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40 Game No. 440 트레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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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갑산의 러시 거리는 꽤 멀다.
극단적인 올인만 아니라면, 어느 정도 운영을 염두에 둔 공격이라면 다 막을 수 있다.
이게 얼마나 배를 짼거냐면 마수가 환국을 상대로 노 마견숲 3소굴을 편거나 마찬가지다.
초반 망루 러시를 오면 그대로 패배하는, 아주 배짱을 부리는 빌드.
상대가 이걸보는 순간 느끼는 감정은 썩 좋지 않을거다.
마견이 달려올 타이밍에 맞춰 생산 된 용아를 건물 사이에 세워두면 마견이 난입하는 걸 막을 수 있다. 2마견을 생산했다면 용안의 투입 없이 용아만으로 마견을 내쫓을 수 있고, 만약 6마견이 오면 용안을 더 끌고 나와 마견을 내쫓으면 된다.
테크를 이 정도로 빠르게 올렸기에 용안 몇 기 더 동원하는 건 피해가 되지 않는다.
빠르게 테크를 올리는 용족을 발견했을 때 마수가 취할 수 있는 태도는 둘 중 하나.
그슨대굴을 기습적으로 올려서 정면 뚫기를 시도하는 것이 첫 번째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똑같이 마구 배를 불리는 방법이 두 번째다.
형규라면 첫 번째를 선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그건 아직 모르는 거다.
가슴 졸이며 기다릴 필요 없다.
지금 용안을 보내도 늦지 않으니까.
열심히 일벌레를 찍어준다면 테크 올리는데 신경 쓰면 되는거고 일벌레 생산을 쉰 채 그슨대굴을 올린다면 공중제단보다 용무관을 먼저 올려 용광포를 쭉 깔아주면 되는거다.
가난하게 들어온 공격이다.
막기만 해도 용족이 유리해진다.
2마견 밖에 오지 않은 걸 보아 추가 공격은 없을 것 같다.
더 마견을 생산했다면 정찰을 끊거나 공격을 왔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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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에서 경기를 보고 있던 임주혁이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었다. 이승우의 전략적인 수에 두 손 두 발 다 든다는 표정이었다.
경기장에 오긴 했지만 감독 자격으로 온 것은 아니었다.
슈퍼매치는 저번 시즌의 결과로 만들어진 경기다.
이 경기까지 주운 감독이 맡아 진행하고 프로리그 1라운드 경기부터 임주혁이 감독으로 벤치에 나선다.
선수시절 그 누구보다 전략적인 플레이에 강한 모습을 보여줬던 임주혁. 그랬던 그가 놀랄 정도로 이승우는 엄청난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었다.
마수를 상대로 이렇게 과감하게 테크를 올리다니.
마수가 초반 날카로운 공격을 준비해왔다면 허무하게 뚫릴 수도 있는 빌드다.
단순히 배제한 게 아니다.
운이 좋으면 먹히고 아니면 뚫리겠지.
이런 마인드로 한 빌드가 아니다.
모든 계산을 끝낸 후 한 빌드였다.
여태 이승우는 마수전에서 공격적인 움직임을 주로 보여줬다. 그렇기에 마수들은 일단 이승우의 공격을 막고 역공을 취하는 형태를 준비해왔을 공산이 크다.
그걸 이승우가 완벽히 알고 있기에 역으로 찌르는 빌드를 사용한거다.
‘팀으로 데려왔으면 좋았을텐데....’
정말 아쉽다.
이런 선수가 팀에 있다면 분위기 자체가 달라진다.
안 좋았던 분위기를 단숨에 뒤집을 수 있는, 뒤에 남아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팀원들의 사기를 복 돋아주고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슈퍼스타.
그게 바로 이승우였다.
육군에 있을 때부터 눈독을 들였는데 결국 영입하지 못했다.
이런 재능을 왜 전에는 알아보지 못했을까 후회가 되었다. 만약 알아보았다면 S1이 지금처럼 힘겨워할 일이 없었을거다.
전 시즌 아스트로가 차지했던 영광은 모두 S1의 차지가 되었겠지.
하지만 이는 너무나도 늦은 후회일 뿐이었다.
임주혁은 생각했다.
이영우의 시대는 갔다고.
이젠 이승우의 시대라고.
경기를 하고 있는 임형규의 심정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군주로 여의주탑을 보는 순간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무언가 피해를 주고 싶은데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그저 2기의 마견으로 제단을 때리는 것뿐이 전부.
어차피 제단을 파괴하는 건 불가능하니 그저 소심한 반항에 불과한 것이다.
이마저 용아 2기가 되면 할 수 없다.
임형규가 마인드 컨트롤에 집중했다.
벌써 흔들리면 중반을 제대로 이어갈 수 없다. 일단 지금의 차이를 인정하고 최대한 따라잡을 수 있도록 준비해야했다.
-최근에 볼 수 없는 출발을 보여주는 이승우!
-벌써 공중제단이 올라갑니다! 벌써!
-진짜 빠르죠. 돈을 도대체 얼마나 아낀 겁니까?
공중제단이 올라가고 있음에도 아직 마수는 마굴 조차 완성되지 않았다. 마수의 테크가 느린 건 아니었다. 용족의 테크가 말도 안 되게 빠른 것 뿐이었다.
-모든 사항을 용안으로 정찰해주고 있습니다. 이러면 수비에 당장 돈을 쓸 필요가 없죠.
마견이 모이는지, 그슨대굴을 올리는지.
이 모든 걸 용안이 확인해주고 있었다.
본진 소굴이 마굴로 변태한 순간 초반 올인 없다는 걸 알았을거다.
-진짜 배짱한 번 두둑합니다. 용광포 하나 없어요. 마수를 상대하는 용족이!
-용무관과 용광포를 올릴 자원을 모두 테크에 투자했습니다. 평소보다 훨씬 더 빠르게 테크 유닛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는 겁니다!
초반 철광 300은 매우 큰 자원이다.
물론 이 빌드가 전에 이승우가 보여줬던 것 처럼 새로운 운영으로 자리잡기는 힘들다.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러시거리가 먼 전장.
그리고 마수가 부유한 출발을 했을 때만 통한다.
하지만 상황에 맞게 이런 빌드를 섞어 써준다면 마수를 곤경에 처하게 만들 수 있다.
-이제야 용무관이 완성되었습니다! 이제야 용무관이 용족의 본진에 있어요!
-진짜 기가 찬 일이죠. 더 놀라운 건 뭔지 아십니까? 비비가 공중제단에서 찍혔는데 아직 마수는 마굴이 없다는 겁니다.
보통 광풍협곡이 60~70% 완성되었을 때 첫 비비가 생산된다.
50% 정도 완성되었을 때 비비가 나오면 빠르게 나온거라고 말한다.
지금은 광풍협곡은 커녕 마굴조차 없는데 비비가 나오려 하고 있었다.
-아까 용혼에게 맞아 체력이 빨갛게 물든 잡고 본진으로 떠나도 늦지 않아요. 그때가 되어도 혈풍은 없습니다!
-아. 임형규 선수. 군주 많이 잡히겠는데요?
마수의 위기.
용족이 지상 병력의 공격력 업그레이드 빼고 모든 것이 빠르다.
벌써 군주 하나가 잡혔다.
지체없이 본진으로 날아오는 비비를 막아낼 방도가 없다.
앞마당에 있는 군주를 때리는 비비.
뒤 이어 생산 된 비비도 11시 쪽에 있는 군주를 공격하고 있었다.
그걸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임형규.
이제 막 배를 불리고 있는 와중에 하늘촉수를 지을 수도 없다. 군주가 한 군데에 몰려있다면 어느 정도 비비의 공격에서 군주를 지켜낼 수 있겠지만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여기저기 군주를 펼쳤기에 그마저 불가능했다.
최대한 군주를 비비의 시야에서 숨기려 했지만 이승우의 레이더망을 피해갈 수 없었다.
벌써 3기의 군주가 잡혔다.
큰 피해다.
평소라면 1킬이나 2킬에서 멈췄을 거다.
문제는 여기서 피해가 끝이 아니란 말이다.
5기의 군주가 잡혔을 때가 되서야 광풍협곡이 완성되었다.
-벌레가 놉니다! 벌레가 놀아요! 군주 찍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돈이 있는데 쓸 곳이 없습니다.
-그나마 일벌레를 미리 생산해준게 다행이네요. 그마저 없었다라면 정말 경기 암울한 뻔 했습니다.
소굴에서 군주를 생산하느라 정신없는 마수.
빌드가 꼬여버렸다.
뒤이어 생산 된 혈풍으로 비비를 내쫓으며 앞마당과 11시 확장에 소굴을 늘리며 그슨대 체제를 구축하려 했지만 비비가 물러난 자리를 흑완이 파고들려 하고 있었다.
-평소에도 용족이 이렇게까지 군주를 잡고 경기를 시작할 수 있다면 진짜 용족이 마수를 두려워할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11시로 향하는 흑완. 이거 막을...아. 그나마 구석에 군주를 1기 숨겨놓았네요.
-근데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저거 비비가 다 무시하고 그냥 와서 잡아버릴 수도 있어요!
테크가 빠른 대신 아직 병력과 생산기반시설이 부족한 용족.
마수가 배를 불릴 수 없게, 그리고 공격을 생각할 수 없게 만들어야했다.
지금 움직이는 흑완을 통해서 말이다.
-자. 추가 생산 된 흑완이 움직입니다.
11시 쪽으로 갔던 흑완이 살짝 간을 본 뒤 뒤로 빠졌다. 2기의 군주. 그리고 가시촉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시촉수의 공격을 받아내며 일벌레를 써는 것도 나쁘지 않았지만 가장 가까운 일벌레 한 기만 썰고 뒤로 빼 살려두는 판단을 했다.
계속해서 비비를 모아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비비의 공업이 완성되면, 그리고 일정 수 이상이 모이면 혈풍이 많아도 두렵지 않다. 혈풍을 제압한 후 군주를 찢어버리면 흑완이 활개를 칠 수 있는 판이 마련 되는 거다.
-임형규 선수 경기 길게 봐야합니다. 당장 군주가 좀 상했지만 여기에 욱해서 공격을 들어가면 그건 이승우 선수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겁니다. 어쨌든 확장 잘하고 일벌레 잘 붙이지 않았습니까? 수비 완벽하게 해나가면서 천천히 경기를 운영해야합니다.
아래쪽으로 돌아온 흑완이 앞마당 쪽 난입을 시도했지만 이미 준비가 되어있었다. 가시촉수의 공격을 받자마자 황급히 뒤로 빠지는 흑완.
임형규가 그슨대를 모으기 시작했다.
이승우 역시 제단을 늘리며 용아를 찍어주었다.
아직 주도권은 이승우에게 있다.
공1업이 되었을 때 살려둔 흑완과 용아, 비비를 조합해 한 번 공격을 들어올거다.
심시티로 입구를 좁힐 수 있는 앞마당이 아닌 개방되어 있는 11시 확장으로.
이 러시를 적은 피해로 막아낸다면 임형규에게도 기회는 주어진다. 물론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만.
-자. 이승우 선수 제단 6개까지 늘렸습니다.
-공격을 한 번 가겠다는거죠!
-이득 봤으니까요! 초반에 이득 봤으니까 경기 길게 끌 필요 없다 이겁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마견 난입으로 용족이 확장보다 공격을 노리고 있다는 걸 임형규 선수가 확인했다는 거거든요? 그럼 지금 바로 가시촉수 늘리고 가시귀 개발해야합니다. 가시귀 없이 단순 그슨대로는 이 조합을 당해낼 수가 없어요!
부랴부랴 수비라인을 준비하는 임형규.
하지만 이승우가 한 발 더 빨랐다. 마견에 본진 상황이 들킨 순간 바로 전진을 시도했다. 가시귀가 나오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노리는 방향은 역시 11시였다.
아직 비렴이 없었지만 2기의 흑완이 섞여 있어 우습게 여길 수 없는 조합이다.
다수의 비비가 있어 얼마든지 군주를 잡아낼 수 있었으니까.
-자. 들어갑니다! 들어가요!
-가시 촉수가 2개 밖에 없고 절반의 그슨대가 앞마당에 상주하고 있거든요! 얼른 데려와야 합니다.
어느 쪽으로 올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
당연히 그슨대가 두 부대로 나뉘어 수비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공격 대상이 11시라는 걸 확인하자마자 앞마당 쪽에 있던 그슨대가 위로 쭉 올라왔다.
용아가 그슨대에게 달라붙는 순간 비비가 활동을 시작했다.
당장 흑완을 보이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수의 인구수를 막히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했다.
11시 쪽의 군주를 다 잡아낸 비비가 곧바로 본진 쪽으로 향했다.
난전.
이승우가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하는 전투 구도가 만들어졌다.
11시에 이어 본진과 앞마당에 있는 군주를 찢어발기는 비비.
그슨대라고 무사할 리 없었다.
11시가 용아와 흑완에 의해 쑥대밭이 되었다.
남아있는 것이 없었다. 확장이 밀렸다는 것이 가장 크지만 소굴 2개가 파괴되었다는 게 더 컸다. 이젠 물량마저 따라잡을 수 없게 되었다.
-아. 밀려요. 밀립니다.
-단순 그슨대로는 이 조합을 밀어낼수가 없네요. 막아도 손해입니다. 군주가 다 잡히거든요!
-한 타이밍 먼저 뜬 비비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위력을 발휘하는지 잘 보여주는 경기네요. 진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맙니다.
-완전 나비효과죠. 비비가 먼저 뜸으로써 마수의 모든 것이 꼬였습니다.
끝내 파괴 된 11시 확장.
같은 자원을 먹고 있는 마수가 용족을 당해낼 리 없었다.
여전히 그슨대만 있는 마수와 달리 용족은 비렴이 추가되었다.
더 이상 당해낼 도리가 없었다.
심시티로 지어놓은 건물을 때리는 용아를 견제할 수 없는 그슨대.
용아를 잡으러 가는 순간 천벌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이도 저도 할 수 없이, 그저 발만 동동 구르는 것이 전부였다.
그 사이 심시티로 지어놓은 건물이 뚫리고 용아가 우르르 달려들었다.
녹아내리는 그슨대.
결국.
-GG! 임형규 선수 GG를 선언합니다.
-아 진짜 이승우 선수 초반 선택이 너무나도 탁월했습니다
!
-과거 김택윤의 비비를 대처하지 못한 채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패배하던 마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진짜 이렇게 경기하면 어떻게 이기란 말입니까?
중계진의 침이 튈 정도로 이승우를 칭찬했다.
더한 칭찬도 아깝지 않았다.
압도적인 경기력.
10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안에 승리를 챙겨 나오는 이승우의 모습에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임형규가 못한 건 없다. 아니 잘 대처한 편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게 패인이었다.
더 잘했어야했는데 그러지 못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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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규까지 잡으며 2킬을 한 이승우.
상승세를 탄 이승우를 막을 수 있는 존재는 없었다.
3세트와 4세트에 나선 정명혁과 김택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나마 이승우와 박빙의 대결을 펼쳤지만 그게 한계였다. 한 숨 돌릴 시간을 얻은 이승우는 다시 괴물 같은 힘을 발휘해 두 선수를 완벽하게 제압했다.
무적.
이승우를 보는 순간 떠오른 단어였다.
그렇게 2016 첫 공식전인 슈퍼매치는 이승우의 올킬로 마무리 되었고 이승우는 트리플 크라운에 이어 트레블, 총 6관왕을 차지한 최초의 선수로 기록되었다.
============================ 작품 후기 ============================
2016시즌에선 굵직한 스토리 위주로 진행할 생각입니다.
1,2세트 모두 심리전+새로운 빌드를 사용한 경기(추후 이와 관련 된 에피소드 진행)라 조금 자세하게 다뤄졌네요.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