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66 Game No. 466 미궁의 숲.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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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만 하지마. 알겠지?”
“제가 누굽니까? 절대 방심하지 않습니다! 누굴 만나도 최선을 다하는거 아시잖아요.”
“그래. 잘 알지. 그래도 한 번 더 말하는 거니까 새겨들어.”
“넵! 알겠습니다!”
이제 경기 시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도 수코님과 마지막 대화를 나누고 부스로 향했다.
경기장에 오기 전까지 감독님, 코치님과 경기에 쓸 전략을 짰다. 일단 기본적인 테마는 내가 무언가를 하기 보다 상대가 하는 것 맞받아치는 것이었다.
정명혁이라면, 그 것도 임주혁 감독님과 최연규 코치 님이 뒤에 있는 정명혁이라면 전략을 시도할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괜히 엇갈려서 여지를 주느니 선 수비 후 공격으로 정명혁을 무너뜨리는 것이 낫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미궁의 숲.
전략적 요소로 가득 차있는 전장이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경기에 임해야 한다.
용족에게 유리한 전장이기에 절대 그냥 무난한 운영을 준비해 오지 않았을 거다.
입구 구조물을 이용한 전략을 들고 나왔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어떤 전략을 들고 나와도 괜찮다.
초반은 무조건 안전하게 간다.
과잉방어라고 느낄 수 있을 만큼 아주 안전하게.
무난하게 넘기기만 한다면 이길 자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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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죠! 아스트로와 S1의 대결! 작년 프로리그에서 정말 많이 붙지 않았습니까?
-그렇죠. S1에서 6년간 2군 생활을 하던 이승우가 방출 당한 이후 아스트로에서 날개를 제대로 폈죠. 그간의 설움을 아주 그냥 한 방에 싹 다 날려버렸죠.
-그래도 아직 이승우 선수의 마음속엔 한이 남아있습니다. 내가 이렇게 잘하는데 왜 날 안 내보내줬어? 이런 마음이 아직 남아있거든요! 오늘 정명혁 선수를 한 번 더 무너뜨리고 S1의 가슴에 비수를 박을 준비를 끝내 놓았습니다.
-지금 프로리그도 1,2위를 다투고 있지 않습니까? 곧 있으면 위너스 리그 아닙니까? 미리 상대 기를 꺾어놓으면 마음이 훨씬 편하죠!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이 두 선수 모두 팀의 에이스거든요? 얼마든지 만날 확률이 있다 이겁니다!
가슴을 울리는 배경음과 함께 속사포처럼 터지는 중계진의 해설이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양 선수를 응원하는 외침과 함께 경기가 시작되었다.
-경기 시작되었습니다. 말씀 드린 바와 같이 전장은 미궁의 숲이고요. 먼저 정명혁 선수의 진영입니다. 보라색 환국입니다. 이에 맞서는 이승우 선수 진영입니다. 파란색 용족입니다.
각각 5시와 7시, 가장 가까운 가로가 나왔다.
미궁의 숲은 자신의 앞마당에서 상대 앞마당이 굉장히 가까운 전장이다. 지금처럼 가로가 나오면 거리를 활용한 초반 찌르기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정명혁 선수의 말을 빌리자면 마수를 상대로는 정말 할 만한데 용족을 상대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거든요? 특히나 초반 압박에 많이 무너진다고 했었는데 과연 그에 대한 해답을 준비해왔을지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공식전 데이터 전적을 보면 확실히 용족이 환국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죠. 근데 러시거리가 가깝다는 건 환국도 활용할 여지가 분명 있거든요? 역발상. 임주혁 감독이 선수 시절 가장 잘 하던 것 아닙니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앞마당 쪽으로 나가는 일꾼.
일꾼이 건설한 건 훈련도감이었다.
아직 본진에 창고는 없다. 창고를 지어야할 타이밍에 철을 50 더 모아 과감히 훈련도감을 지어버린 것이다.
8훈련도감.
전에 이승우에게 썼다가 역으로 호되게 당했던 전략이다.
이번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오! 정명혁 선수 전략을 먼저 시도합니다.
-위치도 가장 가까운 가로가 걸렸거든요? 이 것이 과연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앞마당이 중앙 쪽으로 크게 돌출되어 있는 형태라 지금처럼 가로일시 앞마당에 훈련도감을 지으면 센터에 지은 것과 러시거리 면에서 별로 차이가 없다.
-이 전장에서 용족이 역으로 생더블을 하는 경우도 가끔 있었거든요? 그걸 노리는 전략이 아닌가 싶습니다.
-뭐 그럴 수도 있고 아예 일꾼과 궁병으로 앞마당을 장악한 후 역으로 용족을 본진 안에 가둘 수도 있는 것이고요.
그때 1기의 일꾼이 앞마당으로 더 나갔다.
정찰을 가기 위한 일꾼일까?
아니었다.
훈련도감 옆에 살짝 서성이던 일꾼이 그대로 훈련도감을 하나 더 건설하기 시작했다.
-이야! 2도감인가요? 칼 제대로 갈고 나왔네요!
-이건 극단적으로 한번 가겠다 이겁니다. 이게 무슨 이야기냐면 상대가 1제단 이후 테크를 타거나 1제단 이후 앞마당을 먹는다? 그러면 어딜 감히! 하면서 아예 가둬버릴 수 있는 겁니다.
-가로거든요. 이게 변수입니다. 정명혁 선수는 시간이 금입니다. 얼마나 빠르게 상대 기지에 도달할 수 있느냐가 변수인데 일단 위치는 정명혁 선수에게 웃어줍니다. 가장 가까운 가로가 나왔거든요!
행운은 연달아 찾아왔다.
이승우가 중앙으로 용안을 보낸 후 그대로 세로로 올라갔기 때문이다. 센터 도감같은 전략을 예상하긴 했지만 눈으로 발견하는 건 실패했다.
이대로라면 가장 늦게 정명혁의 본진을 발견하게 된다.
이제 다른 전장처럼 앞마당을 가져가거나 테크를 타면 정명혁의 수는 통하는 거다.
하지만.
-아. 이승우 선수도 보통 선수가 아니네요. 감이 날카롭습니다! 15 2제단을 선택해줍니다.
-정명혁 선수가 날카롭게 초반을 찌르고 들어오는 전략을 준비할 것이 뻔 하다는 거죠! 이러면 모르죠. 1제단이면 확실히 입구를 틀어막고 본진까지 노려볼 수 있지만 2제단이면 양 선수 컨트롤 싸움을 지켜봐야합니다.
-정명혁 선수도 2제단 보는 순간 바로 타이밍 잡고 압박 나가야합니다. 용혼 4기가 모이면 한 번에 궁병을 끊을 수 있거든요? 그러면 망하는 겁니다.
제단이 빠른 만큼 용혼이 모이는 시간도 배로 빠르다.
궁병을 더 많이 모아 강력한 화력을 지닌 것도 좋지만 상대가 컨트롤 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애는 것이 더 중요하다.
동시 2서치를 보낸 정명혁.
곧 있으면 이승우의 본진을 확인하게 된다.
-무언가 싸하다고 느꼈는지 바로 궁병을 출동시키는 정명혁!
-아직 용혼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직 용혼이 없어요! 본진에 꼼짝 없이 갇힐 수 있습니다!
-이거는! 이거는 정명혁이 좋아요. 컨트롤 여지가 있습니다!
정명혁의 일꾼과 궁병이 이승우의 앞마당에 도착했다. 입구를 막고 있던 용아가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구조물을 끼고 있는 궁병을 상대로 1기의 용아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최대한 오래 살리며 용혼이 나올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했다.
-이승우 선수의 정찰이 늦게 된 게 화근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궁병 4기에 일꾼 4기! 지금 너무나도 막강한 병력이 이승우 선수 앞마당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바로 망루 지어야죠. 앞마당 쪽에 하나 짓고 안 쪽에 파고들어서 하나 짓고! 2개 망루 지어지면! 그래서 제단 장악을 하면 이 경기 정명혁 선수가 가져가는 겁니다!
1기의 용혼이 나왔지만 아직 상대하기엔 역부족이다.
사업도 되지 않은 터라 적극적으로 달려들 수 없다. 좁은 입구로 궁병이 파고들지 못하게 막는 것이 전부.
그때 정명혁이 궁병과 일꾼을 과감히 안쪽으로 들여보냈다.
-어?! 용혼 1기가 더 나왔습니다! 이러면 이야기 조금 다르죠!!
-이승우 선수 과거 영웅 용혼 한 번 만든 적 있지 않습니까? 한 번 했는데 두 번은 못하겠습니까?!
-확실히 제단을 빠르게 2개까지 늘렸기 때문에 용혼이 생산되는 속도가 빠르네요.
-이야!!!! 용혼 컨트롤 예술입니다! 집중 공격 당하는 용혼이 뒤로 물러나고 그 용혼을 잡기 위해 따라오는 궁병을 쌩쌩한 용혼이 대신 때려 주고 있어요!
-바로 망루를 건설하는 일꾼!
-이제 시간싸움입니다. 망루가 건설되고 그 안에 궁병이 4기 다 들어가면 지금 컨트롤 아무리 좋아도 소용 없는 거예요!!!
-막아야죠. 무조건 막아야죠! 이승우 선수 뭐합니까? 용안이 지금 자원을 캐고 있을 때가 아니죠! 얼른 뛰쳐나와 망루 건설하는 걸 막아야죠!
혼전양상.
용혼이 좌우로 넓게 찢어지며 궁병의 화력을 분산시켰다. 분명 좋은 컨트롤이지만 여기서 멈추면 안된다. 망루가 건설되는 걸 막아야한다.
오른쪽에 있던 용혼이 터지는 순간 용안이 뛰쳐나왔다.
실로 절묘한 타이밍. 미리 계산하고 나온 것 처럼 완벽했다.
-막기만 하면 이기거든요! 이승우!
-지금 정명혁 선수 진짜 미친듯이 가난합니다. 훈련도감도 빠르게 지었고 지금 끌고 온 일꾼만 해도 5기거든요?! 뒤가 없어요.
-망루!!! 이러면 망루 완성 됩니다!
-양 선수 모두 필사적입니다!
-여기에 1승이 걸려있거든요!!!!
두 손에 땀을 쥐는 경기라는 말은 이 경기를 두고 하는 말인 가보다. 초 단위로 바뀌는 상황. 어느새 왼 쪽에 있던 용혼의 체력도 붉게 물들었다. 컨트롤을 해주기 여의치 않았다. 용혼을 살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으니까.
-아! 궁병 다 죽었어요!
-망루가 완성되었는데 들어갈 궁병이 없습니다!
-이승우 선수 선택이 진짜 좋았네요. 망루 건설? 할테면 해봐. 근데 그 안에 궁병 들어가야지 의미 있는 거 아냐? 건설 되는 동안 궁병만 다 죽이면 지어봤자 의미 없는거잖아!!!
-왜 이승우 선수가 컨트롤을 하지 않고 싸워주나 했더니 이런 속뜻이 있었나봅니다. 이러면 정명혁 선수 붕 뜨죠.
어떻게든 이승우의 본진에 지어진 망루에 궁병을 집어넣으려 애쓰는 정명혁이었지만 다시 용혼 1기가 나와 2기가 된 상태라 쉽지 않았다.
일꾼이 용혼을 둘러싸며 3기의 궁병이 동시에 들어오는 전략은 좋았지만 이승우의 집중력도 만만치 않았다. 3기의 궁병 중 1기의 궁병 밖에 망루에 들어가지 못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궁병 2기와 일꾼 2기가 죽었다.
-막았습니다. 이건 막은거나 마찬가지에요.
-이승우 선수 용안을 동원하긴 했지만 딱 한 번. 딱 한 번 동원했거든요? 자원 타격이 거의 없다 이겁니다. 하지만 정명혁 선수는 여기에 너무나도 많은 걸 투자했어요! 아직 금 조차 채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난해요. 너무 가난합니다!
지금 자원을 채취하는 일꾼으론 2개의 훈련도감을 돌리는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일단 앞마당과 본진에 각각 하나씩 망루가 건설되었다. 여기에 궁병을 집어넣기만 하면 최소 용족을 본진에 가두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승우 선수 망루가 때리건 말건 무시하고 2기의 용혼을 본진 밖으로 내보냅니다!
-이게 진짜 나이스한 판단이죠! 어차피 여기서 수비할 필요 없습니다. 오는 궁병만 끊어준다면 궁병 1기 들어있는 망루가 때리는 건 전혀 아프지 않거든요!
망루의 위치가 자원 채취를 방해하는 곳에 지어진 것도 아니고 제단을 때리는 위치에 건설되었다. 궁병 1기로 제단을 깨려면 한 나절은 걸릴 거다.
다른 수비 건물과 달리 망루에 들어간 궁병은 공격 대상을 선택할 수 없다. 제단의 체력이 많이 떨어진다 싶으면 용혼을 쓱 내밀어 대신 맞아주면 그만이다.
용력은 얼마든지 내줄 수 있다.
시간만 지나면 회복되니까.
확실히 생각이 다르다.
아등바등 궁병이 망루에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 싸움을 하느니 차라리 나가서 뿌리를 제거하겠다는거다.
-난감합니다. 정명혁 선수. 3기의 궁병을 보냈지만 중간에 용혼에 의해 다 잘렸어요!
-2기의 용혼을 밖으로 뺀 것이 진짜 신의 한수였네요.
-일꾼까지 동원해서 어떻게든 제단을 파괴해보려 하지만 역부족입니다. 사업이 완료되면 지금보다 더 고통스러워요!
사업 안 된 용혼으로 집요하게 궁병을 잡아내는 이승우.
1기의 용혼이 터졌지만 그래도 남은 용혼의 활약으로 한 번 더 정명혁의 궁병 충원을 막아냈다.
지금 살아남은 용혼의 킬수가 무려 9킬이었다.
-이러면 본진에 용혼 2기만 나오면 이건 막습니다. 지금 정명혁 선수가 보낸 궁병이 하나도 도착하지 못했습니다.
-함흥차사입니다. 함흥차사! 보내긴 보냈는데 소식이 없어요!
-다 죽은거죠!!!
용혼의 사업이 완료 된 이승우가 용안과 함께 망루를 향해 진격했다. 수리로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터져나갔다.
궁병 하나의 공격쯤은 우스웠다.
-정명혁 선수 망하는 분위기인가요?!
-아. 막았어요. 막았습니다. 이제부터 이승우 선수의 분위기입니다!!!!
앞마당 망루까지 파괴되는 순간 임주혁 감독의 얼굴이 화면에 잠깐 잡혔다.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 애썼지만 눈동자가 살짝 흔들리는 것까진 막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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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뒤로 점프!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