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59 Game No. 459 나 이승우야~ =========================================================================
Game No. 459
가장 먼저 움직인 건 용혼이었다.
용혼이 먼저 달려들어 시선을 끌었다.
그 혼란을 타 조용히 은신해 있던 흑완이 움직였다.
용혼으로 지뢰가 매설되는 곳을 확인했다. 흑완으로 천자총통을 공격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지뢰 두어 개를 끌고 와 한 번에 폭사시키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흑완! 흑완! 지뢰 끌고 오려고 움직입니다!
-김영민 선수 못 보고 있죠!
-이승우 영리하네요. 아까 흑완을 썼으면 천자통총 1기는 잡을 수 있지만 경기를 잡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지금까지 참은 거예요!
혼전 양상.
화려한 이펙트가 화면을 가렸다.
아무리 김영민이 뛰어나도 흑완까지 보는 건 무리였다.
-아!!! 천자총통 3기가 한 번에 날아갑니다! 역대박이 제대로 터졌습니다!
-이러면 3화통 타이밍 러시는 막힌 거죠!
-이걸 막나요? 아니 이승우 선수……. 아. 진짜. 이건 말도 안 되는 거죠!
지뢰 역대박이 제대로 터졌다.
지뢰 폭사에 휘말려 3기의 천자총통이 산화되었다.
이제 남은 천자총통은 겨우 1기.
이 화력으로 용혼을 잡는 건 무리였다. 용혼이 접근하지 못하게 화차가 끊임없이 지뢰를 매설했지만 이승우 용혼은 특수 인공지능이라도 설치되어 있는지 지뢰를 거의 밟지 않았다.
전혀 지뢰를 무서워하지 않는 용혼은 공포 그 자체였다.
빠르게 지뢰를 제거하며 접근하는 용혼이 순식간에 남은 천자총통을 제거했다. 추가 병력으로 합류되던 천자총통이 황급히 본진으로 돌아갔다.
3~4기의 천자총통이 유지되고 있을 때면 어마어마한 화력 지원이 되겠지만 지금은 가 봐야 개죽음에 불과하다.
김영민이 얼굴을 찌푸렸다.
계획이 어긋났다.
화차와 지뢰로 용혼을 접근을 막은 후 뒤에 배치된 천자총통으로 용혼을 줄이려 했다.
설사 전투에 지더라도 용혼이 한 두기만 살아남았다면 계속해서 추가 병력을 보내 앞마당 쪽을 조일 생각이었다.
‘흑완이 있었을 줄 몰랐네.’
흑완 1기가 언제부터 거기 있었던 걸까?
-막나요? 설마 이 러시를 이렇게 깔끔하게 막나요?
-아. 방금 전에 제가 했던 말 다 취소합니다. 이승우는 이승우네요! 이 경기를 이렇게 만드네요!
-이러면 모르죠. 앞서 거둔 이득이 여기서 날아가네요.
말도 안 되는 전투 결과에 관중들이 입을 쩍 벌렸다.
“야. 내가 보고 있는 게 맞는 거냐?”
“아니 이걸 어떻게 이기지?”
“대박이다. 진짜. 나 지금 팔에 소름 돋은 거 보이냐?”
아직 경기를 이긴 건 아니다.
유리해진 것도 아니다.
8:2였던 경기가 6:4 정도로 온 것뿐이다.
그럼에도 관중들은 전율했다.
시선을 돌리기 위해 금와를 한 번 더 본진에 찔러 넣었지만 이거까지 예상하고 있었는지 미리 배치되어 있던 용혼에 깔끔하게 막혔다.
상황이 묘해졌다.
순식간에 모든 공격이 막혔다.
관중들이 할 말을 잃었다. 그저 눈을 껌뻑이며 지금 상황을 판단하려 했다.
-금와가 살아서 돌아가지 못하네요. 이러면 추후 견제는 힘들어지죠.
-김영민 선수도 이 러시가 이렇게 쉽게 막힐 줄 몰랐을 겁니다. 김영민 선수도 순순히 물러날 생각 없죠. 바로 화통도감 2개 더 늘려 주며 또 한 번 타이밍 러시를 잡습니다.
이미 업 환국은 할 수 없다.
그래도 테크는 확보되어 있는 상태.
적어도 상대의 나가가 나올 때 해모수는 확보된다. 그렇기에 화통도감을 늘려 한 번 더 러시를 갈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차라리 이게 낫다.
어설프게 장기전으로 가면 역으로 이승우에게 당할 수 있다. 조금이나마 유리함이 살아 있을 때 그걸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태도는 훌륭했다.
-판단 좋습니다. 방금 러시가 막히긴 했지만 그래도 김영민 선수 상황 나쁘지 않거든요! 가까운 세로 거리라서 9시 확장하면서 러시가면 용족이 여전히 부담스럽습니다.
-그걸 알고 있기에 이승우 선수도 섣불리 트리플 확보하지 않고 일단 테크와 병력 위주로 생산하고 있죠.
경기가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두 선수 모두 추후 전투를 위해 열심히 몸을 불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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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씨.
진짜 방금 러시는 위험했다.
아드레날린이 마구 분비되네?
지뢰 역대박이 터지지 않았다면 막기 힘들었을 거다.
여전히 전반적인 상황은 좋지 않다.
잘 쳐줘야 6:4?
그래도 숨통을 트이게 만들었다는 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
일단 급한 불은 끈 셈이니까.
아직 해야 할 건 많다. 당장 확장을 가져가는 독이다. 병력 생산을 쉬지 않고 하며 테크를 올려 줘야 한다. 확장은 그 후에 해도 늦지 않다.
환국보다 확장이 늦지만 그건 어쩔 수 없다.
모든 걸 똑같이 따라가려고 하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감히 배를 째?
하고 환국이 나와 버리면 그대로 앞마당이 밀린다.
아까와 달리 조이기를 당할지도 모른다. 앞마당 입구가 잡혀 버리면 자원을 많이 먹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용아 1부대로 뚫을 걸 2부대로 뚫게 될 테니까.
한 번만 더 전투를 이기면 경기는 할 만해진다.
그때까지 힘을 키운다.
****
-김영민 선수 또다시 타이밍 러시를 감행합니다. 이번엔 아까보다 병력이 훨씬 많습니다!
-해모수도 갖춰진 상황이라 아까처럼 흑완으로 역대박을 노릴 수도 없습니다. 전투 구도로 승리를 거둬야 해요!
-진짜 중요한 전투입니다. 아까와는 차원이 달라요.
당장 화력은 환국이 앞선다.
정면싸움이 벌어지면 당연히 환국이 이긴다.
용족 입장에선 변수를 만들어야 한다.
첫 번째 변수를 전투 구도다.
환국이 자리 잡았을 때 전투를 펼치면 안 된다. 환국의 병력이 이동할 때, 그리고 지뢰가 매설 촘촘하게 매설되지 않았을 때를 노려 전투를 펼쳐야 한다.
두 번째 변수는 나가다.
이승우는 빠르게 테크를 올렸다. 술력이 찬 나가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제대로 진영을 갖추지 못한 환국의 천자총통을 잘 얼리기만 한다면 생각보다 쉽게 한 방 전투에서 이길 수 있다.
김영민도 기회는 있다.
끊임없는 천리안으로 현재 용족의 병력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파악한 후 전진을 하면 된다. 나가의 위치를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바로 쇄령술로 술력을 날려 버려야 하니까.
-모두 신중하죠. 그만큼 이 전투 결과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걸 양 선수 모두 알고 있는 겁니다.
-이번 공격이 막히잖아요? 그럼 용족의 확장을 환국이 막을 수가 없습니다. 공격력 업그레이드도 1단계밖에 되지 않았거든요. 2단계가 되려면 한참 기다려야 합니다.
중계진의 말이 끝나는 순간 전투가 벌어졌다.
전혀 예상치 못한 타이밍이 덮치는 용족의 병력.
위쪽과 오른쪽에서 용아가 우르르 쏟아져 내려왔다. 위쪽엔 지뢰를 매설했지만 미처 오른쪽은 신경 쓰지 못했다. 천자총통의 포화를 뚫고 달려온 용아가 천자총통에 달라붙기 시작했다.
화차는 전면에서 오는 병력을 막느라 뒤로 움직이지 못했다.
그때 나가가 움직였다.
언제 돌아왔는지 뒤쪽에 있는 천자총통을 얼리는 데 성공했다.
전투 구도가 용족이 괜찮다.
아스트로 팬들의 엉덩이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용족의 병력이 제대로 달라붙었어요!
-진짜 교과서적인 전투입니다. 손이 꼬여서! 병력이 서로 엉키는 경우가 허다하거든요! 근데 이승우 선수는 그런 게 하나 없습니다. 유닛 각각에게 명령을 내린 것처럼 아주 깔끔하게 병력이 움직여요! 그러면서 생산과 나가의 전략적 운용까지 동시에 해 주고 있습니다! 이런 선수가 또 어디 있단 말입니까?!
-김영민 선수도 만만치 않습니다. 비록 구도는 좋지 않지만 뒤이어 합류한 병력이 라인을 형성하며 전투를 펼쳐 주고 있습니다. 1자로 길게 늘어서서 저기까지 오려면 포화를 두세 번 맞아야 하거든요! 일단 얼어 있는 병력이 풀릴 때까지 전멸만 당하지 않는다면! 지켜낼 수만 있다면 아직 한 번 더 전진할 기회는 남아 있습니다!
치열한 전투.
모두 넋을 놓고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야말로 신들의 전쟁이 펼쳐지고 있었다.
천자총통으로 용혼을 일점사하는 컨트롤과 지뢰를 꾸준히 매설해 주는 플레이가 일품이다. 이승우 역시 무리는 하지 않았다. 앞선 라인을 깔끔하게 걷어 낸 후 바로 뒤로 빠졌다.
전리품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승우 선수 이 틈에 1시 스타팅 쪽에 신전을 하나 더 소환하네요.
-지금 화차 몇 기를 돌리기도 애매하거든요. 그 화력이 아까울 정도로 타이트하게 운영하고 있으니까요. 그걸 알고 있다는 듯 확장을 가져가는 이승우! 이제 환국은 확장 더 못 가져가거든요! 그냥 이대로 밀어 버려야 하거든요!
화통도감이 2개 더 늘어 7개가 되었다.
더 이상 확장을 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일단 뒷마당 철광 확장이 있는 전장이라 화차는 금세 다시 충원되었다. 그 말은 용족의 용아도 그만큼 충원되었다는 소리였다.
-아직 환국의 업은 1업에서 멈춰 있는데 나가의 숫자는 하나씩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거기다 이승우 선수 비렴까지 생산해 주고 있어요!
-방금 전투에서 용혼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거든요. 그래서 나가와 비렴을 동시에 생산할 금이 남아 있는 겁니다!
-무섭습니다. 이미 10분 후의 상황을 머릿속으로 그리고 경기를 펼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선수를 도대체 어떻게 이기란 말입니까?!
조합이 더 까다로워졌다.
환국은 여전히 화차, 천자총통 중심에 신기전 소수가 섞여 있는 정도다. 반면 용족은 이제 비렴까지 추가되었다.
나가가 천자총통을 얼리고 비렴이 천벌로 화차를 정리한다면?
입 신전이긴 하지만 이승우라면 충분히 해낼 것 같았다.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 시간은 용족의 편이다.
환국에겐 공2업 되는 타이밍 한 번밖에 남아 있지 않다.
용족이 확장을 가져가는 걸 그냥 눈 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사이 1시 쪽에 확장 공사가 마무리된다.
제단이 늘어갈 것이고 용족의 병력이 충원되는 통로가 두 군데로 될 것이다. 동시에 비렴의 술력도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마음 같아선 해모수로 술력을 날려 버리고 싶지만 거기까지 예상한 이승우가 비렴을 운룡에 태우고 있어 불가능했다.
-이러면 김영민 선수도 경기 길게 봐야 합니다. 6시 쪽까지 확보하며 기반을 다져야 합니다. 곧 있으면 본진하고 앞마당 마르거든요? 지금 200 병력이 있긴 하지만 이게 죽으면 아까처럼 빠르게 보충이 되지 않습니다.
-이 경기를 이렇게 이끌어 오네요. 회전력 싸움으로 경기가 이어지면 1시 스타팅과 뒷마당을 확보한 이승우 선수가 훨씬 유리해집니다. 이승우 선수도 인구수 200 다 찼거든요.
상황은 5:5.
아니 이승우가 조금 더 유리해 보인다.
아까 그 경기가 맞나 싶을 정도로 경기 양상이 달라졌다. 어떤 사람이 ‘혹시 아까 경기 재경기 판정 나서 다시 하고 있나요?’라고 글을 올릴 정도였다.
이윽고 벌어진 전투.
이번엔 승자가 확실히 나뉘었다.
-이승우! 전투를 승리로 이끕니다!
-본진과 1시에서 추가 병력이 쏟아져 나옵니다! 이거까지 합류하면 얼어 있는 병력 지킬 수가 없죠.
-전투의 신은 이승우입니다. 이승우!
환상적인 전투.
뒤쪽에 있는 병력은 나가가 얼리고 앞쪽에서 용족 병력의 진군을 방해하는 화차는 천벌로 쓸어버렸다. 눈 깜짝할 새에 용족의 병력이 환국의 병력에 달라붙었다. 김영민도 분투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처음에 병력이 얼어 화력을 잃은 것이 컸다.
-이 경기가 이렇게 장기전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10분 내에 끝날 줄 알았던 경기가 20분을 넘어 30분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제는 끝났죠. 더 이상 싸울 힘이 없습니다. 마지막 힘을 쥐어 짜내서 온 러시였거든요.
-아. 아쉽습니다. 정말 잘 싸웠는데 마지막 벽을 넘어서지 못하네요.
-GG! 김영민 선수 아쉬운 GG를 선언합니다!
-졌지만 정말 잘 싸웠습니다! 근래 들어 이승우 선수를 이렇게 몰아붙인 건 김영민 선수가 최고였던 것 같습니다.
4:3.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 경기 끝에 승리를 가져간 건 아스트로의 이승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