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36 Game No. 436 변화, 아니 진화. =========================================================================
“저요?”
지목받은 이승우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옆에 있던 신연호가 짓궂은 얼굴로 이승우의 팔을 콕콕 찔렀다.
“뭘 그렇게 놀라냐? 나이로 뭐나 뭐로 보나 현우 형 다음엔 너지.”
“맞아요. 형 밖에 더 있어요? 얼른 나가요.”
김승대가 맞장구를 쳤다.
다른 선수들도 같은 반응이었다. 공식전 기준 이제 2년차 프로게이머지만 나이는 박현우 다음으로 많았다.
김승대와 신연호가 이승우의 등을 떠밀었다. 주춤거리는 발걸음으로 중앙으로 나서는 이승우.
경기장에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상대를 제압하던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뜨거운 박수가 숙소를 가득 메웠다. 특히 비주전 선수들의 눈빛이 아주 초롱초롱하다.
현재 이승우는 신들의 전쟁 최고의 스타.
그와 함께 있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다.
“흠. 흠.”
마이크를 쥔 이승우가 애꿎은 땅만 발로 비비적거렸다.
“왜 이렇게 쑥스러워해? 결승전 무대나 시상식에선 그렇게 말 잘해놓고.”
신연호의 일침 아닌 일침에 이승우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차라리 시상식이나 결승전 무대가 낫다.
거기선 아드레날린이 미친 듯이 분비되니까.
팀원들 앞에서 서서 말을 하려니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흠. 올해는 저에게 최고의 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일이 연달아 있었습니다. 내년에도 그런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작년에 이 팀에 합류한 것이 제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승우가 진심을 조금씩 풀어냈다.
신들의 전쟁 매니저를 얻은 것보다 아스트로에 입단하게 된 것이 더 행운이라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아스트로가 아니었다면 신들의 전쟁 매니저가 있었어도 폭발적인 성장을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아스트로는 이승우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팀에 부합하는 곳이었다.
시설 하나만 빼고.
그 시설마저 이번에 갖추었으니 완벽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겠다.
“처음 온 저를 마치 원래부터 있던 팀원처럼 받아줘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말을 끊은 이승우가 팀원들을 돌아보았다.
모두 고마운 사람들이다.
앞으로도 계속 함께 하고 싶을 정도로.
1년도 함께하지 않았는데 10년은 함께 한 것 같은 친밀함이 느껴진다.
내년도 올해만큼만.
이렇게만 해도 여한이 없겠다고 이승우는 생각했다.
조금 욕심이 아닌가 싶긴 했지만 원래 꿈은 크게 가져야 한다.
“이제 마이크를 연호에게 넘기겠습니다.”
“그러취! 이제 내가 나갈 타이밍이지! 승대나 다른 애 불렀으면 많이 섭섭할 뻔 했어!”
이승우의 지목을 받은 신연호가 앞으로 나왔다.
거의 날라오듯 빠른 속도로 나왔다.
이런 자리를 절대 빼지 않는 신연호다웠다.
마이크를 쥐고 유명 MC의 흉내를 내는 신연호.
레크레이션 강사처럼 보일 정도로 능숙한 진행을 하고 있었다.
선수들의 이야기를 계속 되었다.
저번시즌 4강 신화를 이루고 올해의 환국 신인상을 거머 쥔 한민규, 이승우와 신연호의 뒤를 든든하게 받쳐주었던 윤여준, 간간히 프로리그에 나가 얼굴을 비췄던 진완석, 임동주, 김승훈, 최형모, 아직 정식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꿈을 향해 꾸준히 도전하는 선수들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다.
모든 소개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파티가 벌어졌다.
파티라고 별거 없다.
남자들끼리만 있기에 체면 같은 건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렸다.
그저 맛있는 음식을 맛있게 먹으면 그게 파티다.
왁자지껄.
숙소 분위기가 금세 시끌시끌해졌다.
오늘만큼은 먹고 죽자는 마인드였다.
그러는 시간이 쭉쭉 흘렀다.
어느새 11시 59분이 되었다.
“자. 주목! 주목! 이제 2016년까지 1분 남았다.”
순식간에 조용해지는 숙소.
모두 죽을 죽인 채 시계만 바라보았다.
“10!”
누군가의 목소리.
그 뒤부터는 모두가 함께였다.
숫자가 들어들수록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들뜬 감정이 그대로 느껴졌다.
“3!”
“2!”
“1!”
그 순간 핸드폰의 날짜가 2016년 1월 1일로 바뀌었다.
“다들 해비 뉴 이어!”
“해피 뉴 이어겠지.”
신연호의 핀잔에 김승대가 토라졌다.
“형. 설마 제가 그걸 몰랐겠어요? 그냥 발음이 센 거에요.”
입이 댓발 튀어나온 김승대.
그 모습에 모두 배를 움켜쥐고 웃었다.
“자. 내년, 아니 올해도 잘해보자!”
이재명 감독의 깔끔한 정리와 함께 모두 한 살을 더 먹었다.
****
“후.”
12시가 지난 지, 그러니까 2016년이 된지 10분이 흘렀다.
아직 2016년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휴대폰에 떠 있는 2016이라는 숫자가 어색하기만 하다.
10분밖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당연한 건가?
독방을 써도 될 정도로 숙소가 커졌지만 예전과 마찬가지로 연호와 함께 방을 쓰기로 했다.
이 큰 방을 혼자 쓴다는게 쉽게 상상이 되지 않았거든.
조금 시끄럽긴 하지만 연호와 함께 하는 것이 좋다.
사람 사는 맛도 나고.
1년 사이 많은 것이 바뀌었다.
2군 선수였던 나는 어느새 4회 우승자가 되었고 꼴찌를 다퉜던 팀은 프로리그를 제패한 팀이 되었다.
팀을 떠나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의 선수를 수상하며 내 마음을 내비치긴 했지만 다음날 임주혁 감독님께 전화를 드렸다. 따로 나에게 연락을 취해주실 정도로 정성을 쏟았는데 그냥 시상식에서 그렇게 말하고 끝내는 건 예의 없는 행동이다.
혹시 불쾌해하시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임주혁 감독님의 목소리엔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내 결정을 존중한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의 짐을 모두 덜어낼 수 있었다.
2015년 성과에 대한 보상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연봉은 억을 넘겼으며 팀의 규모 역시 하루가 다르게 커졌다.
사실 성과에 비하면 낮은 연봉을 받고 있었지만 곧 이에 대한 추가 조정이 있을거라고 했다.
사실 크게 상관없었다.
단순히 돈만 쫓으려 했다면 이번 시즌에 아스트로에 남아있지 않았을 거다. 진작 S1으로 향했겠지. S1, 임주혁 감독님의 제안을 뿌리친 걸 후회하지 않는다. 아스트로에서 나만의 길을 걷고 싶다.
나만 성공했으면 좋겠다는 뜻은 아니다. 팀 모두가 함께 성공했으면 좋겠다.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2016이라고 써져 있는 글자를 보자 심장이 쿵쾅거렸다.
단순히 2016년이 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오늘 신들의 전쟁 매니저의 숨겨진 기능이 공개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신들의 전쟁 매니저.
작년에 기적처럼 찾아왔던 시스템이다.
처음엔 헛것이 보이는 줄 착각했지만 아니었다.
신들의 전쟁 매니저는 기적이라는 말이 딱 어울렸다.
수많은 스킬과 스탯의 도움으로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물론 이것이 없었어도 지금과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을지 모른다.
S1에서 방출 당해 아스트로로 왔다면 말이다.
하지만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렸을 거다.
신들의 전쟁 매니저를 통해 얻은 것 중 가장 큰 건 스킬도, 스탯도 아니었다.
바로 자신감이었다.
그 힘으로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저번 시즌 프로리그 우승의 보상으로 물음표로 남아있던
칸이 오늘 열린다.
왜 하필 2016년 1월 1일인지 모르겠지만 프로리그 결승전이 끝난 후 부터 오늘만은 기다려왔다.
??포인트에 대한 해답도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도대체 어떤 기능일지 벌써부터 두근두근 거리는구나!
침대에 몸을 던지며.
‘상태창!’
상태창을 열었다.
물음표가 있던 자리에 새로운 문구가 적혀있었다.
바로 능력부여였다.
조금은 생소하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직관적인 이름 덕에 어떤 성질을 가진 것인지 대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나저나 이게 감독과 관련 된 건 아닐 텐데?
신들의 전쟁 매니저 감독판은 3단계라고 했다.
혹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바뀐 건 아닐까 살펴보았지만 아직 신들의 전쟁 매니저는 2단계에 머무르고 있었다. 3간계가 되었다면 그에 대한 알림이 있었겠지. 눈을 씻고 찾아봐도 그런 건 없다.
그저 새로운 능력이 개방되었을 뿐이다.
고민해봤자 소용없지. 바로 확인해보자.
능력 부여 창을 누르는 순간 수많은 정보가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
“흠...”
묘하다. 묘해.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하지?
다른 사람의 눈엔 술에 거하게 취한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나는 전혀 술에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였다.
지금 눈앞에 있는 내용을 정리하기 위해 두뇌를 풀가동하고 있었으니까.
‘대충 정리하면 이렇게 되나?’
30분간의 사투(?) 끝에 알아낸 내용을 정리하자면.
1. 능력부여는 내가 지니고 있는 스킬을 팀원들에게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 일종의 버프라고 할 수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거 완전 사기 아냐?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막상 그렇지도 않다.
일단 능력부여는 개인리그가 아닌 프로리그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프로리그 우승에 대한 보상이라 그런 것 같았다.
그리고 내가 쓰는 것과 그 효과 면에서도 차이가 있다. 상대 술법이 떨어질 장소를 미리 알려주는 [예언가]같은 경우 육감과 반응속도를 올려주는 정도가 전부다.
능력 부여를 받은 선수의 능력에 따라서도 효과가 차이난다고 했다. 그러니까 내가 부여한 능력과 상성이 잘 맞으면 더 높은 효과가 나타난다는 거다. 당연히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고.
생각만 해도 끔찍하군.
아예 부여가 불가능한 스킬도 존재한다.
[CCTV], [매의 눈], [물량의 제왕]이 대표적인 예다. 내용을 보면 부여가 불가능한 이유가 납득이 된다. 적용되는 순간 팀원들의 얼굴에 떠오를 표정이 눈에 선하다.
그리고 ‘이상한 게 화면에 보여요.’라고 말하겠지.
아. 그리고 마구잡이로 부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해당 선수의 능력에 따라 부여할 수 있는 횟수가 다르다고 했다. 누군가는 3개의 능력을 부여받을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아예 받지 못할 수도 있고.
이런 것도 있었다.
내가 연호에게 [철벽]을 부여했더라도 그 능력이 경기가 끝날 때까지 발동이 안 될 수도 있다. 내가 부여를 했더라도 그걸 경기 중에 발동시키는 건 부여 받은 선수의 몫이라는 거다.
그나마 다행인 건 발동 여부 에 대한 건 알려준다고 했다. 부여하도고 이게 발동 된 건지 안 된 건지 헷갈리지는 않을 듯싶다.
이건 굉장히 중요한 사항이다.
발동이 되지 않았다면 발동 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분석해봐야 한다.
왜 그래야하냐고?
선수의 성향과 맞지 않는 스킬 부여는 오히려 경기력을 떨어뜨린다고 했거든.
단순히 운 때가 맞지 않아 발동이 안 된 건지, 아니면 그 스킬이 해당 선수와 성향이 잘 맞지 않는 건지 꼼꼼하게 살펴봐야한다.
전자라면 다행이지만 후자라면 다시는 그 스킬을 그 선수에게 부여해서는 안 된다.
이래저래 계산해봐야 할 것이 많은, 아주 피곤한 능력이었다.
잘만 활용하면 진짜 팀원 모두의 실력을 정상급으로 끌어올릴 수 있지만 삐끗하면 역으로 나락으로 떨어트릴 수도 있는 능력.
가만 두어도 잘 큰 선수인데 괜히 호들갑 떨어 망쳐버릴 수도 있다는 거지.
양날의 검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이쯤 되면 이게 정말 좋은 건지 헷갈리는데?
진짜 신중하게 사용해야겠다.
마지막으로 이 능력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한 가지 조건이 더 필요했다.
골든 마우스와 골든 배지.
OSL을 3회 우승하면 골든 마우스가 주어지고 MSL을 3회 우승 하면 골든 배지가 주어진다.
현재 각각 2회 씩 우승 한 상태.
1번씩 더 우승해야 능력을 완벽하게 개방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나는 다른 사람을 성장시킬 수 있는 능력을 얻으려면 본인부터 최고의 선수여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2. ??포인트의 정체 역시 밝혀졌다.
너무 당연한 건가?
부여 포인트.
왜 그 동안 물음표로 나왔는지, 프로리그에서 우승한 이후에 얻을 수 있었는지 이해가 갔다. 능력부여를 하려면 이 부여 포인트가 필요하다. 아직 한 번 능력을 부여하는데 어느 정도 포인트가 드는지는 알 수 없다. 일단 최대한 많이 모아 두는 게 상책이다. 1에 비해 이건 너무 간단해서 더 말할 것 도 없다.
여기까지는 새롭게 추가 된 내용.
사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뒤에 있었다.
신들의 전쟁 매니저 시스템이 다시 한 번 변화, 아니 진화했거든.
============================ 작품 후기 ============================
밸런스를 무너뜨리지 않고 새로운 컨텐츠를 집어 넣기 위해 몇 달간 고민했습니다.
능력부여! 오오오! 성장! 승리! 우아아아! 패턴으로 가는 일은 없을 겁니다.
선수편과 감독편 중간 지점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