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58 Game No. 458 역전의 불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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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다!’
임주혁 감독이 쾌재를 불렀다.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이승우의 전진 건물을 완벽하게 찾아냈다. 이러면 이승우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대로 밀고 가거나 전략 대폭 수정.
어느 쪽으로 가도 좋다. 상대를 뒤흔들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S1 벤치가 금세 소란스러워졌다.
“이야. 저걸 발견하네.”
“본진 봤는데도 전진 건물을 의심해? 저걸 어덯게 알지. 이상한 거 거의 없는데.”
“시야가 진짜 넓다. 넓어. 쟤 나이 속인 거 아냐? 민증 확인해봐야 하는 거 아냐?”
“14살이 민증이 어딨어. 아직 학생증도 안 나온 애인데.”
김택윤의 말에 도재열이 장난스럽게 핀잔을 줬다.
“....그러게.”
오랜만에 택치미를 제대로 발산한 김택윤이 뻘쭘한 얼굴로 뒤로 물러섰다.
이건 계산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본능이다.
상대 기지에 솟대가 부족하네?
병력이 부족하네?
이런 생각에서 도출 된 결론이 아닌, 본능적인 움직임.
맹수처럼 위험의 냄새를 맡은 것이다.
이 것이 임주혁 감독이 김영민은 높게 평가하는 이유였다.
경기는 크게 유리해졌다.
이제 이승우는 소극적으로 경기를 할 수 밖에 없다. 들킨 마당에 공격을 가는 건 무의미하다. 할 수 있는 건 앞마당 확장 이후 중반 운영.
상대가 할 것이 뻔하다는 건 그만큼 운영하기 편해진다는 이야기였다.
이제 주도권은 김영민이 잡고 있다.
타이밍 러시로 압박을 해도 되고 트리플까지 가져간 후 2/1업까지 기다려도 된다.
그 사이 이승우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그저 기다리는 것이 전부.
근래 들어 이승우를 이렇게 압박한 선수는 없었다.
‘잡을 수도 있다.’
냉정히 말해 지금 상황은 환국이 질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상대는 이승우. 절대 방심해선 안된다.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된다. 김영민도 그걸 알고 있다면 승산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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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확실히 보통내기가 아니네?
이걸 찾아낼 줄이야.
9시 제단의 시야에 화차가 잠깐 보였을 때 크게 놀랐다. 얘가 왜 도대체 여기 있는거지?
잠시지만 사고가 멈췄다.
잘못 된 건 없었다.
정찰 타이밍까지 계산해서 만들어낸 빌드다.
오히려 본진을 보면 속을 수 있도록 정교하게 짰다.
이질적인 걸 최대한 줄이기 위해 여의주탑이 돌아가는 시간도, 인구수도 모두 맞췄다. 전체적인 상황을 보고 있다면 모를까 이 화면만으론 절대 알아낼 수 있다.
하지만 상대는 알아냈다.
그렇다는 건 본능적으로 찾아냈다는 말.
그 것이 운이든 실력이든 칭찬해줄만한 것이었다.
승부를 가르는 것이 바로 이 본능이었으니까.
보통 피지컬이 좋아도 개인리그 4강 이상 가지 못하는 선수들은 이 점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확신이 있을 때까지 움직이지 않는 것.
그리고 모험을 하지 않는 것.
프로리그에서 높은 승률을 가져다줄 순 있어도 개인리그에선 오히려 독이 된다.
상대는 어린 나이임에도 과감함을 지니고 있었다.
오히려 나이가 어려서 그런건가?
진짜 난 저 나이때 뭘 했는지 궁금해진다.
이러면 노선을 변경할 수밖에 없다. 상대가 아는 걸 뻔히 해주는 건 GG를 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상대가 흔들기에 약한 스타일이라면 전략을 그대로 쓰는 것도 하나의 심리전이겠지만 지금 상태를 보니 속을 것 같지도 않다.
오히려 상대에게 도움을 주는 꼴이 되겠지.
이래저래 상황이 복잡해졌다.
냉정하게 지금 상황을 판단해보자.
솔직히 말하면 경기는 거의 졌다. 연습 경기였다면 GG를 치고 다시 하자고 했을거다.
하지만 지금은 프로리그, 그 것도 에이스 결정전이다.
절대 포기하지 않을거다.
투혼이라는게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줄거다.
당장 모든 걸 해결하려고 하면 안 된다.
그랬다간 손조차 쓸 수 없게 된다.
하나씩 차분히.
엉킨 이어폰 줄을 푸는 것처럼 해야 한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분명 이 위기를 타개할 방법은 있을 거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 방법을 찾아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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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승우 선수 진짜 대단한 게 들키는 순간 당황하지 않고 빌드를 바꿨습니다. 마치 원래 그렇게 하려고 했다는 것 처럼!
-전진 제단 중 하나는 취소하고 흑완 역시 1기만 생산하고 바로 앞마당을 가져갔습니다. 만약 준비한대로만 했다면 아무 것도 못하고 당할 수도 있었거든요? 이런 점은 칭찬해줘야합니다.
-그래도 지금 김영민 선수가 유리한 건 확실합니다. 이 유리함을 끝까지 놓치지 않고 끌고 가기만 한다면 엄청난 사건이 터질 수 있습니다!
상황은 환국이 좋다.
전략이 모두 꼬인 용족.
선택한 앞마당도 본인의 의지가 아닌 강요에 의한거나 마찬가지다.
그나마 센스있게 전략의 방향을 전환한 이승우.
올인이 아닌 앞마당을 가며 운영을 준비했다.
이마저 없었다면 경기는 9:1까지 기울었을 것이다.
냉정하게 지금 경치를 펼치는 선수가 이승우가 아니라면 8:2 이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이승우가 경기를 펼치고 있었기에 7:3이나 6:4까지 보는 이들이 꽤 많았다.
현재 환국은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있다.
화통도감 하나를 유지한 채 바로 풍운청을 올렸다.
그리고 화살탑 하나 없이 천부단의 천리안으로 흑완을 막아내는데 성공했다.
이제 공격의 턴은 환국에게 넘어갔다.
화통도감에서 생산 된 4기의 화차가 금와를 타고 본진으로 들어가면 용족은 또 한 번 곤혹을 치르게 된다.
앞마당에 확장을 가져가고 흑완 테크까지 올린 용족이 당장 현룡을 갖추는 건 힘들다.
걸어오는 흑완을 막기 위해 대다수의 지뢰를 앞마당 입구와 뒷마당 입구에 매설해 놓은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이승우 선수 그래도 감 좋네요. 용아와 용혼의 찌르기로 천자총통이 아직 없다는 걸 알아냈습니다.
-천자총통 없이 화차만 보인다? 확실히 이상하거든요! 바로 본진에 용혼을 배치하는 이승우!
-어쨌든 지금 환국의 화통도감은 하나고 제단은 세 개입니다. 용혼으로 4화차 드랍을 완벽하게 막아내면 어느 정도 잃었던 균형을 되찾을 순 있습니다!
쉬운 일은 아니다.
화차가 용혼의 공격을 무시하고 용안을 찍어 잡아도 이득이다.
화차를 막아낸다고 해도 용족이 공격을 갈 타이밍은 없다.
확장을 빠르게 가져가 아직 용의 신전조차 올리지 않은 상태.
어디에 지뢰가 매설되어 있는지 모르기에 함부러 움직이기 힘들다. 지뢰가 어디 있는지 알았던 염우석 전과 다르다.
상대가 움직일 때까지 또 기다려야한다.
확장을 하면 발맞춰 따라 가야하고 타이밍 러시가 오면 또 제단을 늘려 한 번 막아 줘야한다.
-자. 금와 날아갑니다. 용혼이 있긴 해도 화차의 공격력이면 용안 줄이는 건 순식간이거든요.
-이승우 선수 괴로워요. 괴롭습니다!
-김영민 선수 판단 진짜 좋네요. 용안만 찍어 잡고 있어요. 이러면 용족이 막아도 손해죠!
-벌써 8기의 용안이 잡혔습니다. 이러면 앞마당 먼저 완성되어도 제대로 돌릴 수가 없죠.
-그래도 이승우 선수 이 정도면 정말 잘 막아 낸 겁니다. 아예 경기가 끝나는 수가 있었는데 그래도 한 번 더 전투를 봐야하는 정도는 유지했습니다.
이승우라 이 정도 막아 낸거다.
다른 선수였다면 훨씬 더 큰 피해를 입었을 거다.
아예 경기가 끝났을 수도 있다.
앞마당과 본진에서 용안을 생산하느라 제단이 늘어나는 것이 조금 늦춰지고 말았다.
이 자체도 피해였다.
-김영민 선수 완벽하게 경기하네요. 앞마당에 군영 올리면서 화통도감을 3개까지 늘려줍니다. 이건 타이밍 러시 한 번 가겠다는 거거든요!
-좋죠. 아주 좋습니다. 지금 이승우 선수는 용안 복구하느라 정신 없거든요? 3화통 타이밍을 막는 것이 정말 힘듭니다.
-김영민 선수 데뷔하자마자 사고 한 번 치나요? 현재 최강 이승우를 잡아내나요?
중계진의 목소리가 점차 커졌다.
이대로 경기가 끝난다면 일대사건이다.
올해 최고의 이변.
최연소 공식전 승리 따윈 중요하지 않다.
이승우를 상대로 최연소 에이스 결정전 승리라는 대기록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김영민은 쉬지 않고 움직였다.
4화차 견제가 끝난지 얼마지 않았는데 금와에 천자총통 2기를 태워 이승우의 앞마당 뒤 쪽으로 보냈다. 그 쪽에 이승우의 병력이 주둔하고 있지 않았다.
본진과 앞마당 입구를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퉁퉁포에 2기의 용안이 잡힌 것도 피해지만 일하고 있던 용안이 본진으로 돌아간 것이 더 큰 피해였다.
-이런거 진짜 좋네요. 어차피 본진에 있으면 할 거 없거든요. 죽지만 않는다면 이렇게 견제를 보내는 주는게 훨씬 더 낫죠!
-환국이 너무 유리합니다.
-이승우 선수 괴롭습니다. 이렇게 주도권을 빼앗기고 당한 경기가 있나요?
-없죠.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 선수가 놀라운 것 아니겠습니까?!
이승우는 이를 악물고 경기를 하고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눈이 매섭다.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바삐 움직이는 손이 지금 상황이 어떤지 말해주고 있었다.
3화통도감이 완성 된 김영민이 타이밍 러시를 나올 준비를 했다.
빈 금와로 이승우의 시선을 끌려 했지만 속지 않았다.
김영민의 진출로에 있던 흑완이 모든 걸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런 센스가 경기를 역전하는 시발점이 된다.
천자총통 4기와 화차 2기가 슬금슬금 올라왔다.
아직 화차의 수가 적지만 문제없다.
이승우도 용혼의 수가 그리 많지 않았으니까. 어차피 화차는 금세 추가가 된다. 미리 천자총통으로 자리를 잡으려는 것이다.
아주 좋은 움직임.
이재명 감독의 얼굴이 급속도로 어두워졌다.
상황이 좋지 않다.
‘민규를 내보낼 걸 그랬나?’
이번 에이스 결정전은 이승우 아니면 한민규가 경기에 나가기로 이야기가 되어 있었다.
패배를 한 한민규보다 승리를 거둔 이승우가 낫겠다 싶어 내보냈는데 상대의 저격에 제대로 된 힘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리 이승우의 실력이 뛰어나도 이렇게 상황이 꼬여버리면 어쩔 수 없다.
100번 싸워 100번 모두 이길 수는 없는 것이었으니까.
오늘 패배하게 된다면 이건 선수의 책임이 아닌 감독의 책임이다.
5세트부터 에이스 결정전까지.
임주혁 감독과의 엔트리 싸움에서 완전 밀려버렸다.
‘확실히 보통내기는 아냐.’
이렇게 노련한 엔트리라니. 올해 처음 감독을 맡는 것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앞으로 머리 아플 날이 많겠구나.’
이재명 감독도 각오를 다졌다.
전 시즌처럼 했다간 절대 우승할 수 없다는 걸 느꼈다.
-김영민 선수 올라옵니다. 센스 있게 시야를 확보해 줄 풍혼까지 생산해줬습니다.
-어차피 풍운청 짓지 않았습니까? 최대한 활용해줘야죠!
-자. 근데 변수가 하나 있습니다. 지금 김영민 선수 흑완이 있는거 모르거든요? 지뢰에 역대박이라도 나는 날엔 지금까지 거둔 이득 한 순간에 사라질 수 있습니다.
이승우도 비수 한 자루를 몰래 품고 있었다.
움직이면 흑완이 있다는 걸 바로 알아차리겠지만 가만히 있는 흑완은 알아 차리기 힘들다.
아직 지뢰가 매설되지 않은 지금 흑완은 움직일 필요가 없다.
지뢰가 다수 매설되면 용혼과 함께 동시에 움직여야한다.
그때 이 라인을 걷어내지 못한다면 경기는 그대로 끝이 난다.
장내에 긴장감이 흘렀다.
그 순간.
-자. 움직입니다!
-이번 전투가 경기의 결과를 결정합니다! 과연 누가 승리할 것인지?!
이승우가 모든 병력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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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서 죄송합니다.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