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23 Game No. 423 넌 나한테 안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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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렸다.’
임형규의 표정이 좋지 않다.
초반 용아 견제를 무난하게 막아냈을 때만 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병력 싸움 위주로 경기를 운영하면 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틈이 없어.’
방금 전투도 얼핏 용족의 공격을 막아낸 것 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아니다.
용아와 용혼을 내주고 가시귀를 많이 잡아냈다.
결과적으로 손해는 마수가 본 것이다.
군락을 누르긴 했지만 많이 늦어졌다. 군락 체제가 완성 될 쯤이면 용족도 지룡과 풍백의 조합이 완성된다.
‘무언가 방법이 필요해.’
이대로 흘러가면 자연스레 용족이 이기는 스토리로 흘러간다.
아직 불완전하더라도 움직여야한다.
내가 원하는 걸 갖추면 상대로 원하는 걸 갖춘다.
그 전에 허를 찔러야한다.
약점을 찾아야한다.
시간을 끌 수 있는, 동시에 어떻게든 쥐고 흔들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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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규 선수 많이 힘든데요?
-아. 진짜 이승우 선수 환상적이네요. 어떻게 저런 움직임이....
완벽한 병력 교환.
보통 마수가 용족을 상대로 이득을 챙길 때 사용하는 전략을 지적할 점 하나 없이 해낸 이승우.
용아와 용혼이 줄어든 자리를 풍백과 지룡이 대신하고 있었다.
이 체제가 완성되면 이제 군락 체제로도 무너뜨리기 힘들다.
-업그레이드도 진짜 좋죠. 곧 있으면 풀업입니다!
-용력 풀업이 된 용족을 얼마 만에 보는 건 줄 모르겠네요.
풍백 위주의 병력이 완성되면 용력 업그레이드가 빛을 발한다.
용족에게 지옥이라 할 수 있는 망태할배의 적혈과 공속업 된 마견을 무난히 상대할 수 있다.
-어? 저게 뭐죠? 임형규 선수 진영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것 같은데요?!
옵저버가 급히 한종엽 해설이 말한 곳으로 화면을 돌렸다.
그 곳에 군주 한 무더기가 있었다.
그리고 그 군주에 올라타는 마견과 그슨대들.
-본진 타격인가요?
-어? 이거 변수인데요? 지금 이승우 선수가 보유한 비비가 없거든요? 상대적으로 드랍에 굉장히 취약한 형태입니다.
초반 99제단 이후 3용무관을 지었다.
비비를 생산할 금이 있을 리 없다. 자연스레 비비를 생략했고 지상 병력에 화력을 집중했다.
-한 박자 느린 드랍. 아주 좋습니다. 지금 이승우 선수도 드랍을 생각하기에는 힘들거든요?
-병력의 조합을 바꾸면서 기동성 역시 많이 떨어진 상태입니다. 본진과 확장을 동시에 타격한다면 충분히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여러 갈래로 병력을 나눠도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마수와 달리 용족은 뭉쳐있을수록 강한 힘을 발휘한다. 기본적으로 하나의 조합이 완성되어야하는데 난전으로 경기 양상이 흘러가면 조합이 깨질 수밖에 없다.
그걸 막아주는 것이 비비.
하지만 지금 이승우는 비비를 지니고 있지 않다.
임형규에게 마지막 기회가 찾아왔다.
-임형규 선수도 올해 결승에 두 번이나 올라간 선수거든요! 그냥 호락호락하게 물러나지 않습니다!
-무려 세 무리의 군주가 출발합니다.
-이거 커요! 이거 제대로 떨어지면 이승우 선수도 정신 없습니다!
-아직 파악하지 못한 이승우!
-파악 할수가 없죠! 비비가 없기 때문에 용족의 시야 확보에 한계가 있거든요!
가장 큰 덩어리는 본진으로 향하는 군주다.
확장으로 향하는 군주는 각각 2기다. 확장을 밀어버리는 것도 좋지만 용안을 잡아내는 것도 좋다. 일단 망태할배가 떨어지면 용광포를 무효화 시킬 수 있기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아무리 이승우의 경기력이 좋다고 하더라도 세 군데의 공격을 동시에 막아내는 건 무리다.
적어도 한 군데는 피해를 입힌다.
이 움직임이 의미가 있는 건 이승우의 속도를 한 번 어긋나게 만듦과 동시에 확장을 가져갈 수 있는 시간을 얻게 된다.
만약 이런 공격이 없다면 임형규는 추가 확장을 가져갈 수 없다.
중앙으로 나온 용족의 병력에게 끊임없이 압박을 받을테니까.
아직 스타팅 포인트의 주인이 정해지지 않았다.
난전을 통해 스타팅 포인트에 방어 라인을 칠 수 있는 시간을 번다면?
임형규도 충분히 이번 경기를 가져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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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뭐야?
미니맵에서 벌건 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번쩍였다.
빠르게 훑어보니 군주에 병력을 태워 드랍을 온 모양이었다.
이것 봐라?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중앙으로 나가려던 병력의 움직임에 급제동이 걸렸다. 힘 싸움 위주로 할 것 처럼 하다가 이렇게 드랍을 들어오다니. 이건 예상 못했다.
일단 떨어진 병력의 양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했다. 급하다고 막 병력을 보냈다간 어느 곳 하나에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본진 쪽에 대규모 병력이 떨어졌고 확장 쪽엔 소수의 군주에 병력을 태워왔다.
확장을 밀어버릴 수 있는 정도의 양이 아니다. 병력 조합 역시 가시귀 없이 마견만 왔다. 이런 곳엔 용아 위주로 보내는게 제격이다.
비렴 한 기 정도 섞어주는 센스가 있으면 더 좋고.
이 정도면 확장은 생각보다 큰 피해 없이 밀어낼 수 있다.
나머지 병력은 본진으로 향했다.
가장 중요한 곳은 일단 본진이다.
제단이 파괴되면 추후 병력 생산이 힘들어진다. 아무리 자원이 많아도 말이다. 그러면 회전력 싸움에서 밀린다. 마수가 원하는 상황이 온다는 거지.
제단을 지켜야한다.
정말 빠르게 병력을 보냈음에도 제단 두 어개가 벌써 파괴되어 있었다.
이야. 진짜 군락 체제의 마견은 사기구나. 사기. 건물을 이렇게 잘 부술 줄이야. 주요 건물이 상당수 테러를 당했다.
이대로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지.
한 번 쳤다 이거지?
그럼 나도 한 번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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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전이 벌어졌습니다! 난전이!
-온 전장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주요 건물을 파괴하는 임형규! 하늘성소를 파괴하고 바로 제단과 솟대를 노려줍니다.
-회전력 싸움이죠! 본진에 병력이 묶여 있는 사이 봇물터지듯 전장으로 튀어나오는 마수의 병력들!
옵저버가 어느 화면을 잡아야할 지 잠시 머뭇거릴 정도로 전 지역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옵저버가 선택한 건 본진 쪽이었다.
가장 큰 전투가 벌어진 지역이었으니까.
돌아온 용족의 병력이 진영을 갖추기 시작했다. 마구잡이로 들어가다간 죽도 밥도 안 된다. 이 병력만 막겠다면 상관없다. 하지만 추후에 회전력 싸움까지 생각한다면 병력을 최대한 아껴야한다.
-아. 이승우 선수 이 상황에서도 급하게 들어가지 않고 하나 하나 전부 신경을 쓰고 있네요!
-마음 급하다고 우격다짐으로 들어갔다간 피해를 받을 수 있거든요? 일단 풍백을 앞세우고 그 뒤에 비렴이 따라 들어가 천벌을 먼저 써주네요!
-좋습니다. 아주 좋아요.
앞마당 쪽에 솟대를 올려주며 인구가 막히는 걸 방지하는 이승우.
바쁜 와중에도 해야 할 건 전부해주고 있었다.
이승우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아무리 수비를 잘해도 피해가 없다고 할 수 없다.
상대에게도 동시에 피해를 줘야 한다고 판단한 이승우가 마수의 확장 쪽에 흑완 2기를 찔러 넣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견제에는 견제로 응수하는 이승우였다.
-엇갈렸어요!
-임형규 선수의 병력이 자리를 다 비웠거든요!
-총 공격입니다. 총 공격!!! 이번 기회에 아예 밀어버리겠다는 겁니다!
일단 통하는 분위기.
병력이 서로 엇갈렸다.
공세를 잡은 임형규가 이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듯 거칠게 이승우를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최고의 수비는 공격이라는 마인드.
투귀의 본능이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아직 이승우의 주 병력은 본진에 묶여 있었다.
하지만 이승우 역시 견제를 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만약 이 견제가 없었다면 이 공격이 막혀도 마수에게 나쁠 것이 하나 없었을 거다. 확장 두 개를 동시에 확보했으니까.
하지만 일벌레 피해를 계속해서 입고 있었기에 늘려놓은 확장이 무의미해져버렸다.
-이 와중에 흑완으로 견제를 해주는 거 진짜 좋네요!
-아. 이러면 임형규 선수 힘이 조금씩 빠지죠! 계속해서 몰아붙여야하는데 추가 병력이 생각보다 나오지 않고 있어요!
-지금 봤어요!!!! 지금 봤습니다. 흑완이 있는 걸 지금 봤어요!
-아뿔싸 하는 표정을 짓는 임형규!
-근데 이제 공격을 늦추기엔 늦었습니다. 임형규는 승부를 봐야 해요!
일단 확장을 전부 날리는데 성공했다. 그 사이 용족의 주병력이 본진을 정리하고 중앙으로 나왔다.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
선수들의 뛰어난 움직임이 경기의 내용을 계속 바꾸고 있었다.
2분 전만 해도 임형규가 할 만해 보였는데 그게 1분을 가지 못했다. 다시 이승우가 유리하나 싶었는데 이제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게 되었다.
보통 선수들보다 속도가 배는 빠른 것 같다.
중계진이 빠르게 손익을 계산했다.
-일단 확장 하나가 날아간 이승우. 어느 정도 축적 된 자원이 있겠지만 지금 자원 채취를 거의 못하고 있거든요? 경기가 아예 길게 가져갈게 아니라면 공격으로 이득을 봐야합니다.
-근데 그게 쉽지 않죠. 확장이 날아간 상태에서 공격이거든요. 이 공격에서 경기를 못 끝내면 지는 겁니다.
-임형규 선수도 생각 잘해야 합니다. 일벌레가 피해를 받긴 했지만 어쨌든 확장이 깨진 건 아니거든요? 가시귀와 가시촉수, 망태할배로 라인 잡으면서 시간을 끌고, 그 사이 일벌레를 충원해서 다시 군주로 견제를 간다면 경기 잡을 수 있습니다!
-그렇죠. 임형규 선수는 더 이상 공격 할 필요 없습니다. 수비! 수비만 하면 됩니다!
이제 급해진 건 이승우다.
믿을 건 한방 조합이다.
이것도 본진에서 이승우가 신경 써서 싸워서 남은거지 그냥 싸웠다면 이 조합조차 남아있지 않았을 거다. 그랬다면 이 경기는 임형규가 가져 갔을거다.
이승우의 판단은.
-이승우 선수 모든 병력 끌어 모읍니다.
-네가 공격을 택했다고? 그럼 나도 공격이다!
-신전 소환 안합니다. 그냥 이번 공격에 모든 걸 걸었어요.
-어차피 소환 지어봤자 군주에 마견 태워오면 또 파괴 된다 이겁니다. 그럴 거면 그 자원을 모두 지룡의 토정을 생산하는데 쓰겠다는 거죠!
-다른 선수였다면 무모하다고 하겠지만 이승우니까 한 번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과연 이 판단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믿을 건 자신의 전투력 밖에 없습니다!!!!
지룡의 숫자는 4기.
파괴력 개발까지 맞췄기에 어마어마한 화력을 낼 수 있는 유닛이다.
당장 유닛 조합은 용족이 괜찮다.
단점이 있다면 이 조합이 깨지면 다시는 모을 수 없다는 것.
마수도 맹공으로 병력을 어느 정도 소모했기에 다시 채우려면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병력을 갈무리한 이승우가 마수의 확장엔 눈길도 주지 않고 바로 본진으로 향했다.
테크를 무너뜨리려는 것이다.
좋은 판단이다.
테크가 무너지면 마수는 힘을 급격히 잃는다.
확장으로 올 것을 대비해 잔뜩 수비라인을 갖추고 있던 임형규의 병력이 황급하게 본진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아직 수비라인을 채 갖추기 전.
-들어갑니다!
-지룡의 토정에 모든 걸 걸어야 해요!
-이승우 선수 도대체 손이 몇 개인가요?!!?! 이게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건가요?!!!!
-이야!!!!
-천벌!!! 천벌!!!
공격을 들어간 이승우.
그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보는 사람이 어지러울 정도.
토정이 마수의 병력 무리에 정확히 꽂힌다.
용족의 병력을 향해 달려드는 마견과 그슨대의 머리 위에 떨어지는 천벌.
천벌이 마견과 그슨대를 그대로 찢어발겼다.
전장에 마수의 피가 강이 되어 흘렀다.
순식간에 마수의 인구수가 수십 줄어들었다.
환상적인 전투력이었다.
모든 소굴에서 병력을 생산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마견과 그슨대로 지룡, 풍백을 잡아먹으려면 지금보다 배는 더 많은 유닛이 필요하다.
-이게 업그레이드가 잘 되서 그런 겁니다! 업그레이드가 잘 되서!
-용아가 군락 체제에게 이렇게 강한 모습을 보이는 유닛이었나요?
-밀었어요. 밀었습니다!
-진짜 이승우니까 할 수 있는 판단이네요. 공격이 막히면 무조건 지는 건데 이걸 들어가네요!
-이승우니까요! 신룡 이승우니까! 삼대장 이승우니까!
결국 앞마당을 뚫어내는 이승우.
관중들이 입을 쩍 벌렸다.
“시발. 이게 말이 돼?”
어이없다는 얼굴로 고개를 가로 젓는 관중.
마수 유저인 듯 보였다.
왜 경기가 이렇게 되었는지 이해가 안간다.
곱씹어도 마찬가지였다.
마수의 드랍이 떨어진 순간부터 지금까지, 굉장히 많은 일이 있었지만 시간은 겨우 3,4분밖에 지나지 않았다.
자원은 있지만 더 이상 병력을 생산할 수 없는 임형규.
자원은 없지만 병력 조합을 아직 갖추고 있는 이승우.
-GG! 임형규 선수 GG를 선언합니다.
-진짜 명경기네요. 결승 경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진짜 이 경기를 해설하는데 온 몸이 땀으로 젖었습니다. 양 선수 진짜 올해 최고의 선수라 해도 이견이 없을 것 같습니다.
승자는 이승우였다.
신전을 소환할 자원이 없긴 하지만 릴레이로 채취가 가능하다.
하지만 마수는 아니었다.
테크를 다시 올리려면 시간이 굉장히많이 필요하다. 그 사이 용족의 공격이 다시 들어올거다.
씁쓸한 얼굴의 임형규.
그를 향해 관중들이 아낌없이 박수를 쏟아냈다.
이런 명경기라면 패자도 충분히 칭찬을 받을 만하다.
그리고.
“최고다. 이승우!”
“쩐다. 쩔어!!!!!”
“대박!!!!!!”
반대편 부스에서 나오는 이승우에겐 그보다 배는 큰 박수가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