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로더 신들의 전쟁-432화 (432/575)

00432  Game No. 432 고민 그리고 또 고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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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집에서 1차를 끝내고 향한 곳은 PC방이었다. 이미 1차에서 배가 불러 소화를 시키기 위해 찾은 것이었다.

약속이라도 한 것 처럼 모두 신들의 전쟁을 켰다.

“아까 전화 온 거 어디야?”

“아. 그 전화? 게임단.”

“올. 휴가 중인 선수에게 전화? 네가 잘나가긴 잘나가는구나.”

“사고 칠까봐 관리하는 것 일수도.”

녀석들의 말에 웃음으로 대꾸해줬다.

뭐 거짓말 한 건 아니다.

S1도 팀은 팀이었으니까.

아까 일을 떠올리니 마음이 다시 심란해졌다.

용건은 짧고 간단했다.

나를 다시 S1으로 데려오고 싶다는 것.

그걸 왜 임주혁 선수가 직접 하나 싶었는데 다음 시즌부터 주운 감독님은 모든 종목을 총괄하는 통합 감독으로 올라가고 공석이 되는 신들의 전쟁 감독은 얼마 전 전역 한 임주혁 선수가 맡게 되었다고 했다.

아직 내부적으로만 알려진 사항이었다.

아스트로에 정식 제의를 하기 전에 내 생각을 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어떻게 내 번호를 알았나했는데 형규한테 물어본거라고 한다. 혹시 이에 대해 기분이 상했으면 사과한다고 덧붙였다.

기분이 나쁠리 없다.

우상과 전화 통화라니.

기분이 나쁘기는커녕 오히려 영광이었다.

자세한 사항까지 지금 말할 순 없지만 그 어떤 이스포츠 선수보다 좋은 대우를 해준다고 했다.

전무후무한 대후.

기본적인 연봉부터 시작해서 기타 옵션까지 전부 다 상상 이상으로 말이다.

경기력 유지를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모든 들어주겠단다.

거기에 더해 나를 팀의 미래로 생각하고 있다고 하셨다.

단순히 팀의 구성원이 아니라 나를 중심으로 팀을 구성하겠는 말이었다.

정말 파격적인 제안이다.

오랜 기간 팀을 이끌어왔던 도택형명이 아닌 나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것이었으니까.

S1이 원하는 건 드림팀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 최고의 선수들을 모아 개인리그, 프리그 가릴 것없이 모두 우승을 차지하는 것.

육군에 있을 때부터 함께 하고 싶었다. 전역한 순간, 그리고 예비 감독이 된 순간 가장 먼저 프런트에 요구한 것이 이승우 선수의 영입이다. 경기를 보면서 나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그 재능을 더 만개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지금 기적적으로 아스트로에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다음 시즌에도 그러란 법은 없다. 지금보다 분석이나 견제가 더욱 더 강해질거다. 그 곳에서 힘겹게 싸우느니 다시 S1으로 돌아와 최고의 길을 걸어보자. 이미 6년간 S1에 있었으니 분위기 적응도 문제없다.

전화를 끊으며 마지막으로 해줬던 이야기였다.

그 순간 예전에 형규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언제까지 거기 있을 거냐고.

다시 S1으로 돌아와야 하지 않겠냐고.

솔직히 조금 흔들린다.

미래에 대한 청사진이나 물질적인 것 때문이 아니다. 그런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였다면 아스트로에 이렇게 오래 있지도 않았을 거다.

서서히 가치를 증명했던 6월에 더 많은 병봉을 챙겨줄 수 있는 팀으로 바로 이적을 꾀했겠지.

만약 지금 제안을 임주혁 선수가 아닌 주운 감독님이 했다면 단칼에 거절했을 거다.

S1보다 아스트로가 훨씬 좋았으니까.

아스트로에 있는 시간이 내 인생에서 행복했으니까.

하지만 꿈과 희망이던 사람이 나에게 함께 걷자고 제안하니 단칼에 잘라내기 힘들었다.

프로게이머 지망생부터 꿈꿔왔던 일.

애초에 내가 다른 팀을 선택하지 않고 S1에 들어간 것도 임주혁, 단 한 사람 때문이었다. 방출되기까지 6년 세월을 견뎌냈던 것도 언젠가 임주혁 선수와 함께 활약을 펼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정확히 나를 지목했다.

자신과 함께 팀을 만들어나가자고.

그의 곁에 서서 함께 걷는 것.

상상하는 것만으로 가슴이 떨린다.

15년 가까이 꿔왔던 꿈이 아닌가?

그렇다고 덥석 그 손을 잡을 순 없었다.

순간 떠오른 얼굴들이 있었으니까.

감독님부터 코치님, 팀원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스쳐 지나갔다.

너무나도 좋은 사람들이다.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 자리에 올라올 수 있었다.

경기 준비부터 멘탈 단련까지.

모든 부분에서 도움을 받았다.

이렇게 흔들리는 것 자체가 미안하게 느껴질 정도.

제안에 대한 대답은 다음에 하기로 했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웠고 바로 대답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아직 이적 시장이 닫히기 전까진 약 2주가량이 남아있었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에 흔쾌히 알겠다고 말하는 임주혁 선수.

그렇게 전화를 끊은 순간부터.

“....머리 아프다.”

“어? 뭐라고?”

“아. 아냐.”

“존나 싱겁긴. 야. 신들의 전쟁이나 들어와. 올해 최고 선수랑 같이 게임 좀 해보자.”

평소라면 웃으며 허세를 부렸겠지만 지금은 그럴 겨를이 없었다.

“그래. 방 파. 바로 들어 갈테니까.”

이제 골치 아픈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신이시여.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

몸은 PC방에 있지만 정신은 이미 아득한 곳으로 떠나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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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이 스포츠 대상, 그 중 신들의 전쟁 부문.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2015 대한민국 이 스포츠 대상은 2015년 1월부터 12월까지 종료된 국내외 공인대회, 비공인대회, 국제대회 실적을 바탕으로 각 부문의 후보자를 선정, 전문가 투표와 팬 투표를 거쳐 시상이 진행되며 1부와 2부, 그 사이의 축하공연으로 구성되어 있다.

원래는 신들의 전쟁과 다른 게임들을 함께 시상했었는데 신들의 전쟁의 인기가 워낙 세계적으로 커지다보니 따로 떨어져 나와 시상식을 진행하게 되었다.

다른 게임은 12월 28일 대상을 진행하고 신들의 전쟁은 다음날인 29일 따로 대상을 진행한다.

다른 게임 관계자들에게 불공평하다 여겨질 수 있는 일이지만 별 수 없다.

사람들이 그걸 원하는데 어쩌겠는가?

억울하면 신들의 전쟁처럼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수밖에.

항상 활동성을 중요시 여기는 유니폼만 입는 선수들이 말끔하게 수트를 갖춰 입고 나오는 자리.

프로게이머들이 수트를 입는 자리는 거의 없다.

공식적인 행사를 할 때도 대부분 유니폼 차림.

남자 팬들이야 시큰둥하지만 여자 팬들은 선수들의 수트 빨을 상상하며 잔뜩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었다.

번외 시상으로 베스트 드레서 상도 있다.

역대 수상한 선수들을 보면 일명 ‘얼빠’ 얼굴 팬들을 지니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

다른 의미에서 오늘의 주인공들이었다.

이미 게시판엔 선수들의 수상을 예측하는 글들이 우후죽순처럼 올라오고 있었다.

이번 시상식의 주인공은 이승우와 아스트로였다.

항상 시상식과 거리가 멀었던 아스트로.

그저 다른 선수들과 팀의 시상을 축하하는 들러리로 만족했었다. 하지만 이번엔 거의 대부분의 모든 부분에 후보를 올렸을 정도로 괄목상대할 만한 성적을 이뤘다.

올해의 선수로 가장 유력한 선수는 이승우다.

거의 확정이나 마찬가지다.

개인리그 4회 우승.

위너스 리그 우승.

프로리그 우승.

프로리그 다승왕.

종족최강전 우승에 올스타전 우승까지.

올해 참가한 모든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행운의 여신과 연애중이라는 드립이 그냥 나온 드립이 아니다.

이미 이승우의 수상이 확정 된 부문도 있다.

올해의 승률왕과 올해의 다승왕이 바로 그 것이다.

공식전 126승 15패.

무려 89.4%의 승률로 승률왕을 일찌감치 차지했다. 1패만 없었더라면 그 누구도 이루지 못했던 한 해 승률 9할을 이룰 뻔 했다.

공식전은 126승이지만 비공식전 전적까지 합치면 이승우의 승은 140승까지 올라가며 이는 올해 최고 다승기록이다.

프로리그 1,2라운드와 개인리그 시즌1을 참가하지 않았음에도 올해 다승왕의 영예를 안은 것이다.

만약 이승우가 처음부터 시즌에 참가했다면 역대 최고 다승 기록을 갈아치웠을지도 모른다.

현재 역대 최고 다승 기록은 이영우가 보유하고 있었다.

프로리그 다승왕과 그 해 열린 모든 개인리그 결승에 오르며 만들어낸 기록.

지금의 경기력이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이 기록에 충분히 도전해 볼만 했다.

이 밖에 올해의 용족, 용족 신인상 등도 유력한 후보였다.

이승우 뿐만 아니라 아스트로 역시 이번 시상식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프로리그 우승을 차지하면서 환국 신인상 가장 강력한 후보가 된 한민규도 있었다. 가장 좋은 개인리그 성적. 그리고 프로리그 우승 커리어. 프로리그 다승에서 조금 밀리지만 앞선 커리어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정도다.

이재명 감독도 빼놓을 수 없다.

이승우가 올해의 선수상 수상이 유력하듯 이재명 감독 역시 올해의 감독상 수상이 유력하다.

경기는 선수들이 하는데 왜 감독들이 박수를 받고 상을 받느냐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고 단순히 이승우 빨로 모든 리그 우승한 거 아니냐. 나도 이승우만 있으면 모든 대회 우승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모두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이들이다.

감독의 역할은 굉장히 중요하다.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것.

하나의 팀을 이끌어간다는 건 생각보다 힘든 일이다.

게임처럼 ‘명령’을 내리면 그대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이기에 보다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감독은 올해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다.

단순히 ‘이승우 빨’로 프로리그를 우승한 게 아니다. 오히려 이승우로 인해 분열 될 수도 있는 팀을 하나로 똘똘 뭉치게 만들며 우승을 이끌어 냈다.

아무리 좋은 무기여도 그 사용법을 모르는 사람 손에 쥐어주면 아무 소용없다.

선수도 마찬가지였다.

이승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면 프로리그 우승은 없었을거다.

이재명 감독 휘하 하나로 뭉친 아스트로는 최고의 포스를 보여주며 한 해를 지배했다.

내일이면 그 노력에 대한 보상을 또 한 번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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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다들 멋진데?”

“모델인 줄 알았어.”

“크하하하. 내가 좀 옷태가 나긴 하지!”

숙소에 퍼지는 훈훈한 분위기.

모두의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평소와 다른 옷차림.

모두 수트를 차려 입고 있다. 오늘 있는 이 스포츠 대상 때문이다.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객관적으로 가장 멋있는 건 현우 형이었다.

키도 크고 얼굴도 잘생겼다 보니 수트가 정말 잘 어울렸다.

무려 협찬이다.

그 후에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아예 우리에게 주는 협찬.

이런 건 연예인들만 해주는 건 줄 알았는데 말이지.

내 수트빨도 그렇게 나쁘진 않은 것 같다.

신들의 전쟁 매니저 체력을 위해 시작한 운동.

시스템이 바뀌었음에도 꾸준히 해준 덕에 나름 균형 잡힌 몸이 만들어졌다.

“그나저나 승우는 요즘 컨디션이 좀 안 좋아 보인다?”

“그러게. 되게 피곤해보이네.”

이적 제안 전화를 받은 이후 제대로 잠을 잔 적이 없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는 둥 마는 둥.

가족들과 식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휴가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온통 정신은 다른 곳에 가 있었다.

숙소로 복귀한 어제도 마찬가지였다.

한 3시간 잤나?

같은 방을 쓰는 연호는 오늘 있을 시상식 때문에 그런 줄 알고 나를 놀려댔다. 평소라면 장난으로 응수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힘이 없었다. 그냥 그런 거 아니라고 말하며 손을 휘휘 저어주는 것이 전부였다.

어떻게든 기분을 업 시키려 노력했는데 감독님의 눈은 속일 수 없는 모양이다.

“아. 어제 잠을 잘 못자서 그래요.”

고개를 갸웃하는 감독님.

무언가 죄 짓는 기분이다.

“그래? 시상식 때문에?”

“네. 솔직히 많이 떨려서요.”

지금은 이렇게 말 할 수밖에 없다.

감독님을 비롯해 팀원들에겐 전화를 받은 것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어느 정도 결정을 내린 후 감독님과 상의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이제 오늘을 포함해 남은 시간은 단 3일.

늦어도 내일까지는 답을 내야 한다.

이적을 떠올리자 한 쪽 가슴이 다시 갑갑해졌다.

“떨릴게 뭐 있어? 다 네가 받을 텐데. 그냥 편안하게 수상소감이나 준비하면 된다.”

“야. 절대 내 이름 빼놓으면 안 된다. 너 그때 결승에서 짠 전략 누가 만든 건지 안 잊었지?”

“형. 저도요. 저도 꼭 말해주세요! 믿습니다!”

두 눈을 초롱초롱 빛내는 연호와 승대.

그리고.

“...흠. 내 이름도 절대 잊으면 안 되는 거 알지?”

감독님도 슬쩍 한 마디 보태셨다. 한 쪽 눈을 찡긋 감으며 윙크까지 하셨다.

순간 올스타전이 끝나고 있던 일이 생각났다.

슬그머니 벌어지는 입.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이야. 드디어 웃네! 웃으니까 얼마나 보기 좋냐?”

내가 웃는 순간 박수를 짝치는 연호.

나 웃기기 대회라도 하고 있었냐?

순간 마음이 가벼워졌다.

문득 주변을 둘러보았다.

웃고 있는 건 나 혼자가 아니었다. 모든 팀원들이 나처럼 웃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2015 이 스포츠 대상은 짧고 굵게 중요한 포인트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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