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17 Game No. 417 종족최강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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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2일.
드디어 종족최강전의 날이 돌아왔다.
최소 6경기, 최대 8경기가 치러지게 된다.
어느 종족이 우승을 차지할 지 이미 사전투표를 모두 끝낸 상태.
종족최강전을 맞추면 추첨을 통해 푸짐한 상품이 주어진다.
가장 많은 표를 받은 건 용족이었다.
무려 50%가 넘는 표를 받았다.
택뱅만으로 강력한데 여기에 이승우가 더해졌다.
그야말로 드림팀!
역대 종족최강전에 나왔던 그 어떠한 조합보다 강력하다고 여겨지는 조합.
이승우 덕분이었다.
실제로 이승우는 오늘 종족최강전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를 상대로 상대전적에서 앞서고 있다.
그 것도 압도적으로.
2위는 환국이었다.
박현우의 존재보다 이영우와 정명혁에게 기대하는 것이 훨씬 더 컸다.
이영우와 정명혁이 이승우에게 약한 모습을 보인다는 점만 아니었다면 충분히 1위에 오를 수 있었을 거다.
마수는 3위, 꼴찌였다.
수많은 표 중에 마수표는 15%가 채 안되었다.
마수가 환국과 용족을 제치고 승리를 거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소수였다는 말이다.
이제운이 있음에도 득표수가 이렇다는 건 팬 조차 외면했다는 이야기.
마수의 굴욕이다.
이 굴욕을 씻을 수 있는 건 오직 승리 뿐이었다.
우승 종족과 함께 최다 킬 수 선수에 대한 투표도 진행되었다.
이번에도 압도적으로 표가 몰렸다.
이승우.
요즘 얼마나 좋은 기세를 보이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였다.
물론 오늘 이승우가 활약을 펼치지 못할 수도 있다.
허무하게 1패로 물러날 수도 있고 택뱅이 경기를 끝내버릴 수도 있다.
어떤 경우라도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상황.
하지만 팬들은 이승우가 또 다른 기록을 내주길 간절히 바랐따.
종족최강전이 치러지는 히어로 센터에 많은 인파가 몰렸다.
비공식전이긴 하지만 종족 최강의 선수들이 나와 자존심을 가리는 대결이기에 결승 못지않은 경기력이 나온다.
비공식전에 이벤트전이지만 공식전처럼 진지함이 물씬 묻어나오는 경기.
다음 주에 치러지는 올스타전은 이보다 이벤트전의 성격이 훨씬 짙다. 경기를 치르는 전장도 대회에서 쓰이는 전장보다 일반사람들이 즐기는 오락용 전장이 주로 쓰인다.
선수들의 수준 높은 경기력을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날이 바로 오늘 인 것이다.
경기장 안으로 들어서는 팬들의 얼굴엔 기대감이 한가득 담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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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 형과 룰루랄라 이야기를 나누며 히어로 센터에 왔지만 도착한 순간 대화가 끊어질 수 밖에 없었다.
종족별로 대기실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입구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현우 형과 헤어졌다.
항상 같은 대기실을 쓰다 다른 대기실을 쓰려니 이상하게 느껴진다.
어색한 건 이뿐만이 아니다.
김택윤과 송병호.
이들과 같은 대기실을 써야한다는 사실도 어색하기 짝이 없다.
김택윤이야 같은 나이고 S1에서 오랜 시간 함께 보내긴 했지만 최근 개인리그, 프로리그 할 것 없이 S1을 하도 꺾어 대서 약간 어색하다.
솔직히 S1에 있을 때도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아무래도 위치가 조금 달랐다.
최고의 위치에 있던 김택윤과 2군에 있던 나.
김택윤의 성격이 거만하다거나 그런 것이 아니라 그냥 활동 반경이 전혀 겹치지 않아 친해지기 힘들었다.
송병호도 마찬가지.
아니 그보다 더 할 거다.
사적으로 대화조차 나눈 적이 없다.
프로그램을 하나 같이 찍긴 했지만 결승전에 찍은 거라 깊은 대화는 나누지 않았다. 친해질 여지가 없었던 거지.
저 둘은 꽤 친하다고 알고 있다.
라이벌로 불렸지만 어쨌든 여러 해 종족최강전이나 올스타전에 나란히 한 팀에 뽑히면서 친분을 쌓았거든.
여기에 더해 올 한 해 택뱅의 꿈을 꺾어 버린 게 나 아니던가?
꺾고 싶어서 꺾은 건 절대 아니지만 말이다.
이거 들어가서 땅만 바라보고 있는 거 아냐?
걱정을 한가득 안고 용족 대기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오랜만이다.”
“오셨어요?”
안에 미리 와 있던 두 명의 용족 선수가 인사를 했다.
견제를 한다거나 앙금이 남아있는 기색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나만 그렇게 생각한 거였나?
괜히 민망해지네.
둘을 향해 인사를 한 후 자리에 앉았다.
역시 둘은 아주 편안한 얼굴로 올해 있었던 일들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긴장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었다.
“올해는 진짜 힘들었다.”
“그러게요. 형. 둘 다 준우승했네요. 올해 초에 운세 봤을 땐 좋다고 그랬는데.”
“그러니까 점 같은거 믿으면 안 된다니까.”
“형은 뭘 믿는데요?”
“난 나 자신을 믿지.”
흠..흠..
어째 내가 들어서는 안 되는 이야기 같다.
S1이 프로리그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것도, 송병호가 개인리그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것도 다 나를 만나서 생긴 일이다.
죄인 같은 기분이다.
아니 오히려 내가 있어서 하는 이야기인가?
그렇게 내가 몸 둘 바를 모를 때.
“농담이에요. 이렇게 같은 팀으로는 처음 만나죠?”
송병호가 빙긋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농담이라고요? 그 것 참 다행이네요.
그보다 먼저 말을 걸어 준게 너무 고마웠다. 이대로 망부석이 되는 건 아닌가 싶었거든.
송병호가 내민 손을 맞잡았다.
“네. 반갑습니다.”
누가 봐도 로보트같은 목소리.
움직이는 손에서도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릴 것 같다. 동시에 어색함이 천장을 뚫고 저 하늘까지 치솟는다.
덩달아 분위기도 차갑게 얼어버렸다.
이...이게 아닌데.
내가 원하는 분위기는 보다 밝고 희망찬 뭐 그런 느낌이었단 말이다.
“경기를 치를 때와 전혀 다른 이미지네요.”
이게 칭찬일까?
아닐까?
옆에 있던 김택윤이 어헣하고 웃음을 터트리는 걸 보니 칭찬은 아닌 거 같았다.
김택윤의 저 웃음소리는 언제 들어도 적응이 안 된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멀리 날아간 멘탈을 더욱 더 흩어지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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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 조명이 들어옴과 동시에 경쾌한 음악이 경기장에 퍼져나갔다.
종족최강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무대를 크게 한 번 훑은 카메라가 중계진을 잡았다.
-안녕하세요! 올해가 가기 전에 다시 인사를 드리게 되었네요! 반갑습니다! 박상철입니다! 저와 함께 해설을 맡아주실 분들이죠? 박광춘 해설과 한종엽 해설입니다. 뜨거운 박수로 환영해주시기 바랍니다!
목소리에 잔뜩 힘이 담겨있다.
듣는 이로 하여금 미소 짓게 만드는 목소리.
김현민 캐스터의 묵직함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박상철 캐스터의 경쾌함을 좋아하는 이도 많았다.
-안녕하세요. 박광춘입니다.
-반갑니다. 한종엽입니다. 좋은 해설로 꼭 보답하겠습니다.
박상철 캐스터가 첫 마리를 떼는 순간부터 한종엽 해설이 마무리 인사를 할 때까지 박수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벤트전답게 오늘 중계는 박상철 캐스터, 박광춘 해설, 한종엽 해설이 종족최강전 중계를 맡았다.
의도가 너무 뻔하다.
대놓고 웃기겠다는 것.
특히 박광춘 해설의 눈빛에 비장감까지 흐른다. 오늘 중계를 임하는 각오를 엿볼 수 있었다.
-오늘도 많은 분들이 히어로 센터를 찾아주셨네요!
-종족최강전! 이름만 들어도 정말 가슴이 벅차오르는 경기죠!
-박광춘 해설께서는 어느 종족이 우승을 차지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저야 당연히 용족이죠! 남자의 종족 아니겠습니까!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답을 내놓는 박광춘 해설.
얼굴이 살짝 상기되어있는 걸 보니 벌써부터 분위기에 취한 듯 보인다.
박광춘 해설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너무나도 당연한 대답이다.
박광춘 해설이 선수로 활동했을 때 종족이 용족이었으니까.
이렇게 답이 뻔한 질문을 능글맞은 박상철 캐스터가 던진 이유가 무엇일까?
당요ᅟᅧᆫ히 뻔 한 대답을 듣기 위한 건 절대 아닐 거다.
박광춘 해설이 나이에 걸맞지 않은 순진무구한 얼굴로 헤헷거리고 있을 때 뒤에서 눈빛을 교환하는 박상철 캐스터와 한종엽 해설.
살짝 미끼를 던졌는데 박광춘 해설이 바로 물었다.
너무 쉽게 물어 싱겁게 느껴질 정도.
눈빛으로 합을 맞춘 박상철 캐스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중계진이라면 중립을 지켜야하는 거 아닐까요? 그렇게 망설임 없이 한 종족을 지지하면 조금 곤란하죠.
-그렇죠. 절대 그래선 안 되죠.
-아. 박광춘 해설에게 실망이네요. 이런 해설인지 몰랐는데 말이죠.
-저도 실망이 큽니다. 오늘 식사도 같이 했는데...이럴 줄은 몰랐네요.
박광춘 해설이 해명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지만 그보다 한종엽 해설이 빨랐다. 무어라 말을 하기도 전에 이미 결론까지 파죽지세로 나버렸다.
당했다는 표정의 박광춘 해설.
매번 당하고도 변하는 것이 없다.
그래도 이렇게 가만히 당하고 있을 순 없다고 생각한 박광춘 해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하지 않았던가?
속담을 떠올리며 힘을 냈다.
-아니 제가 특정 종족을 편애하는 것이 아니라 선수 시절 종족이 용족이니까 용족이 우승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거죠. 이게 그렇게 잘못한 겁니까?
나름 괜찮은 논리. 빠르게 답을 내놓은 것이 본인도 뿌듯한 모양이다. 하지만 다른 중계진에게 이게 통할 리 없었다.
사실 박광춘 해설이 어떤 해명을 해도 소용없다.
슬프게도 이미 결말은 정해져있었다.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한종엽 해설에게 한 번 같은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한종엽 해설께서는 어떤 종족이 우승을 차지할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제가 선수시절 환국을 주 종족으로 활동하긴 했지만 그런 이유로 환국의 우승을 바라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어떤 종족이 우승하든 최고의 경기가 나와 팬들을 즐겁게 해주었으며 좋겠습니다.
쿵짝이 잘 맞는 박상철 캐스터와 한종엽 해설.
영혼의 단짝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한종엽 해설의 대답에 할 말을 잃은 박광춘 해설.
제대로 카운터에 맞았다.
-자. 잘 보셨죠? 이런 식으로 대답하는 겁니다.
-........네. 잘 봤습니다.
박광춘 해설의 쓴웃음과 함께 시작 된 오프닝.
적나라한 감정 표현에 관중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래. 바로 이 맛이다.
박광춘 활용법을 완벽히 알고 있는 박상철 캐스터에게 박수가 쏟아졌다.
이들이 이렇게 만담을 나누는 사이 경기 준비가 거의 끝났다.
-자. 이제 추첨을 통해 1세트에서 경기를 펼치는 종족을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종족최강전에서 동족전은 나오지 않는다.
세 종족 중 1세트에 경기를 펼칠 두 종족을 선택해야하는데 이는 추첨으로 이뤄진다.
이 순서가 꽤 중요하다.
상성 종족을 만나느냐, 그렇지 않느냐 따라 출전 순서가 바뀔 수 있다.
세 개의 공 중 두 개의 공을 꺼내 든 박상철 캐스터.
모두 긴장한 얼굴로 박상철 캐스터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는 시간을 끌지 않았다.
첫 번째 공에 적혀 있는 종족은 환국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공에 적혀 있는 종족은 마수였다.
-환마전이 1세트로 치러지게 되었네요.
-과연 어떤 선수가 1세트에 출전하게 될지! 잠시 후에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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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족은 최대 5킬이 한계네요.”
김택윤의 말을.
“그러게. 2세트에서 누가 먼저 나가는 게 좋을까?”
병호 형이 받았다.
1세트에 환국과 마수가 붙게 된 순간 용족은 자연스레 2세트 출전으로 밀렸다.
최대 5킬.
김칫국 마시는 것일 수도 있지만 올해 용족의 올킬은 불가능해졌다.
역사를 쓰고 싶었는데 아쉽네.
“언제 나가도 전 상관없어요.”
“그래?”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장 큰 건 병호 형과 말을 놓은 것이다.
장족의 발전이다. 호칭에서 알 수 있듯 어색했던 것도 많이 없어졌다. 친형제...까지는 오버고 그래도 편안하게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병호 형은 상대방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재주를 지니고 있었다.
나에게 없는 것이라 너무 부러웠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우승을 할 수 있을까?”
병호 형의 눈에서 불꽃이 피어오른다.
승부욕이란 이름을 지닌 불꽃.
김택윤의 눈과 내 눈에도 마찬가지겠지.
경기장에 도착하기 전까지만 해도 승리에 큰 미련이 없었다.
그저 이 분위기를 즐기면 족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경기가 코앞에 다가오니 생각이 바뀌었다.
무조건 우승이다.
타도 환국!
타도 마수!
올해 우승은 용족이 가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