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61 Game No. 461 즐겁네요. 참. =========================================================================
물러난 마견이 본진에 들어온 용아를 정리하기 위해 돌아오자마자 앞마당을 떠나는 2기의 용아.
아래쪽으로 돌아 5시 쪽으로 가고 있었다.
홍길동이 따로 없다.
동에 번쩍, 서해 번쩍.
당하는 입장에서 미치고 팔짝 뛸 지경.
이미 그 쪽에서 시야를 밝히고 있던 군주는 비비가 다 제거한 상태라 용아는 퍼스트 클래스에 탑승한 손님처럼 편안하게 이동하고 있었다.
당연히 마수가 알 리 만무하다.
움직임이 미쳤다.
정말 이렇게 밖에 말할 수 없다.
김연훈이 할 수 있는 게 없다.
샌드백처럼 계속 맞고 있는 것 밖엔.
보는 사람도 이렇게 답답한데 직접 당하는 본인은 오죽할까?
김연훈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모든 것이 담긴 한숨이었다.
그래도 빠르게 수비를 온 덕에 일벌레 피해 없이 막아낼 수 있었다.
이러는 와중에도 정신적 데미지는 차곡 차곡 쌓이고 있었다.
-이제 더 이상 용아를 쓰면 안 됩니다.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겼거든요? 지금은 모아야 합니다. 조금 더 숫자를 모아서 활동해야합니다.
-그렇죠. 기다리고 있는데 굳이 갈 필요가 없죠! 이 타이밍을 조절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꽤 많거든요? 왜냐?! 이기고 이쓰니까 자신도 모르게 흥분하고 공격적으로 변하는겁니다! 근데 이승우 선수는 이 완급조절이 완벽해요. 지금이 가야할 타이밍인지 끊어가야 할 타이밍인지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용아의 활동이 잠잠해질 때쯤 비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숨을 죽이며 힘을 키운 비비 무리들.
용아들에게 이제 내가 활약하겠다고 말 하듯 화려한 비행을 시작했다.
공1업이 완료 되고 5기까지 쌓인 비비가 전장에 있는 혈풍을 잡아냈다.
다수의 혈풍이 달려들었지만 이승우의 일점사에 의해 제대로 자폭 한 혈풍이 거의 없다. 애처로운 비명과 함께 그대로 찢겨나갔을 뿐이다.
떨어진 비비는 단 1기.
자원으로만 따져도 엄청난 손해다.
추가로 혈풍을 더 찍어야한다는 것까지 생각하면 머리가 절로 아프다.
뒤에서 혈풍이 다시 덮쳤지만 그마저 소용없었다. 눈치 챘는지 바로 비비를 본진으로 쭉 뺀 것이다. 김연훈으로선 열받는 순간의 연속이다.
얄미운 플레이에 김연훈이 제대로 말렸다. 비비가 혈풍을 끌고 앞마당 용광포로 오는 사이 숨 죽이고 있던 흑완 1기가 활동을 시작했다.
모든 움직임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5시로 향하는 흑완.
목표는 일벌레다.
-큰 일 났습니다. 지금 비비가 쌓였어요. 김연훈 선수가 선택한 체제가 혈풍으로 비비 쌓이지 못하게 견제해준 후 닷발귀와 그슨대로 중앙 힘싸움을 하는 운영이거든요? 근데 처음부터 계속 꼬였어요. 적어도 비비 숫자는 줄여줬어야 하는데 들인 혈풍에 비해 성과가 너무 없습니다! 이러면 5시 위험해지죠!
-비비도 비비지만 지금 흑완이 가는 타이밍도 적절합니다. 이러면 견제 받죠. 무조건 받습니다.
-김연훈 선수 낯빛이 좋지 않아요! 눈동자 역시 마구 흔들리고 있습니다!
김연훈이 선택한 빌드는 2인용 전장에서 마수가 정석처럼 하는 빌드로 그리 나쁜 빌드가 아니다. 오히려 주도권을 마수가 잡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빌드다.
아마 그래서 택했을거다.
이승우를 상대로 주도권을 잡고 시작한다는 건 어마어마한 이점이 있으니까. 하지만 이승우가 워낙 견제를 잘해 제대로 된 힘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주도권을 빼앗겨 부표마냥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5시에 가시촉수가 2개 있긴 하지만 군주를 다 잡아버리면 흑완을 때릴 수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걸 무엇으로 잡겠는가?
그럼 어떻게 해야하냐고?
별수 있나.
그냥 털려야지.
순식간에 5시로 파고 들어 2기의 군주를 정리하는 비비. 뒤 이어 흑완이 들어와 일벌레를 썰기 시작했다. 다시 일자리를 잃고 앞마당으로 돌아가는 일벌레의 모습이 처량하기 그지없었다.
-김연훈 선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습니다.
-열 받죠. 상대한테도 열 받지만 이런 공격에 계속 당하는 스스로에게도 열이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은 진짜 김연훈 선수에게 뭐라고 하면 절대 안 될 것 같네요. 분위기가 장난 아닙니다.
-저희가 딱히 중계할게 없습니다. 그냥 이승우 선수가 하는게 정답입니다. 딱딱 해줘야할 것들을 완벽하게 해주고 있어요.
-교과서 같은 플레이입니다. 이대로 교본으로 간직 하고 싶습니다!
수비 혈풍과 군주가 생산되자 마자 비비를 빼주는 이승우.
비비라도 잡았다면 위안이 되었겠지만 애초에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다시 한 번 혈풍은 허탕을 쳤다.
자꾸 한 박자씩 김연훈이 늦고 있었다. 아니 이승우가 한 반자씩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어? 어? 5시로 이동하는 일벌레 신경 써줘야죠? 저러면 손해 다 보는 겁니다.
-김연훈 선수가 많이 당황했네요. 경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어요.
-정신없죠. 전장 여기 저기서 빨간불이 울리고 있는데....혼이 쏙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5시로 돌아오는 일벌레가 흑완에 의해 한 기씩 썰리고 있었다.
마치 에스컬레이터 순서를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다.
조금이라도 빨리 5시 확장을 돌려야한다는 생각에 다급해진 김연훈이 그냥 5시 확장 철광을 우 클릭 했고 이승우는 거기까지 예상했다는 듯 딱 그 위치에 흑완을 대기시켜놓은 것이다.
관중석에서 감탄이 절로 터져났다.
7킬까지 올라간 흑완의 킬 수.
모두 일벌레다.
오히려 여기서 더 큰 피해를 입혔다.
-이러면서 철광 확장에 신전 소환하는 이승우. 아. 너무 완벽합니다.
-혈풍에 비비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빠르게 풍백까지 1기 확보해주었습니다. 이거 비렴까지 갈 필요도 없습니다. 한 두 어번 제단 돌려서 용아 찍은 후에 모든 병력 공격가면 어디든 쑥대밭 됩니다!
혈풍으로 비비를 하나도 줄이지 못했다는 것이 김연훈에게 큰 압박으로 다가왔다.
이러면 경기를 이길 수 없다.
-군주가 계속해서 죽고 있습니다. 이 것도 부담스럽죠. 병력을 생산해야하는 자원인데 군주를 생산해야합니다!
-아마 인구수에도 빨간 불이 들어왔을 겁니다. 방1업 된 닷발귀가 나오긴 했는데 혈풍이 있긴 하지만 비비한테 달려들 수가 없습니다. 비비가 많아도 너무 많아요!-이건 이길 수가 없습니다. 하도 견제를 많이 당하다보니까 마수가 너무 위축되어 있어요. 앞마당과 본진에 가시 촉수가 3개씩 있습니다. 이러면 마수가 센터를 잡을 수 없어요!
전장을 장악하는 체제를 선택했는데 몸을 웅크릴 수밖에 없는 상황.
언뜻 보면 마수가 너무 답답하게 경기를 하는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김연훈은 지금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계속 해주고 있었다. 아무 것도 통하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지만.
애초에 김연훈도 이렇게 하고 싶은 건 아니었다.
준비해온 시나리오도 이게 아니었다.
초반 용아 피해를 어느 정도 생각하긴 했지만 이렇게 크게 당할 줄 몰랐다.
비비 역시 절반, 최소 3분의 1은 떨어뜨릴 줄 알았다.
어느 것 하나라도 되었다면 경기가 이렇게 나락으로 떨어지지는 않았을 거다.
용족의 병력이 쌓일 때마다 늘어나는 건 한숨과 가시촉수 뿐이다.
이마저 언 발에 오줌 누기,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저 덩어리를 줄일 방법이 없다.
그때 5시로 들어오는 용족의 병력.
-닷발귀가 접근을 하지 못합니다. 멀리 도망칠 수 밖에 없어요!
-일방적입니다. 너무나도 일방적인 경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건 학살이죠. 이미 마수의 병력들은 전의를 상실했어요!
가시촉수가 지상 병력을 상대하고 닷발귀와 혈풍이 비비를 떨어뜨린다.
그 후 폭발적으로 생산 되는 그슨대로 용족의 활동 범위를 앞마당으로 축소시킨다.
계획은 그럴싸했지만 아무 것도 된 것이 없었다.
모두 반대로 이루어졌다.
5시 확장이 너무 허무하게 날아갔다. 자원을 마수보다 용족이 더 먹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GG를 쳐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
하지만 김연훈은 쉽게 GG를 치지 못했다.
무기력하게 무너진 자신에게 실망한 까닭이다.
이 모든 것이 겨우 12분 만에 이뤄졌다.
경기를 바라보는 마수 유저들의 표정이 영 좋지 못하다.
가슴에 커다란 돌을 지고 있는 표정.
이런 경기를 보는 것만으로 체할 것 같았다.
-닷발귀와 혈풍이 용족의 앞마당에 한 번 공격을 가보지만 너무 초라합니다. 저 정도 병력은 그냥 비비만 와도 쫓겨날 수 밖에 없어요!
-그걸 김연훈 선수가 누구보다 잘 알겁니다. 근데 이렇게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너무 화가 나서 뭐라도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을 겁니다.
비비가 오는 순간 꽁무니가 빠지게 돌아가는 닷발귀와 혈풍.
그 모습이 그렇게 초라해 보일 수가 없었다.
12시 확장과 철광 확장에 소굴을 폈지만 풍전등화처럼 위태로워보였다.
그나마 철광 확장은 바로 들켜 파괴되었다.
-이제 이승우 선수 경기 마무리 하러 들어갑니다.
-앞마당에 가시촉수를 마구 짓고 있긴 하지만 글쎄요. 지금 용족의 화력을 막아내는 건 무리로 보입니다.
-진짜 이건 보고 따라하라고 해도 따라 하기 힘든 경기력입니다. 신의 경지에 올랐어요!
그래도 한 번 수비를 해내는 김연훈.
눈엣가시였던 비비를 다 줄이는덴 성공했지만 이젠 큰 의미가 없었다.
비비는 자신이 해야 할 것을 모두 끝냈다.
더 이상 추가 병력을 막아낼 힘이 없다.
이미 방금 러시를 막는데 모든 걸 쏟아 부었다. 반면 용족은 여유 있다. 이미 트리플 지역에 병력이 바글바글 쌓여 있었다.
남은 건 닷발귀 뿐인데 이걸로 경기를 역전할 방도가 없다.
-이승우 선수 귀찮게 용혼 생산 안합니다. 그냥 풍백과 용아로 밀어버릴 생각하고 있습니다.
-숫자가 엄청납니다. 이거면 닷발귀고 뭐고 다 소용없죠.
용아가 닷발귀를 잡을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닷발귀가 때리던 말든 신경 안 쓰고 앞마당과 본진을 초토화시키는 건 가능하다.
그 숫자가 워낙 많았기 때문이다.
닷발귀로 줄지어 달려오는 용아를 확인한 김연훈.
온 몸에 힘이 쭉 빠지는 기분이다.
할 수 있는 건.
-김연훈 선수 GG를 선언합니다!
-완벽한 마수전을 보여주며 이승우 선수가 가장 먼저 2승을 달성합니다!
GG선언 뿐이었다.
****
<이승우 개극혐 ㅋㅋㅋ 다 보고 경기하넼ㅋㅋ 용안으로 보고 용아로 보고 비비로 보고 장보고>
<ㅅㅂ. 위에 썩은 개그 하는 새끼 강퇴할 수 없냐? 여기 비추 100개 이상 ㄱㄱ>
<비비 어떻게 막냐?ㅋㅋㅋ 시발 ㅋㅋㅋㅋㅋㅋㅋ이게 뭐냨ㅋㅋㅋㅋ>
<이승우 비비 체력 2배랍니다. 글 내려주시죠.>
<마수한테 지기는 함? 개 사기 같은데.>
<김연훈 팬입니다. 이 경기 안 본 눈 삽니다. 개 빡쳐서 잠 못잘 듯.>
경기가 너무 허무하게 끝났다.
김연훈은 아무 것도 못했다.
이 한 마디로 경기를 정리할 수 있겠다.
이승우는 가장 먼저 2승 고지에 오르며 8강 진출 가능성을 키웠다.
역시 전 시즌 우승자 다운 경기였다.
마수 선수들에겐 한계를 맞볼 수 밖에 없는 경기.
도대체 이렇게 완벽하게 플레이하는 이승우를 무슨 수로 잡아낸단 말인가?
지금까지 있던 운영으론 답이 없다.
새로운 수를 꺼내야한다.
그래야만 이승우를 무너뜨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