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48 Game No. 448 제가 좀 성격이 급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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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복귀하는 S1의 차 안.
임형규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오늘 패배에 좌절하고 있는 것일까?
자신이 이승우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에 절망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다.
둘 다 틀렸다.
그는 지금 오늘 경기를 VOD로 다시 보고 있었다.
중계진의 해설을 들으며 임형규가 아랫입술을 잘근 씹었다.
‘이 위치에 제단을 소환했었구나.’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한 위치.
전진 제단을 염두에 두었어도 찾지 못했을 위치다.
아마 여기까지 생각해둔 것이겠지.
단 한 번 꺼내들 수 있는 전략이다.
두 번째는 통하지 않는다.
반드시 정찰을 할테니까.
그런 전략을 다전제도 아닌 16강에서 꺼내들었다.
이승우가 대단한 진짜 이유였다.
임형규가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아니. 나라면 최소 4강 이상에서 썼을거야.’
그 것이 이승우와의 차이였다.
그 사이 경기가 끝났다.
임형규가 처음으로 경기를 다시 돌렸다. 완벽한 복기를 위해서다.
그런 임형규를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바로 임주혁 감독이었다.
보통 최연규 코치가 따라 나서지만 오늘은 특별히 감독인 임주혁이 함께 했다. 선수들의 역량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다. 단순 경기만 확인하는 건 숙소에서도 충분하다. 하지만 임주혁 감독이 원한 건 단순 경기력이 아니다.
경기를 임하는 선수의 태도.
이겼을 때, 반대로 졌을 때 선수의 멘탈과 마인트 컨트롤을 보고 싶었다.
‘최고야.’
임형규는 합격점을 넘어섰다.
이런 패배를 당했음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차분히 패인을 분석한다.
‘조금만 도와주면 지금의 벽을 쉽게 넘을 수 있어.’
본좌 최연규를 발굴했던 사람이 누구던가?
그가 최강이 될 수 있도록 보살피고 가르쳤던 사람이 누구던가?
바로 임주혁이다.
임주혁 감독의 두 눈이 밝게 빛났다.
이승우를 팀에 데려오는데 실패했지만 S1엔 임형규가 있었다.
모든 열과 성을 쏟는다면.
‘최고의 마수가 될 수 있다.’
바람이 아니었다.
이건 확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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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선수들에게 조금 미안하지만 OSL과 MSL에서 만나게 된 상대 중에 형규가 가장 어려운 상대였다.
상대전적은 압도적이지만 경기를 할 때마다 묘하게 긴장 된다.
질 뻔한 적도 몇 번 있었고.
앞으로 나를 상대하는 선수들은 오늘 경기를 보고 혼돈에 빠졌을거다.
‘도대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거지?’하고.
승리보다 이게 더 크다.
현재까지 모인 보유 포인트는 8600.
곧 있으면 10000이 된다.
시스템을 바꾸고 나서 쑥쑥 잘 모인다.
물론 이게 많은 양인지는 아직 모른다. 능력 부여로 얼마만큼의 포인트가 소모되는지 모르니까.
막말로 2000, 3000이 소모되면 포인트 사라지는 건 순식간이다.
제발 그런 일이 없기만을 빌어야겠다.
내일 첫 경기는 염우석과 한다.
일단 환국전이기도 하고 개인리그기도 해서 큰 부담은 없다.
염우석의 가장 큰 문제점은 모험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프로리그에선 그러한 부분이 장점으로 나타나지만 개인리그에선 치명적인 단점이다.
상대가 뭘 할지 뻔히 안다는 거거든.
간혹 모험적인 빌드를 사용하긴 하지만 그때마다 결과가 신통치 않다.
결국 자신이 가장 잘하는 운영으로 밀고나갈 수 밖에 없다는거다.
피지컬이나 운영이 떨어지는 상대를 만나면 이기지만 결국 자신보다 뛰어난 상대를 만나면 질수밖에 없는 선수.
그게 딱 염우석이다.
염우석을 이기면 김연훈과 김대형의 승자와 경기를 한다.
흠. 솔직히 누가 이길지 모르겠다.
커리어만 보면 김연훈의 손을 들어줄 수 있지만 요즘 김대형의 경기력에 제대로 물이 올랐다.
CT에서 이영우와 함께 원투펀치로 제대로 활약하고 있었다.
그 기세를 몰아 CT의 성적도 잘 나오고 있었다.
어떤 선수를 만날지 모르니 일단 모든 종족전 빌드를 다 준비했다.
준비를 마친 후 시간을 보니 어느새 새벽 1시.
연습실로 가 연습을 하고 자면 늦은 시간.
하지만 나에게 잠도 충분히 자고 연습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바로 연습경기장.
여기서 딱 2시간만 연습하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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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면 MSL 32강이 끝나고 16강에 돌입하게 됩니다! 마지막답게 정말 기대되는 매치가 기다리고 있죠?
-그렇습니다. 보통 하이라이트는 뒷부분에 몰려 있지 않습니까? 이번 MSL도 그렇게 되었습니다. 아마 이 선수의 출전을 보기 위해 기다리신 분들이 정말 많았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전 시즌 우승자니까요! 현존 최강, 최고의 선수니까요. 어제 그 이름에 걸맞는 경기력을 보여주지 않았습니까? 오늘 기대가 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죠.
일정 상 이승우의 MSL 경기가 가장 마지막에 잡혔다.
이승우를 배려하기 위함이었다.
오늘 이승우가 출전한다는 소식에 수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이미 경쟁자로 불리는 선수들은 무난히 16강에 진출한 상황이거든요?
-그렇습니다. 저번 시즌과 달리 이번 시즌은 큰 이변이 없었죠. 최고의 실력을 지니고 있는 선수들이 모두 16강에 올라갔습니다.
이승우가 속한 A조를 제외하고 모든 조의 경기가 끝났다.
모두 진출할만한 선수들이 16강에 올랐다.
저번 시즌 32강에서 고배를 마셨던 이영우.
실수는 한 번이면 족하다는 듯 조1위로 가장 빠르게 16강에 합류했다.
임형규, 이제운 역시 마찬가지였다.
요즘 이변이 있다면 김택윤이었다.
한민규와 같이 D조에 속한 김택윤은 승자조에서 한민규에게 패배하며 최종전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최종전에서 이겼기에 망정이지 만약 거기서 패배했다면 저번 시즌 이영우 탈락과 비슷한 이변이 벌어질 뻔 했다.
오늘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에 대한 분석이 이뤄졌다.
대체적으로 이승우의 조1위를 예상하는 분위기다. 중계진도, 기자단도, 관중들과 네티즌까지 모두 다 입을 모아 말했다.
오늘 1위는 이승우라고.
이미 끝이 보이는 경기라고.
이 결과를 뒤집어 버리기 위해 염우석이 경기에 출전했다.
단단함이 장점인 선수.
어린 시절부터 굵직굵직한 경력을 쌓은 선수답게 상대가 누구건 간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다.
이승우 역시 담담한 얼굴로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오늘 1경기는 새로운 전장에서 치러지죠?
-그렇습니다. 2인용 전장인 청풍입니다. 전략적인 운영이 아주 기대되는 전장입니다.
OSL이 새로운 전장을 도입한 것처럼 MSL에서도 새로운 전장이 추가 되었다. 조금 차이가 있다면 MSL은 하나의 전장만 이번 MSL을 위해 새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 것이 바로 오늘 경기를 치르는 청풍이었다.
청풍은 2인용 전장으로 7시와 1시에 스타팅 포인트가 위치한 전장이다.
OSL의 새 전장인 바람의 계곡과 비슷한 형태를 하고 있지만 디테일 면에서 차이가 있다.
일단 중립 확장 지역이 2개 적고 본진으로 이어지는 뒷길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상대방 본진과 중앙으로 가장 빠르게 갈 수 있는 길로 이어지는 입구가 각 앞마당에 존재하는데 이 입구로 들어갈 수 있는 유닛은 소형 유닛 밖에 없다.
중형 이상 크기를 지닌 유닛은 철광 확장 쪽으로 돌아가야 중앙으로 갈 수 있다.
본진이 넓고 중앙에 건물을 숨겨 지을 곳이 많아 초반을 노리는 빌드가 상당히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안 그래도 전진 건물을 좋아하는 이승우에게 딱 맞는 전장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양 선수의 준비가 모두 완료 되는대로 바로 경기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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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경기에서 이승우가 전진 제단을 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하태진 감독의 말에 염우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있었던 임형규와의 경기를 숙소에서 봤다.
여지없이 전진 건물을 꺼내든 이승우.
그 경기처럼 극단적인 전진 건물은 아니겠지만 오늘도 전진 건물을 꺼내들 확률이 아주 높았다.
특히 지금처럼 전진 건물이 최적화 된 청풍에선 더욱 더.
신 전장을 받자마자 팀 전체 연구가 시작되었다.
며칠 간 연구한 끝에 나온 결론은 이렇다.
전체적인 밸런스는 괜찮다.
모든 종족이 할 만하다.
중앙 샛길을 초반에 적극 활용한다면 날빌이 난무할 전장.
만약 양 선수 모두 날빌을 시도하지 않고 무난히 흘러간다면 모든 전장의 자원을 다 소모할 때까지 장기전이 나오게 될 전장.
얼핏 길이 많아 보이지만 모두 중앙으로 향하는 길이다.
상대 기지로 가는 육로는 중앙 하나 밖에 없다.
즉 중앙에 라인을 든든하게 잡아 놓고 있으면 휘둘릴 일이 없다는 것이다.
이승우라면 분명 무언가를 준비 해올 거다.
단순히 전진 제단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진 용의 신전까지 나올 수 있다.
아니 그보다 더한 것도 할 수 있는 게 이승우다.
상대가 이승우라면 모든 걸 생각하고 있어야했다.
“일단 막고 간다는 마인드로 가야겠죠?”
하태진 감독이 전장의 몇 군데를 손으로 집었다. 전진 제단이 올라갈 법한 위치들이다.
“그렇지. 아무리 이승우라고 하더라도 여긴 2인용 전장이야. 초반 수비만 무난하게 한다면 경기를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어.”
육로는 하나지만 공중으로 침투할 수 있는 경로는 많다.
다른 환국이라면 나가의 소환에 크게 흔들릴 수 있겠지만 염우석은 다르다.
단단한 수비를 바탕으로 경기를 운영해가는 케이스였으니까.
“만약 이승우가 무난하게 경기를 운영한다면 빠르게 2화통 올려서 한 번 치고 나가.”
중앙 샛길을 장악하면 천자총통으로 상대 앞마당을 타격할 수 있다.
이걸 막으려면 용족도 꽤 까다롭다. 용아면 모를까 덩치가 큰 용혼은 샛길을 통과할 수 없다. 먼 거리를 빙 돌아오거나 운룡을 확보하지 않으면 큰 피해를 보고 만다.
하태진 감독의 말에 염우석이 웃으며 답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요.”
이승우는 100% 찌르는 빌드를 쓴다.
오랜 기간 프로로 갈고 닦았던 감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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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L 마지막 조의 경기가 드디어 시작되었습니다. 과연 16강 대진이 어떻게 완성 될지! 먼저 보이는 7시 진영이 이승우 선수의 진영입니다.
-예상 할 수 있는 건 초반에 전진 제단을 짓는 것이거든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용안이 나가네요.
-2인용 전장에 새로운 전장 아닙니까? 이승우 선수가 그냥 가만히 있을리는 없겠죠!
중앙 샛길을 통해 위로 쭉 올라가는 용안.
전진 제단을 지을 수 있는 곳은 크게 두 구역으로 나눠진다. 중앙 샛길 위쪽 언덕과 상대 철광 확장 쪽.
둘 중 지키기 쉬운 곳은 중앙 샛길 위쪽 언덕이다.
샛길과 연결되어 있는 곳이라 천자총통이 타격할 수 없다.
반면 철광 확장 쪽에 제단을 소환하면 환국이 조금만 전진해도 쉽게 전진 기지를 파괴할 수 있다.
이처럼 각각 장단점이 있다.
중앙 샛길 위쪽 언덕은 지키기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용아 견제로만 이득을 볼 수 있다는 단점이 있었고 철광 확장은 지키기 어려운 대신 용혼까지 생산해 압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이승우의 선택은.
-조금 더 과감하게 철광 확장 지역에 지어버리네요.
-단순히 용아 견제에서 멈추지 않겠다는 거죠. 그 후의 수까지 준비되어 있다는 겁니다!
조금 더 전진 된 철광 확장에 제단을 소환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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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연재 분이면 32강이 모두 끝납니다.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