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49 Game No. 449 실수일까?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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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길게 끌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환국을 상대로 초반에 경기를 끝내거나 피해를 입히지 못하면 40분 이상의 장기전에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전장이 바로 청풍이다.
실제로 무난한 운영을 택했을 경우 그런 경우가 많이 나왔다.
승패를 떠나서 이런 건 좋지 않다.
시간이 길어지면 소모되는 체력의 양이 어마어마해지거든.
물론 오늘 같은 경우 최대 3경기 밖에 하지 않기 때문에 때문에 50% 이하로 떨어지는 일은 없겠지만 처음부터 관리를 해줘야한다. 그냥 넋 놓고 있다간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른다.
그렇게 제단을 소환하고 있는데 시야에 살짝 비치는 일꾼.
이렇게 빨리 정찰이 오는 걸 보니 염우석도 어느 정도 전진 시리즈를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확실히 염우석도 보통 선수는 아니었다.
자신이 해야할 것만 하는 선수는 이기지 못한다.
그럼 자신이 해야 할 것을 함과 동시에 상대가 하려는 걸 확인하면 되냐고?
이것도 아니다.
단순히 상대의 수를 확인하는 걸 넘어 그 것을 방해해야 프로가 될 수 있다.
아마 염우석도 거기까지 생각 했을거다.
상관없다.
겨우 하나 들켰을 뿐이다.
알아도 막지 못하는 수를 보여 줄 테니까 각 잡고 딱 기다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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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우석 선수! 용아의 견제를 완벽하게 막아내고 있습니다!
-건물 위치가 진짜 좋네요. 환상적입니다. 용아가 궁병을 때리려면 먼 길을 돌아 와야 합니다.
-이승우 선수도 무리하지 않죠. 용아 2기까지만 찍었거든요. 이 용아 중 한기라도 죽는 순간 일꾼과 궁병이 나와 전진 제단을 밀어버릴 겁니다.
이승우의 전진제단.
그리고 그걸 알기라도 했다는 듯 발견한 염우석.
두 선수를 향해 환호가 쏟아졌다.
염우석의 건물 위치가 좋다. 용아가 섣불리 달려들 수 없는 구조. 괜히 안 쪽으로 파고들었다가 일꾼에게 둘러싸이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염우석의 대처가 훌륭하다.
비록 염우석이 개인리그 4강 이상에 드는 호 성적을 내지 못한 선수지만 역대 프로리그 다승 5위에 빛나는 선수다.
경험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산전수전을 모두 겪었다.
무난하게 간다면 그 어떤 선수와도 5:5다.
염우석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팽팽한 신경전이 계속되었다.
이승우도 보통 때처럼 과감하게 공격을 들어갈 수 없다. 용아가 잡히면 염우석이 전진 제단을 깨러 과감히 나올거다. 지금 전진 제단은 굉장히 소중하다. 깨지는 건 한참 후의 이야기다. 일단은 용혼이 나올 때까지 시간을 끌어야한다.
-이승우 선수 본진에서 두 번째 제단을 올림과 동시에 용의 신전을 올립니다.
-공격으로 끝을 내겠다 이겁니다. 지금 애매하게 앞마당 가져갔다간 타이밍 러시에 앞마당 샛길 쪽이 잡힐 수 있거든요!
궁병 1기를 잡아내긴 했지만 그걸로 만족할 수 없다. 무언가 더 피해를 줘야한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환국이 무난하게 화통도감을 올리고 있다. 화통도감이 완성되면 용아의 쇼타임은 끝이 난다.
동시에 공격의 턴도 환국에게 넘어간다.
다른 전장도 아니고 청풍에서 용의 신전 없이 앞마당을 가져갈 순 없다.
단숨에 멱줄이 잡히고 말거다.
-이승우 선수의 두 번째 공격도 침착하게 막아낼 수 있을지!
-가장 안정적인 빌드를 선택하는 염우석! 역시 단단합니다.
-굳이 무리해서 나갈 필요 없거든요. 어차피 상대가 공격적으로 나온다는 걸 정찰로 확인하지 않았습니까?
환국도 확장을 늦게 올리고 있었지만 용족은 그보다 더 늦다.
굳이 앞마당에 나가 군영을 지을 필요가 없었다.
환국의 가장 큰 장점이 무엇인가?
건물을 띄울 수 있지 않은가?
괜히 나가서 짓다가 방해 받을 필요 없다.
본진에다 안전하게 군영을 짓고 날리면 그만이다. 수비적으로 나올수록 급해지는 용족이다.
그렇게 2분이 더 흘렀다.
-어느 정도 병력이 모였다 생각했는지 전진을 시도하는 염우석.
-천자총통도 충분히 있고 무엇보다 대신 용혼의 공격을 받아줄 궁병의 숫자가 충분하거든요!
1차 목표는 철광 확장에 지어져 있는 전진 제단이다.
밀어내지 않는 한 계속 눈엣가시다.
일단 저기를 밀어내야 마음이 편안해질 것 같은 염우석이었다.
-이승우 선수도 이제 저기에다가 큰 미련을 둘 필요가 없습니다. 어쨌든 확장도 했고 본진에서 후속타인 지룡도 준비중이거든요? 괜히 무리해서 싸웠다가 용혼 잃으면 환국이 바로 치고 나올거거든요. 그러면 나온 지룡이 공격을 떠날 수 없습니다. 바로 수비에 동원되야 합니다. 피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거든요!
-어? 뭐죠? 용혼이 물러나지 않습니다? 싸우나요? 싸우나요?
하지만 이승우는 중계진의 말과 정 반대로 행동했다.
물러나기는커녕 진영을 잡으며 전투 준비를 했다.
무모하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나 마찬가지다.
즉각 즉각 병력이 충원되는 환국과 달리 용혼은 먼 길을 돌아와야 한다. 전진 되어 있는 제단 이래봤자 겨우 하나.
이걸로 환국의 병력을 막아내는 건 무리다.
결국 손해를 보고 만 이승우.
1기의 용혼이 허무하게 잡혔다. 동시에 다른 용혼들의 용력도 많이 깎였다.
중계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승우 선수 굳이 지키려고 무리하지 않아도 되거든요? 근데 왜 싸워서 괜히 손해를 봤을까 싶네요.
-솟대 하나와 제단 하나. 그렇게까지 지켜야할 이유가 없거든요! 여기에 만약 용의 신전까지 있었다면 이런 전투가 이해가 갑니다만....글쎄요. 방금 전투는 의문투성이 입니다.
-방금 전 교전은 이승우답지 않은 교전이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염우석 선수가 아주 좋은 전투를 벌였다는 거죠.
-쓸쓸히 물러나는 용혼. 용혼도 이런 상황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겁니다.
염우석의 움직임도 좋았다.
달려드는 용혼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궁병으로 경로를 막으며 지뢰를 매설했다.
지뢰가 좋은 위치에 매설되는 바람에 용혼이 천자총통에게 쉽게 달려들지 못했다.
괜히 폭사라도 일어나 다수의 용혼이 잡히면 5화통 타이밍 러시를 절대 막을 수 없었다.
염우석의 피해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이승우에 비하면 양반이다.
궁병이 몇 기 잡혔고 천자총통의 체력이 조금 상하긴 했지만 이 건 아무 것도 아니다. 궁병이야 이제 가치를 잃었고 천자총통은 수리를 하면 다시 새것처럼 되니까.
이승우의 선택에 중계진 뿐만 아니라 관중들도 의문을 표했다.
다른 선수라면 실수를 했겠거니 생각하고 말았겠지만 그 대상이 이승우가 되니 반응도 남달랐다.
술렁이는 관중석.
지금 장면을 보고도 믿지 못하는 눈치다.
굳이 지금 싸울 필요가 없었다.
본진에서 2기의 용혼이 달려오고 있었다.
그 용혼이 합류 한 후에 싸웠다면 손해는 커녕 오히려 이득을 봤을 수도 있다.
무언가 쫓기듯 전투를 펼친 이유를 사람들은 여전히 알 수 없었다.
이승우가 작년 이래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적이 몇 번이나 있었던가?
세어봐야 3번을 넘지 못 했을 거다.
“뭐야? 왜 싸운 거지?”
“글쎄. 자기가 병력이 더 많은 줄 알았나?”
“그럴 수도 있지. 2화통이 먼저 올라가는 걸 못 봤으니까.”
앞마당을 올리면서 염우석은 2화통을 과감하게 먼저 올렸다.
병력 상에서 뒤지지 않겠다는 의지.
만약 화통도감이 하나인 줄 이승우가 알고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움직임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염우석은 의방이나 대장간보다 화통도감을 먼저 늘렸고 바로 득점으로 연결되었다.
전진 제단을 부숨과 동시에 용혼까지 2기 잡아내는 성과를 거뒀다.
염우석에겐 이보다 더 좋은 건 없었다.
움직임에 자신감이 붙었다.
-상황이 애매하게 되었죠?
-이승우 선수니 조금 더 지켜봐야하겠지만 당장 상황 자체는 염우석 선수가 더 좋다고 볼 수 있습니다. 초반 견제를 안전하게 막은데 이어 전진 기지와 용혼 1기까지 잡아내는 컨트롤을 보여줬거든요! 이제 수비만! 수비 한 번만 잘해내면 됩니다.
본진에 화살탑을 공사를 시작하는 염우석.
거기에 더해 신기전도 2기 생산했다.
운룡이 환국에 본진에 들어오는 순간 지옥을 보여줄 작정이었다.
이제 지룡 견제만 탈 없이 막아내면 이 경기를 잡아낼 수 있으니 이 정도 방비는 당연한 것이었다.
-이승우 선수도 승부 봅니다. 용력을 회복한 용혼이 추가 생산 된 용혼과 함께 다시 한 번 올라갑니다.
-운룡이 벌써 날아가네요? 안에 지룡 타있는 것 맞나요?
-방향이 본진 쪽이 아닙니다. 앞마당 쪽으로 가고 있어요.
-설마 이거 아예 뚫기를 시도하는건가요?
운룡 안에 지룡이 타있었다.
이렇게 빠르게 지룡이 나올 수 있었던 건 이승우가 현룡을 생략하고 바로 지룡부터 생산했기 때문이었다.
본진엔 화살탑이 건설되고 있었지만 앞마당엔 아직 화살탑이 건설되어 있지 않았다.
아직 돌아가는 화통도감의 부속건물.
천자총통의 진천형이 개발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곧 있으면 진천형이 완료 될 것이고 그러면 이승우가 계획하는 공격은 무산된다.
이승우의 현룡을 생략함으로서 용족의 화력이 환국을 앞서는 순간이 억지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승우의 앞에 가시밭길이 펼쳐져 있다.
지뢰.
현룡이 없기에 지뢰를 볼 수 없다.
택견 용혼으로 지뢰를 파괴하며 전진할 수 있지만 한 번이라도 실수가 나오는 날엔 그대로 경기가 터진다.
이승우의 선택은.
-이승우 들어갑니다! 들어가요!
-아. 진짜 아슬아슬한 승부가 나오네요. 이 전투가 마지막입니다. 이 전투의 승자가 경기의 승자입니다!
-상식을 뒤엎는 움직임을 다시 한 번 보여줍니다. 아까 전엔 실패했거든요? 이번에 실패하면 뒤가 없습니다. 그대로 경기가 끝나는 겁니다!
-무모한 도전이 될지, 아니면 혁명이 될지!
현룡 없이 공격을 택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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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이 경기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내가 초반에 실수를 했다고 생각하겠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이 경기에서 실수를 한 적이 없다.
애초에 용아로 경기를 끝낼 생각이 없었다.
용아는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
진짜 공격은 지금 가는 용혼과 지룡 공격이다.
현룡을 생산하면 지룡이 나오는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진천형이 개발되기 직전에 말이다.
아까 용혼을 무리하게 쓴데엔 다 이유가 있다.
염우석이 지뢰를 매설하게 만드는 것.
아무리 내가 컨트롤이 뛰어나도 어디 매설되어 있는지 모르는 지뢰를 현룡 없이 잡아내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어느 위치에 지뢰가 매설되어 있는지 안다면 제거할 수 있다.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이다.
이 전장은 앞마당에서 철광 확장으로 올라오는 지형이 언덕으로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뢰를 제거하는 동안 뒤에서 다른 유닛이 때려도 조금은 더 버틸 수 있다.
청풍이란 전장이 공개 된 순간 바로 연구에 들어갔다.
전장이 가지는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잠을 줄여가며 연습했다.
러시거리, 지형의 복잡도, 스타팅 포인트의 갯수.
모든 것이 변수가 되고 전략이 된다.
2인용 전장.
특이한 지형구조.
이 모든 것을 계산해서 만든 전략이 바로 오늘 사용한 전략이다.
물론 두 번 통하진 않을 거다.
무리하게 전진하는 대신 수비를 택할 거니까.
상관없다.
적어도 한 번은 통할 테니까.
그 날이 바로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