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16 Game No. 416 나랑 장난 하니? =========================================================================
Game No. 416
으. 머리야.
자리에서 일어날 때만 해도 괜찮았는데 밖에 나와 차를 타니 살짝 속이 불편해졌다.
다행히 토는 하지 않았다.
무사히 방까지 오는 데 성공!
따스한 물로 씻고 나니 졸음이 몰려왔다.
지금까지 버틴 게 용하다.
창밖을 보니 곧 있으면 해가 뜰 것 같았다.
문득 헛웃음이 나온다. 평소 일어나는 시간이 잠들 줄이야.
시즌이 끝나지 않았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당장 쓰러져 자고 싶었지만 자기 전에 확인해 봐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보상!
아까부터 미뤄왔는데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다.
궁금해 미칠 거 같다.
프로리그 우승인데 어마어마한 걸 줬겠지?
절로 기대가 된다.
보상 관련 창은 하나가 아니었다.
모두 2개.
첫 번째 창은 스탯 포인트 100개와 스킬 포인트 20개가 보상으로 주어진다고 적혀 있었다.
흠. 생각보다 기대 이하인데?
프로리그 우승인데 이보다 더 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따질 수 있는 상대가 있는 것도 아니니 일단 이것부터 배분해 줘야겠다.
일단 모든 스탯을 110으로 맞췄다.
22개의 스탯 포인트가 소모되었고 남은 포인트는 이제 78개.
고민이 살짝 된다.
포스에다 한번 투자해 볼까?
아니면 피지컬을 조금 더 강화해 볼까?
손목 부상이 없었다면 망설임 없이 포스에다 전부 투자했을 거다.
하지만 손목 부상이 있는 관계로 피지컬을 강화시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해졌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스탯 포인트를 잠깐 킵해 놓는 것이었다.
당장 치러야 할 경기는 없다.
올스타전과 종족최강전이 있지만 공식전은 아니다.
둘 중 종족최강전은 자존심이 걸려 있는 대결이긴 하지만 여태까지 치렀던 개인리그나 프로리그에 비할 바는 아니다.
스킬 포인트도 마찬가지였다.
총 10을 소모해 [철벽], [대인의 심장], [강철멘탈]을 MAX로 만들어 줬고 나머지 10은 킵해 두기로 했다.
자. 이제 두 번째 보상창을 확인해 볼까?
여기서 제대로 된 걸 안주면 굉장히 허탈할 거 같다. 내가 나름 기대하는 게 있다니까!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다음 창을 여는 순간.
“뭐야. 이게?”
애매하다.
뭐라고 해야 할까?
어마어마한 것 같기도 하고, 아무것도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이렇게 받아들이는 데엔 다 이유가 있었다.
눈앞에 뜬 창에 적혀 있는 내용이.
[잠겨 있던 능력이 개방됩니다. 관련 능력은 2016년 1월 1일에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었으니까.
잠겨 있는 능력이라.
신들의 전쟁 매니저가 2단계로 업그레이드 될 때 볼 수 없던 창이 하나 존재하긴 했다. 아마 그게 개방된다는 소리겠지?
근데 어차피 알려 줄 거 왜 1월 1일이야!
아직 한 달 가까이 남았는데!
신들의 전쟁 매니저가 너무 야속하게 느껴졌다.
****
드디어 모든 공식전이 끝났다.
이제 올스타전과 종족최강전만을 남겨 두고 있었다.
두 이벤트전이 끝나면 올해 모든 일정이 마무리 된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선수들은 약 한 달간 휴가를 보내게 된다.
종족최강전은 12월 12일 날 열리고 올스타전은 그 다음 주인 19일 날 열린다. 투표 결과로 출전 선수가 정해지다 보니 아무래도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
하루 안에 끝나는 대회이기에 큰 부담은 없다.
고향으로 휴가를 떠나는 선수도 있었고 휴가를 반납하고 맹훈련에 돌입한 선수도 있었다.
종족최강전에 나설 선수는 이미 결정되었다.
종족별로 올해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인 3명의 선수가 경기에 출전하게 된다.
단순히 커리어로만 비교하는 게 아니다.
올해 이룬 커리어가 가장 중요하긴 하지만 개인리그와 프로리그 승수를 점수로 환산하여 추가로 계산한다.
그렇게 선발된 각 종족 최강자들.
용족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선수들이 선발되었다.
이승우, 김택윤, 송병호.
이승우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압도적으로 용족 랭킹 1위를 차지했다.
나갔다 하면 우승을 했으니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다.
개인리그와 프로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도 대단하지만 승률도 사기에 가까웠다.
126승 15패.
승률 89.4%.
역대 최고 승률이었다.
9승만 더 차지했더라면 아니 1패만 더 당하지 않았더라면 신들의 전쟁 역사상 처음으로 1년 승률 90%가 나올 뻔했다.
신의 경지로만 여겨지던 90%가 실제 나올 뻔한 거다.
단순 10전이나 20전, 30전에서 90%의 승률을 낸 선수들이 있긴 했다.
하지만 한 해를 통틀어 90%를 낸 선수는 없었다.
이승우는 그 경지의 딱 한 발자국 모자랐다.
물론 89.4%도 엄청난 승률이긴 했다.
이런 이승우가 종족최강전에서 빠진다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나머지 2명의 선수도 충분히 자격을 갖추고 있다.
송병호는 개인리그 준우승을 차지했고 김택윤도 역시 프로리그 준우승을 차지하며 어느 정도 체면치레하는 데 성공했다.
택뱅의 이름값을 완벽히 만족하진 못했지만.
김택윤은 올해도 결승에 오르지 못하며 개인리그와 연이 없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보다 나은 모습을 보인 용족 선수가 없었기에 종족최강전에 출전하게 되었다.
어쨌든 칠룡의 머리는 이들 셋이었다.
그다음 종족은 마수.
여기도 별다른 고민 없이 3명의 선수가 선발되었다.
이제운, 임동원, 임형규.
이중 우승자는 임동원뿐이다.
2015 MSL 시즌 1을 우승하며 자신의 시대를 열 뻔했으나 혜성처럼 등장한 이승우에 밀려 제대로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올해 결승에 오른 마수는 단 셋.
임동원, 임형규, 김연훈 뿐이다.
종족최강전에 김연훈 대신 이제운이 포함되었다는 사실에 의문을 품은 팬들도 몇 있었지만 공개된 점수 환산 기준을 보고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운이 올해 개인리그 결승에 가진 못했지만 4강에 수차례 오르며 결승 한 번 오른 김연훈과 포인트 차가 나지 않았고 프로리그에선 엄청난 차이로 앞선 덕에 종족최강전 출전 자격을 얻게 되었다.
마수 라인도 꽤 탄탄하다.
사실 용족과 마수는 어느 정도 사람들이 예상한 대로 구성이 되었다.
이제 남은 건 환국.
이영우와 정명혁이 합류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남은 한 자리를 누가 차지할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했다.
이 둘을 제외하고 압도적인 성적을 거둔 환국 선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개인리그에선 아스트로의 한민규가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이영우와 정명혁을 제외하고 4강에 오른 선수는 한민규가 유일했다.
애초에 이번 시즌 개인리그 8강 이상 진출한 환국이 이영우, 정명혁, 한민규, 이재성, 박현우, 최태양이 전부였다.
워낙 이영우와 정명혁의 활약이 눈부셔 환국이 강한 것처럼 보이지만 개인리그나 프로리그에서 환국의 활약은 타 종족에 비해 떨어졌다.
일단 아스트로가 위너스리그와 정규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덕에 한민규나 박현우가 출전할 확률이 높다고 많은 이들이 예측했다.
개인리그 포인트가 더 높게 반영된다면 한민규가 나올 것이고 프로리그 다승 포인트가 더 높게 반영된다면 박현우가 경기에 나설 것이다.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서 발표된 종족최강전 마지막 자리.
그 주인공은 박현우였다.
8강 2회, 프로리그 30승이 한민규보다 높게 평가된 것이다.
올해 승률 자체는 한민규가 박현우보다 좋았지만 승 차이가 꽤 났다.
박현우는 데뷔한 이래 처음으로 종족최강전에 출전하는 영광을 얻었다.
아스트로에겐 겹경사였다.
전 시즌 최약체 팀이 종족최강전에 두 선수나 출전시키게 되었으니까.
이제 남은 건 올스타전.
프로리그 결승이 끝나기가 무섭게 각 방송사 홈페이지에 올스타전 투표가 시작되었다.
역시 모두의 예상대로 택뱅리쌍이 최상위권을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이승우가 함께 있었다.
최근 활약 덕분일까?
택뱅리쌍의 투표수에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이영우와 송병호를 앞섰다.
최근 5년간 올스타전 부동의 투표 1위는 이제운이었고 2위는 김택윤이었다.
이들이 최고의 인기를 자랑할 수 있었던 데엔 외모 덕이 컸다.
전형적인 미남형인 김택윤과 트렌드에 맞는 외모를 지닌 이제운.
실력도 최정상급인데 외모까지 뛰어나니 이러한 인기를 얻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이들은 남성 팬보다 여성 팬들의 숫자가 더 많을 정도였다.
3위와 4위는 송병호와 이영우가 나란히 차지했는데 활약에 따라 순서가 뒤바뀔 때도 있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남성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번에도 1, 2위는 같았다.
이제운과 김택윤.
달라진 건 3위였다.
아직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승우가 송병호와 이영우를 제치고 3위에 올라 있었다.
상대적으로 떨어진 송병호와 이영우의 표수를 볼 때 남성 팬들이 이동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물론 1, 2위는 요지부동.
여성 팬의 이동은 거의 없었다.
그밖에 주목해야 할 건 택뱅리쌍이란 단어를 대체할 만한 용어들이 하나둘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올스타전 투표만큼이나 수년간 하나의 고유명사로 자리 잡았던 택뱅리쌍.
그들의 활약과 비슷한, 혹은 뛰어넘는 활약을 펼치는 이승우를 그냥 둘 수 없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었다.
그에 맞춰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했다.
일단 택뱅과 리쌍이 분리되었다.
리쌍에 맞먹는 용족이 택뱅밖에 없어 하나로 두었지만 완전체에 가까운 용족 선수가 나타났기에 종족별 원탑을 뜻하는 명사를 하나 새로 만드는 것이 맞았다.
김택윤과 송병호에겐 너무나도 슬픈 말이었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기록이 모든 걸 증명하니까.
단 한 해 만에 택뱅의 모든 개인리그 커리어를 합산한 만큼의 우승을 차지해 버렸다.
거기다 프로리그 우승에 다승왕까지 한 해에 이뤘다.
반박의 여지가 없다.
가장 먼저 나온 건 트리플리다.
이승우 역시 리쌍과 같은 성을 지녔기에 만들어진 것.
발음도 어렵지 않아 어느 정도 환영을 받았다.
그다음 나온 건 삼대장이다.
일본의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걸 인용한 것으로 각 종족을 대표하는 최고의 선수들이니 삼대장으로 불러도 전혀 어감이 이상하지 않았다.
이 의견 역시 호응을 얻었다.
트리플리와 삼대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조심스럽게 새로운 이름을 하나 제시하는 이들이 있었다.
택승리쌍.
누가 제시했는지 너무 뻔하다.
김택윤의 팬들.
너무 팬심이 지나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이유를 들어 보면 어느 정도 납득이 되었다.
용족 최초로 3회 연속 결승 진출.
용족 최초로 3회 우승.
용족 최초로 골든 배지 소유.
프로리그 우승, 역대 최고 승으로 다승왕 차지.
확실히 이뤄 놓은 업적들이 많기는 했다.
결국 택승리쌍까지 포함해 3개의 이름을 두고 투표에 들어갔다.
어떤 이름이 선택되어도 웃을 수 있는 건 이승우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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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숙소가 참 휑하구만.
부산에서 이틀간 팀 휴가를 더 즐기고 우리는 숙소로 돌아왔다. 경기 걱정을 조금도 안 하고 논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먹고 싶은 음식도 양껏 먹었고 멋진 풍경도 실컷 봤다.
그렇게 부산 첫 여행을 성공리에 마쳤다.
가족들과 함께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품은 채 말이다.
숙소로 돌아온 후 모두 각자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남은 건 딱 셋이었다.
감독님과 나, 현우 형.
나머지는 모두 휴가를 받았다.
숙소에 남겠다는 인원이 더 있었지만 감독님이 칼같이 내보냈다.
어차피 다음 시즌이 되면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텐데 굳이 연습실에서 시간을 보낼 필요가 없다고 하셨다.
감독님은 연습만큼 휴식을 중요시하셨다.
휴식을 제대로 취해야 연습도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거라고 하셨다.
동시에 적절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고 덧붙이셨다.
어느 정도 공감이 갔다.
연습은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연습만큼 휴식도 중요하다. 적절한 휴식으로 머리를 식혀 주지 않으면 시야가 좁아진다. 결국 자신이 하고 싶은 것만 생각하게 되고 상대의 허무한 수에 당할 확률이 높아진다.
나와 현우 형도 숙소에 남아 있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종족최강전 때문이지 특별 훈련을 위한 건 아니었다.
연습실에 앉아 있는 시간은 하루 3시간을 채 넘지 못했다.
컴퓨터 앞에 앉아야만 연습을 하는 건 아니다.
침대에 누워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것도 훈련이다.
종족최강전은 축제다.
승리도 좋지만 일단 즐기고 싶었다.
김택윤, 송병호와 한 팀이 되어 경기를 펼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다.
지금처럼 이벤트전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말이다.
종족최강전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