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38 Game No. 438 병력이 좀 많죠? =========================================================================
-이승우 선수에 맞서는 선수는 바로 S1의 도재열 선수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승우 선수의 첫 제물, 그러니까 이승우라는 선수가 신화를 써내려가는 시작이 도재열 선수부터 아니겠습니까?
서로 사연이 많은 두 선수가 만났다.
작년 초만 하더라도 도재열이 이승우를 한참 앞섰다.
육룡이자 준우승자, 그리고 프로리그 우승의 주역이었던 도재열.
반면 이승우는 6년간 2군에 있다 방출 된 선수에 불과했다.
이 모든 것이 역전되는데 걸린 시간은 겨우 3개월.
9개월이 지난 지금 이승우는 도재열이 바라볼 수 없는 곳까지 올라있었다.
이승우가 도재열을 16강 결정전에서 잡으면서 첫 이변을 만들어냈다.
도재열도 프로리그 40승을 달성하며 칠룡의 위엄을 뽐냈지만 한 해 4회 우승을 한 이승우에게 비빌 정도는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당연한 결과지만 그때는 이변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었다. 유독 S1을 만나면 평소보다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이승우다. 그렇기에 S1팬들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S1을 응원하고 있었다.
-복수해야죠. 작년 자신을 보약삼아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던 이승우 선수 아닙니까? 이번엔 도재열이 이승우를 잡고! 2016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어봐야죠. 언제까지 이승우에게 위축 될 수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어김없이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엄재웅.
단순할 수 있는 대결에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불어넣는 것이 엄재웅의 역할이었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관중들도 서서히 피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일단 S1의 가장 큰 임무는 ‘이승우를 막아라’입니다. 한민규, 박현우 등 좋은 성적을 내주는 선수들이 있긴 하지만 이승우 선수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거든요? 이승우 선수가 선봉으로 나선 건 어떻게보면 S1에게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어떻게든 이승우 선수만 빠르게 꺾어내면 무너진 자존심. 다시 되찾을 수 있어요.
-도재열 선수도 전투력 하면 어디가서 꿀리지 않는 선수 아닙니까? 경기가 중반 이후까지 진행되면 경기 결과는 모릅니다.
이승우를 잡게 되면 경기는 쉽게 풀린다.
동족전이기에 변수는 항상 존재한다.
이 둘이 맞붙는 전장은 심판의 날이었다.
자원을 먹고 맞붙기 좋은 전장.
이승우나 도재열 모두에게 괜찮은 전장이었다.
-자. 그런 저희는 잠시 후에 1경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
“파이팅!”
“너무 크게 부담가지지 말고 그냥 손 푼다 생각하고 해.”
“그래 가볍게 올킬하고 온다고 생각해.”
“......그래.”
마지막 말은 연호였다.
연호를 바라보자 연호가 싱긋 웃었다.
그 미소가 굉장히 얄밉게 보였다.
한대 때리고 올라갈까?
고민은 짧았다.
참자.
그런 건 숙소에서 해도 된다.
연호야.
카메라가 있어서 넌 산거야. 알겠지?
본인의 운명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싱글벙글 웃고 있는 연호였다.
그렇게 팀원들의 응원을 받으며 무대로 향했다.
어젯밤.
2시간 동안 연습 경기장에서 연습을 했다.
연습경기장에서 다시 현실로 돌아왔을 때 사실 난 걱정을 많이 했다.
연습경기장에 있는 2시간 동안 내 상태가 어떻게 되어있는지 전혀 알 도리가 없었으니까.
의식을 잃은 것 처럼, 그러니까 잠든 것 처럼 보일까? 아니면 멀쩡한 모습으로 보일까?
전자든 후자든 어느 정도 제약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아무런 의미 없는 걱정이 되었다.
왜냐고?
연습경기장에 들어가기 전과 들어간 후가 1초도 지나있지 않았거든.
유...유레카!
나 이런거 옛날에 만화에서 본거 같아. 그 뭐였더라? 맞아.
시간과 정신의 방.
그건 조금이라도 시간이 흘렀지, 신들의 전쟁 매니저는 1초도 흐르지 않았다. 더 사기라는거지.
물론 다른 실생활에서 써먹을 수 있는 방법이 하나도 없긴 하지만 신들의 전쟁 프로게이머에게 이보다 더 좋은 건 없었다.
남들보다 하루에 2시간을 더 가지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거으니까.
이...이건 사야해! 아..아니지. 이건 원래 내꺼지.
연습의 질도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가장 좋았던 건 내가 원하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다른 선수와 연습을 할 때 원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내 생각을 다른 선수에게 완벽하게 설명해줄 수 없으니까.
하지만 연습경기장은 다르다.
내 의식 안에서 만들어진 또 다른 세계.
얼마든지 원하는 상황을 만드는 게 가능했다.
앞으로 새로운 전략을 만들고 실험할 수 있는 좋은 공간이 생긴 거다.
더욱 더 엽기적인 전략들로 상대를 난감하게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동시에 더 이상 팀원들을 괴롭히지 않아도 되겠구만.
일단 오늘은 특별한 전략보다 무난한 운영을 준비해왔다.
가장 큰 목표는 새로운 시스템 적응.
시간에 따른 체력 변화를 관찰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당장 프로리그나 개인리그에서 많은 수의 경기를 치르지 않지만 5전제나 위너스 리그로 넘어가면 체력 관리가 생명이다.
2세트 밖에 되지 않았는데 체력이 60% 밑으로 떨어진다?
그건 절대 안 될 말이었다.
그 전에 미리 경험을 해봐야했다.
그 상대가 S1이라는 게 조금 부담스럽긴 하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S1을 상대로 좋은 결과가 나오면 그 어떤 팀을 만나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처음에 가장 큰 고난을 겪고 나면 상대적으로 다른 것들은 편하게 느껴지는 것과 같은 거지.
그렇다고 적응만 하고 물러날 생각은 없다.
이왕 나온 김에 킬 수도 제대로 챙겨야하지 않겠어?
원하는 건 올킬이다.
이왕 마음 먹은 거 크게 잡아야하지 않겠어?
올킬이란 말을 아무렇지 않게 꺼낼 수 있는 내가 정말 놀랍다.
그냥 ‘오늘 점심은 짜장면이다.’라고 말한 것 같은 기분.
그리고 지금 이 경기가 2016년 공식전 첫 경기다.
이런 경기에서 패배하면 기분이 상당히 꿀꿀하다.
작년 내 공식전 첫 경기는 패배였다.
그 것도 몰수패.
올해는 그렇게 시작하고 싶지 않았다.
기분 좋게 이기고 싶었다.
한 동안 경기 시작 전에 스킬 장착에 대해 고민했었다. 그래서 항상 시간에 쪼달렸었지. 이제는 그런 고민을 할 필요 없다.
옵저버가 준비가 완료 되었냐고 묻기가 무섭게.
-이승우 : 넵! 다 됐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도재열 역시 같은 대답을 했고.
-옵저버 : 그럼 잠시후 바로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그렇게 2016년 공식전 첫 경기가 시작되었다.
****
-자. 드디어 1경기가 시작했습니다.
-올해 첫 공식전이거든요. 두 선수 모두 기분 좋게 승리하고 싶겠죠.
-하지만 승리할 수 있는 선수는 단 한 명 뿐입니다. 다른 한 명은 올해 첫 시작을 패배로 해야 하는, 씁쓸한 운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자원을 서로 마음 껏 먹고 싸우라는 신의 계시일까?
양 선수의 위치는 대각선에 위치해있었다.
11시의 이승우.
5시의 도재열.
서로의 위치를 확인한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 확장과 물량 위주의 플레이를 펼쳤다. 지룡과 용혼을 활용한 전투가 두어 번 정도 있었지만 경기 결과에 영향을 줄만큼은 아니었다. 서로 간만 보고 빠진 상태.
경기력은 양 선수 모두 훌륭했다.
섬세한 면을 떨어지지만 힘과 전투력만큼은 여타 용족에 꿀리지 않는 도재열이었다.
어느새 경기가 10분을 지날 무렵.
-어? 이승우 선수 뭐죠?
-1시 쪽으로 지금 용안을 보낼 이유가 전혀 없거든요? 설마 몰래 확장인가요?
-글쎄요. 지금처럼 팽팽한 와중에 몰래 확장? 성공하면 대박이지만 들키는 순간 손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거든요!
양 쪽을 힘껏 움켜쥐고 잡아 당긴 실처럼 경기가 팽팽하다.
그런 와중에 이승우가 변수를 던졌다.
몰래 확장.
김태영 해설의 말처럼 양날의 검이다.
확장을 하게 되면 순간 병력의 생산이 중단된다.
그 타이밍에 도재열이 공격을 들어오면 밀릴 수도 있었다. 그걸 방지하려면 뛰어난 연기력이 필요하다. 마치 똑같이 병력 조합에 집중하고 있는 척, 다음 확장으로 12시를 준비하는 척을 계속 해줘야한다.
몰래 확장이 완성된다고 유리해지는 것도 아니다.
적어도 2~3분 이상은 돌아가야 확실하게 자원에서 앞설 수 있다.
-이승우 선수 자신 있다는 거죠. 어차피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 아닙니까? 이렇게 대치를 하고 있을 때 도재열 선수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선공, 아니면 수비하면서 확장을 가져가는거거든요. 전투하면 최고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 이승우의 병력에 먼저 들이받는다? 이건 그렇게 좋은 건 아니거든요. 오히려 확장을 해놓고 공격을 들어오길 유인해서 자리잡고 싸우는게 훨씬 낫다고 판단하겠죠.
-지금 생각해보니까 이승우 선수가 거기까지 생각한 것 같습니다. 도재열 선수가 어떤 선택을 할 줄 미리 알고 있었던 겁니다!
-한 수 앞을 내다 본거죠.
도재열이 확장을 선택한다면 이승우의 수가 제대로 통하는거다. 확장을 했다는 건 공격 의사가 없다는 거다. 그 말은 곧 이승우의 몰래 확장이 안전하게 돌아간다는 것과 같았다.
-이게 지금은 당장 큰 힘을 발휘할지 몰라도, 지금 저 몰래 확장에서 금광을 캐고 있는게 나중에 어마어마한 힘을 발휘합니다.
-그렇죠. 추가 병력의 질이 다르죠. 용아가 우르르 쏟아져나오는 도재열과 달리 이승우 선수가 비렴을 생산해 바로 풍백으로 합체 시킬 수 있습니다.
-아마 이승우 선수가 노리는 상황이 그 상황인거 같네요. 같은 종족간의 전투기에 얼마든지 변수가 있지 않습니까? 첫 싸움에서 못 이기면 어때? 지지만 않으면 되잖아? 추가 병력은 내가 훨씬 더 강력하니까!
“아. 나 지금 소름 돋았어.”
“진짜 이승우가 거기까지 다 계산한건가?”
“야. 이승우야. 이승우. 거기까지 다 그림 그렸겠지.”
옆에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어보는 친구의 말에 마치 자신이 이승우라도 된 양 고개를 한껏 치켜들며 대답하는 남자.
“대박이네. 대박.”
-이승우 선수. 용무관도 하나 더 올립니다. 공업과 방업을 동시에 하겠다 이거죠. 이게 뭐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어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용무관 하나에서 공업만 찍어주는 것보다 여유가 된다면 두개에서 돌려주는게 훨씬 좋죠.
도합 4군데서 금광을 채취하는 이승우.
애초에 몰래 확장은 금광을 채취하기 위한 곳으로 생각한 듯 싶었다.
그리 많은 수의 용안이 붙어 있지 않다.
실수가 아니다.
용안의 숫자를 조절 하는거다.
지나치게 많은 수의 용안을 생산하면 당장 자원 채취효율은 좋을지 몰라도 그 만큼 병력이 부족하게 된다.
아무리 자원이 많아도 비슷한 싸움이 나야 추가 병력을 생산해 싸울 수 있는거지 큰 차이가 나버리면 추가 병력이 합류하기 전에 본진이나 확장이 밀려버린다.
자원을 많이 모은 이유가 사라지는거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서로 인구수 200을 모두 채웠다. 여전히 도재열은 이승우의 몰래 확장을 모르고 있었다. 안타까움에 관중석에서 ‘정찰 좀 해라!’라고 소리쳤지만 그 소리가 도재열에게 전해질리가 없었다. 발만 동동 구르는 팬들. 그리고 어두운 표정의 S1 벤치.
아무 것도 모르는 도재열만 눈빛을 빛내며 경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자. 이제 전투 벌어집니다.
-모든 병력 중앙으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드디어 대규모 전투가 벌어졌다.
용아와 용혼.
지룡, 풍백까지.
용족전 최고의 조합들이 모두 쏟아져 나왔다.
-천벌! 천벌!
-서로 진짜 잘 싸우네요! 감탄 밖에 안나옵니다.
-업그레이드가 밀리고! 확장이 밀리는대로 버텨준 도재열 선수! 진짜 대단하네요.
전투 결과는 엇비슷했다.
업그레이드가 잘 되어 있는 이승우의 병력이 조금 더 살아남았지만 말 그래도 아주 조건 더 살아남았을 뿐이다.
만약 같은 확장을 가지고 있었다면 다시 한 번 호흡을 가다듬고 2차전을 준비했겠지만.
-근데 이게 끝이 아니에요. 이제 시작입니다!
-이승우 선수 제단에서 병력이 마구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용아 위주인 도재열 선수와 달리 금광이 많이 드는 비렴이 대부분이거든요.
-나오자마자 바로 풍백으로 합체하는 비렴! 이러면 용아가 할 수 있는게 아무 것도 없어요.
조합을 갖추려면 시간이 더 필요한 도재열과 달리 금세 다시 조합을 갖춘 이승우가 병력을 이끌고 내려왔다. 5기의 풍백을 보는 순간 두 눈이 동그랗게 커지는 도재열.
‘어? 병력이 왜 이렇게 많아? 풍백이 이렇게 많이 나올 수가 없는데?’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리는 동공이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 놀랍니다. 놀라요!
-놀랄 수밖에 없죠. 자신은 용아가 대부분인데 상대는 풍백이 굉장히 많거든요.
-크게 모난 돌을 잔뜩 쥐고 전투를 준비하는 사람 앞에 총을 든 사람이 나타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의욕상실! 몸에서 힘이 빠지죠!
풍백의 공격에 민들레 씨처럼 연기가 되어 공중으로 흩어지는 용아들.
상대가 될 리 없었다.
여전히 풍백이 4기가 있는 이승우의 병력이 고삐를 늦추지 않고 바로 도재열의 본진으로 향했다.
순식간에 점령당한 도재열의 제단.
여전히 도재열은 어리둥절한 얼굴이다.
상황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는 듯했다. 이미 키보드에서 두 손이 떨어졌다.
-몰라요. 아직까지 이승우의 몰래 확장을 몰라요!
-경기가 끝나고 벤치에 가서야 알겠네요.
-무너지는 도재열의 제단! 참담한 표정의 도재열!
-아. 경기가 왜 이렇게 되었나요?!
-GG! 도재열 선수 GG를 선언합니다.
-아. 너무나도 아쉬운 경기죠,. 끝내 몰래 확장을 발견해내지 못하고 경기를 패배하고 맙니다.
-이승우 선수의 움직임이 너무 좋았던거죠. 그냥 웅크리고만 있었다면 도재열 선수가 의심했을 법도 한데 병력 움직임이 너무 좋았어요. 상대적으로 적은 병력을 지니고도 당장 싸울 기세로 전장을 이리 저리 돌아다녔거든요! 그 차이가 승패를 가른 거에요!
작은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든다.
오늘도 그랬다.
그렇게 2016년 첫 공식전 승리자는 이승우로 결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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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차나요?
병력이 많아서 마니 놀래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