에 군주를 생산 한 후 마견숲을 바로 건설했다.
정찰을 위해 본진으로 올라가는 용안과 소굴을 짓기 위해 내려오는 일벌레가 맞닥뜨렸다.
서로 물러나지 않고 바로 전투를 벌이는 일벌레와 용안.
초반부터 신경전이 장난 아니다.
-처음부터 신경전이 치열하네요.
-작은 기세싸움에도 밀리지 않겠다는 거죠. 아. 진짜 치열합니다.
먼저 꼬리를 보이고 도망친 건 일벌레였다.
용안이 먼저 때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이승우 선수 따라가서 마저 잡나요? 이런 플레이 자주 보여주거든요!
-만약 일벌레 1기 잡아내면 진짜 초반부터 이득 많이 보고 시작 하는거죠.
-자원적인 이득도 이득이지만 그보다 이제운 선수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는 게 더 큽니다.
하지만 용안은 일벌레를 따라가지 않았다.
도망가는 일벌레를 쫓지 않고 앞마당을 지으러 나오는 일벌레를 따라 다시 앞마당으로 내려갔다.
-아예 앞마당을 방해해줄 모양이네요.
-뭐 이것도 나쁘지 않죠. 지금 용안의 체력도 많이 빠졌거든요. 괜히 일벌레 잡겠다고 다가갔다가 순식간에 일벌레가 둘러싸 공격하면 이도 저도 아니게 되죠.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들어가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한 마리만 잡으면 되는데 굳이 열 마리가 살고 있는 굴에 들어갈 필요는 없었다.
소굴을 펴려 하는 일벌레와 실랑이를 벌이며 계속 소굴을 펼치는 걸 방해해주는 용안.
이승우의 견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솟대!!!
-아주 그냥 솟대를 소환해버리네요!
-이러면 마수 짜증나죠. 앞마당 가져가야하거든요. 이미 충분히 늦었는데 더 늦어지면 조금 곤란하죠!
잘 안 풀린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하는 이제운.
일벌레를 9시 확장 쪽으로 이동시켰지만.
-지잉.
거기까지 일벌레가 따라와서 솟대를 소환해버렸다. 동시에 두 군데 견제를 당한 것이다.
-이야. 이거 뭔가요?!
-제단에서 생산 된 용아가 도착했는데 지어지고 있는 소굴이 하나도 없습니다!
-보통 솟대가 완성 될 때쯤 취소하거든요? 이제운 선수도 그렇게 생각하고 굳이 다른 곳에 안 펼치고 기다린 건데 아예 완성을 시켜버립니다!
마견과 일벌레가 앞마당 솟대에 분노의 공격을 시작했다.
우리 땅에서 지금 뭐하는 거냐고 소리치고 있는 것 같았다.
그걸 그냥 두고 볼 이승우가 아니다.
도착한 용아로 마견을 툭툭 건드리며 이제운의 신경을 건드렸다. 용아의 공격을 무시하고 솟대를 때리기엔 너무 아프다. 당장 마견의 숫자도 4기 밖에 되지 않는다. 괜히 배짱 싸움하다가 1기라도 잡히는 순간 다음 용아에 제대로 휘둘린다.
4기의 마견이 용아를 포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마자 다시 앞마당 철광 뒤 쪽으로 숨어버리는 용아.
-아. 이승우 선수 진짜 얄밉게 경기합니다. 이러면 뚜껑 열리죠!
-이제운 선수 흥분하면 안 됩니다. 최대한 차분하게 해야 해요. 스코어 상 뒤지고 있는 이승우 선수기에 이런 식의 공격으로 페이스를 끌어올리려는 거거든요!
-이제운 선수도 분명 알고 있을 겁니다. 지금 이승우 선수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괜히 장단 맞춰 줄 필요 없어요!
다행히 두 번째 용아가 도착하기 전 솟대를 파괴하고 앞마당에 소굴을 앉히는데 성공했다. 이제운의 낯빛이 좋지 않다. 꼬여도 무언가 단단히 꼬였다는 표정이다.
-9시 지역에 솟대를 지어준 것도 너무 좋았습니다. 이런 솟대 러시가 처음 나온 건 아니거든요? 전에도 종종 쓰였습니다. 근데 안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은 이유가 어차피 마수가 세 번째 확장 지역에 두 번째 소굴 펴고 그 뒤에 앞마당 소굴 펴면 어차피 큰 차이 없기 때문입니다. 반면 용족은 그만큼 앞마당 신전이 늦어지니까 굳이 완성 시키지 않고 중간에 취소하거든요. 근데 이승우 선수는 다릅니다. 오히려 한 발 더 나아갔어요. 당연히 취소하겠지 라고 생각하는 이제운의 생각을 뛰어넘었습니다. 앞마당 솟대를 완성시킨 것도 모자라 9시 확장에 까지 솟대를 완성시켰습니다. 이러면 마수는 선택의 여지가 없죠. 앞마당 솟대 깨고 가져가는 수밖에요!
말렸다.
이제운은 아마 이승우가 솟대를 완성 시킬 거라고 생각 못 했을거다. 단순 견제를 위한 것이라 생각했겠지. 하지만 아니었다. 이승우는 솟대를 완성시켰고 거기에 더해 용아까지 보냈다.
긴장을 늦추면 안 된다.
다른 선수의 용아도 아니고 이승우의 용아다.
눈 깜짝할 사이에 몇 기의 일벌레가 죽어나갈지도 모른다.
1기의 용아를 잡아냈지만 마견의 피해도 만만치 않았다. 이러면 용족이 좋다.
앞마당 소굴도 늦었는데 계속 마견을 찍을 수밖에 없는 상황. 앞마당이 정상적으로 완성되었다면 한 쪽에선 일벌레를 보충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소굴이 하나 밖에 없어 그럴 수도 없었다.
-이러면서 앞마당에 신전까지 소환한 이승우. 4세트 움직임이 아주 가볍고 좋은데요?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있습니다. 이게 용아가 계속 죽고 있어서 마수가 괜찮은 것 처럼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어차피 저 마견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거든요! 한 부대가 있건 두 부대가 있건 무슨 상관입니까? 이거 다 돈 낭비입니다.
-용아 다시 2기 되었죠. 굳이 마견이랑 상대할 필요 없습니다. 위로 올라가서 철광 뒤에서 시간 끌면 됩니다. 일벌레까지 잡아주면 금상첨화고요.
해설을 듣기라도 한 것 처럼 바로 언덕 위로 올라가는 용아들.
마견 4기가 언덕 위에서 지키고 있었지만 용아의 현란한 움직임에 속아 넘어가고 말았다. 언덕 위로 성큼 올라온 용아가 거침없이 안쪽으로 파고 들어갔다.
이러면서 11시 앞마당에 소굴을 펴주는 이제운도 정말 잘해주고 있었다.
-빌드 진짜 좋습니다. 이게 이승우니까 가능한 거거든요! 기세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강심장도 지니고 있어야하고 센스와 멀티 태스킹 능력까지 지니고 있어야합니다. 이승우 선수는 지금 3박자를 고루 갖췄어요!
-피곤합니다. 이제운 선수 피곤해요. 표정이 좋지 않습니다! 초반부터 심하게 말렸습니다. 경기가 시작한 지 시간이 꽤 흘렀는데 아직 완성 된 소굴이 하나 밖에 없습니다. 이러면 테크부터 멀티 활성화 타이밍까지 다 늦어지거든요!
-반대로 용족은 점점 더 안전해지는 거죠!
용무관이 아직 없어 용광포조차 소환하지 못한 이승우.
하지만 전혀 위험해보이지 않는다.
평화 그 자체다.
어차피 마견이 오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마견이 한 부대 넘게 있었지만 본진에 들어와 있는 용아 때문에 자리를 떠날 수 없다. 이승우도 추가 용아를 더 보내지 않았다.
마견이 시야에 사라지마자 철광 뒤에서 튀어나와 일벌레 1기를 잡아냈다. 마견이 다시 돌아오자 철광 뒤로 숨는 용아들.
-기가 막히네요. 극한의 멀티 테스킹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진짜 이승우 선수 대단한 게 단순히 이기는 경기가 아니라 기세까지 가져오는 경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패배하고 5세트를 간다? 이제운 선수도 썩 좋지 않거든요!
이제운 팬들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경기가 하나 있었다.
모든 군주가 죽고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GG선언했던 경기.
일명 노 군주 관광.
그 악몽이 슬그머니 재현될 기미를 보이고 있었다.
-그렇죠. 일단 본진 용아 2기 부터 제거해야죠.
-계속 두면 신경 쓰이고 눈엣가시거든요. 판단 아주 좋았습니다.
마견이 둘러싸지 못하게 철광 뒤로 있는 용아에게 1기씩 마견이 달려들었다. 딱 2대를 맞으면 다른 마견으로 바꿔줬다.
굉장히 귀찮은 컨트롤이지만 이제운은 완벽히 해주고 있었다.
지금 상황에서 마견까지 줄면 안 되기 때문이었다.
본진 용아를 제거한 마견이 밖으로 뛰쳐나갔지만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저 이승우의 시야에 마견을 보여줬다 빼는 것이 전부였다.
조금 과장을 보태면 솟대 러시 하나에 경기가 끝나 있었다.
-마견을 계속 보여 주는 거죠. 지금. 내가 여기서 마견 올인을 갈지도 모르니까 계속 용광포를 소환하라고 강제하는 겁니다.
-실제로 1세트에서 마견 올인으로 경기를 끝내지 않았습니까? 이승우 선수도 단순 위협이라고 생각하며 무시할 수도 없죠.
용광포를 총 2개 소환하는 이승우.
일단 안전하게 한다는 마인다.
그래도 괜찮다.
괜히 조금 이득 보려다 큰 손해 볼 수 있다.
이제운도 계속해서 일벌레를 찍어주며 본진에 네 번째 소굴을 늘렸다. 어차피 테크는 늦었다. 비비가 나올 때 마굴조차 완성되지 않는다. 그리고 완성시켜봤자 큰 의미가 없다.
차라리 그 자원으로 소굴 하나 더 늘려주고 비비가 군주를 잡기 위해 날아오면 그슨대로 잡는 것이 나았다. 정확히 말하면 그 방법 밖에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슨대굴 올리네요. 방법이 없죠. 방법이!
-그 사이 이승우 선수 생산했던 용아를 끌고 다시 한 번 전진합니다!!
-어차피 너 일벌레 계속 째면서 몸집 불리려고 하지 않았느냐? 뻔히 눈에 보인다는 거죠! 그렇게 늘린 일벌레 내가 줄여주마!
5기의 용아.
발업도 공업도 되지 않는 용아지만 지금 마수에겐 공발업 용아보다 훨씬 무서운 존재로 다가왔다.
-저 멀리서 용아가 일벌레에게 손짓합니다! 네가 있을 곳은 거기가 아니라고!!!!!
기세에 눌렸는지 마견이 쉽사리 달려들지 못했다. 이승우의 용아의 포지션이 너무나도 좋았다. 그렇게 마수의 앞마당까지 도착한 용아.
뒤에서 따라 붙는 마견에겐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바로 일벌레에게 달라붙었다.
-난 한 놈만 팬다!!! 그 한 놈이 일벌레 입니다! 일벌레!
-아. 힘겹게 채워놓은 일벌레가 죽어가고 있어요.
-아니 이제 막 퍼즐 다 맞춰놨는데 갑자기 들어와서 뒤엎어 버리면 어쩌란 겁니까?!
용아는 집요하게 일벌레만을 노렸다.
마견이 용아를 다 죽이긴 했지만 이미 일벌레도 1기 밖에 남지 않았다.
남은 건 또 마견 뿐이다.
가난하다.
뭐가 찢어지도록 가난하다.
-이승우 선수 제대로 각성했네요. 이렇게 무너질 이승우가 아니라는 거죠!
-눈빛 보세요. 눈빛! 제대로 물었습니다. 독사가 따로 없습니다!!!!
-이제운. 이제는 진짜 힘들어졌어요.
공든 탑이 무너진 이제운이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팬들도 망연자실.
멍하니 화면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누구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지만 모두 직감했다.
승부는 5세트에서 가리게 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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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