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57 Game No. 457 에이스 결정전 =========================================================================
아스트로에선 예상대로 이승우가 나왔다.
반전은 S1에서 있었다.
-아. 진짜 이 선수가 나오나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에이스 결정전에 나온 선수는 바로 김영민 선수입니다!
-김택윤, 정명혁, 임형규, 도재열을 제치고 에이스 결정전에 김영민 선수가 나올 줄 예상했던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경기장이 술렁입니다. 진짜 엄청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번 에이스 결정전을 만드는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김영민이 에이스 결정전에 다시 한 번 나왔다.
두 가지 의미가 있을 수 있다.
하나는 현재 최고의 선수를 만나 경험을 쌓으라는 것.
다른 하나는 이번 경기를 잡아오라는 것.
아무래도 첫 번째 의미가 더 크겠지만 김영민이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운 것이었다.
실력을 인정받음과 동시에 S1의 미래로 낙점되었다는 말과 같았으니까.
김영민에게 너무 가혹한 경기가 아니냐는 사람도 있었지만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이들이다.
기회다.
엄청난 기회를 임주혁 감독이 준 것이다.
그는 김영민은 믿고 있다.
전 시즌 결승 상대였던 아스트로와의 에이스 결정전에 내보내는 것이 그 이유다.
이 기회를 살리느냐 못 살리느냐는 김영민에게 달려있다.
이승우와 함께 무대에 서있는 모습이 어색하다. 긴장을 했다는 뜻이 아니다. 그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그림이라는 말일 뿐이다.
김영민은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분위기를 즐기는 듯 보였다.
14살의 어린 소년이 에이스 결정전이라는 자리에 나오는데 전혀 긴장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임주혁 감독의 선택이 옳을지도 모른다.
도택형명.
S1 최고의 선수들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데이터가 너무 많다.
특히 이승우에게 더.
임형규 같은 경우 데뷔한지 1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승우가 과거 S1 2군에 있을 때 수많은 경기를 치렀다.
그렇기 때문일까?
S1은 이승우에게 약한 모습을 많이 보였다.
어떤 수를 써도 이승우가 꿰뚫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반면 김영민은 이승우가 나간 이후 새롭게 수혈 된 선수다.
이승우가 전혀 상대해보지 않았다.
데이터 역시 없다.
대화조차 해보지 않았다.
공식전 1전 1승.
그 1승마저 오늘 만들어낸 것이다.
이승우와 같은 용족을 상대로.
이 한 경기로 김영민의 플레이 스타일을 분석해내는 건 불가능하다.
거기까지 계산을 끝마친 것이 아닐까?
어떤 결과가 나와도 S1은 잃을 것이 없다.
설사 패배한다 치더라도 현존 최강의 선수에게 당한 것이기에 쓴 소리를 들을 이유가 없다.
반대로 이긴다면 어마어마한 영광이 뒤따른다.
최연소 에이스 결정전 승리.
그리고 그 상대가 이승우.
S1에 만연하게 퍼져 있는 이승우 공포증을 털어낼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
이승우는 반드시 이겨야한다.
이기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지면 난리가 난다.
그 부담에서 얼마만큼 자유로울 수 있느냐가 이번 경기의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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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아까 그 아이가 나오는 건 아닐까 생각했는데 진짜 나올 줄이야.
경기를 보고 한 번 붙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이렇게 빠르게 붙을 줄은 몰랐다.
상대 선수 나이가 어리다고 설렁설렁 할 생각은 없다.
만약 그렇게 생각하는 선수가 있다는 그 사람은 프로게이머의 자질을 갖추지 못한 거다.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프로게이머고 같은 무대에 올랐다는 사실이 훨씬 중요하다.
에이스 결정전 전장은 천공의 눈.
용족을 상대로 마수가 상당히 유리한 전장이다.
그래서 에이스 결정전에 형규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실제로 이 전장에서 형규는 상당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우리 팀도 고민을 많이 했다.
내가 역 저격용 빌드를 들고 나갈 것인가?
아니면 변칙적으로 민규나 현우 형이 나설 것인가?
우리 팀은 원래 했던 대로 선택했다.
하지만 S1은 변칙을 선택했다.
S1도 이 생각을 했을 거다. 에이스 결정전에 내가 나오지 않을수도 있다고. 그래서 김영민을 내보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오지 않을 수도 있는 거지 나오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그렇게 가능하다면 지금처럼 치열하게 엔트리 싸움을 할 필요가 없다.
즉 상황이 달라져도, 그러니까 내가 나오더라도 상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 것이다.
전장의 유리함을 버려가면서까지 내보낸 건 다 이유가 있다.
원하는 걸 하게 둘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
그 전에 찌른다.
무조건 방해한다.
그렇게 승리를 가져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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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혁 감독이 술렁이는 관중석은 쓱 훑어보았다.
예상 된 반응이다.
그가 관중이라도 이와 같은 반응을 보였을 거다.
이 중요한 순간에 오늘 막 데뷔전을 치른 선수를 내보내고 싶냐고.
하지만 감독으로 김영민을 지켜본 임주혁 감독의 대답은 이렇다.
내보내기에 충분하다고.
사실 김영민은 처음 입단했을 때부터 프로리그에 나가도 될 정도로 출중한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천재.
임주혁 감독과 최연규 코치가 김영민의 플레이를 본 순간 떠올랐던 단어다.
투박하고 거칠다.
정교하게 다듬어진 것이 아니라 본능에 가까운 움직임.
대충 보면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이 보이는 경기.
하지만 둘은 전율했다.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선수가 나타났으니까.
당장이라도 경기에 내보내고 싶었지만 참았다.
아니 아꼈다.
김영민의 장점을 더욱 더 살려주기 위해서, 그리고 조금 더 중요한 시기를 위하여.
현재 최고의 환국 선수를 꼽자면 이영우를 꼽을 수 있다.
이는 임주혁 감독도 인정한다.
‘이영우’는 한 명이다.
이영우처럼 플레이할 수 있어도 이영우 자체가 되는 건 불가능하다.
이 차이를 확실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영우의 경기는 그저 참조하는 것에 그친다.
나머지는 해당 선수가 채워나가는 것이다.
자신의 몸에 맞춰서.
그 훈련을 지속적으로 했다.
다행히 김영민은 잘 따라왔다.
그리고 드디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준비가 끝났다.
그 날이 바로 오늘이다.
승패는 상관없다.
이미 김영민은 세상을 뒤집어 놓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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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건 엄청난 사건이네요. 일단 역대 최연소 에이스 결정전 출전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103일 당겼던 최연소 승리. 에이스 결정전 출전은 무려 2년이나 앞당겼습니다.
-이 어린 선수에게 팀의 운명을 맡겼다는 건 그 만큼 믿을만한 실력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그렇죠. 그 사실이 중요 한 겁니다. 양 선수 준비가 완료 되었다고 합니다! 바로 경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 에이스 결정전의 전장 천공의 눈에서 경기가 시작되었다.
위치는 세로가 나왔다.
11시에 이승우의 본진이 있었고 7시에 김영민의 본진이 있었다. 이승우와의 경기가 시작되었음에도 김영민의 눈동자는 흔들림하나 없이 고요했다.
위축따윈 찾아볼 수 없었다.
상대가 누구건 똑같은 모습을 보인다는 건 굉장히 중요한 것이었다. 이에 대한 중계진의 칭찬이 이어졌다.
초반부터 경기는 숨 가쁘게 흘렀다.
먼저 칼을 빼든 건 이승우였다.
-앞마당에 제단을 소환하는데요?
-초반에 강하게 찌르겠다는 뜻이죠. 일단 정찰도 좋습니다. 첫번째 정찰이 바로 7시로 내려갔거든요!
무언가 심상치 않다는 걸 감지했는지 김영민이 건물 심시티로 입구를 막으려했다. 하지만 이승우가 조금 더 빨랐다. 두 번째 창고가 건설 될 자리에 미리 솟대를 소환해 입구를 막지 못하도록 방해했다. 그 사이 생산 된 용아가 아래 쪽으로 빠르게 내려오고 있었다.
-강하게 압박합니다.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있는데요?
-당연히 그래야죠. 선수라면 그래야 하는게 맞습니다.
김영민도 만만치 않았다.
전혀 당황하지 않고 일꾼 4기를 동원해 솟대를 파괴하는데 성공했다. 3기는 유유히 자원을 채취하러 돌아갔고 남은 1기가 바로 창고를 건설해 입구를 틀어막는데 성공했다.
용아가 도착하기 직전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러면 이승우 선수가 솟대를 소환한 것이 손해가 되죠.
-김영민 선수 대처가 완벽했습니다. 이러면 이승우 선수는 손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거든요!
-쓰읍. 아. 김영민 선수 진짜 차분한데요? 움직임이 굉장히 좋습니다. 일단 이승우 선수의 용아 견제는 수포로 돌아갔다고 봐야죠.
-좋습니다. 아주 좋아요. 이거 경기가 굉장히 흥미진진하게 흘러가는데요?
입구를 틀어막고 본진에서 안전하게 화통도감을 올리는 김영민.
이승우도 더 이상 용아를 찍지 않았다.
이제 선택지는 두개다.
무난하게 앞마당을 가져가며 중후반 힘 싸움으로 가든가 흑완이나 지룡을 빠르게 쓰든가.
이승우의 선택은 후자였다.
-용아 찌르기가 끝이 아니네요. 바로 9시 쪽으로 향하는 향하는 용안. 어떤 건물이 올라갈지는 모르겠지만 전진 건물을 하려는 듯 보입니다.
-이승우 선수 독하게 하네요. 네가 하고 싶은대로 무난하게 두지 않겠다 이거죠!
-이제 막 이승우 선수의 본진을 찾은 김영민! 바로 일꾼을 본진으로 올려줍니다.
앞마당에 소환되어 있는 제단으로 일꾼을 보는 순간 본진의 여의주탑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아마 용혼의 사업 대신 공중 유닛의 공격력 개발을 찍어 줬을거다.
전진 솟대가 있다는 걸 속이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나는 지금 용아 찌르기 이후 무난하게 앞마당을 가져갈 생각이다라는 걸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정말 대박인 것이 솟대의 숫자와 인구 수를 맞춰주고 있다는 말이었다.
이 것이 무슨 말이냐면 보통 이런 상황에서 본진에 소환되어 있는 솟대의 숫자가 몇개인지 확인하는 것이 용족의 전진 건물 시리즈를 판단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다.
이승우가 계속해서 용아를 찍어주었다면 현재 있는 2개의 솟대로 커버할 수 있는 인구수와 현재 있는 유닛이 서로 맞지 않는다.
솟대 하나를 어딘가에 숨겨지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승우는 더 많은 유닛을 생산할 수 있음에도 2개의 솟대로 커버할 수 있는 유닛만 딱 찍어주고 있었다.
작은 부분까지 신경쓰고 있는 것이다.
이러는 와중에 9시 쪽에 황룡성지가 소환되었다.
이승우는 흑완을 준비하고 있었다.
전에 이영우를 상대로 했던 전략과 비슷하다.
이영우가 이승우의 심리전에 속아 꼼짝도 못하고 패배했던 경기에도 비슷한 전략이 쓰였다.
아마 황룡성지가 지어진 곳에 2개, 많으면 3개까지 제단이 소환 될거다.
본진으로 통하는 길이 하나 밖에 없는 보통 전장과 달리 천공의 눈은 뒷마당확장 쪽 언덕과 중앙으로 가는 길에 있는 철광에 용안 비비기를 해 유닛을 상대 뒷마당 언덕으로 올릴 수가 있다.
앞마당 입구와 뒷마당 입구로 동시에 흑완이 침투하면 막아내기 버겁다.
이러한 특성을 지닌 전장이기에 이승우가 이처럼 과감한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그때였다.
-어? 지금 김영민 선수의 화차가 전장을 이리 저리 배회합니다?
-설마 지금 전진 건물을 찾고 있는 것인가요?
-조금 타이밍이 이상한 것이 없잖아 있긴 하거든요. 용혼이 나오는 타이밍이 아주 조금 늦습니다. 근데 그건 모든 상황을 보고 있는 저희기에 집어낼 수 있는 것이지 실제 경기를 펼치는 선수가 잡아내기엔 정말 어려운 건데... 설마? 설마? 진짜 알아내나요?
6시를 확인한 화차가 이번에 향하는 곳은 9시 쪽이었다.
아직은 정확히 9시로 가는지 알 수 없다.
그저 이승우의 본진 쪽으로 화차를 숨겨두려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모든 관중이 숨을 죽인 채 화면을 바라보았다.
지금 화차가 그대로 쭉 올라가면 이승우의 전략은 성공하는 것이고 왼 쪽으로 방향을 확 틀면 이승우의 전략은 완벽히 무너지는 것이었다.
김영민의 선택은.
-좌회전!!!!!! 화차가 9시 안으로 들어갑니다!
-이건 단순히 운이 아닙니다. 무언가 이상한 건 눈치 챘다는 거거든요!
-봤어요! 제단이 소환되고 있는 것도 봤고! 황룡성지가 완성 된 것 도 봤습니다!
9시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모든 걸 봤다.
이승우의 전략은 실패했다.
보는 순간, 환국이 대처하는 순간 경기는 크게 환국에게 기운다.
정말 오랜만에 이승우의 얼굴에 놀라움이 떠올랐다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