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27 Game No. 427 트리플 크라운 =========================================================================
Game No. 427
이야. 하마터먼 경기가 그대로 끝날 뻔했네.
진짜 이제운은 이제운이다.
감 진짜 좋네.
어떻게 그 타이밍에 4시 쪽으로 마견을 보낼 생각을 하지?
운룡이 마견을 만나는 순간 심장이 덜컥했다.
그 것만 아니었다면 이렇게 난감한 상황을 겪을 일도 없었을 거다.
이 빌드는 마수가 용족의 본진을 정찰하는 순간 너무 쉽게 대처할 수 있다.
경험이 부족한 마수라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 있겠지만 이제운 정도 되는 마수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바로 머릿속에 떠오를 거다.
선택지도 간단하다.
극 후반 운영 혹은 앞마당 총공격.
아이러니하게도 이 빌드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이거다.
마수를 용족의 뜻대로 컨트롤하는 것.
정확히 말하면 마수가 극 후반을 가도록 만드는 빌드인데 마수가 공격을 택해도 막을 수 있는 빌드라고 할 수 있겠다.
비비가 있긴 하지만 체제 전환이 자유로운 마수의 모든 걸 알아내는 건 힘들다. 끊임없이 비비가 마수의 본진을 돌아다녀야 한다. 이게 초중반엔 가능하지만 후반엔 불가능하다. 비비를 꾸준히 찍어주지 않는 이상 비비의 수가 확 줄어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비비를 추가 생산할 순 없다.
용족이 후반에 금 들어가는 곳이 어디 한두 군데인가?
비렴, 지룡, 현룡은 금 처먹는 괴물이고 용혼도 50이긴 하지만 쌓이다보면 꽤 부담된다.
하지만 금을 비비에 크게 투자하지 않고 마수를 용족이 원하는 대로 통제할 수만 있다면 장기전을 가도 충분히 할 만하다.
이 점을 마수도 안다.
그렇기에 앞마당 공격을 택하는 마수들도 많을 거다. 김연훈이나 김진철 같은 성향을 지닌 마수가 아니라면 말이다.
이때 활약을 해 줘야 하는 유닛이 비비와 미리 빼 둔 흑완이다.
지금처럼 총 공격을 나오면 당연히 뒤가 비게 된다.
그 빈틈을 흑완과 비비가 파고드는 거다.
비비로 군주를 잡아 주고 흑완이 침투해 일벌레를 썰어준다.
마수가 바로 반응하긴 힘들 거다. 지룡의 범위 공격을 피해 그슨대를 퍼트리는 컨트롤을 하기에도 바쁘거든.
공격을 온 그슨대도 큰 활약을 펼치지 못한다.
지금은 변수가 생기는 바람에 지룡이 한 기밖에 없었지만 정상적인 타이밍이었다면 두 기의 지룡이 든든하게 수비를 하고 있었을 거다.
마수가 일벌레를 찍으며 확장을 늘리고 테크를 타면 어떻게 하냐고?
오히려 그럼 땡큐지.
이 빌드가 그거에 강한 빌드라니까?
세 가지 테크를 동시에 탔기에 마수가 생각하는 타이밍보다 용족의 한 방이 빠르게 갖춰진다.
용혼, 지룡, 비렴을 모두 조합해 한 방 전투를 준비하면 된다.
용족이 마수를 상대로 후반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금 부족으로 고급 병력을 빠르게 조합할 수 없다는 거다. 금을 많이 얻으려면 확장을 늘려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수비할 범위가 넓어져 난전에 휘둘리게 된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는 빌드가 지금 내가 한 빌드다.
지금 경기에서도 내가 원했던 그림대로 경기가 진행되었다면 그슨대의 공격을 막는 순간 경기가 이겨있었을 거다.
하지만 흑완이 없는, 비비의 반쪽 활약만 있었기에 그 정도 상황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
이마저 없었다면 막을 수도 없었겠지.
비비가 군주를 끊어 줌으로써 그슨대가 추가 생산되는 걸 멈추게 만들었기에 어영부영 막을 수 있었던 거다.
진짜 아슬아슬했다.
지룡을 적극적으로 쓰지 않으면 뚫린다는 생각에 무리도 조금 했다.
운룡과 지룡의 체력 모두 붉은색으로 변할 정도로 말이다.
조금만 삐끗하면 둘 다 터지는 상태.
어쨌든 밀어내긴 했다.
연습만 해 보고 실전에 써 보는 건 처음이다.
나름 완벽한 빌드라 생각했는데 지금 써보니 여기저기 구멍이 보인다.
이러한 걸 더 다듬는다면 다음 시즌에 장착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위력을 지닌 무기가 될 거다.
***
-아. 이제운 가난합니다. 그슨대를 너무 많이 소모했어요!
-지룡의 킬 수가 50이 넘어갑니다. 저게 다 그슨대거든요!
-사실 다른 용족이라면 충분히 뚫릴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근데 이승우는 다르네요. 지룡 1기가 아니라 2기, 3기가 있는 것 같아요!
기세는 다시 이승우에게 넘어갔다.
어쨌든 이승우는 수비를 해냈다. 이제운도 확장과 테크를 포기하며 간 공격이라 막히면 피해가 컸다.
-비렴까지 나옵니다. 비렴까지 조합되고 있어요!
-단순 그슨대로는 이제 힘들겠네요. 지룡에 비렴. 다 그슨대에 천적 유닛들입니다.
이제 제단이 늘어날대로 늘어난 이승우가 용아와 비렴을 폭발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트리플 지역으로 확보했다. 도넛 형태로 앞마당과 이어져 있어 상대적으로 수비가 용이한 지역이다.
마수가 용족의 트리플 지역을 공격하려면 큰 입구나 트리플 지역에 나 있는 작은 언덕 입구를 지나 와야 하는데 범위 공격과 천벌을 쓸 수 있는 비렴을 가진 용족을 상대로 돌파를 시도하는 건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다.
신들의 전쟁은 매 순간 선택해야 한다.
확장을 하고 테크를 올릴 것이냐?
아니면 새로운 공격 루트를 만들어 낼 것이냐?
이제운의 선택은 후자였다.
-닷발귀를 찍어 내네요.
-군락을 올릴 생각이 없습니다. 다시 공격을 들어가겠다는 뜻이죠.
-어차피 이렇게 후반으로 들어가게 되면 스플래시 용족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죠. 이게 독이 될수도 있지만 폭군의 공격력을 한 번 믿어 봐야죠.
공 2업이 완료된 그슨대.
그리고 방 1업이 된 닷발귀.
이 둘을 조합해 마지막 공격을 떠나려는 것이다.
이승우도 그슨대의 추가 생산을 막느라 무리하게 비비를 활용했기에 남아 있는 비비의 수가 4기밖에 되지 않는다.
혈풍으로 4기의 그슨대를 떨어뜨린다면 닷발귀로 비렴과 지룡을 전부 잡아내고 앞마당이나 트리플 지역에 공격을 갈 수 있는 타이밍이 한 번 더 나온다.
앞선 세트처럼 속박 개발이 완료 된 병예가 있지도 않고 업그레이드 잘된 병력이 받쳐 주고 있지도 않다.
이제운의 마지막 기회.
하지만.
-아! 이승우 대박입니다! 정말 대박이에요!
-아니 어떻게 이 타이밍에 용아 한 기를 저렇게 찔러 넣을 생각을 하죠?
-봤습니다. 닷발귀가 모이고 있는 걸 봤어요!
-이러면 다시 비비 눌러 주죠.
바로 불이 들어오는 공중제단.
동시에 확장과 앞마당 지역에 용광포가 추가되기 시작했다.
마수가 올인을 한다는 걸 알아차린 것이다.
이제 막으면 무조건 이긴다.
-이제운 선수 급해졌습니다. 바로 공격 들어가죠.
-사실 시간이 더 필요하거든요? 근데 상대가 알아차린 이상 시간을 주는 게 더 안 좋다고 판단한 거죠.
이제운의 병력이 마지막 진군을 감행했다.
그 수가 꽤 많다.
아까는 단순 그슨대였다면 지금은 닷발귀와 혈풍이 추가되어 있다.
하지만 상대의 전략을 알아차린 이승우의 수비라인도 만만치 않았다.
무려 지룡이 3기나 나와 있었고 용광포도 든든하게 뒤를 받치고 있었다.
마수 유저라면 보는 순간 얼굴이 찌푸려질 정도의 수비 라인이이다.
그걸 이제운이 모를 리 없다.
하지만 안 들어갈 수 없다.
사지임을 알고도 갈 수 밖에 없는 병력들.
닷발귀가 비렴과 지룡을 끊기 위해 부지런히 돌아다녔지만 여의치 않았다. 혈풍도 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비비를 떨어뜨리기는커녕 용광포의 공격에 공중 폭사되었다.
비비와 용광포, 천벌을 맞고 하나둘 죽어나가는 닷발귀.
지룡이 지상을 든든히 받쳐준 덕에 천벌을 닷발귀에게 아낌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지룡은 그슨대를 끊임없이 잡아 주고 있었다.
-아. 막혀요. 봄볕에 눈 녹듯 마수의 병력이 사라져 갑니다.
-진짜 이 조합 강력하네요. 마굴 단계의 마수가 이길 수 없는 조합입니다!
-용족 팬 입장에서 너무나 시원한 전투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게 용족의 힘이죠!
아까와 상황이 다르다.
업그레이드가 잘되어 있지 않은 용아지만 숫자가 많다. 우르르 몰려나가 듬직하게 지룡의 앞을 막아주는 용아들.
그슨대가 달라붙을 틈이 없다.
움직임에서 망설임이 보이는 그슨대들. 어떻게든 방어벽을 제거하려 하지면 그때마다 천벌과 토정이 날아와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없다.
-이승우 선수 진짜 대단합니다. 이렇게 용족을 우승시키나요?
-이미 용족 벤치는 난리 났죠.
-관중들도 난리 났습니다! 이건 진짜 역대급 종족최강전입니다!
-마수의 신들린 5킬! 그리고 그걸 역올킬하는 용족!
-용족이 마수에게 약한 종족 맞나요? 지금 펼쳐지 세 경기를 보면 전혀 그렇게 안 보입니다. 오히려 마수가 용족한테 약한 것 같아요!
그렇게 종족최강전의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중계진의 목소리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관중들도 자리에서 모두 벌떡 일어났다. 새로운 왕의 탄생을 반기기 위해서였다.
-이제운 선수의 병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진짜 전투력은 무지막지하지만 이승우 선수의 준비가 너무 좋았네요.
-막힙니다. 막혀요. 이거 막히면 답이 없거든요!
-마수랑 용족이 같은 자원을 먹는다? 근데 마수는 마굴이고 용족은 완성형 조합이 갖춰졌다? 이건 상대가 안 되는 싸움이죠.
-GG! 이제운 선수 GG를 선언합니다!
-하이엔드도! 투귀도! 폭군도! 신룡 앞에서 모두 무릎을 꿇고 맙니다!
GG선언과 함께 한숨을 크게 내쉬는 이제운.
분명 이길 수 있는 기회가 있었기에 더욱 더 아쉬운 패배였다.
역 올킬을 하며 용족을 우승 자리에 올려놓은 이승우가 부스를 박차고 나와 손가락 3개를 펴 하늘로 번쩍 들어 올렸다.
그 세레모니에 다시 한 번 팬들이 열광했다.
그렇게 올해 최강의 종족은 용족으로 결정되었다.
***
풀 세트 접전을 펼친 종족최강전이 용족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무려 6년만의 우승이었다.
마수 선수와 팬 입장에선 꽤나 짜증이 나는 상황이다.
5킬을 해놓고 3명이 한 명을 잡지 못해 우승을 용족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다른 누군가를 탓할 것도 없다.
본인들이 한 명을 막아 내지 못했으니까.
이승우는 종족최강전에서도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이며 용족과 자신이 최고임을 다시 한번 만천하에 알렸다.
이승우 덕에 승 없이 패만 기록했음에도 각각 500만 원의 상금을 얻게 된 송병호와 김택윤.
관중들 입장에서 공짜로 벌었다며 부러워했지만 선수들 입장에선 그렇게 기분 좋은 상금은 아니었다.
우승에 전혀 기여하지 못했으니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많은 상금을 가져간 건 임동원이었다.
우승 상금 500만 원과 3킬을 하며 얻은 연승상금 350만 원을 더해 총 850만 원을 가져간 이승우보다 300만 원이 많은 1,150만 원의 상금을 거머쥐었다.
MVP는 이승우가 가져갔다.
임동원의 5킬보다 적은 3킬을 기록했지만 경기를 끝냈기에 주어진 것이었다.
만약 마수가 우승을 차지했더라면 MVP는 임동원이 100% 받았을 거다. 임동원의 씁쓸함이 여기까지 전해졌다.
동시에 트리플 크라운의 영예를 얻었다.
트리플 크라운은 같은 해에 벌어진 OSL, MSL을 각각 1회 이상 우승한 선수가 종족최강전에서 끝까지 살아남았을 때 주어지는 것이었다.
끝까지 살아남았다는 건 본인의 종족을 우승으로 이끌었다는 말과 함께 종족최강전에서 패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종족최강전이 처음 도입된 이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선수는 이승우를 포함해 단 셋이었다.
사실 트리플 크라운은 양대리그 우승보다 더 나은 무언가를 찾기 위해 팬들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리쌍의 위대함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무방하다.
역대 최초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건 이제운이었고 두 번째는 이영우였다.
각각 3킬과 5킬을 기록했었다.
세 번째 영광을 이승우가 가져가면서 삼대장 모두가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고 이승우 역시 갓 라인에 제대로 합류하게 되었다.
트리플 크라운에 위너스 리그, 정규리그 우승까지.
이번 시즌은 이승우의, 이승우를 위한, 이승우에 의한 시즌이었다.
이렇게 자신의 업적을 한 해 동안 진하게 남긴 선수는 이영우 밖에 없었다.
그런 이영우도 하지 못한 기록이 있다.
트레블.
만약 2016년 1월에 펼쳐지는 슈퍼매치마저 승리를 거둔다면 유일무이한 대기록을 세우는 첫 번째 선수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