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로더 신들의 전쟁-446화 (446/575)

00446  Game No. 446 마패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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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이면 새 전장에서 경기를 펼치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뭐 어쩔 수 없다.

어차피 다음 경기에 신 전장에서 경기를 펼치고 다전제에 가면 또 하게 된다.

이번 경기에서 재미난 전략을 준비해왔다.

기본 컨셉부터 말하자면 올인이다.

근데 그게 보통 올인이 아니다.

아예 뒤가 없는 올인이라고 해야 할까?

이런 올인은 정말 오랜만에 하는 것 같다.

나와 같은 조에 속하고 싶다고 형규가 말했다. 그 말은 나를 상대할만한 필살기성 전략을 하나 준비해왔다는 거겠지.

그 전략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긴 하지만 볼 생각은 없다.

전략을 꺼내들기 전에 끝내버릴거다.

최고의 수비는 공격이라고 했다.

아주 마음에 드는 말이다.

오늘 그 걸 제대로 보여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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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이번 시즌 첫 경기가 시작했습니다!

-조 지명식에서 이승우 선수가 아주 당찬 포부를 밝혔죠.

-전 시즌, 전전 시즌 우승자 아니겠습니까?! 그 정도 발언은 충분히 할 수 있는거죠.

-과연 오늘 그 발언의 결과를 보여줄 것인지!

이번 시즌 목표를 단 다섯 글자로 정리했다.

골든 마우스.

확고한 목표이자 깔끔한 정리였다.

그렇게 말하는 이승우의 표정엔 확신이 차 있었다.

MSL처럼 전승우승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이미 두 차례나 전승 우승을 달성한 적 있는 MSL과 달리 OSL에선 전승 우승을 하지 못했다.

승률 자체도 모든 리그를 통틀어 가장 낮은 승률을 보유하고 있다.

가장 낮다고 해도 그 승률이 71.4%긴 했지만.

-그 것을 아는데도 임형규 선수가 이승우 선수 옆에 자신의 이름을 붙이지 않았습니까? 이러한 태도는 정말 백번, 천 벌 칭찬해도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멋지죠. 작년에 데뷔한 선수 중에 이승우 다음으로 가장 뛰어난 성적을 내고 있는 선수 아니겠습니까?

이승우의 활약에 가려졌지만 임형규도 본인의 길을 잘 만들어나가고 있었다.

한 해에 두 번이나 결승을 올라가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택뱅리쌍으로 불리는 최정상급 선수들이나 가능한 일.

선수 생활 내내 단 한 번도 올라가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력이 충분해도 마찬가지다. 프로리그에서 탑급 성적을 낸 선수 중 개인리그 결승에 못간 선수가 많다. 시대의 지배자를 만나 4강에서 무너지는 것이다.

적어도 임형규는 이승우를 만나기 전까진 무너지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단단해졌고 시대의 지배자인 리쌍을 모두 꺾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이제 남은 건 이승우 뿐이었다.

-일단 양 선수의 위치는 가장 가까운 가로에 위치해있습니다.

7시에 위치한 이승우.

임형규의 위치는 5시였다.

가장 가까운 거리.

적어도 둘 중 하나는 전략을 준비해 왔을거라 생각했다. 그러고 그 주인공이 임형규가 될거라 생각했다. 반드시 이번엔 이승우를 이기겠다고 호언장담했으니까. 하지만 그 예상은 곧바로 깨졌다.

-이승우 선수 바로 용안이 나갑니다. 용안이 나가요. 아직 본진에 솟대가 없죠? 이거 센터에 제단을 지을 생각인가요?

-아까 이승우 선수와 화장실에서 만났었거든요? 오늘 장기전 운영을 준비한 것 처럼 말하더니 장기전은 커녕 5분 내에 승패가 결정되는 전략을 들고 나온 것 같습니다. 아. 그 자체가 심리전이었던거죠!

-김태영 해설에게까지 심리전이라...이걸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정말 김태영 해설이 생각하는 것처럼 심리전을 건 것일수도 있지만 중간에 생각을 바꾼 것일 수도 있다. 적어도 지금 상황에선 알 수 없었다. 이승우가 경기를 이기면 인터뷰에서 꼭 물어봐야겠다고 다짐하는 기자들이 몇 보였다.

-이렇게까지 전진해서 건물을 짓는다면 전진 2제단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환국전이라면 하나만 지어도 운영이 되지만 마수전 같은 경우 앞마당 쪽이 아니라 나가서 1제단을 소환하는 건 이도 저도 아니게 되거든요.

엄재웅 해설의 예상이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일찍부터 나간 용안이 중앙보다 왼 쪽에 조금 치우친 곳에 솟대를 소환했다.

이는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했다.

중앙 정찰이 올수도 있기에 옆으로 조금 더 치우쳐서 소환하는 것일수도 있고 1시 쪽을 살짝 포기하고 11시와 7시에 가까운 쪽에 솟대를 소환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 되었다.

임형규는 7시에 위치해있었으니까.

솟대가 완성 될 때쯤 제단이 바로 올라갔다. 더 이상 용안은 생산되지 않았다. 바로 두 번째 제단을 올리겠지.

관중석에서 탄성이 나왔다.

-진짜 이승우 선수 대단하네요. 솔직히 그냥 무난하게 운영하고 이길 수 있는 경기력을 지닌 선수거든요? 근데 그렇게 평범하게 절대 하지 않아요. 단순히 이길 수 있는 경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팬들이 즐거워할 수 있는 경기를 하는 선수거든요!

-어떻게 보면 그러한 점이 이승우 선수를 더 강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라고 봅니다. 어쩔 때는 운영, 어쩔 때는 올인. 상대하는 입장에서 머리 터지거든요! 종잡을 수 없거든요!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이승우에 대한 칭찬.

과거 임주혁이 신들의 전쟁판을 주름잡을 당시 임주혁이 경기를 펼치기만 하면 사람들은 오늘은 어떤 전략을 들고 나와서 우리를 놀라게 해줄까하는 생각에 가슴 두근거려 하곤 했다.

시간이 흘러 빌드가 고착화되고 선수들의 피지컬이 상향평준화 되면서 그러한 플레이를 보기 힘들어졌다.

전체적인 경기력을 높아졌지만 과반수의 경기가 비슷한 패턴으로 흘렀다.

그러던 때에 이승우가 등장했다.

종족은 다르지만 임주혁의 후예라고 하기에 전혀 부족한 점이 없었다.

-아직 경기가 끝난 건 아닙니다만. 아. 임형규 선수 12일꾼 앞마당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태평의 시대가 러시 거리가 상당히 멀거든요? 앞마당에서 99제단을 하더라도 12앞마당 소굴로 막을 수 있는 거리가 충분히 나옵니다. 그렇게 때문에 앞마당을 가려고 하는 겁니다.

-그걸 생각하고 한 번 더 뛰어넘은 것이 이승우 선수의 지금 전략이고요!

큰일났다.

빌드가 먹혔다.

제단이 전진되어 지어졌기에 본진에서 출발하는 용아보다 도착하는 시간이 훨씬 빠르다.

이 걸 막으려면 그 전에 발견해야하는데 그마저 쉽지 않다.

전진 제단에 대한 확신이 있지 않는 이상 발견하지 힘든 곳에 제단이 소환되고 있었다.

11시로 이동하는 경로에도 걸리지 않고 중앙으로 온 유닛의 시야에도 걸리지 않는 사각 중에 사각.

아마 이러한 위치를 찾아내기 위해 무수히 연습했을거다.

올인빌드는 단순히 빠르게 공격 유닛을 생산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그 안에 심리전이 더욱 더 중요하다.

상대의 예상을 뛰어넘는 심리전이 말이다.

이승우는 심리전에 있어 장인이라 불릴 만큼 뛰어난 면모를 보이고 있었다.

다전제 아닌 16강 경기.

지금처럼 뒤가 없는 올인보다 어느 정도 운영이 가능한 찌르기를 준비해 오는 게 보통이다.

실제로 임형규도 용족 앞마당에서 시작하는 99제단까지 막을 수 있는 빌드를 준비해왔다. 딱 하나 지금처럼 뒤가 없는 극단적인 전진 2제단 러시만 빼고 말이다.

이 경기는 임형규가 준비를 못해온 게 아니다.

단단한 댐에 조그맣게 나 있는 구멍을 찾은 이승우가 대단하다고 해야했다.

-아. 앞마당에 소굴 펼쳐졌어요. 이건 막기 불가능합니다!

-진짜 변화무쌍한 전략과 공격을 보여주는 이승우네요. 제단이 완성되었는데 아직 마견숲조차 지어지지 않고 있어요.

-이건 끝났습니다. 다른 선수도 아니고 이승우 선수의 용아입니다. 막을 수가 없어요.

두 번째 제단을 소환하고 11시 앞마당 쪽으로 향했던 용안. 앞마당에 소굴이 없는 걸 확인하고 바로 7시 쪽으로 내려왔다.

-앞마당을 발견한 이승우 선수. 활짝 웃고 있어요!

-웃음이 절로 나죠. 거의 이겼다 싶을 겁니다.

-본진을 들어가면 더 신나죠. 아니 아직 마견숲이 없어? 내가 이겼네?

엎친데 덮친 격으로 5시로 향했던 군주가 1시 쪽으로 방향을 틀어 올라가고 있었다.

5시 앞마당에 아무런 건물이 없어 여기가 용족의 본진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물론 이승우는 여기까지 계산해놓았다.

만약 앞마당 99제단을 했다면 군주가 제단이 완성된 걸 확인했을거다.

그렇다면 바로 앞마당에 가시촉수가 건설되겠지.

하지만 눈으로 본 것이 아무 것도 없기에 가시촉수는 건설되지 않았다.

전진 기지에서 용아가 생산되고 있음에도 말이다.

-마견숲이 늦게 올라가는 빌드라는 걸 두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에 지금 이승우 선수의 마음은 굉장히 편안할 겁니다.

-이야. 진짜 개막전부터 이런 경기가 나오네요. 임형규 선수 난리 났습니다! 99제단까지 생각해왔는데 이승우 선수는 그보다 더 한 걸 들고 나왔어요!

-이게 우승과 준우승을 가르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생각할 수 있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는게 이승우입니다. 그래서 우승을 그렇게 밥 먹듯 해낼 수 있었던거죠.

용안 생산이 아예 멈췄다.

딱 2개의 제단을 쉬지 않고 돌릴 수 있을 정도만 용안을 생산했다. 먼저 완성 된 제단에서 나온 용아는 바로 달리지 않았다. 괜히 보여줄 필요가 없다. 3기가 되었을 때 함께 가는 것이 낫다.

11시 앞마당에 군주가 도착했다.

당연히 그 곳에 건물이 있을 리 없다.

‘1시인가?’

5시와 11시 앞마당에서 용족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한 임형규는 자연스레 1시가 이승우의 본진이라고 생각했다.

착각도 이런 착각이 없다.

-이승우 선수 용안 한 기도 본진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3용아와 함께 들어가려고 나오고 있는 거에요!

-이런 러시로 확실히 앞마당을 밀어 버리겠다는거죠.

-앞마당뿐입니까? 이건 본진까지 밀 수 있는 상황입니다.

-임형규 선수 이렇게 또 무너지나요?

그때 5시 쪽으로 향하는 일벌레.

앞마당 쪽에 자리 잡는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설마하는 심정으로 화면을 바라보는 임형규의 팬들.

제발 그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길 바랐지만.

-임형규 선수 이게 뭔가요?!

-소굴! 소굴입니다.

-지금 여기다 소굴을 지을 때가 아닌데요!!!

-위치를 몰라요! 위치를 아직까지 모릅니다. 그러니까. 아. 결국. 아. 망했어요. 진짜 망했습니다.

-으아. 초반부터 변칙적으로 흘렀기 때문인지 이런 장면까지 나오고 마네요

결국 일어나고 말았다.

5시 앞마당에 소굴을 짓는 임형규.

여기가 이승우의 본진 밑인 줄 까마득하게 모르기 때문에 그런 것이었다.

남의 집 앞마당에 편안하게 확장을 펴다니.

이승우의 팬들은 시원하게 웃었고 임형규의 팬들은 애매한 표정이 되었다.

상황은 오히려 그에게 불리한데 마치 마패를 시도한 것 같은 그림이 연출되었다.

-아니 이게 지금 마패를 꺼낼 상황이 아니거든요!

-진짜 연말에 두고두고 남을 영상이 하나 이렇게 또 만들어지네요.

-아마 세상에서 가장 빠른 마패가 아닐까 싶은데, 이게 승리의 마패가 아니라 패배의 마패라는 게 문제인겁니다!

물론 소굴을 펼치는 임형규 본인조차 전혀 의도하지 않은 마패였다.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애매한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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