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63 Game No. 463 해봅시다. 한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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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9일.
CT 숙소엔 비장함이 내리앉아 있었다.
바로 내일 아스트로와 2라운드 경기를 펼치기 때문이었다.
2라운드 향방을 결정지을수 있는 아주 중요한 경기다. 선수들의 표정이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숨소리만 들릴 정도로 모든 선수들이 모니터를 보며 경기를 하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코치와 감독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빌드를 조금이라도 더 보완하기 위해 여념이 없었다.
경기를 펼치는 건 선수를 지원해주는 것.
그 것이 감독과 코치의 역할이었다.
1라운드에선 패배의 쓴맛을 봤다.
그 경기에서 승리를 거뒀다면 현재 공동 1위로 치고 나가고 있었을거다.
CT의 목표는 하나.
내일 아스트로를 잡고 단독 2위로 치고 나가는 것이었다.
아스트로를 잡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이승우가 출전하는 4세트에 역 저격카드를 내보낸 후 다른 세트를 잡아 승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면 승부로 이승우를 꺾으며 상대 기세를 무너트리는 것이었다.
보통 전자를 선택하지만 CT는 후자를 선택했다.
이영우란 존재가 그걸 가능케 했다.
이승우를 잡기 위해 하나의 빌드를 미친듯이 팠다. 이영우가 이렇게까지 경기를 준비한 건 거의 3년만이었다. 작년과 입장이 뒤바뀌었다. 이영우도 그 사실을 받아들였다. 이제는 자신이 도전자의 입장이었다.
2회 우승이 더 많은 거?
지금 이승우의 기세라면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
빠르면 이번 시즌이 끝나면 동률이 될지도 모른다.
올 시즌 이승우의 기록은 전승.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다.
2달 내내 승률 100%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선수가 혼자 미끄러지길 바라는 건 사과나무 아래에서 사과가 떨어지길 가만히 기다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안일한 생각으로 있는 것보다 지금처럼 열과 성을 다하는 것이 백배 더 낫다.
이렇게 준비를 해봤자 이영우가 이승우를 만나지 않으면 소용없다.
CT는 불안해하지 않았다.
CT는 이승우와 이영우를 만나게 할 자신이 100% 있었다.
도발을 시전 해 이승우가 4세트에 나오도록 만든 것이다. 당연히 이영우도 4세트에 출전했다.
아스트로 입장에서 CT의 도발을 거절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땡큐였다. 필승 카드인 이영우를 이승우가 잡아주면 편하게 승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동상이몽.
4세트를 보고 그들은 각자 다른 것을 꿈꾸고 있었다.
그렇게 이번 시즌 첫 투우록이 성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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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로와 CT의 프로리그 2라운드 대결.
이변 아닌 이변이 발생했다.
4세트에서 이영우가 이승우를 잡아낸 것이다.
2화통 타이밍 러시.
1제단 이후 앞마당을 가져가는 빌드를 선호하는 이승우를 제대로 저격한 빌드였다.
컨트롤도 완벽했다.
3기의 천자총통이 각기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며 이승우의 용혼과 기 싸움에서 승리했다. 그 틈을 파고든 화차. 아무리 이승우의 용혼이 지뢰를 잘 밟지 않는다고 해도 이렇게 숫자싸움에서 밀려버리면 답이 없었다.
이영우의 조이기는 굉장히 단단했다.
틈이 없었다.
순식간에 장악당한 앞마당.
지킬 수 없다고 판단한 이승우가 바로 용안을 본진으로 올려보냈다.
그 후 제단을 4개까지 늘려 최대한 병력을 쥐어짜내는 이승우.
이제 남은 건 병력을 밖으로 실어 내린 후 혼을 실은 한 방 러시 밖에 없었다.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판단이긴 했지만 이미 경기는 이영우 쪽으로 많이 기울어져있었다.
이승우의 마지막 러시마저 실패로 돌아갔다.
일꾼 정찰에 용혼이 내리는 걸 들켜버린 것이다.
반으로 갈라진 병력.
이영우가 잡아내기에 더 쉬울 수밖에 없었다.
이영우의 팬들과 CT의 팬들이 경기장이 떠내려갈 정도로 큰 환호를 내질렀다. 어느새 경기장엔 이영우의 이름으로 가득찼다.
절반의 병력을 허무하게 잃은 이승우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본진의 자원도 서서히 떨어져가고 있었다.
섬 확장이라고 있는 전장이었다면 후일을 도모하겠지만 이번 전장엔 섬 확장도 없었다.
이영우는 성급하게 공격을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이승우가 말라 죽도록 기다리기만 했다. 급한 건 이승우였다. 마지막으로 한점돌파를 시도했지만 이미 자원을 먹을대로 먹은 이영우의 물량을 상대할 수 없었다.
모든 병력이 죽는 순간 GG를 친 이승우. 표정에서 진한 아쉬움이 느껴졌다. 이렇게 허무하게 경기를 내줄 줄은 본인도 몰랐을거다.
그 순간 경기장이 뒤집어졌다.
이영우가 바로 부스에서 뛰쳐나와 팀원들과 격한 세레모니를 했다.
환호하는 CT의 팬들.
아스트로의 팬들은 똥 씹은 얼굴로 그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2달 간 지속되었던 무패 전설이 드디어 무너졌다.
무너진 건 또 있었다.
프로리그 최다 연승 기록은 33연승이 오늘부로 끝이 났다. 기존 기록보다 이미 10연승 이상 초과 달성한 기록이었다. 물론 그 전 기록도 이승우가 가지고 있었다.
솔직히 이 걸로 실망하는 사람은 없었다.
실망을 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이었다.
24전 23승 1패.
승률 100%가 96%가 된 것 뿐이다.
96%도 차고 넘칠 만큼 높은 승률이다.
이 성적을 지적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 가지 의미를 찾자면 현재 기량으로 이승우를 상대로 승리를 거둘 수 있는 선수는 이영우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승우가 무너진 순간 아스트로도 함께 무너졌을거다.
공식이나 다름없었던 법칙.
지금은 달랐다.
한민규, 박현우, 신연호가 승리를 따내며 에이스 결정전까지 이끄는데 성공한 것이다.
4세트에서 이승우가 패배해 3:1로 CT가 앞섰던 터라 더 극적인 상황이 연출되었다.
CT 입장에선 난감할거다.
4세트가 끝난 순간, 그러니까 3:1로 앞선 순간 경기를 잡았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뒤이어 출전하는 선수가 박현우와 신연호라 더욱 더 그랬다.
이 둘을 무시 한 다기보단 적어도 두 세트 중 한 세트는 이길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산산 조각났다.
아무도 이 둘을 이기지 못했고 결국 3:3 동점, 승부를 에이스 결정전으로 가리게 되었다.
분명 이승우가 나올거다.
상처 입은 맹수는 훨씬 더 흉포하다.
지금 이승우가 딱 그 상황이었다.
이승우가 눈빛이 사납게 빛났다.
4세트 패배를 갚아줄 준비가 이미 끝나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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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이번에 이기면 돼요.”
“맞아. 어쩌다 한 번 지는거로 욕하는 사람이 이상거에요. 신경쓰지 마요.”
“그래. 뭐 또 지면 어떠냐? 질수도 있지. 뭐. 그러니까 부담가지지 말고 해. 이기면 미숫가루 소주나 한 잔 하러 가자.”
후. 4세트에선 이영우의 판짜기에 제대로 말렸다.
진짜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졌다.
[엄대엄]같은 스킬도 어느 정도 빠져나갈 구멍이 있을 때 효과를 보는거지 아까와 같은 상황에선 체력 낭비 밖에 되지 않는다.
팀원들을 믿지 못했다면 어떻게든 그 경기를 이기기 위해 체력을 마구 썼을 거다.
역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지만 말이다. 그렇게 해서 이기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패배한다면 아무 것도 남는 것이 없다.
최악이다. 에이스 결정전에 나갈 여건이 되지 않으니까.
팀원들을 믿었기에 무리하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지더라도 최소 에이스 결정전까지 연결 시켜줄거라고 믿었다.
다행히 팀원들은 믿음에 답했다.
이제는 내가 답을 할 차례다.
바로 승리로.
“이거 먹고 가. 경기 전에 한 잔 타 먹으니까. 좋더라.”
경기 전에 술을 마실 수 없어 미숫가루를 우유에 타 한 잔 마시고 경기를 치른 연호가 나에게 미숫가루가 담긴 병을 건넸다.
요즘 연호의 승률이 심상치 않다.
올 시즌 초반부터 좋긴 했지만 최근 들어 경기력이 더욱 더 좋아졌다.
내가 보고도 좀 말이 되나 싶긴 한데 그 시기가 묘하게 연호가 미숫가루를 경기 전에 타먹은 때와 일치한다. 최근 커뮤니티에 이영우에게 이온 음료가 있다면 신연호에겐 미숫가루가 있다는 글이 많은 추천을 받아 베스트 글에 올라갔다.
그리고 연호에게도 드디어 별명이 생겼다.
신토불이 용족.
전략적인 플레이를 즐겨하는 성향과 상관없이 미숫가루를 좋아하기에 붙은 별명이다. 그러고 보니 신으로 연호랑 성도 같다. 이런 우연이?! 천생연분이었구만.
자신의 별명을 알게 된 연호는 절망했다.
브레인처럼 플레이 스타일에 맞는 별명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아마 뇌룡 같은 걸 기대했나보다.
신토불이라는 별명이 생긴 이후 커뮤티니에 각종 합성 사진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농사를 짓는 연호.
수확물에 만족한 듯 함박 웃음을 짓는 연호.
막걸리를 마시는 연호.
기타 등등 구수하고 토속적인 사진들이었다.
묘하게 잘어울렸다.
처음엔 합성이 아닌 줄 알았다.
그 사실에 연호는 더 절망했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아마 그 사진들로 연호를 3일은 놀렸던 것 같다.
더 놀렸다간 연호가 심하게 삐칠 것 같아 거기서 관 둔거지 그런 기미만 없었다면 절대 멈추지 않았을 거다. 조금 잠잠해지면 또 놀릴거다.
아. 그리고 미숫가루 소주의 비밀에 대해 연호가 알아차렸다.
사실 오래 숨기기 힘든 비밀이었다.
한 번만 더 가면 들킬 수 밖에 없는 것이었으니까.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을 것 같은 연호의 표정을 사진으로 남겼어야했는데.
바로 미숫가루와 소주를 시켜 함께 먹었는데 연호의 표정이 영 좋지 못한 곳을 맞은 사람 같았다.
그렇게 한 병을 타 마신 후 내린 결론은 ‘내가 좋아한 건 미숫가루 소주가 아니라 미숫가루 그 자체였구나.’였다.
맛이 괜찮긴 했는데 그냥 미숫가루보단 덜했다.
난 연호가 건넨 미숫가루를 받았다.
그리고 바로 꿀꺽꿀꺽 마셨다.
복수한다고 여기다 설사약 같은 건 타지 않았겠지?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미숫가루 병을 탁자에 호쾌하게 내려놓으며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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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오겠습니다.”
“마무리 잘 짓고 와라.”
부스로 향하는 이영우의 얼굴에 비장함이 감돈다.
올해 첫 맞대결에서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경기가 마무리 된 건 아니다.
이번 경기까지 이겨야 진정한 마무리다.
샴페인을 일찍 터트렸다.
이제 제대로 된 샴페인을 터트릴 수 있도록 에이스 결정전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부스에 앉은 이영우가 두 눈을 감았다.
어떤 전략을 할 것인지 시뮬레이션을 하는 것이다.
같은 전략을 쓸까?
아니면 다른 전략을 쓸까?
같은 전략을 다시 꺼내드는 것 자체가 심리전이 될수도 있다.
전장은 영혼의 울림.
러시 거리가 그렇게 먼 편은 아니다.
가로면 12시나 6시를 통해 빠르고 안전하게 전진할 수 있어 다시 한 번 2화통 러시를 꺼내들어도 괜찮다.
알고도 막기 힘든 정도?
세로여도 나쁘지 않다.
앞마당과 앞마당 사이가 가깝기 때문이다. 천자총통이 3기가 모였을 때 나가면 단숨에 상대 앞마당까지 진격할 수 있다.
대각선만 아니면 된다.
대각선만.
이영우의 고민은 경기가 시작될 때까지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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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복잡하다.
이번엔 이영우가 어떤 전략을 쓸까?
신들의 전쟁 전략싸움은 마치 가위바위보와 같다.
상대가 주먹을 낸다는 확신이 있으면 바로 보자기를 내면 된다. 근데 상대가 주먹을 내는 척 하고 다른 걸 낼수도 있고 아니면 내가 주먹에 맞게 보자기를 낼 것까지 예상해서 다시 가위를 꺼내들 수도 있다.
이게 계속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한도 끝도 없이.
적절한 수준에서 끊어줘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정체성 없는 빌드가 툭 튀어나온다.
당장 떠오르는 전략이 몇 개 있다.
그 중 하나가 15 2제단이다.
인구수가 15일 때 빠르게 2제단을 늘려 2화통러시를 막는 빌드.
상대가 2화통을 해주면 좋지만 만약 다른 빌드를 선택한다면 반드시 공격으로 이득을 봐야만 한다.
다른 빌드는 2화통이 아니어도 운영을 이어갈 수 있는 빌드.
상대가 뭘 해도 좋지만 애매하다는 단점이 있다.
각각 뚜렷한 단점이 있다.
그럼 내가 해야 할 건 뭘까?
간단하다.
이 둘의 단점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빌드를 쓰면 된다.
그게 쉽냐고?
당연히 쉽지 않지.
근데 나라면 가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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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