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52 Game No. 452 필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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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과 아스트로의 경기.
최고의 매치답게 경기장은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벌써부터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양 팀을 응원하는 소리에 귀가 멍멍해질 정도다.
S1이 아스트로와 맞붙은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건만 전통의 라이벌인 CT와 경기를 펼치는 것 못지않은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오늘 경기에 기대를 거는 S1 팬들이 많다.
임주혁 감독 체제 하 첫 아스트로 전이기 때문이다.
슈퍼매치에 임주혁 감독이 오긴 했지만 지금처럼 지휘봉을 잡은 건 아니었다.
주운 감독이 끝내 극복하지 못했던 아스트로를 임주혁은 어떤 식으로 상대할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고 있었다.
선수 시절 무수한 연구를 통해 상대 선수를 멋지게 잡아냈던 임주혁 감독이다. 한 경기를 준비하는데 한 달 가까이 걸린 적이 있을 정도로 전장, 빌드, 운영, 심리전 등등 모든 요소를 꼼꼼히 체크하는 게 그였다. 조금이라도 자신의 생각과 어긋나는 것이 있으면 모든 걸 백지화 하고 다시 처음부터 준비했다.
그런 열정을 지닌 선수가 바로 임주혁이었다.
그 반만 S1 선수들이 할 수 있다면 보다 나은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을거다.
오늘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4세트다.
‘저승4자’라는 별명답게 이번 경기에서도 4세트에 배치 된 이승우.
그런 이승우를 상대하기 위해 S1이 내보낸 선수는 김택윤이었다.
승부를 피하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약한 선수를 보내 1승을 내준다는 생각 따윈 없었다.
정면 승부.
우리도 자신 있다. 제대로 한 번 붙어보자.
패기 넘치는 엔트리에 팬들은 다시 한 번 환호했다.
그냥 나오지는 않았을거다.
이승우를 잡아낼 전략을 준비했으니 이처럼 당당하게 나왔을거다.
과연 그 전략이 무엇일까?
이제 막 1세트가 시작되었지만 팬들의 마음은 벌써부터 4세트로 향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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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호 선수! 오늘 왜 이렇게 강력합니까? 누가 도재열이고 누가 신연호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물량이 아주 그냥. 우르르 쏟아지네요. 힘이 제대로 느껴집니다.
-시원합니다. 정말 시원해요. 매서운 칼바람처럼 몰아치네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도재열. 벤치 쪽 분위기도 썩 좋지 않습니다.
대박이다. 대박.
이게 정말 미숫가루 소주의 힘인가?
건강해진 연호는 엄청난 물량으로 도재열을 압도했다.
말 그대로다.
힘으로 찍어 눌렀다.
확장을 더 많이 가져간 것도 아닌데 추가 병력 합류까지 더 빨랐다.
무식하게 힘만 센 것도 아니다.
머리까지 좋다.
이러는 와중에 운룡에 흑완, 비렴을 태워 용안까지 잡아냈다.
벌어진 차이를 더 벌리고 있는 것이다.
부스 안에 있는 연호의 표정이 이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다.
“오늘 연호 형 완전 신들렸는데요?”
지금 연호의 경기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같은 용족인 여준이는 온 몸으로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시원시원한 전투력.
조금씩 전선이 뒤로 밀리던 도재열이 결국 세번째 확장을 연호에게 내주고 말았다.
이러면 끝났지. 뭐.
같은 자원 먹고도 이겼는데 이젠 자원까지 더 먹게 생겼다.
-거침없습니다! 신연호! 멈추지 않고 계속 들어갑니다.
-이건 끝났죠. 끝났습니다. 망연자실한 도재열!!!
-신연호 선수를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신연호 선수에게 패배할 거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1세트는 가볍게 잡고 간다는 생각을 분명 했을텐데... 오히려 그 생각에 무너지는 모습이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경기는 뒤집을 수 없는 수준까지 왔다.
이건 내가 해도 못 이긴다.
내가 해도 답이 없다고 느끼는 거면 완전히 경기는 끝난거나 마찬가지다.
내 자랑이냐고?
맞다. 내 자랑이다.
겉으로는 못하지만 속으로는 얼마든지 할 수 있지.
-GG! 도재열 선수 GG를 선언합니다.
-경기력의 차이가 확 느껴지는 경기였습니다. 신연호 선수 여태껏 제가 중계한 경기 중에 가장 완벽한 경기를 보여준 것 같습니다.
-아스트로에 이승우만 있는게 아니다! 나도 있다 라는 걸 몸소 증명해내고 있네요.
저도 공감합니다.
연습실에선 종종 이런 경기를 보여 준 적 있지만 방송 경기에선 없는 것 같다.
이렇게 깔끔하게, 실수 하나 없이 도재열을 잡아낼 줄 몰랐다.
이런 경기력이 진작 나왔다면 양대리거가 되는 건 식은 죽 먹기나 마찬가지 였을 텐데.
아쉽구나. 아쉬워.
연호를 반기기 위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스에서 부리나케 달려온 연호가 가장 먼저 한 말은.
“내가 뭐랬어? 미숫가루 소주 짱이라고 했지?”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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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재열이 패배했다.
신연호에게.
임주혁 감독의 표정이 썩 좋지 않다.
전혀 예상 못한 패배.
‘택윤이가 힘을 받으려면 앞선 경기에서 확실히 이겨줘야하는데....’
아무리 좋은 전략을 준비해왔고 손에 꼽을 정도로 뛰어난 선수가 경기를 펼친다고 해도 변수는 있다.
상대는 현재 최강.
이영우보다 더한 괴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선수를 상대하는데 부담이 되지 않는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적어도 앞선 세트에서 2:1을 만들어주길 바랐다. 운이 좋으면 3:0까지 나올 수도 있고.
하지만 첫 단추부터 잘못 채워졌다.
꼬였다.
꼬여도 단단히 꼬였다.
도재열이 못한 건 없다. 평소처럼, 아니 평소보다 더 좋은 경기력이 나왔다.
다른 점이 있다면 신연호가 평소보다 훨씬 더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였다는 것이다.
반응속도부터 달랐다.
듀얼 모니터라도 쓰고 있는 것 처럼 바로바로 움직였다. 그런 차이가 계속해서 누적되다보니 결국 승패가 이렇게 갈리고 말았다.
“고생했다.”
장비를 정리해서 나오는 도재열의 등을 임주혁 감독이 두드려주었다.
선수의 경기력이 좋지 못했다면 꾸짖었겠지만 그 건 아니다.
그저 운이 나빴을 뿐.
‘박현우라.’
이미 임주혁 감독의 생각은 2세트로 향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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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호의 승리로 기분 좋은 시작을 알린 아스트로.
대부분 예상하지 못했던 승리였기에 더욱 더 값진 승리였다.
이 기세를 박현우가 제대로 탔다.
상대는 어현수.
예상과 반대의 결과가 나왔던 1세트와 달리 예상대로 아주 무난한 승리를 거뒀다.
바이오닉 병력의 움직임이 굉장히 훌륭했다.
공격을 위해 생산 된 닷발귀가 제대로 공격을 떠나지 못했다.
중앙으로 진출한 바이오닉 병력 때문에.
방어를 하기 위해 생산한 닷발귀가 아니었다.
이렇게 다른 곳에 발이 묶여 있을 닷발귀가 아니었다.
닷발귀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끈 박현우는 차분히 자신이 해야 할 것을 이어나갔다.
화살탑을 아낀 만큼 훈련도감도 빠르게 늘어났고, 훈련도감이 많은 만큼 궁병의 물량도 제대로 폭발했다.
아예 중앙을 완벽히 장악해버렸다.
아직 군락이 올라가지 않은 마수였기에 병력 움직임이 콱 막혔다.
가장 좋은 건 병력을 돌려 환국의 뒤를 치는 것이지만 그럴 틈 자체를 주지 않았다.
마수가 숨소리조차 낼 수 없을 만큼 타이트하게 압박을 지속했다.
어떻게든 살길을 모색하려 애썼지만 모두 무위로 돌아갔다.
경기가 끝나기 전까지 4금광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 정도로 박현우가 강하게 몰아붙였다는 뜻이었다.
박수가 쏟아졌다.
요즘 트랜드가 된 운영과 다른, 클래식한 운영을 보여준 박현우에 대한 찬사가 뒤따랐다.
2:0으로 뒤지고 있는 S1.
예상과 달리 분위기가 암울하다.
구원자로 나선 선수는 임형규였다.
도택형명의 도재열이 이미 패배해 위축될 수도 있었지만 임형규는 전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더 공격적인 운영으로 상대인 김승대를 밀어붙였다.
올해의 마수를 수상한 건 운이 아니었다.
처음엔 잘 막아내던 김승대로 계속되는 공격에 조금씩 수비벽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마견을 돌리는 컨트롤이 예술이었다.
김승대가 병력을 움직였을 때 따로 빼놓은 2기의 마견을 난입시켜 김승대의 손을 꼬이게 만들었다.
과거 전성기의 이제운을 연상케 하는 전략적인 움직임이었다.
손이 꼬이다보니 제대로 된 전투를 할 리 없었다.
닷발귀 싸움에서 크게 이긴 임형규가 김승대의 GG를 받아내는데 성공했다.
좋은 타이밍에 아스트로의 흐름을 끊었다.
여전히 스코어는 뒤지고 있지만 분위기가 S1 쪽으로 확 바뀌었다.
워낙 임팩트 있는 경기력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마마전의 정석과도 같은 플레이였다.
박수가 전혀 아깝지 않았다.
만약 임형규가 이번 경기에 패배했다면 S1이 4:0으로 허무하게 패배했을지도 모른다.
저번 달 슈퍼매치처럼 말이다.
하지만 임형규의 승리로 S1에게 다시 기회가 주어졌다.
4세트에서 김택윤이 이승우에게 승리를 거둔다면?
스코어는 다시 2:2 동률이 된다.
S1에게도 아직 기회는 충분히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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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로 앞서는 스코어.
3세트 형규의 승리로 약간 분위기가 애매하게 변하긴 했지만 충분히 만족스럽다.
어차피 분위기야 내가 다시 4세트에서 승리해서 바꾸면 그만이다.
“3:1로 만들고 오겠습니다!”
팀에 파이팅을 다시 한 번 불어넣었다.
“김택윤이 4세트에 나왔다는 건 무언가 준비 해왔다는 거야. 정찰을 쉬지 않고 계속해야 해. 그렇다고 너무 위축 되선 안 된다. 역으로 그걸 노리고 내보낸 엔트리일수도 있으니까.”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감독님.
어쩜 저랑 이렇게 생각이 같을까요?
감독님의 말을 세 글자로 요약하면 ‘적당히’다.
적당히 상황 봐서 맞춰가라는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말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지금 딱 어떻게 해야지 결정 된 건 없다.
김택윤의 움직임을 보고 결정할거다.
어설프게 했다간 오히려 역으로 당할 수 있으니 신중을 기해야한다.
아주 신중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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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운명의 4세트 경기가 지금 막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경기에 따라 경기 결과가 180도 뒤바뀔 수 있습니다.
-슈퍼매치에선 이승우 선수를 막지 못해 애를 먹었거든요? 한 달이 지난 지금,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전장의 심판의 날.
서로 위치는 가장 먼 대각선에 위치해있었다.
이승우의 위치는 11시였고 김택윤의 위치는 5시였다. 아무래도 작년 시즌과 올해 벌어진 슈퍼매치에서 이승우가 보여준 것이 있기에 조금 더 이승우 쪽으로 기울었지만 김택윤도 만만치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프로리그의 절대자답게 이영우와 동률을 이루며 이승우에 이어 다승 공동 2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아마 오늘 경기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어서 나왔을 거다.
그 자신감은 바로 빌드로 나타났다.
-김택윤 선수 아직 제단 없죠?
-없습니다. 없어요. 이거 실수 아니거든요! 아. 김택윤 선수 진짜 대단하네요.
-당하고만 못 산다는 거죠!
-내가 당한만큼 너도 당해봐라 이겁니다. 일단 상황은 아주 좋아요. 가장 먼 대각선이 나왔거든요!
김택윤이 꺼내는 빌드는 바로 생 더블이었다.
용족간의 동족전에서 절대 상상할 수 없는 빌드.
말이 나온 순간 비웃음이 먼저 나오는 빌드.
하지만 이승우가 프로리그에서 김택윤을 상대로 꺼내든 적이 있는 빌드.
당시 이승우는 생 더블로 완벽하게 김택윤을 제압했다.
그 후로 이승우는 한 번 더 용족전에서 생 더블을 꺼내들었다. 마찬가지로 승리를 거뒀다.
상대가 바뀌긴 했지만 어쨌든 방송경기에서 생 더블을 보여준 건 이승우가 유일하다.
심장이 강철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서야 절대 사용할 수 없다고 여져졌던 빌드.
그 빌드가 이승우를 상대로 사용되었다.
이것이 바로 김택윤의 필살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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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호 선수에게 포카리가 있다면 신연호에겐 미숫가루가 있다?
과연 신연호의 경기력과 미숫가루는 어떤 관계가 있을지..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