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28 Game No. 428 너무하네. =========================================================================
Game No. 428
종족최강전을 끝내고 현우 형과 숙소로 돌아왔다.
다른 때 같았으면 팀원들이 쌍수를 들고 반겼겠지만 지금은 아무도 없다.
다들 휴가를 갔기 때문이지.
감독님과 나, 현우 형 셋이 조촐하게 종족최강전 우승 기념 회식을 가졌다.
가장 먼저 탈락해 살짝 기분이 안 좋을 거라 생각했던 현우 형은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오히려 마수에게 복수를 해 줘 고맙다고 말했다.
이것이 진심인지, 아니면 나를 위해 하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든 현우 형의 따뜻한 마음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마지막 세트에서 이제운을 이기고 받은 ?? 포인트는 150포인트.
가장 많은 포인트였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게 아니었다.
[종족최강전에서 스킬을 사용하지 않고 우승을 거머쥐었습니다. 그 보상으로 ?? 포인트 1500이 주어집니다.]
이게 중요한 거지.
종족최강전 우승으로 1500포인트를 받은 게.
어디다 쓰는 포인트인지 모르지만 일단 많으면 좋지 뭐.
여기에 더해 트리플 크라운 업적 관련 보상도 받았다.
사실 트리플 크라운은 크게 신경 안 썼다. 정확히 말하면 욕심을 안 부렸다고 하는 게 맞겠지.
종족최강전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게 꼭 실력과 연관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내 차례가 오기 전에 경기가 끝날 수도 있는 게 종족최강전이다.
어쨌든 운이 따랐고 결과적으로 역대 세 번째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할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건 트레블.
이거까지 하면 전무후무한 6관왕이 탄생하는 거다.
이건 그 누구도 이루지 못했던 거다.
이 정도는 해 줘야 하지 않겠어?
보상으로 받은 스탯 포인트와 스킬 포인트는 적절히 잘 배분했다. 120개의 스탯 포인트를 받았는데 모두 포스에 투자했다.
50~60 정도는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결과는 47.
주먹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꼈다.
20부터 스탯 포인트 4를 잡아먹던 포스는 30부터는 5를, 40부터는 6을 잡아먹었다.
이렇게 잡아먹을 거면 적어도 40에서 능력 하나는 더 줘야 하는 거 아냐?
진짜 양심이 있다면 줘야 한다.
근데 안 줬다.
혹시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주어지지 않았을까 싶어 다 뒤져 보았는데 그런 건 없었다.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니 스탯 포인트가 싱긋 웃으며 손을 젓고 있는 환상이 펼쳐졌다.
그 미소가 나를 약 올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내 착각일까?
……아. 진짜 욕이 나오려는 꾹 참았다.
양심도 없는 놈.
피도 눈물도 없는 놈.
그래도 50이 되면 주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으며 쓰린 가슴을 위로했다.
스킬 포인트는 종족최강전이 끝나고 새롭게 얻은 스킬에 가장 먼저 투자했다.
마수전 3연전에서 승리를 거둔 덕인지 마수전 능력치가 100이 되었다. 내 기억에 세 종족전 능력치 중 마수전이 가장 낮았던 것 같은데 가장 먼저 100을 찍게 되었다.
마수를 개인결승에서 두 번이나 꺾은 덕이겠지?
고맙다. 형규야.
너의 공은 잊지 않을게.
위너스리그, 프로리그, 종족최강전에서도 다 마수랑 상대하기도 했었고.
마수전이 100이 되자 [마수전 스페셜 리스트]라는 스킬이 생겨났다. 오랜만에 보는 패시브! 그것도 장착할 필요가 없는 패시브다.
조건은 1차 스킬과 같았지만 효과는 2차 스킬 못지않았다.
바로 모든 스킬 포인트를 투자해 MAX로 만들었다.
그 결과.
[마수를 상대로 경기를 펼칠 때 모든 능력치를 20% 상승 시켜 줍니다.]
사기에 가까운 스킬이 완성되었다.
물론 조심해야 할 것도 있었다.
[단, 마수전 능력치가 100미만으로 떨어지면 [마수전 스페셜리스트]는 사라집니다.]
이라는 무시무시한 조건이 말이다.
현재 마수전 능력치는 딱 100.
1이라도 떨어지는 날엔 기껏 MAX까지 찍어 놓은 스킬이 사라져 버린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군.
마수전에 이어 [스페셜리스트]를 얻은 가능성이 높은 종족전은 환국전이다.
95.
5만 더 올리면 된다.
용족전은 멀었다.
겨우 89.
프로리그나 개인리그에서 용족을 상대로 경기를 펼친 적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그런 모양이다. 그나마 OSL 결승전에서 송병호를 상대로 우승을 따내 이 수치가 된 거지 그 전엔 더 낮았다.
할 것도 다 끝냈겠다. 이제 좀 제대로 쉬어 볼까?
종족최강전과 올스타전 모두 이벤트전이지만 상대적으로 올스타전에 대한 부담이 훨씬 적다.
지면 욕먹는 종족최강전과 달리 올스타전은 져도 욕 안 먹거든.
올스타전 투표 마감이 딱 이틀 남았다.
현재 내 순위는 4위.
처음보다 한 단계 떨어지긴 했지만 나름 만족한다.
내 앞에 있는 선수들은 수년간 신들의 전쟁에서 신으로 군림했던 선수들이니까.
현재 순위에서 13위까지 떨어질 일은 없으니 올스타전은 확정되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가장 치열한 구간은 10위부터 15위였다.
어떻게든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가 올스타전을 출전하게 하고 싶은 것이 팬들의 마음이었으니까.
10~12위는 자리를 지키는 것에, 13~15위는 위에 있는 선수를 끄집어 내리고 12위에 올라가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었다.
하나의 아이디로 한 표밖에 할 수 없기에 가족, 친구들에게까지 투표를 권유한다고 한다. 그게 잘 안 될 경우 대가를 주고 사 오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마치 유럽 축구 강등권 싸움을 보는 것 같았다.
나랑은 뭐 상관없는 이야기지 뭐.
올스타전까지 남은 시간 동안 고향에 한 번 다녀올 생각이다.
올스타전이 끝난 후 시상식이 있을 때까지 집에 있긴 하지만 그사이 아는 사람을 전부 보고 올 수 없을 것 같았다.
일단 이번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그 다음에 친구들을 만날 거다.
내려가는 건 내일이다.
오늘은 약속이 있거든.
바로 김채하 기자랑!
일정이 바빠 인터뷰를 제외하고 따로 만난 적은 없지만 그간 연락은 자주 했다.
개인리그 우승을 차지했을 때도, 프로리그 우승을 차지했을 때도, 바로 어제 종족최강전이 끝났을 때도 톡을 주고받았다.
의례적인 축하 인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요즘 근황에 대한 것도 이야기를 나눴다.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고 했던가?
어제 오늘 시간 되면 밥이나 같이 먹자는 톡을 보냈다.
그 톡을 보내고 바로 침대로 몸을 날렸다.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아. 보내지 말걸. 날 이상한 사람으로 보지 않을까? 아니 뭐 내가 나쁜 거 같이 하자고 한 것도 아니고 그냥 밥 먹자고 한 건데 상관없겠지? 등등.
그 어떤 경기보다 떨리는 순간이었다.
그 순간 휴대폰이 진동했다.
스팸은 아니었다.
선명하게 떠 있는 톡 표시.
내가 톡을 주고받던 사람은 김채하 기자뿐이었으니 다른 사람이 보낸 걸 리도 없다.
쿵쾅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휴대폰을 확인했다.
-내일요? ㅎ 시간 괜찮아요. ㅎㅎ
유, 유레카!
아. 이건 이때 쓰는 말이 아닌가?
오, 올레!
김칫국을 마실 생각은 없다.
그러다 안 되면 그게 무슨 개망신이야.
아직은 이성적 호감이 있는 것보다 친해지는 단계라고 하는 게 맞겠다.
오늘도 쓸데없는 착각을 할 생각은 없다. 착각은 실수를 만들고 실수는 사이를 멀어지게 만든다.
잘 만들어져 가고 있는 밥상을 내가 발로 차 버릴 순 없지.
그나저나 오늘은 무슨 옷을 입고 나갈까나?
옷장을 열자마자 한숨부터 나왔다.
내가 옷이 이렇게 없었나?
아무리 뒤져 봐도 입고 나갈 만한 옷이 보이지 않는다.
하긴 매일 유니폼과 츄리닝만 입고 다녔으니…….
아무래도 오늘은 조금 일찍 나가 옷을 좀 사야 할 것 같다.
****
12월 19일.
올해 마지막 방송 경기인 올스타전이 펼쳐지는 날이다.
종족최강전과 달리 편안하게 경기장에 들어서는 선수들.
아무래도 자신의 종족의 명예를 걸고 경기를 펼치는 종족최강전에 보다 부담이 적을 수밖에 없다.
애초에 방식도 종족최강전과 다르다.
올스타전은 도전과 열정 두 팀으로 나뉘어 총 9세트로 경기를 펼치게 되는데 이 중 5세트를 가져간 팀이 올스타전에서 승리하게 된다.
조금 특이한 점이 있다면 9세트가 가기 전에 5세트를 따내는 팀이 있더라도 무조건 9세트까지 경기가 치러진다는 것이었다.
7세트에서 열정팀이 5, 도전팀이 2점을 획득해 승패가 갈렸다고 치자. 일단 우승팀은 열정팀으로 확정되지만 경기는 멈추지 않는다.
무조건 9세트까지 한다.
평상시 나올 수 없는 7:2, 6:3이라는 스코어가 나올 수 있는 게 바로 올스타전이다.
아직까지 그런 적은 없지만 9:0으로 경기가 마무리 될 수도 있다.
각 팀별로 6명의 선수씩, 총 12명의 선수가 올스타전을 펼치게 된다.
치열한 팬 투표 끝에 선발된 선수는 이렇다.
먼저 도전 팀엔 이승우, 김택윤, 정명혁, 이제운, 김윤호, 윤영태가 속해 있었고 이에 맞서는 열정 팀엔 송병호, 이영우, 임형규, 김연훈, 허영우, 김재만이 속해 있었다.
이 중 삼대장으로 불리는 이승우, 이영우, 이제운과 콩 라인인 송병호, 임형규, 정명혁, 그리고 부동의 얼굴 1위 김택윤이 안정적으로 올스타전을 확정 지었고 남은 다섯 자리를 두고 선수들이 피 터지는 전쟁을 치렀다.
가장 극적으로 올스타전에 합류한 선수는 윤영태였다.
마감 30분 전까지 13위였던 그는 종료 5분을 남겨 두고 12등으로 올라가는 반전을 보여 줬다. 그전까지 12위였던 신상운의 팬들은 이 반전에 할 말을 잃어버렸다.
올스타전 출정명단에 임주혁이나 홍진우의 이름이 없는 걸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도 있을 거다.
팬 층만 본다면 이들보다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선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그들은 이번 올스타전에 참가 자격이 없다.
왜냐하면 2015시즌 공식전을 50전 이상 치른 선수에게만 참가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었다.
올 타임 올스타전이 아닌, 올해 올스타전이기에 이는 당연한 조건이었다.
올스타전은 종족최강전처럼 실력을 가리기보단 보다 편한 분위기에서 진행된다.
실제 사용되는 전장도 신들의 전쟁 유저들이 재미를 위해 특별한 수정을 가해 만든 유즈맵들이었으니까.
서로 위치가 변경되는 전장도 있었고 서로 컨트롤을 겨루는 전장도 있었다.
모두 승패와 상관없이 그 순간순간을 즐긴다.
어렸을 때 친구들과 하던 느낌처럼.
출전 선수 선발이 투표로 이뤄지듯 전장 선정 역시 투표로 이뤄진다.
9세트 중 4세트는 유즈맵이고, 2세트는 팀플, 남은 3세트는 보고 싶은 매치로 치러진다.
보고 싶은 매치 1위는 이승우와 이영우의 대결이었고 2위는 이승우와 임형규였다. 이번에도 2위를 차지한 임형규.
역시 그분의 후예다웠다.
하지만 두 번째 매치는 성사될 수 없었다.
올스타전의 특성상 보고 싶은 매치에 한 선수가 중복 출전하는 건 성사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조건까지 따져 선발된 매치는 이렇다.
이승우 VS 이영우
김택윤 VS 송병호
정명혁 VS 허영우
정명혁과 허영우의 경기가 2세트에, 김택윤과 송병호의 대결이 4세트에, 이승우와 이영우의 경기가 마지막 9세트에 치러진다.
허영우가 자신들의 경기 배치에 음모가 있는 것 같다며 의견을 냈지만 가볍게 묵살당했다.
본격적으로 경기가 시작되기 앞서 팬들이 선수들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보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일종의 팬 미팅이었다.
임형규, 허영우에게 왜 우승을 못하냐는, 선수를 울컥하게 만드는 질문에 둘이 할 말을 잃었다. 눈가에 언뜻 물기가 스치는 것처럼 보였지만 본인들은 눈물이 아니라 땀이라고 해명했다.
여자 친구 존재에 대해 묻는 질문도 나왔다.
곤란한 표정을 짓는 선수들의 모습이 포인트였다.
물론 이 질문에 울컥한 선수들도 있었다. 그들에게 여자 친구는 전설 속 신수들과 마찬가지였다.
세상에 존재한다는 건 들었는데 눈으로 직접 본 적이 없는 존재들.
뒤이어 선수들의 퀴즈를 푼 팬들에게 선물이 증정되는 시간을 가졌다.
선물은 꽤 푸짐했다.
결승전보다는 아니지만 그에 못지않은 상품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왔다.
선수 본인조차 헷갈려하는 걸 척척 맞추는 팬들의 모습에 모두 감탄을 쏟아냈다.
그렇게 1시간가량 경기장 분위기를 띄운 후 중계진의 힘찬 함성과 함께 본격적으로 올스타전 경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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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스타전에 몰입해서 정신없이 보는 사이 어느새 8세트가 끝났다.
현재 스코어는 4:4 동점이었다.
마지막 9세트에서 승부를 가르게 된 것이다.
앞서 치러진 보고 싶은 매치와 팀플에서 도전 팀과 열정 팀이 사이좋게 2승씩을 나눠가졌고 1세트, 6세트에서 치러진 유즈맵에선 도전 팀이, 5세트, 8세트에서 치러진 유즈맵에선 열정 팀이 승리를 가져갔다.
올스타전의 특성 상 채팅이 허용되기 때문에 재미있는 장면이 여럿 연출 되었다.
팀플에서 건물 하나만 남겨 달라고 애원하는 팀 동료 김연훈을 사정없이 엘리 시키는 윤영태의 단호한 모습도 있었고 랜덤으로 능력을 가지고 시작하는 유즈맵에서 자신의 능력을 속여 약한 척을 하다가 나중에 능력을 발현 해 상대방을 꿀 먹은 벙어리로 만든 김재만의 입담도 훌륭했다.
가장 압권은 5세트에 치러진 토너먼트 컨트롤이었다.
주어진 유닛으로 컨트롤 싸움을 펼쳐 승리한 사람이 1점씩, 총 10점을 얻으면 우승하는 경기인데 처음엔 웃으면서 가볍게 하던 선수들이 나중엔 결승을 방불케 할 정도로 집중해서 하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토너먼트에서 이긴 선수가 상대 선수를 놀리고 패배한 선수가 부들부들거리는 것도 놓칠 수 없는 재미였다.
몇몇 선수들의 표정은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이미 짤빵으로 제작되어 커뮤니티에 돌아다녔다.
놀랍게도 여기서도 임형규가 2위를 차지해 종족최강전에 이어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제 남은 경기는 단 하나.
이승우와 이영우의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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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면 429편, 늦어도 430편 중반 내로 올스타전 에피소드는 마무리 됩니다.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