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35 Game No. 435 해피 뉴 이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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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대와 20대들에게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컨텐츠는 단연 이 스포츠, 그 중 신들의 전쟁이었다.
직접 경기를 펼치는 것보다 프로 선수들의 경기를 관람하는 걸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처음 시작은 굉장히 단순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다양한 전략이 나왔다.
실시간, 그러니까 선수들의 판단에 따라 상황이 즉각적으로 변화하기에 똑같은 경기는 거의 없었다. 같은 빌드여도 선수들마다 다른 색의 운영이 나오는 것이다.
신들의 전쟁은 환웅 임주혁의 등장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끔과 동시에 매년 성장을 거듭했다.
지금은 유럽과 북미 쪽에 중계권을 따로 수출 할 정도로 거대한 규모가 되었다.
신들의 전쟁 역사에서 역대 최강의 선수를 뽑으라고 하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름이 있다.
환국의 이영우와 마수의 이제운.
아쉽게도 용족은 여기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육룡이라는, 한 해 최고의 성적을 낸 용족들이 있었지만 앞선 둘에 미치지 못했다. 육룡의 모든 커리어를 합쳐도 이영우와 이제운보다 못할 정도였다. 그나마 김택윤이 MSL에서 3회 우승을 하며 본좌의 모습을 얼핏 보여줬지만 OSL에서 번번히 4강에서 떨어지며 최강이라 불리기엔 2% 부족한 모습을 보여줬다.
용족의 최강자는 늘 빈 자리였다.
김택윤과 송병호가 합쳐지면 최고의 용족이라 말을 했지만 이게 무슨 만화도 아니고 둘이 퓨전을 할 수 있을리 없었다.
그렇게 용족은 항상 반쪽짜리였다.
그때 혜성과 같이 등장한 선수가 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은 없다.
이승우.
용족의 희망.
육룡을 칠룡으로 바꿔버린 것도 모자라 단숨에 우두머리를 차지한 신룡 이승우.
2015시즌은 이승우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출한 4개 개인리그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약 8개월만에 4회 우승자가 되어 리쌍의 커리어를 바짝 쫓는 중이었다. 개인리그에서만 활약한 것이 아니다.
프로리그에서도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다승왕을 차지했다.
67승 6패.
입이 쩍 벌어지는 승률이었다.
승만 많이 챙긴 게 아니라 팀을 모두 우승으로 이끌었다. 포스트시즌에선 16전 전승을 거두는 위업을 달성하기도 했다.
위너스리그 우승.
프로리그 우승.
S1이나 CT의 성과가 아니다.
육군을 제외하면 만년 꼴찌를 기록하는 아스트로의 성과인 것이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기록.
약팀으로 분류되던 아스트로가 화려하게 비상할 수 있도록 날개를 제대로 달아준 이승우였다.
이런 활약에 힘입어 이승우는 올해의 선수상을 포함하여 9관왕을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바야흐로 새로운 신이 신들의 전쟁에 등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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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전쟁 2016 시즌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각 팀은 분주하게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번 시즌부터 바뀐 점이 몇 가지 있었다.
작년까지 6라운드로 진행되었던 프로리그가 이번 시즌부터 7라운드로 늘어났다. 원래는 위너스 리그를 3라운드로 늘리려 했지만 강팀과 약팀의 차이가 성적 차이가 더 벌어질 거라는 반대에 부딪쳐 정규 라운드를 하나 늘리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이로써 각 팀별로 11경기가 추가 되어 총 77경기를 치르게 되었다.
어찌되었건 삼대장을 비롯하여 프로리그에서 활약을 펼치던 선수들의 구미가 당길만한 이야기다.
전 시즌보다 11경기를 더 나갈 수 있다는 것과 같은 뜻이었으니까.
라운드와 함께 프로리그 규칙도 재정비되었다.
원래는 매 경기 모든 종족의 선수가 나오기만 하면 되었지만 여기에 한 가지 규칙이 추가 되었다.
이제 같은 전장에서 두 번 연속 같은 종족이 나올 수 없어졌다. 예를 들어 1경기에 사용 된 마고본성 전장에서 S1이 환국 선수를 출전시켰다면 다음 경기에 사용되는 마고본성에선 환국이 아닌 다른 선수를 선택해야한다. 두 번 연속 나오지만 않으면 되고 세 번째 마고본성 경기부턴 다시 환국 선수를 출전시킬 수 있다.
이러한 규칙이 생긴 이유는 특정 전장에서 동족전이 너무나 많이 나오기 때문이었다.
이로써 각 게임단은 이 규칙에 따라 엔트리를 짜야하는 과제가 생겼다.
팬 입장에선 보다 재미있는 엔트리 싸움과 경기를 볼 수 있게 되었지만.
선수들의 신상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프로게이머 생활을 마무리하는 선수들이 몇 있었다.
그 중 가장 주목을 받은 건 송병호였다.
용족의 총사령관.
용족 최다 결승 진출자.
택뱅리쌍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용족.
이 밖에 수많은 호칭을 가지고 있는 선수의 은퇴는 많은 이에게 충격을 주었다.
성적이 안 좋으면 모를까 전 시즌 개인리그 결승에 오르며 건재함을 과시했기에 더욱 더 그랬다.
하지만 송병호의 생각은 달랐다.
저번 결승 이후 더 이상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없을 것 같다는 한계를 느꼈다고 했다.
최정상은 아니지만 정상을 유지하고 있을 때 은퇴를 하는 건 예전부터 생각해뒀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최선을 다했고 후회는 없다는 말을 남겼다.
은퇴한 송병호의 행보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였다.
차라리 육군으로 가서 군 문제를 해결하는 게 나아보였지만 송병호의 자존심이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육군에 선수로 가게 되면 군 문제 해결을 할 수 있지만 제대로 된 연습환경이 조성되지 않아 프로게이머로서 최고의 모습을 보일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만약 육군에 갈 생각이 있었다면 애초에 은퇴를 하지 않았을 거다.
간혹 솔직한 발언으로 반발을 사는 송병호지만 본인의 철학이 뚜렷한 선수였다.
아무 것도 확정 된 것이 없지만 코치 생활을 하다가 군대를 다녀올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송병호의 은퇴로 이제 택뱅리쌍이라는 말은 쓸 수 없게 되었다.
그 자리를 대신한 건 택승리쌍이었다.
택승리쌍의 승은 이승우였다.
예전엔 송병호가 택뱅리쌍의 네 번째 자리였지만 이젠 김택윤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사실 택승리쌍이라는 단어보다 아예 김택윤을 빼고 승리쌍 혹은 삼대장으로 부르는 팬들의 숫자가 훨씬 더 많았다.
양대리그 우승을 경험해본 승리쌍과 달리 김택윤은 MSL 우승밖에 없었으니까. OSL은 결승조차 올라보지 못했으니까.
김택윤이 용족 최고라 자부했던 김택윤의 팬들의 앓는 소리가 여기저기 울려 퍼졌다.
떠난 전설이 있으면 돌아온 전설도 있는 법.
육군으로 갔던 임주혁과 홍진우가 전역하며 각각 S1과 CT로 복귀했다.
임주혁 같은 경우 감독직을 물려 받았고 홍진우 역시 플레이 코치로 이번 시즌을 시작하게 되었다.
영웅이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는 박효석도 곧 전역을 한다.
아마 박효석도 임주혁, 홍진우와 비슷한 길을 가게 될거다.
1세대, 1.5세대 프로게이머들이 선수 생활을 마친 후 코치로 간다면 이 스포츠가 다시 한 번 부흥할 것이라 많은 이들이 입을 모아 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이 스포츠의 역사는 짧다.
역사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할 정도다.
초반에 코치와 감독을 지냈던 이들은 이 스포츠와 전혀 상관없던 사람들이다.
이제는 다르다.
코치부터 감독까지 이 스포츠의 전설로 불렸던 이들이 그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많은 화젯거리를 양산하게 될 거다.
임주혁만 해도 그렇다. S1이 신들의 전쟁 최고의 명문이 되는데 가장 큰 공을 세웠던 임주혁이 이번엔 감독으로 돌아왔다.
선수와 감독 모두 우승을 차지하는 첫 번째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좋은 일은 항상 겹쳐 온다고 유럽과 북미 쪽에서도 최근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어 올해 말 한국을 넘어선 세계대회에 관한 이야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었다.
보다 큰 시장을 향해 도약할 기회가 다가온 것이다.
현재 계획되고 있는 것들이 잘 마무리 된다면 이 스포츠는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 다른 스포츠 못지않은 위상을 지니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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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로.
프로리그 위너스 리그와 정규 리그 모두 우승을 달성하면서 창단 이래 최고의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시즌이 끝난 후 가장 분주하게 움직인 팀이기도 했다.
프로리그 우승으로 스폰서의 숫자가 크게 늘었다.
그 금액도 엄청났다.
한 스폰서의 제안이 그 전에 받았던 모든 스폰서의 액수보다 더 클 정도였다.
팀이 이렇게 환골탈태 할 수 있었던 데엔 이승우의 공이 컸다.
일단 아스트로는 숙소를 가장 먼저 옮겼다.
전에 있던 숙소보다 배 이상 큰 곳이었다.
보다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싶었던 이재명 감독의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예전의 좁았던 숙소를 뒤로 하고 최신식 시설로 옮겼다.
모든 공간이 선수들을 위해 재정비 되어 최적의 환경을 제공했다.
S1이나 CT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몇몇 선수들은 전 숙소가 더 정겨웠다며 아쉬워했지만 새로운 숙소를 보는 순간 생각을 싹 바꾸었다.
그 정도로 새 숙소는 매력적이었다.
12월 31일.
아스트로 전 선수와 코치, 감독이 모여 송년회를 보내고 있었다.
강제는 아니었다.
가족 혹은 다른 약속 있다면 얼마든지 이 자리에서 빠질 수 있었다.
하지만 한 명도 빠지는 사람은 없었다.
선수는 물론 코치, 감독 모두 팀과 함께 송년회를 즐기길 원했다. 다른 사람들과는 이미 휴가 때 다 즐겼다 뭐 이런 거였다.
그만큼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끈끈했다.
그 마음이 아스트로를 이렇게 성장하게 만들었다.
“올해 정말 고생이 많았다. 항상 상상으로만 하던 일을 현실로 만들어줘서 정말 고맙다.”
이재명 감독이 잔을 들고 가운데 서있었다.
건배사를 하는 중이었다.
“하루하루가 꿈만 같았다. 그 정도로 행복했고 좋았다. 다 너희들이 있어서 이룬 성과다. 너희들이 없었다면 이런 결과를 얻지 못했을거다.”
“감독님 아니었으면 그렇게 되지 않았을 거에요.”
아스트로의 분위기 메이커 신연호가 외쳤다.
싱글벙글.
웃음이 가득하다.
“옳소! 옳소! 감독님을 국회로!”
그의 말을 받은 건 영혼의 단짝 김승대였다.
“너 벌써 취했냐?”
그런 승대를 뒤에서 감싸 앉는 이는 아스트로의 도민우 수석코치, 줄여서 도 수코라 불리는 이였다.
이미 코가 발간 것이 취기가 도는 듯 했다.
이렇듯 아스트로는 선수들과 코치들이 친한 형 동생처럼 어우러졌다.
위화감 따위는 없었다.
아직 시즌이 시작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시즌이 시작되면 지금보다 힘이 들어 갈거다.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은 여전하겠지만.
“내일 모레 슈퍼매치에서 깔끔하게 이기고 올 시즌도 한번 불살라보자.”
1월 2일.
슈퍼 매치가 있다.
슈퍼 매치는 프로리그 우승팀과 위너스 리그 우승팀이 정규 리그 개막전에 승부를 겨루는 것이었다.
일종의 개막 행사였다.
위너스리그, 프로리그 모두 아스트로가 우승했기에 원칙대로 하면 아스트로와 아스트로가 붙어야한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때를 대비해서 협회는 룰을 만들었다.
같은 팀이 우승을 할 경우 위너스리그와 프로리그 준우승 팀이 경기를 치러 그 승자가 슈퍼 매치를 치르게 된다.
방송으로 중계되는 슈퍼 매치와 달리 이 경기는 따로 중계되지 않는다.
팀 간의 약속으로 치러지게 된다.
현재 S1이 화성을 이기고 아스트로의 슈퍼 매치 상대로 낙점된 상황이었다.
이재명 감독이 잔을 높게 들어 올리며 ‘2016 시즌을.’이라고 외쳤다. 곧바로 잔을 따라 올리며 ‘위하여!’라고 외치는 아스트로의 팀원들.
“이런 건 무조건 원 샷이야. 원 샷.”
도 수코가 얼굴에 미소를 띠운 채 그대로 잔에 든 술을 꿀꺽꿀꺽 삼켰다.
그 후 이재명 감독의 지목하는 사람이 앞으로 나와 한 마디씩 했다. 도 수코를 시작으로 모든 코치진이 이재명 감독이 섰던 자리에 서 덕담을 말했다.
그 다음은 선수들의 차례였다. 아스트로의 주장인 박현우가 가장 먼저 나섰다.
전 시즌에 이어 박현우가 주장직을 계속 맡기로 했다.
서로 다른 선수들을 하나로 모으는데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성적 역시 괜찮다.
이승우가 들어오기 전 에이스라고 불렸던 선수였으니까.
“이번 시즌에도 주장을 맡게 된 박현우입니다. 부족한 주장임에도 잘 믿고 따라줘서 항상 고마움을 느낍니다. 이번 시즌도 저번 시즌처럼 하나로 뭉쳐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이상입니다. 제 다음으로 지목할 사람은.”
박현우의 시선이 한 곳으로 향했다.
“이승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