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로더 신들의 전쟁-456화 (456/575)

00456  Game No. 456 박진감 넘치는 경기.  =========================================================================

****

올 시즌 첫 이변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이 벌어졌다.

만 12세 340일.

이 어린 나이를 가진 소년이 프로게이머를 상대로 1승을 거뒀다.

단순히 출전하는 것만으로 대단한데 승리까지 따낼 줄이야.

모두가 경악했다.

역대 최연소 기록을 무려 103일이나 앞당긴 기록이다.

이벤트로 당첨되어 무대로 올라와 프로게이머에게 핸디캡을 주고 펼친 경기가 아니다. 아이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프로 게이머가 봐준 것도 아니다.

서로 전력을 다했다.

30분간의 대 혈전 끝에 승리를 거머쥔 건 김영민이었다.

모두가 경악했다.

이게 14살이 보여줄 수 있는 운영이란 말인가?

앳된 외모를 지닌 김영민의 손에서 나온 플레이는 그 어떤 프로게이머보다 노련했다.

이 어린 선수가 심리전을 쓴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김영민이 부스에서 내려오는 순간 임주혁 감독부터 모든 선수들이 김영민을 격하게 반겼다.

누가보면 개인리그 우승이라도 한 줄 알 것이다.

지금 이 승리엔 그 정도의 가치가 있었다.

아직 초등학교 졸업식도 치르지 않은 선수가 프로리그에서 승리를 신고한 것이다.

최태양이 처음 등장했을 땐 어마어마한 파장이 있었다.

지금은 그보다 훨씬 더 큰 파장이 이스포츠계를 덮쳤다.

이영우도, 이제운도, 이승우도 할 수 없는 기록이 하나 만들어진 것이다.

이 순간 가장 씁쓸한 건 아마 최태양이 아닐까 싶다.

김영민은 초반부터 과감했다.

8도감을 전진해서 짓더니 바로 망루 러시를 시도했다.

무난한 운영을 준비해왔을 것이라는 중계진의 예상을 180도 뒤집어버리는 공격이었다.

용족전에서 이와 같은 망루 러시는 잘 나오지 않는다.

대부분 마수를 상대할 때 나오는 전략이다.

이러한 망루 러시가 용족전에서 빛을 보는 경우는 하나.

상대가 생더블을 했을 때였다.

이 밖의 다른 빌드를 했다면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

보통 데뷔전에서 초반 날카로운 공격보다 자신이 가장 자신있어 운영을 택하기 마련이다. 한 번 실수에 패배를 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김영민은 그러지 않았다.

패배해도 상관없다는 듯 과감한 전략을 시도했고 그 움직임이 제대로 먹혔다.

하필 윤여준이 준비한 빌드가 생 더블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마 이 빌드를 염두에 두지 않았나 싶다.

전장이 크고 확장을 수비하기에 용이한 지형을 지니고 있었는 전장이었으니까.

김영민의 공격에 윤여준이 허무하게 앞마당을 내줬다.

이렇게 내줄 앞마당이 아니었다.

중계진의 칭찬과 관중들의 박수가 동시에 쏟아졌다.

김영민이 순식간에 분위기를 휘어잡았다.

반면 앞마당이 파괴되며 불리하게 시작한 윤여준.

처음부터 용안을 뒤로 쭉 뺐으면 그나마 괜찮았겠지만 망루가 건설되는 걸 막으려 전투에 동원되는 바람에 용안이 조금 상하고 말았다.

그 후 한 방 싸움에서 이기는 등 어떻게든 경기를 다시 뒤집으려 노력했지만 김영민의 단단한 수비를 뚫을 수 없었다.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은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다.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4:1로 경기가 끝나지 않았다.

5세트가 끝났음에도 경기는 계속된다.

S1의 벤치가 불타오른다.

여전히 3:2로 뒤지고 있는 건 맞지만 오히려 이기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다.

이 모든 것은 14살의 어린 소년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

“고생했다.”

무대를 내려오는 여준이를 모두 꼭 안아주었다.

여준이는 아무 말이 없었다.

표정이 영 좋지 않다.

홀로 색을 잃은 것 같았다. 시선이 흔들리는 것이 아직 경기 내용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듯 싶다.

충격이 크겠지.

클 수 밖에 없다.

여준이도 실전 경험이 그리 많지 않지만 어쨌든 한 시즌을 치러낸 선수다.

절대 이번 경기에서 지지 않는다는 마인드로 부스에 올랐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정 반대로 나왔다.

땀을 뻘뻘 흘리며 경기했지만 끝내 14살 선수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제 막 데뷔전을 치르는 선수, 그 것도 14살 밖에 되지 않은 선수에게 패배한 걸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어쩌면 트라우마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

그걸 막는 것이 우리들이 할 일이었다.

여준이가 잘못한 건 없다는 것을, 그리고 누구든 질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줘야 했다.

이 패배에 대해 결코 혼자 책임질 필요 없다는 것도 함께 말이다.

“빌드가 너무 심하게 엇갈렸으니 마음에 크게 담아두지마라.”

“그래. 우리가 예상 못했어. 생각보다 세게 나오네. 본진에서 안전하게 화통 더블 할 줄 알았는데.”

단순히 위로를 위한 말이 아니었다.

실제로 그랬다.

여준이의 생 더블은 팀 회의에서 결정 된 것이다.

단독적인 선택이 아니라 모두 머리를 모아 짜낸 전략이라는 말이다.

엄밀히 따지면 여준이가 진 게 아니다.

우리 팀이 S1에게 전략 싸움에서 패배한 것이다.

보통 신예는 과감한 빌드를 쓰지 못한다.

이기는 것보다 허무하게 지지 않는 것에 더 집중하기 때문이다.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패배했을 때 놀림감이 되는 걸 두려워하는 거다.

그렇기에 빌드로 상대를 압박하기보단 무난하게 초반을 넘기는 걸 선호한다.

하지만 김영민은 달랐다.

그걸 예상하지 못한게 패착이었다.

초반에 피해를 받은 순간 크게 불리해졌다. 그마나 여준이가 잘해서 30분까지 경기가 온 거지 그 후 대처가 좋지 못했다면 10분도 훨씬 전에 경기가 끝났을 거다.

중간에 환국의 한 방 병력을 막아내는 전투는 예술이었다.

“이제 민규랑 정명혁이랑 붙나?”

“네.”

“환환전이라.”

감독님이 손으로 턱을 매만지셨다.

동족전은 언제나 변수가 많다.

환환전 같은 경우 자리 잡기가 가장 중요한데 이 걸 가장 잘하는 선수가 바로 정명혁이였다.

어릴 적 바둑을 배웠기 때문인지 판을 읽는 눈이 뛰어났다.

어느 지역을 장악해야 상대의 숨통을 움켜쥘 수 있는지 정확히 아는 것 같았다.

“상대의 공격에 휘말리지 말고 자리를 지켜. 분명 너를 흔들려고 할거야. 그게 아니면 역으로 함정을 파고 기다리겠지. 네가 해야 할 것을 해. 그러면 조금 더 멀리 볼 수 있을거다.”

자신이 해야할 것만 생각하는 건 보통 독이지만 가끔 그렇게 운영 해야할 때가 있다. 오늘이 그 날이었다.

“알겠습니다. 감독님.”

장비를 챙겨드는 민규의 두 눈이 맑게 빛났다.

****

-아. 진짜 대박이었습니다. 이 어린 선수가 전혀 위축되지 않고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보통 선수가 아닙니다. 그 누구도 하지 못했던 대기록 아닙니까? 지금 시대를 풍미하고 있는 이승우 선수도, 그 전에 시대를 지배했던 이제운, 이영우도 이 나이 대엔 프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지 못했습니다. 연습생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이 어린 선수가 부담감이 큰 5세트에 나와 멋지게 승리했습니다. 팀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선수가 이렇게 분투하고 있는데! 어찌 베테랑들이 물러날 수 있겠습니가?!

-전의가 불타오르죠.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아주 귀중한 1승 아닙니까? 이 1승을 헛되이 할 수 없죠. 에이스 결정전 끌고 가야죠. 거기서 경기 이겨서 승리로 마무리 지어야죠!

-그러기 위해서 지금 정명혁 선수가 나왔습니다. 에이스 결정전으로 경기를 이끌어가기에 아주 적합한 선수죠. 상대 역시 한민규 선수입니다. 이미 저번 시즌 프로리그 결승전에서 한 번 잡아낸 적이 있지 않습니까?!

-한 수 높은 경기력을 보여주면 완벽하게 제압했었죠. 오늘도 그런 경기가 나올 수 있을지. 그럼 바로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6세트 경기가 시작되었다.

양 팀 모두 절박한 사정이 있다.

아스트로 입장에선 에이스 결정전까지 가는 일 없이 여기서 경기를 마무리 짓고 싶을 것이다. 아무리 이승우가 있다 하더라도 준비된 S1은 무섭다.

방금 전에도 보지 않았는가?

분명 에이스 결정전 전장에서 이승우를 저격할 수 있는 빌드를 준비해왔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스트로에 다른 선수들도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전 시즌보단 의존도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많은 승수를 이승우가 책임지고 있다.

짧은 시일 동안 너무 많은 경기를 치르게 해 부담을 지우는 건 좋지 않다.

에이스를 쉬게 만드는 것도 분명 필요한 일이다.

S1도 절박하긴 마찬가지다.

사라져버릴 줄 알았던 기회가 기적적으로 다시 살아났다.

절대 놓칠 수 없다.

두 팀의 상황이 경기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섣불리 움직이지 않는다.

둘 다 신중하게 움직인다.

서로 함정을 팠지만 걸리는 사람은 없다.

화려한 전투는 없지만 이미 소리없는 전쟁이 한참 진행중이었다.

치열한 머리싸움.

병력이 한 시도 쉬지 않고 바로 바로 움직였다.

천리안 뿌리는 소리가 경기장에 계속 울려퍼졌다. 상대의 약한 지역을 찾는 쪽과 간파당한 곳에 즉각 수비 병력을 보내는 눈치싸움이 벌어졌다.

균형을 무너뜨리는 건 정명혁이였다.

-결단을 내리는데요?

-금와에 병력을 잔뜩 태웁니다. 이게 안전하게 떨어지면 진짜 핵과 같은 위력을 발휘하지만 중간에 요격이라도 되면 진짜 한 순간에 경기 내주는거거든요.

폭탄드랍.

정명혁의 금와가 향하는 곳은 놀랍게도 한민규의 본진이었다.

가장 가면 안 될 곳을 역으로 선택한 것이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판단이다.

금와가 올 법한 확장 지역엔 이미 수비 라인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지만 의외로 본진은 허술하다. 시야를 벗어나 본진으로 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까닭이다.

만약 정명혁이 한민규의 시선을 다른 곳에 돌리고 그 빈틈에 금와를 꽂아 넣는다면?

제대로 허를 찌르는 수가 될 것이다.

정명혁은 여기까지 계산을 마쳤다.

미끼 병력이 한민규의 시선을 끄는 동안 금와가 거침없이 한민규의 본진으로 향했다. 이미 예상 경로에 천리안을 뿌려 위험 요소가 없다는 걸 확인했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는 금와.

그래도 한민규도 대단한 것이 정명혁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걸 눈치챘다.

전장 곳곳에 뿌려지는 한민규의 천리안.

-봤습니다! 봤어요!

-한민규 선수도 진짜 보통이 아니네요! 정명혁 선수가 이런 실수를 할 리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무언가 있는 것 같아 이렇게 천리안을 전장에 뿌린 것이거든요!

-이제 알았습니다. 본진으로 금와가 날아오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

-바로 돌아와야죠. 라인 조금 뒤로 물러서는 한이 있더라도 본진부터 막아야합니다!

한민규에게 두 개의 숙제가 생겼다.

본진 막겠다고 대책 없이 병력을 빼면 안 된다.

그랬다간 요지를 정명혁에게 잡히고 말 것이다. 최소한의 방어선을 유지한 채 본진을 돌려야한다.

하지만 이마저 쉽지 않다.

공중으로 날아오는 병력을 지상으로 쫓는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았다.

결국 본진에 정명혁의 병력이 떨어졌다.

완벽하게 진영을 잡아 진천형을 하는 천자총통들.

간격이 너무 좋다.

서로간의 포격에 다치는 일 없이 상대의 병력을 상대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었다.

-한민규 선수 큰일났습니다. 창고가 꼼짝없이 다 날아가게 생겼습니다! 이러면 추가 병력이 안나오죠!

-부랴 부랴 확장에다가 창고 건설하고 있긴 한데 화통도감도 지키기 힘들어 보입니다. 이러면 후속 싸움이 전혀 안되죠!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많은 걸 걸었던 드랍이었기에 그만큼 얻는 것도 컸다.

창고를 파괴하면서 한민규가 한 동안 병력을 생산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인구수에 빨간불이 들어왔고 자원이 마구 쌓이기 시작했다.

결코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다.

분위기를 잡은 정명혁은 쉴틈없이 한민규를 몰아붙였다.

약해진 수비 라인을 일꾼을 동원해 뚫는데 성공했다.

본진이 날아간데 이어 확장이 하나 둘 날아가기 시작했다.

팽팽하게 유지되었던 전선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저명혁의 공격에 한민규가 GG를 선언했다.

한민규도 잘했지만 정명혁의 움직임이 정말 소름 끼쳤다.

금와에 병력을 태워 본진으로 간 것이 신의 한수였다.

결국 스코어는 3:3.

승부는 에이스 결정전에서 가르게 되었다.

****

<ㅎㄷㄷ 개 꿀잼 ㅎㄷㄷ>

<지린다 지려. 아무리 S1이 요즘 폼이 살짝 안좋긴 해도 괜히 최강이라고 불리는게 아니구나.>

<그런 말 모르냐?ㅋㅋ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

<누가 환환전 지루하다고 했냐? 존나 영화같았닼ㅋㅋ>

<근데 이 경기가 에결까지 올 줄 알았냐?ㅋㅋㅋ>

<난 몰랐.....5세트 듣보나왔을 때 경기 끝나는 줄알았는뎈ㅋㅋ>

<듣보는 ㅂㅅ. 니가 모르면 듣보냐? 처음에 김영민 S1 온다고 해서 존나 개 난리났었는데 ㅉㅉㅉㅉ>

커뮤니티가 후끈 달아올랐다.

1위와 2위 팀의 대결답게 아주 박진감 넘치는 스코어가 나왔다.

이제 단 한 경기로 승부가 갈린다.

에이스 결정전에 과연 어떤 선수가 붙게 될 것인가?

일단 아스트로는 이승우가 나올거라 많은 이들이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남은 건 S1이다.

기분 좋게 승리를 거둔 정명혁이나 임형규가 나올 수 있고 오늘 패배했지만 동족전이란 변수를 가지고 있는 도재열과 김택윤이 나올 수 있다.

이도 아니면 오늘 승리를 거둔 김영민이 다시 나와 최연소 승리에 이어 최연소 에이스 결정전 승리까지 본인의 것으로 만들어 버릴지도 모른다.

가장 희박한 확률이지만 임주혁 감독이라면 이런 수를 낼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오늘 팀의 승리를 책임지게 될 양 선수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화려한 효과와 함께 중앙 화면이 반으로 갈라졌다.

뿌연 안개 속에 두 선수가 있었다.

아직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서서히 앞으로 걸어 나오는 두 선수.

에이스 결정전에 출전하는 선수의 모습이 완벽하게 드러난 순간.

“헐. 대박.”

경기장은 충격에 휩싸였다.

============================ 작품 후기 ============================

과연 에결은 누구와 붙게 될 것인가?!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