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20 Game No. 4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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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타이밍이 왔다.
아직 마수가 마굴 단계에 머무르고 있을 때 강하게 찔러야한다.
지금 병력 조합은 마수보다 용족이 훨씬 좋다. 초반부터 착실히 지상병력 업그레이드도 돌려줬다.
하지만 애매하게 시간이 끌려 군락을 가게 되면 상황이 묘해진다. 그때부터 마수의 난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거든. 비비가 없기에 모든 지역을 수비할 수 없다. 확장이든 본진이든 어느 한 곳은 항상 위험에 노출된다고 봐야지.
타 스타팅 포인트나 본진을 밀어버리는 것이 가장 좋지만 설사 그것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괜찮다.
천벌을 이용해서 마수의 병력을 크게 줄이면 되거든.
병력이 줄면 마수는 울며 겨자 먹기로 병력을 추가로 생산할 수밖에 없다.
마음 같아선 빠르게 테크를 올리며 배짱을 부리고 싶겠지만 용족이 확장을 포기하고 지룡을 섞어서 러시를 오면 그대로 뚫려버린다.
그냥 준비만 하다가 경기가 끝나는 거지.
확장을 깨거나 병력을 줄이거나.
둘 중 하나만 해줘도 이번 진출은 성공이다.
최악은 뭐 둘 다 못 하는 거지.
일단은 둘 다 하는 걸 목표로 삼을 거다.
사내라면 이 정도 욕심은 있어야하지 않겠어?
자. 그럼 슬슬 시작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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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숨소리를 내뱉으며 돌진하는 용족의 병력들! 기세가 상당합니다.
-그 동안 많이 참았죠! 초반부터 뛰쳐나가고 싶은 거 잔뜩 참고 지금까지 버틴 거거든요!
-막강합니다! 아주 막강합니다!
-병력의 숫자도 확실히 많네요. 초반에 용아를 아꼈던 이유가 있네요.
응당 갔어야 할 공발업 용아가 오늘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전장을 왔다 갔다 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할 뿐이었다.
마수에게 피해를 주는 것보다 용아를 아끼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옳은 판단이었다.
초반에 용아를 소모하면 상대에게 압박을 줄 수 있지만 후에 한 방 병력의 힘이 약화된다. 한 방 타이밍을 노리는 입장에서 초반 피해를 입히는 것보다 병력 조합을 더 굳건히 하는 게 낫다.
현재 조합에서 용아가 해줘야할 건 많다.
전투가 가장 우선이긴 하지만 비렴도 보호 해줘야하고 용혼에게 강한 마견이 달라붙지 못하도록 앞장서 전투를 하는, 일종의 가름막 역할까지 함께 해줘야한다.
망태할배가 나오기 전까지 용아는 쓸모가 많다.
거대한 둑이 터지듯 우르르 쏟아져 나온 용족의 병력이 움직인 곳은 마수의 스타팅 확장 쪽이었다.
기세가 굉장히 사납다.
그 동안 이러한 성질을 어떻게 참고 있었나 싶을 정도다.
날카롭게 빛나는 용아의 검.
언제든지 마견의 피를 묻힐 준비가 되어 있었다.
-용족 병력이 많아요. 단순 가시촉수로만 이 병력을 밀어 낼 수 없습니다.
-임동원 선수도 눈치 챘죠! 병력 진출한다는 걸!
-그럼 대비를 해야죠. 그냥 가만히 있다간 아무 것도 못해보고 그냥 뚫립니다!
가시촉수와 가시귀로 라인을 형성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론 불안하다. 천벌의 양이 많기 때문이다. 모든 가시귀를 전멸시키고도 남을 정도의 천벌.
마견과 그슨대의 생산이 필수다.
이제 선택을 해야 한다.
가시귀나 닷발귀를 생산해 조합을 만들 것인지, 아니면 마견과 그슨대 물량으로 찍어 누를 것인지.
테마를 정하고 움직여야지 이도 저도 아닌 플레이를 했다간 허무하게 뚫릴 거다.
-임동원 선수도 너무 급하게 달려들 필요 없어요. 괜히 손 꼬여서 이도 저도 아니게 될 수 있거든요? 천벌은 천벌대로 소모하게 한 후 지상 병력으로 달려들어야 해요.
-최초 올킬이 코앞까지 다가왔습니다! 급한 마음을 가질 필요가 없죠! 조금 더 침착하게!
임동원이 보유하고 있는 소굴은 8개.
이승우의 견제를 잘 막아냈다면 이보다 한두 개의 소굴은 더 많았을 거다.
평소보다 조금 적긴 하지만 병력을 쉼 없이 생산하기엔 충분하다.
현재 확장 지역 입구는 심시티로 좁혀놓은 상태.
어설프게 병력이 나갔다가 천벌을 고스란히 뒤집어쓰게 된다.
차라리 심시티로 건설해놓은 건물이 파괴될 때, 그러니까 입구가 넓어져 앞뒤로 병력이 원활하게 충원될 수 있을 때를 기다리는 것이 낫다.
임동원이 몸을 잔뜩 웅크렸다.
-이승우 선수도 눈치 빠르죠. 속도를 살짝 늦췄어요. 천벌 아끼고 용혼으로 심시티 파괴하겠다는 거죠!
-진짜 좋네요. 눈치가 빨라요. 마수가 뭘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어요. 천벌 쓰라고? 난 안 쓸건데? 이러면 급한건 너지? 정확히 핵심을 찌르고 있어요!
-소굴과 진화장이 모두 파괴됩니다! 길이 열렸어요. 아. 임동원 선수 고민하고 있어요!
앞뒤로 용족 병력을 싸먹을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었음에도 임동원은 망설이고 있었다.
비렴의 천벌이 거의 소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래 그렸던 그림과 다르다.
임동원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언제 들어가야 하지?’
계속해서 넋 놓고 있을 순 없다.
용족의 병력이 더 깊게 자리하면 앞뒤로 감싸는 것마저 힘들어진다. 6시 쪽과 철광 확장 쪽에도 소굴을 막 늘린 상태다. 안정적으로 확장을 돌리려면, 그리고 확실하게 군락 체제를 완성시키려면 현재 진출한 병력의 조합을 흐트려 뜨려야한다.
-임동원 선수. 축적해놓았던 금을 일단 닷발귀로 한 번 사용했습니다.
-사용해야죠. 천벌이 아직 부담스럽거든요. 만약 이승우 선수가 천벌을 많이 썼더라면 힘들게 모았던 금을 굳이 쓰지 않았을 겁니다. 추후 가시귀와 망태할배에 사용되었겠죠!
-과연 닷발귀가 몇 기의 비렴을 끊어줄 수 있을지!
과거에도 비슷한 상황이 나왔다.
임동원이 속박을 피해내는 신기에 가까운 컨트롤을 보여주긴 했지만 결국 예측 속박에 걸려 닷발귀가 전멸 당했다.
이번에도 같은 장면이 연출된다면 경기를 가져가기 힘들다.
11기의 닷발귀가 전장에 합류했다.
최소 5기 이상의 비렴을 끊어 먹어줘야 한다.
무리한 성과라고?
아니다.
그 정도는 해줘야 전투를 승리로 이끌 수 있다.
-일단 마수는 한 번 전투가 동원되면 마견과 그슨대를 따로 컨트롤 해줄 필요가 없거든요? 닷발귀에만 집중해주면 됩니다!
-반면 용족은 신경 써 줘야할 것이 많습니다. 몰려드는 마수 지상 병력을 향해 천벌도 써야하고 비렴을 노리고 달려드는 닷발귀도 견제해줘야합니다!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용혼과 용아의 진영까지 잡아줘야 하거든요!
-이 모든 걸 완벽하게 해낼 수 있을지!
드디어 모든 관객들이 기다리던 대규모 전투가 벌어졌다.
전장을 가득 덮는 마수의 병력들.
천벌로 응수하는 이승우.
-자!!! 싸워요! 싸웁니다!
-이거 규모가 상당한데요? 이 전투에서 경기 승패가 결정 날 것 같습니다!
-막느냐? 뚫느냐?! 창과 방패의 대결!!!!
-일단 임동원도 병력 쉬지 않고 충원해줬거든요! 많습니다! 아주 많아요!
이승우의 신경이 마견과 그슨대에 쏠리는 틈을 타 닷발귀가 어둠과 함께 스며들었다.
목표는 오직 하나.
비렴이었다.
-닷발귀를 노리고 달려드는 비렴!
-이번 전투의 키 포인트입니다!!
잡느냐?
잡히느냐?
결과는.
-아! 속박! 속박이 완벽하게 걸렸어요!
-의미 없이 날갯짓만 하는 닷발귀! 이렇게 묶여 있을 병력이 아닌데요!
-첫 번째 속박은 잘 피했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속박에 걸리고 말았어요!
-속박을 한 번 피해낸 임동원의 움직임도 뛰어났지만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잽싸게 다시 속박을 건 이승우! 진짜 대단합니다!
한 기의 병예가 쓸 수 있는 속박은 최대 두 번.
두 번만 피한다면 목적대로 비렴을 사냥할 수 있을 거다.
첫 움직임은 좋았다. 닷발귀를 순식간에 퍼트리며 한 마리밖에 속박에 걸리지 않았다. 동시에 한 기의 비렴을 일점사로 잡아냈다.
천벌 한 번 써보지 못하고 비명횡사한 비렴.
관중석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아마 마수 팬들의 것 일거다.
하지만 그 환호는 채 5초를 가지 못했다.
닷발귀의 다음 움직임이 좋지 않았다.
비렴을 잡기 위해 다시 뭉친 닷발귀.
1초 아니 0.5초도 되지 않는 그 짧은 순간을 이승우가 놓치지 않았다.
이번엔 무려 여덟 마리의 닷발귀가 속박에 걸려버렸다.
남은 닷발귀는 단 두 기.
아무리 비렴이 체력 약한 유닛이라고 이 정도 닷발귀의 공격은 콧방귀로 응수할 수 있다.
-한 부대 가까운 닷발귀가 동원되었는데 잡아낸 비렴은 단 두기에 불과합니다.
-두 기 잡히고 닷발귀 다 잡아냈으면 이건 용족이 이득이죠!
-아직 지상 병력이 있긴 하지만 비렴을 견제해 줄 수 있는 병력이 전무합니다!
-이러면 비렴 세상이죠! 원하는 만큼 천벌을 뿌릴 수 있습니다!
-뷔페네요. 뷔페! 잡고 싶은 유닛 골라잡아도 될 정도로 여유가 있습니다. 전면엔 마견! 그 뒤엔 그슨대와 가시귀! 원하는 유닛 고르면 됩니다!!!!
임동원의 작전이 실패로 끝났다.
시도는 좋았지만 과정이 안 좋았다.
그래도 병력의 수가 워낙 많아 어느 정도 용족의 병력을 밀어내긴 했지만 결코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어느새 생산 된 용족의 병력이 전장에 난입했다.
기세가 다르다.
전혀 상처입지 않는 용아의 포효에 마견과 그슨대가 흠칫 몸을 떨었다.
거침없이 마수 병력이 있는 곳으로 뛰어든 용아의 칼질에 마견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전세가 점점 기울고 있다.
마수의 지원 병력도 오고 있지만 병력의 질이 다르다.
무엇보다 아직 비렴이 건재한 게 컸다.
천벌을 사용하는데 돈이 들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 술력만 차오르며 언제든 사용할 수 있다.
첫 전투에 동원되었던 비렴의 술력이 어느새 다시 천벌을 사용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다시 한 번 전장에 쏟아지는 천벌.
마수 입장에선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었다.
전선이 점점 마수 쪽으로 이동했다.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맹렬하게 몰아붙이는 이승우.
그 기세가 마치 성난 호랑이 같았다.
정말 놀라운 건 이 와중에 운룡에 흑완을 태워 일벌레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이것을 눈치 챈 사람은 없었다.
중계진도, 관중도, 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선수들까지.
그저 지금 펼쳐지는 전투에만 집중하고 있을 뿐이었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놀랄까?
적어도 지금은 전투력에 감탄하기 바빴다.
-아. 임동원. 버티지 못하나요?!
-진짜 이승우 선수의 전투력은 경이롭네요. 어떤 찬사를 붙여도 아깝지 않습니다!
-판타스틱! 최강! 언빌리버블! 그냥 좋은 거 다 붙이면 그게 이승우에요!
-이걸 용족이?!
임동원의 한 쪽 눈가가 바르르 떨렸다.
본능적으로 자신이 패배했다는 걸 느낀 것이다.
언제 견제가 들어왔는지 앞마당 쪽 일벌레가 싹 다 잡혔다. 이제 더 이상 이승우의 진군을 막을 수 없다.
어찌어찌 기적적으로 막아낸다고 해도 문제는 남아있다.
병력을 지속적으로 찍어내느라 군락체제를 갖출 준비를 하지 못했다.
어차피 군락 유닛이 나오지 않는다면 주도권은 계속해서 용족이 쥐고 있다.
스타팅 앞마당을 두드리는 용족의 병력.
이제 GG를 치고 나가라고 시위하는 것 같았다.
-아. 아쉽죠. 임동원 선수. 5킬을 했는데 여기서 물러나야합니다.
-올킬을 했으면 진짜 새로운 역사를 쓰는 건데. 한 발자국을 나가지 못하고 여기서 무너지네요!
-GG! 임동원 선수 GG를 선언합니다!
-5킬로 오늘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임동원! 아쉽게 올킬을 하지 못하고 물러나게 되었습니다!
타 스타팅 앞마당과 본진이 깔끔하게 밀린 임동원이 GG를 선언했다.
마수 팬, 특히 임동원의 팬들이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다음에 출전하는 마수 선수가 이승우를 잡고 경기를 마무리 짓는다면 괜찮지만 만약에 이승우가 역3킬, 그러니까 모든 마수에게 승리를 거두고 용족에게 우승을 안긴다면 임동원의 5킬은 묻힐 가능성이 높다.
단순 킬 수는 임동원이 2킬 더 많지만 이승우의 3킬은 자신의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것이기 때문이다.
용족이 3명의 마수를 연달아 잡아낸다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다.
그 것도 보통 수준의 마수가 아니라 올해 최정상급 활약을 펼친 마수이다.
막말로 마수가 3연속 땡 그슨대를 하면 언젠가 무너진다.
김택윤도 해내지 못한 일.
하지만 이승우는 왠지 해낼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