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로더 신들의 전쟁-415화 (415/575)

00415  Game No. 415 최고의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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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 시상식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꿈을 꾸는 것 처럼 몽롱했다.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우리 팀을 상징하는 색깔의 꽃가루가 무대를 가득 매웠다.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모두 우리의 이름을 외치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누구도 부럽지 않았다.

그리고 감독님의 인터뷰 한 마디 한 마디가 우리들의 심금을 울렸다.

-모든 선수가 최선을 다했다. 눈앞에 있는 이 우승컵이 그 결과다. 모두가 함께 만들어낸  다음 시즌에도, 그 다음 시즌에도 지금과 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지켜봐달라.

짧고 굵은 인터뷰.

여기까지 말하실 줄 알았는데 경기에 나서지 못한 팀원들의 이름까지 하나하나 언급하며 고맙다고 하셨다. 그들이 아니었으면 결승 준비를 원활하게 할 수 없었을 거란 맡을 덧붙이며 말이다.

역시 감독이다.

이러니까 좋아할 수밖에 없지!

시상식을 마친 우리는 바로 예약해둔 횟집으로 이동했다.

내 개인리그 우승축하부터 프로리그 우승 축하까지!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 회식이었다.

준우승을 했다면 무언가 우울한 회식이 되었을 것 같은데 우승을 해서 그런지 분위기가 최고로 업 되어 있는 것 같다.

“아. 도대체 왜 내가 아닌 거야? 이거 무언가 음모가 있어. 아니 우승을 결정지은 내가 왜 못 받은 거지?!”

입으로 연신 회를 집어넣으면서 툴툴대는 연호.

둘 중 하나만 하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꾹 참았다. 저 상태에서 건들였다간 폭발해버릴지도 모르거든.

술을 몇 잔 마셨는지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올라있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본인이 호언장담한대로 6세트에서 승리를 거두긴 했는데 결승전 MVP를 받지 못했다.

결승전 MVP가 발표되었을 때 연호의 표정이 다시 생각난다.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뒀어야했는데.

결승전 MVP는 누가 받았냐고?

나는 아니다.

어느 정도 욕심이 있긴 했지만 아쉽게도 내가 받지 못했다.

MVP는 승대가 받았다.

3세트에서 김택윤을 꺾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MVP는 그냥 주어지는게 아니다. 기자단 투표가 점수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즉 승대의 경기력이 기자들에게 인상깊었다는 뜻이다.

“승우도 가만히 있는데 왜 네가 그러냐?”

장난기가 발동하셨는지 연호에게 낚시 바늘을 던지는 도 수코님.

오우. 조금 세신데요?

역시 연호가 바로 반응했다.

“헐. 도 수코님까지 그러실 줄이야. 제가 얼마나 도 수코님을 좋아하는데.”

누가봐도 섭섭한 표정으로 도 수코님을 바라보는 연호.

누군가 툭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닭똥 같은 눈물을 쏟아낼 것 같았다.

연호에게 저런 표정이 있었을 줄이야.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이 터지려는 웃음을 억지로 참았다.

“그리고 승우는 통합 MVP 받았잖아요. 결승 MVP 정도는 안 받아도 되죠.”

시상식은 프로리그 우승과 준우승만을 시상하지 않는다.

다승왕과 통합 MVP도 함께 시상했다.

영광스럽게도 통합 MVP를 받게 되었다.

팀이 우승을 차지하는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너무나도 고마웠다.

이런 큰상을 받다니.

우승만 보고 달렸기에 통합MVP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연호 입장에서 나름 억울하기도 할거다.

마지막에 경기를 끝내는 승리를 장식했는데 MVP를 받지 못했으니까.

헹가래를 받고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을 외칠 때만 해도 당연히 MVP를 받는 줄 알았단다.

그때 분위기로만 보면 충분히 그럴수도 있겠다 싶었다.

생각해보니 기자분들이 꽤 냉정하시네?

분위기나 감정에 좌우되지 않고 딱 기여도만 보고 판단하셨으니까.

왜 연호가 그렇게 놀랐는지 이제 이해가 갔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승대가 받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3세트에서 김택윤에게 승리를 거둔 덕에 현우 형과 연호가 편하게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

만약 승대가 김택윤에게 패배했더라면, 6세트에서 나선 연호가 편하게 경기를 이끌어갈 수 없었을 거다. 오히려 안정적인 빌드를 선택했겠지. 그 뒤의 경기 환경을 조성한 건 확시맇 승대였다. 이번 결승의 키 포인트기도 했고.

물론 이 말은 연호에게 절대 하지 않을거다.

죽을 때까지 비밀.

회식은 오래 오래 계속되었다.

그 동안 술을 마시지 못해서일까?

다들 미친 듯이 술을 마셨다.

마치 오늘이 마지막인 것 처럼.

나 역시 오늘은 모든 걸 내려놓고 술을 마셨다.

프로리그 시상식이 끝나자마자 신들의 전쟁 매니저 알림창이 떴지만 보지 않았다.

지금은 팀원들과 보내는 시간에 더 집중하고 싶었다.

회식은 늦게까지 계속되었다.

3시가 넘어서야 처음으로 미리 잡아놓은 호텔로 복귀하는 사람이 생겼다.

호텔로 돌아가는 사람보다 남아있는 사람이 더 많았다.

밤을 새운 인원만 반이 넘는다.

그 중 나도 있었다.

살짝 졸리긴 했지만 가고 싶지 않았다.

오늘은 너무나도 좋은 날이었으니까.

올해를 돌이켜보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였다.

신들의 전쟁 매니저를 얻게 된 것 자체가 큰 행운이었다.

만약 얻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지금처럼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을까?

설사 지금과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하더라도 그건 먼 훗날의 일일 것이다.

신들의 전쟁 매니저가 나에게 준건 자신감 만이 아니었다.

시간.

그 무엇보다 시간을 앞당겨줬다.

처음으로 참가한 개인리그에서 단숨에 우승을 차지했다.

진 로열로더.

최초의 기록.

떠올리는 것만으로 가슴이 벅차오르는 단어.

여기서 그친게 아니라 이어진 개인리그에서도 모두 우승을 차지하며 용족 최고 커리어가 되었다.

이제 개인리그 커리어로 앞서는 선수는 넷 밖에 남지 않았다.

그 중 두 명은 은퇴를 했으니 실질적으로 경쟁 해야 하는 상대는 둘.

리쌍.

한 번 더 우승하면 이제운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거기서 한 번 더 우승하면 이영우와 같은 기록이 된다.

여기서 멈추고 싶지 않다.

아직 아무도 이루지 못한 단일리그 4회 우승과 통합 7회 우승을 벽을 깨부수고 싶었다.

늦어도 내년이 가기 전까지.

욕심과 목표는 백지 한 장 차이.

7회 우승은 욕심이 아니라 목표였다.

다사다난했지만 프로리그도 최고의 성과를 거뒀다.

위너스 리그 우승.

정규 리그 우승.

다승왕.

통합 MVP.

개인 수상에서만 벌써 2관왕을 차지했다.

문득 형규의 얼굴이 떠올랐다.

괜찮겠지?

충격을 많이 받았을 거다.

개인리그도 모자라 프로리그도 준우승에서 멈췄으니까.

준우승도 물론 잘한 거지만 마지막 결승 문턱을 넘어가지 못하고 무너진 좌절감도 상당할거다.

휴대폰을 몇 번 만지작거리긴 했지만 따로 연락을 하진 않았다.

연락을 하는 것이 오히려 형규를 더 비참하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날이 오겠지?

“자. 이제 우리도 슬슬 자리 마무리 하고 들어가자.”

혀가 잔뜩 꼬이신 도 수코님.

마신 술을 양을 보면 지금까지 계신 것이 용했다.

감독님은 4시쯤에 들어가셨다.

조금 더 있고 싶어 하셨지만 체력이 따르지 않는다고 하셨다.

아쉬운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신 감독님.

‘몇 년만 젊었어도’라는 말이 그냥 하는 말은 아닌 거 같았다.

“아. MVP! 아. 공동으로 주지. 아. 나도 MVP 받고 싶다아아아아!”

여전히 연호는 MVP에 미련이 남아있는 듯 했다.

“너 괜찮냐?”

살짝 기울어진 몸으로 나를 바라보는 도 수코님.

어째 자세가 심상치 않다.

“네. 저는 괜찮아요. 그렇게까지 술 많이 안마셨어요.”

“그래?”

네. 누가 봐도 도 수코님이 훨씬 더 취하신 것 같습니다만..

오히려 도 수코님이 넘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가자. 그럼.”

도 수코님의 호쾌한 목소리가 새벽, 아니 아침 공기를 타고 멀리 퍼져나갔다.

그렇게 우리는 우승 기념 회식을 성황리에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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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로가 회식을 하는 시간.

S1도 회식을 하고 있었다.

초상집같은 분위기가 나오지 않을까 많은 이들이 예상했지만 생각 외로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물론 아스트로처럼 축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이미 경기는 패배했다.

다시 되돌릴 수 없다.

여기서 열을 내봤자 좋을 건 없다.

그저 상처만이 남겠지.

인정하고 다음을 준비하는 것이 훨씬 낫다.

그 것이 S1을 지탱하는 힘이다.

비교적 담담하게 패배를 받아들이는 다른 선수와 달리 임형규는 화가 끝까지 나있었다.

본인을 향한 화였다.

개인리그와 프로리그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개인리그야 그 결과를 혼자 책임지지만 프로리그는 다르다.

아직 확인하지 않았지만 이미 인터넷에서 그에 대한 드립이 잔뜩 퍼져 있을거다.

‘1세트에서 이겼다면 달라졌을지도 모르는데....’

경기력은 좋았다.

하지만 결국 이승우를 넘지 못했다. 그러면 좋은 경기력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리플레이를 보고 있는 것 처럼 머릿속에서 경기 내용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당시는 최선이라 생각했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임형규가 술을 한 잔 더 마시려는 순간.

“왜 이렇게 죽상을 하고 앉아 있어?”

누군가 임형규의 술잔을 잡았다.

최연규 코치였다. 그가 빈 술잔을 흔들었다.

“내 술잔 비었다. 한잔 따라봐라.”

“아. 네.”

각을 잡고 술병을 드는 임형규.

이번 시즌 주전으로 활동하긴 했지만 최연규 코치를 대하는 건 여전히 어려웠다.

단순히 수석코치라서 그런게 아니다.

이스포츠의 전설.

현재 이영우와 맞먹는, 아니 그 이상으로 평가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화려한 족적을 남겼던 선수.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게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임형규가 따른 술을 단숨에 마시는 최연규 코치. 임형규가 따라서 술을 마셨다.

“크. 오늘은 술이 쓰네. 너도 그렇지?”

“....네.”

최연규 코치가 씨익 웃었다.

무슨 생각을 다 하는지 알고 있다는 표정.

“짜식. 올해 우승 못한게 아쉽긴 하지만 어쩌겠냐. 이미 지난걸. 너 은퇴할거야?”

“네? 아..아뇨.”

“근데 왜 그렇게 심하게 아쉬워해. 내년도 있고 내 후년도 있는데. 안 그래?”

이번엔 임형규가 입을 열지 못했다. 그저 말없이 술잔을 매만지기만 한 뿐이었다.

“결승도 어쨌든 한 경기야. 이게 무슨 말이냐면 결승이라고 수십 경기하는게 아니라는거지. 그렇게 한 경기 한 경기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힘들어하면 시대를 지배할 수 없어. 승률 100%가 아닌 이상.”

이미 5회 우승을 달성한 전설의 조언.

그랬기에 더욱 더 무게감 있게 다가왔다.

“정명혁이 너랑 비슷했어. 연달아 준우승하고 너처럼 기가 팍 죽어있었지. 근데 그 후에 우승 했지? 그게 다 생각이 바뀌어서야. 어떻게 평소에 생각하느냐에 따라 경기력이 달라져.”

원조 콩 라인에 들었던 이가 바로 정명혁이다.

지금은  개인리그와 프로리그 모두 우승을 차지해 더 이상 그런 이야기를 듣지 않고 있다.

“난 네가 이제운에 비해 부족한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공격적인 측면에선 더 앞선다고 평가해. 우리 팀이라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고 진짜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내가 이런 거에서 빈말하는거 봤어?”

“아뇨. 없습니다.”

임형규가 고개를 저었다.

공과 사가 철저한 사람이 최연규 코치였다.

아무리 커리어가 좋아도 당장 경기력이 좋지 않으면 과감하게 엔트리에서 제외해야한다고 감독에게 이야기했다.

선수 장악력 측면에서 오히려 감독보다 나은 모습을 보일 때도 여럿 있었다.

프로게이머 시절 최고의 커리어를 쌓았기 때문이다.

그를 바라보는 선수들의 눈빛엔 기본적으로 존경심이 들어있었다.

“넌 최고의 마수가 충분히 될 수 있어. 그러니까 오늘 일에 기죽지 말고 앞으로 다시는 이런 패배를 당하지 않게 더 연구하고 노력해. 그게 앞으로 네가 할 일이야.”

“감사합니다.”

아직 완전히 최연규 코치의 말을 이해할 수 없는 임형규.

하지만 천천히 곱씹다보면 이해할 날이 올 거라 굳게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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