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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472화 (472/575)

00472  Game No. 472 양대 결승을.  =========================================================================

잠시 움직임을 멈추는 흑완.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다.

-용아와 용혼을 기다리는 거죠! 어차피 필요 없는 병력 아닙니까? 지뢰를 대신 제거해주러 가는 거죠!

-아. 빨라요. 빠릅니다. 이제 공격 준비가 끝났는데 아직 대장간은 반 밖에 완성이 되지 않았어요!

-큰 일 났습니다. 이대로 경기 끝나나요?

용아 1기가 안으로 파고들며 무려 3개의 지뢰를 제거해줬다. 남은 지뢰 역시 용혼으로 가볍게 제거해줬다. 이제 환국의 본진까지 지뢰는 없다.

흑완에게 진정한 꽃길이 열린 것이다.

-아. 흑완이 3기에요! 3기! 이 정도면 병력 다 썰어버릴 수 있죠!

-보이면 뭐합니까? 잡을 병력이 없는데!!!!!

흑완 3기의 공격력은 굉장했다. 순식간에 천자총통이 터졌다. 화차를 생산한 정명혁이 언덕 근처에 지뢰를 매설했지만 이승우가 재빨리 흑완을 움직여 지뢰가 땅으로 들어가기 전에 제거해줬다.

한숨을 크게 내쉬는 정명혁.

앞마당 군영조차 완성되지 않았다. 군영의 체력은 1300.

조금만 더 있으면 완성 되었을 거다.

완성이 되었다면 본진으로 띄운 후 어떻게든 버텨볼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다. 화면이 꾸물거리는 걸 본 순간 정명혁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흑완만 막으면 되는데.’

러시만 막으면 이길 수 있다.

근데 막기가 너무 벅차다. 용혼은 일꾼으로 감싸 잡을 수라도 있지 흑완은 그럴 수조차 없었다.

1기도 아니고 무려 3기의 흑완이다.

일꾼은 폭죽처럼 터져나간다.

화살탑이 완성되었지만 섣불리 달려들 수 없는 정명혁의 병력들.

1기, 1기 생산되는 화차를 어떻게든 살려내고 있었지만 이걸로 경기를 역전하는 건 힘들었다.

-어떻게든 본진에서 버텨보려고 하지만 힘들죠. 천자총통은 나오기 힘들거든요! 그럼 이제 이승우 선수는 용혼 생산하면 그만입니다!

-앞마당 가져갈 필요 없습니다. 그냥 용혼만 찍어서 보내면, 화통도감을 아예 장악해버리면 경기 끝입니다!

-정명혁 선수 얼이 나갔습니다. 이승우의 판짜기에 완전히 말렸어요.

-전진 솟대를 생각안한 건 아니거든요. 근데 상식적으로 전진 솟대를 상대방 기지에 가까운 쪽에 짓는 게 보통이거든요? 근데 이승우 선수는 오히려 자신의 본진보다 먼 곳에 전진 솟대를 소환해버렸어요. 이걸 알아내는 선수가 말도 안 되는 거죠!

-이런 사소한 발상의 전환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어마어마합니다.

-이제 앞으로 이승우 선수의 경기를 펼치는 선수들은 더욱 더 골치 아파졌습니다. 저런 곳까지 하나하나 샅샅이 뒤져야 하니까요!

-안 그래도 말도 안 되게 강한 선수인데...아. 이 선수를 다전제에서 어떻게 잡나요?

경기장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이승우에겐 완벽한 승리.

정명혁에겐 무기력한 패배.

판짜기가 너무 완벽했다. 정명혁이 벗어날 수 없을 정도로 촘촘하게 그물이 짜여있었다.

3세트에서 이렇게 과감하게 올인을 할 줄이야.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이승우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건물 위치를 전혀 생뚱맞은 곳에 짓는 것으로.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러한 움직임 하나하나가 상대에겐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지금처럼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맥없이 패배하는 이유가 된다.

-화통도감이 장악 당했습니다. 병력도 1기씩 생산되는데. 아. 막을 수가 없죠.

-사업 안 된 용혼이라지만 지금 용혼은 금 용혼입니다. 금 용혼. 지금 환국 병력으로 잡아낼 수가 없어요!

용혼이 접근하지 못하게 블로킹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흑완이 앞장서서 다 썰어 버릴테니까. 서슬 퍼런 검에 접근할 수 있는 일꾼은 없다.

-사업 안 된 용혼에 경기가 끝나겠네요. 이승우 선수 깔끔하게 3:0으로 결승에 진출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미 이승우 팬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웃음꽃이 한가득 피었다. 정명혁 팬들은 정반대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암울하기 짝이 없다.

그렇게 유리했던 2세트에서 패배를 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되었는지 모른다. 위기를 넘은 이승우는 더 강해져 있었다. 비온 뒤에 땅이 더 단단한 것처럼.

정명혁에겐 이토록 뼈아픈 패배가 또 있을까?

2연속 3:0.

그 것도 4강에서.

실제로 지금 정명혁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높은 벽이 눈 앞에 보인다.

막막함.

그리고 좌절감.

이 두 가지가 한데 뒤엉켜 정명혁을 무너뜨리려 하고 있었다.

-GG!!! 정명혁 선수 GG를 선언합니다!

-이승우 선수 3연속 결승 진출! 동시에 전승 결승 진출! 위대한 업적을 다시 한 번 이뤄냅니다!!!!

그렇게 2016년 첫 번째 결승 진출자는 이승우로 정해졌다.

****

드디어 끝났다.

이제는 마음껏 기뻐할 수 있다.

3회 연속 결승 진출!

부스에서 뛰쳐나가 세레모니를 했다. 특별한 건 아니다. 그냥주먹을 쥐고 흔들었을 뿐인데 엄청난 환호가 쏟아졌다.

귀가 멍멍해진다.

심장이 쿵쾅거린다.

이대로 터지는 건 아닐까 걱정 될 정도로.

드디어 꿈에 한 발자국 더 다가섰다.

2회 우승도 기쁘지만 3회 우승은 그 어떤 것보다 값지다. 최초는 아니지만 최고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으니까.

세레모니가 끝나고 바로 인터뷰가 이어졌다.

-먼저 이승우 선수 결승 진출을 축하드립니다!

-축하합니다!

-정말 최고였습니다. 감동적인 경기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아직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아직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다.

모두 나때문이다.

내 인터뷰를 듣기 위해서.

내 얼굴을 보기 위해서.

다시 한 번 심장이 뜨거워졌다.

-모든 사람이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겠지만 오늘 경기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언제였습니까?

답정너에 가까운 질문.

하지만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답이 있으니 친절히 답해줘야겠지.

“2세트에서 천왕랑을 들켰을 때였습니다. 나름 비장의 수였는데 너무 빨리 들켜버렸거든요.”

-정명혁 선수의 러시가 들어왔는데 그때 어땠나요? 천왕랑을 돌려서 집요하게 천부단을 파괴해줬는데 처음부터 생각해둔 플레이였나요?

“제 생각보다 훨씬 많은 병력이 있어 놀랐습니다. 천왕랑으로 막기 버거울 것 같아서 바로 돌렸습니다. 어차피 여기 있어봤자 죽은 병력이 될 것 같아서요. 천부단을 깬 건 준비했다기보단 그때 생각난 겁니다. 어. 당장 해모수가 보이지 않으니까 일단 시야를 가려놓으면 어느 정도 본진과 6시를 지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다행히 생각대로 되었고 경기를 이길 수 있었습니다.”

그 후로도 몇몇 질문이 오고갔다.

언제 승리를 확신했냐는 질문도 있었고 지금 기분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누가 결승에 올라왔으면 좋겠냐는 질문도 있었다.

당연히 민규가 올라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우리 팀에서 두 번째로 결승에 진출하는 선수가 진심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같은 팀에서 결승을 치르는 것.

그 자체만으로 얼마나 환상적인가?

그렇게 10여 분간 진행되었던 인터뷰가 서서히 마무리 되어갔다.

-끝으로 결승에 임하는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꼭 우승을 하고 싶습니다. 골든 마우스 꼭 제 것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욕심이 안난다면 거짓말이다.

시대의 최강자들에게만 허락되었던 골든 마우스.

2군 시절부터 항상 꿈꿨던 것이다.

그 주인이 되고 싶다.

****

시간이 흘러 4월이 되었다.

여전히 밤낮으로 칼바람이 불지만 그래도 낮에는 어느 정도 봄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프로리그는 어느새 3라운드 끝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이제 다음 주면 4라운드가 시작된다.

4라운드를 기다리는 이들이 굉장히 많았다.

드디어 위너스 리그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각 팀의 에이스들의 활약과 전쟁을 볼 수 있는 리그.

저번 시즌 최고의 스타는 이승우였다.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이영우와 김택윤, 이제운의 이름도 많이 오르락내리락 했다.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제치고 다크호스로 지목 된 선수도 있었다.

바로 S1의 김영민이었다.

급식 환국이라는 별명이 붙은 김영민의 비상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승률은 여전히 90%를 유지하고 있었다.

승수는 조금 부족하지만 승률만 놓고 보자면 이승우와 함께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위너스 리그의 성적이 기대되는 건 당연한 것이었다.

올 시즌에 올킬을 달성할 것인가?

언제 하든 하는 순간 최연소 올킬이다.

S1에서 김영민의 올킬을 위해 육군 전 선봉으로 내보낼 가능성이 높다는 잔인한 예측도 나왔다.

3라운드 8경기까지 치러진 지금 아스트로가 여전히 1위를 달리고 있었다.

28승 2패.

곧 있으면 30승을 찍게 된다.

저번 시즌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최강의 에이스 이승우와 더불어 원조 에이스 박현우와 신토불이 신연호, 자이언트 킬러 한민규의 활약 덕분이었다.

3라운드 자체로만 봤을 때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준 건 IBX였다.

무려 8연승을 달성하며 20승 고지에 올라섰다.

순위는 6위지만 4위인 GO와 겨우 2승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나무전자의 부진은 계속 되었다.

6승 26패.

승과 패가 바뀐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끝없이 추락하고 있었다.

나무전자에게 반등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아직 포스트 시즌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저번 시즌 아스트로가 기적을 보여주지 않았던가?

나무전자도 충분히 기적을 써내려갈 수 있다.

2위와 3위엔 2라운드와 같이 S1과 CT가 나란히 위치했다.

5위는 화성의 차지였다. 이제운이 에이스 결정전에서 연승을 달리며 팀에게 꾸역꾸역 승리를 챙겨주고 있었다.

그런 이제운에게 청년가장이라는 말이 붙었다.

올 시즌 처음 열린 개인리그도 이제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OSL은 이미 결승 대진이 완성되었다.

앞서 결승에 오른 이승우와 대결을 하게 될 선수는 이영우였다.

이승우와 같은 팀인 한민규를 3:1의 스코어로 누르고 결승에 오른 것이다.

한민규는 MSL에 이어 또 다시 4강에 머무르고 말았다. 아쉽긴 하지만 실망할 정도는 아니다. 데뷔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은데다 아직 10대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남아있다.

신예 환국 중 김영민과 함께 가장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선수였다.

어쨌든 결승에서 다시 한 번 투우록이 성사되었다.

전체 상대전적에선 이영우가 많이 밀리지만 범위를 올해로 한정하면 1:1로 주고받았다. 이승우의 경기력이 좋아 진만큼 이영우의 경기력도 나날이 더 좋아졌다.

최연소 우승 기록을 지니고 있는 이영우다. 최고의 커리어를 지녔지만 이제 겨우 20대 초반에 불과하다.

이승우의 첫 우승 제물이었던 이영우.

골든 마우스의 제물이 되는 건 결코 원치 않을거다.

프로리그에서 어느 정도 대처법을 보여준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은 결승전이 될거라 예측하는 이들이 많았다. 물론 4강에서 이승우가 정명혁을 셧아웃 시킨 것처럼 이영우를 3:0으로 이기고 골든마우스를 차지할 것이라 보는 이들도 꽤 있었다. 프로리그의 이승우도 무섭지만 다전제의 이승우는 그보다 배는 더 무섭다는 것은 확실한 사실이었으니까.

어찌되었던 현존하는 최고의 매치가 결승전에 만들어졌다.

MSL도 첫 결승 진출자가 나왔다.

임형규가 이영우를 3:2로 꺾고 결승에 오른 것이다. 이미 OSL 8강에서 이영우가 임형규를 상대로 3:0 승리를 거뒀기에 MSL 역시 비슷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다른 결과가 나왔다.

MSL의 임형규는 OSL의 임형규와 달랐다.

OSL 결승에 오르며 기세를 뿜어낸 이영우지만 임형규를 넘어설 순 없었다.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은 임형규가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승우와 이제운의 경기 결과에 따라 결승 대진이 결정된다.

임형규는 누가 되도 상관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자신감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 것이다.

그 모습에 팬들의 피가 끓어올랐다. 이런 도발은 언제든지 환영이다.

이제운의 팬들도, 이승우의 팬들도 두 주먹을 불끈 움켜  쥐고 선수들을 응원했다. 절대 임형규에게 무너져서는 안 된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이제 오늘이면 MSL 결승 대진도 완성이 된다.

이미 양대 리그 티켓은 매진 된지 오래였다. 결승 무대의 규모는 점차 더 커지고 있었다. 명실상부, 대한민국 축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제 게임이라고 무시하는 어른은 없었다.

진정한 한류의 중심.

프로게이머들을 만나기 위해 외국에서 한국을 오는 사례도 크게 늘었다. 특히 결승이 열리는 날이면 더욱 더 그랬다.

결승도 직관할 겸 관광도 할 겸 한국을 찾는 것이다.

이런 추세 속에서 세계대회에 대한 이야기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다. 빠르면 올 연말에 개최될 수 있다는, 구체적인 정보가 인터넷에 떠돌기 시작했다.

상금이나 무대 규모도 현재 열리는 프로리그나 개인리그 결승전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일거라는 소문도 있었다.

단순 루머로 무시하는 이도 있었고 귀를 기울이는 이도 있었다. 어찌되었던 이런 소문이 돈다는 것 자체가 이 스포츠가 가지는 힘이 굉장히 커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 작품 후기 ============================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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