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18 Game No. 418 반전의 마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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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족 최강전 1세트 경기는 박현우와 임동원의 대결로 결정 되었다.
-2세트에 출전하는 용족 선수들은 아마 박현우 선수가 이기기를 간절히 바랄 겁니다.
-그렇죠. 아무래도 마수보다 환국이 상대하기 편하거든요.
용족 선수들이 마수 선수보다 환국 선수를 더 좋아해서 응원을 하는게 아니다.
단순히 종족 상성에서 앞서고 있기 때문에, 상대하기 편하기 때문에 응원을 하는 것이다.
만약 박현우가 지면 2세트에서 용족과 환국의 대결에 펼쳐지게 되는데 그럼 3세트에 출전하는 마수 선수들은 자연스레 용족 선수를 응원할 것이다.
본인이 상대하기 훨씬 편하니까.
-양 선수 최근 분위기는 박현우 선수가 나쁘지 않죠?
-그렇습니다. 올해 커리어 자체만 보자면 우승을 차지한 임동원 선수가 더 앞서긴 하지만 그 우승이 올해 초, 그러니까 시즌1이었거든요? 그 이후 임동원 선수는 개인리그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어요. 프로리그 역시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긴 했지만 박현우 선수가 속해있는 아스트로에 연달아 두들겨 맞으면서 아쉽게 탈락을 하고 말았거든요.
-임동원 선수 나름의 복수전이죠. 아스트로의 트라우마를 걷어낸다! 뭐 이런!
-오늘 임동원 선수가 박현우 상대로 승리를 거둬준다면 숙소에서 아주 기뻐할 겁니다.
-근데 박광춘 해설에게 트라우마로 자리잡고 있는 선수는 없습니까?
박상철 캐스터의 질문.
오프닝에 이어 두 번째 낚시였다.
좋게 말하면 해맑은, 나쁘게 말하면 학습능력이 없는 박광춘 해설이 바로 걸려들었다.
박광춘 해설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파였다.
고민하고 있는게 분명하다.
아마 머릿속으로 몇몇 선수들이 떠올랐을거다. 생각을 마친 박광춘이 입을 열려는 순간.
-너무 많은 선수가 있어서 말을 할 수가 없나 봅니다.
박상철 캐스터가 선수를 쳤다.
다시 한 번 꿀 먹은 벙어리가 된 박광춘 해설.
해탈 그 자체다.
모든 걸 포기한 얼굴.
될대로 되라는 심정이 얼핏 엿보였다.
이렇게 박상철 캐스터의 놀림감이 되고 있는 박광춘 해설이지만 사실 선수 시절 꽤 괜찮은 모습을 보여줬다.
1대 본좌로 알려져 있는 임주혁을 잡은 적도 꽤 있으니까.
당시 대회가 지금처럼 활성화되지 않아서 그렇지 체계적으로 대회가 있었다면 우승 한 두번은 거뜬히 했을거다.
한 방 용족이라는 그럴싸한 별명도 지니고 있었으니까.
-자. 박광춘 해설의 옛이야기를 듣는 사이 선수들 경기 준비가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바로 종족최강전 1세트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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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종족이 먼저 맞붙는지는 중계진의 추첨으로 이뤄지지만 종족별 출전 순서는 자율에 맡겨진다.
전장 순서에 따라 출전 순서를 정하는 경우도 있었고 상대 선수에 따라 출전 순서를 정하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도 이 둘 중 하나를 따를 줄 알았지만.
“안 내면 진 거. 가위 바위 보!”
“아싸! 이겼다!”
전혀 아니었다.
복잡한 과정 따윈 필요 없었다.
우리는 동심에 가장 가까운 방법을 선택했다.
바로 가위 바위 보.
김택윤 혼자 보를 냈고 나와 병호 형이 주먹을 냈다.
“택윤이는 남자가 아니네. 남자는 주먹이지.”
“그러게요. 치사하네요.”
병호 형의 말에 난 바로 동조했다.
치사하게 첫 판은 무조건 주먹 내야하는 거 아닌가?
“그건 모르겠고 이제 남은 둘이 가위 바위 보 해요.”
일단 이겨야한다.
이기는 사람이 본인의 자리를 결정할 수 있으니까.
대기실에 퍼지는 긴장감.
이미 승리한 김택윤이 ‘가위 바위 보’를 외치기로 했다.
김택윤이 보를 외침과 동시에 두 개의 손이 허공을 갈랐다.
“어?”
“내가 이겼다!”
승패는 한 번에 갈렸다.
이긴 건 병호 형이었고 진 건 나였다.
두 손을 번쩍 들고 기뻐하는 병호 형.
누가 보면 우승이라도 한 줄 알겠어요.
“근데 형 아까 남자는 주먹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번에 형이 낸 건 전판 김택윤과 같은 보자기다.
남자는 주먹이라고 해서 당연히 주먹을 낼 줄 알았다. 첫판은 그렇게 주먹으로 비기고 두 번째 판에 진검승부를 내려 했것만!
“아. 내가 그랬던가? 생각해보니까 꼭 주먹을 내야지 남자는 아닌 거 같아.”
손바닥 뒤집듯 쉽게 말을 번복하는 병호 형.
아. 당했다.
“순서는 가장 먼저 이긴 택윤이부터 정해.”
“제가 제일 먼저 나갈게요.”
“그래?”
“네. 매도 먼저 맞는게 낫죠.”
“그렇단 말이지. 그럼 내가 차봉으로 나간다.”
자연스레 내 순서는 마지막, 대장이 되었다.
살짝 부담스러운데?
선봉이나 차봉에 비해 대장이 짊어지고 있는 무게는 상당하다.
져도 뒤가 있는 자와 없는 자의 차이.
그나저나 이대로 지나가자니 너무 찝찝하다.
심리전에서 완벽히 당한 상태로 말이다.
무언가 한 마디를 해야 속이 풀릴 것 같다.
곰곰이 생각한 끝에 떠오른 말이 있었다.
그래. 이거면 되겠다!
병호 형을 상대로 이보다 위력적인 말은 없다.
이제 막 친해졌는데 이거 때문에 멀어지는 건 아닌가 모르겠네.
“그나저나 가위 바위 보도 2등하고 출전도 두 번째로 하네요? 역시 형은.....”
뒷말은 생략해도 된다.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하다.
“....거기까지. 뒷말은 안들어도 된다. 다 내가 잘못했다.”
병호 형이 빠르게 항복 선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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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우와 임동원의 1세트.
생각보다 훨씬 빠른 타이밍에 임동원이 승리를 따냈다.
나온 유닛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일벌레, 군주, 마견, 닷발귀.
딱 이 네 유닛만으로 경기를 끝냈다.
아예 작정을 하고 나온 듯 박현우의 본진 근처에 있는 금광 확장에 세 번째 소굴을 펴버렸다.
그 후 닷발귀만 생산했다.
신들린 컨트롤로 외곽이 지어진 화살탑을 하나하나 파괴하더니 아예 철광 뒤에 자리를 잡아버렸다.
박현우로선 괴로운 상황.
어떻게든 닷발귀를 밀어내긴 했지만 궁병의 피해가 컸다.
이 상황을 환국이 타개할 방법은 단 하나.
빠르게 테크를 올려 해모수를 생산하는 것.
해모수의 범위 공격을 하는 천독연은 뭉쳐 다디는 닷발귀에게 치명적이다.
박현우도 그걸 알기에 테크를 올리려 갖은 노력을 다했지만 임동원이 허락할 리 없었다.
계속해서 치고 들어오며 박현우가 자원을 궁병과 화살탑에 쓰게 만들었다.
해모수도 궁병, 의원이 함께 있어야 힘을 발휘하지 해모수 단독으론 제대로 힘을 쓸 수 없다.
어차피 임동원도 올인이었다.
앞마당과 두번째 확장에서 일하고 있는 일벌레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다.
체제전환은 불가능하다. 딱 닷발귀를 쉬지 않고 생산할 수 있을 정도의 양.
임동원도 이 닷발귀에 모든 걸 걸어야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통하는 분위기다.
-아. 박현우 선수. 힘들어졌어요.
-처음 나온 종족최강전에서 무언가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강했을 것 같은데요.
-해모수가 뜨기도 힘들고 설사 뜬다 하더라도 그 사이 입는 피해가 훨씬 더 클 것 같습니다.
-임동원 선수 오늘 완전 살아 있는데요?
임동원이 우승을 차지했을 때 가장 돋보였던 것이 바로 닷발귀 컨트롤이었다.
최강이라는 불리는 선수들을 줄줄이 닷발귀로 잡고 결승에 올랐으니까.
마마전으로 치러진 4강전과 결승전에서도 닷발귀 컨트롤이 빛났었다.
한 부대의 닷발귀가 왼쪽을 흔든다.
궁병 부대가 그리로 따라 붙으면 바로 우측에 있던 닷발귀로 병력이 빈 자리를 때린다.
결국 버티지 못한 박현우가 GG를 선언했다.
-박현우 GG!
-아. 처음으로 나선 종족 최강전에서 1패르 물러나는 박현우! 얼굴에서 아쉬움이 가득 묻어 나옵니다.
-아쉽죠. 이렇게 종족 내 세 손가락에 든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1세트 결과 마수가 환국에게 1승을 따냅니다!
마수 입장에선 한시름 놨다.
상성 상 약한 환국 하나를 줄이고 상성 상 우위를 지니고 있는 용족과 두 번째 경기를 펼치게 되었으니까.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다음 상대가 김택윤이라는 것이었다.
환국 선수가 셋에서 둘로 줄어들었지만 환국 팬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다.
박현우가 안다면 조금 슬프겠지만 애초에 박현우는 +1 개념에 가까웠다.
진짜는 이영우와 정명혁.
이 둘이 건재한 이상 환국의 우승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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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 아쉽네.
현우 형이 이겼으면 참 좋았을텐데.
오늘따라 임동원의 컨디션이 좋은지 닷발귀 컨트롤이 완전 살아있다.
이거 김택윤이라도 쉽지 않겠는데?
“진짜 환국한테 지는 건 이해하는데 마수한테 지면 안된다. 알겠지?”
병호 형의 신신당부.
얼굴에 엄격, 근엄, 진지가 모두 담겨있다.
택윤아. 나도 같은 생각이다.
네가 다른 종족, 특히 환국한테 지는 건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마수한테 지고 돌아오면 그건 좀 아니지 않겠어?
굳이 뒤에 있는 우리 생각하지 말고 마수를 마음 껏 패고 와라. 알겠지?
“걱정 마세요. 꼭 이기고 올게요.”
웃는 얼굴이 살짝 묘하다.
택신이 아닌 다른 존재가 언뜻 보이는 거 같기도 하고...
에이. 아니겠지?
내가 잘못본거겠지?
그렇다고 말해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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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원! 오늘 진짜 물만 났는데요!
-참치가 물을 만나니 이렇게 무섭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죠?
-뭐 그냥 그렇다는 말입니다! 그냥 잘한다는 뜻이죠!
흠. 이거 조금 곤란한데?
2세트 경기가 거의 끝나간다.
우리 쪽에서 조금 난감한 결과로 말이다.
김택윤이 임동원에게 질 줄이야.
아. 물론 용족이 마수에게 약한 건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김택윤이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기대를 모두가 갖는다.
그 기대가 지금 산산이 부서지고 있었다.
아직 경기가 끝난 건 아니지만 상황이 너무 어렵다.
일명 그슨대 뽕 뽑기에 앞마당이 밀려버렸거든.
저게 저렇게 쉽게 날아가네.
그슨대는 진짜 용족 입장에서 악몽이다. 악몽.
“오늘은 택신이 아니네. 윤택이야. 윤택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병호 형.
더 이상 해줄 말이 없으니 돌아가라고 단호하게 내뱉는 판사의 표정과 비슷했다.
아까 본게 잘못 본게 아니었다.
너무나도 정확하게 봤다.
오랜 기간 최정상급 선수로 활동한 김택윤이기에 별명도 많이 가지고 있다.
좋은 별명만큼 안 좋은 별명도 꽤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윤택으로 여기엔 슬픈 전설이 존재한다.
과거 방송사에서 실수로 김택윤의 이름을 김윤택으로 잘못 내보낸 적이 있었다.
하필 그때 김택윤이 하락세를 타고 있었고 김택윤이 부진 할 때마다 사람들이 ‘김택윤은 어디가고 김윤택이 경기하는거냐?’라고 말장난을 한 것이 어느새 별명으로 정착되었다.
그 것도 아주 큰 별명으로.
김택윤이 경기를 못하면 '오늘은 김택윤 대신 윤택이가 출전했다'라는 식으로 자주 활용된다.
좋은 경기력을 보일 때 지칭되는'택신'과는 정반대의 표현이지.
아예 택신과 엮여서 '윤택이는 택신의 숨겨진 제자'라거나 '김택윤의 안에는 택신의 인격과 윤택이의 인격이 공존하고 있다'는 식으로 기괴한 설정이 붙기도 한다.
이와 관련 된 팬픽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읽으면 이게 정말 팬이라서 쓴 건지 까려고 쓴 건지 헷갈리긴 하지만 말이다.
본래 비공식적으로만 쓰이던 별명이었으나 김택윤이 하도 아스트랄한 모습을 자주 보이면서 요즘은 방송에서도 공공연히 쓰이고 있다.
종종 김택윤도 인터뷰를 할 때 '김윤택, 없애버리고 싶다'라든가 '김윤택, 그는 불쌍한 친구였다'라는 식으로 발언을 하며 스스로 즐기는 듯 한 모습을 보였다.
내 눈엔 포기한 것처럼 보였지만 말이다.
나도 나중에 성적 안 좋아지면 몰수패랑 승드셋으로 별명 생기는거 아냐?
갑자기 소름이 돋는데?
앞으로 무조건 잘해야겠다는 생각만 든다.
그 사이 경기가 끝났다.
마지막 병력으로 진출을 해봤지만 제대로 된 조합이 갖춰지지 않는 용족의 병력은 오합지졸이나 마찬가지였다.
-김택윤 GG!
-아무리 김택윤 선수가 잘한다고 하더라도 앞마당 없이는 힘들죠.
-임동원 선수 기세 아주 무섭습니다. 빠른 시간에 2킬을 해냅니다!
-벌써 2킬이라니! 임동원 선수 오늘 사고 칠 것 같은데요?
1세트에 나선 임동원이 두 번째 환국 선수를 불러내는데 까지 성공했다.
2킬을 했으니 일단 밥값은 한 셈.
만약 뒤 이어 나올 환국 선수까지 잡아내게 되면 제대로 일내는 거다.
-과연 3세트에 출전할 선수는 누가 될지!
-이영우와 정명혁. 이름만으로 어마어마한 포스가 느껴지는 선수들이거든요!
이 둘 때문에 많은 선수들이 고생했었지. 환 사기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선수들.
카메라가 환국 벤치를 비췄다.
웅장한 음악 끝에 일어난 선수는.
-정명혁!
-정명혁 선수가 차봉 카드로 나오네요!
-최근 임동원을 상대로 멋지게 승리를 거둔 바가 있거든요! 그때의 좋은 기억을 다시 한 번 되살리면 충분히 잡아낼 수 있습니다!
바로 정명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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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원조 콩 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