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로더 신들의 전쟁-413화 (413/575)

00413  Game No. 413 약속은 지킨다.  =========================================================================

Game No. 413

‘좋았어!’

5세트 경기가 끝나는 순간 두 주먹을 불끈 움켜쥐는 이재명 감독.

3:2.

이제 단 한 경기만 잡으면 우승이다.

‘7할은 넘었다.’

우승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으로 S1은 두 경기를 모두 이겨야 한다.

부담감이 상당할 거다.

거기다 6세트는 동족전.

그것도 빌드에 따라 유불리가 크게 갈리는 용족 간의 경기다.

6세트를 이겨도 7세트에선 이승우를 상대해야 한다.

이승우가 승률 100%의 무적은 아니지만 10번 싸워 9번은 이기는 선수다.

현존하는 선수 중 가장 높은 승률이다.

어떤 선수를 내보내도 이승우를 잡는다는 확신이 있는 선수는 없을 거다.

보통 사람들은 6세트에서 3:3으로 균형이 맞춰지고 에이스 결정전에서 이승우가 또다시 승리를 거두며 우승을 하는 시나리오를 생각할거다.

하지만 이재명 감독은 아니었다.

아스트로가 우승을 한다면 그건 에이스 결정전이 아닌 6세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6세트에 나서는 선수가 신연호였기 때문이다.

아스트로에서 가장 전략적으로 뛰어난 선수.

다들 이승우의 실력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긴 하지만 이승우의 전략 중 상당수가 신연호와 함께 만들어 낸 전략이다.

비록 피지컬이 부족해 본인이 사용하진 못하지만 상대의 허를 찌르는 기발한 전략을 만드는 능력은 그 누구보다 뛰어난 신연호였다.

타 종족 이해도도 높아 용족의 전략뿐 아니라 타 종족의 전략을 짜는 데도 능하다.

코치나 감독으로 대성할 수 있는 능력.

간혹 감독조차 생각하지 못한 전술을 짜낼 때도 있을 정도였다.

신들의 전쟁 이해도에 있어선 최상을 보여 주는 선수.

그 능력이 극대화 될 수 있는 판이 만들어졌다.

스코어도, 심리도 모두 앞선다.

그런 상황에서 신연호는.

‘강하지.’

최고의 능력을 자랑한다.

충분히 승리를 기대할 수 있다.

****

진부한 표현이지만 해야겠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지만 발등에 떨어진 불에 속이 시꺼멓게 타고 있는 주운 감독.

‘어쩌다 이렇게…….’

원했던 그림과 너무 다르다.

3:2.

이기는 쪽이 S1이었어야 했다.

3세트가 컸다.

김택윤이 마수를 상대로 무너질 줄이야.

선수 탓은 하지 않는다.

그 선수를 기용하고 배치한 건 모두 감독이니까.

생각보다 감독의 역할은 중요하다.

‘감이 좋지 않아.’

주운 감독이 엔트리가 적힌 종이를 만지작거렸다.

특유의 감이 등을 찌르르 울린다. 불안하다. 그가 경기에 나서려는 도재열을 불러 세웠다.

“상대가 뭘 하는지 확실히 봐야 해. 결승 전에 신연호에 대해 분석해봐서 알겠지만 굉장히 전략적인 수를 많이 던지는 선수야. 심리전을 거는 데 능하니까 속지 않도록 정신 바짝 차려.”

“네. 알겠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할거다.

도재열도 프로리그 결승과 개인리그 결승을 경험해 본 선수.

신예들이 간혹 보여 주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는 하지 않은 거다.

이제 할 수 있는 건 다했다.

나머지는 하늘에 맡길 뿐이다.

****

5세트가 끝나고 잠시 정비 시간이 진행되었다.

6세트에서 경기가 마무리가 될지도 모르니 우승 퍼포먼스 진행에 관련된 사항을 다시 한번 점검하는 것이다.

1년 농사의 끝이다.

결코 실수가 있어선 안 된다.

가장 화려하게, 가장 멋지게.

대미를 장식해야 한다.

점검을 끝냈다는 사인이 무대 위 중계진에게 전해지고 다시 중계가 시작되었다.

-경기 시작 준비가 모두 완료되었다고 하네요. 이번 경기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일반적인 경기였다면 도재열 선수의 승리를 예상하겠지만 지금 아스트로가 분위기를 제대로 탔거든요? 결승 전용 전략을 잘 준비했다면 신연호 선수가 도재열 선수를 꺾는 것이 가능해 보입니다.

-그 말씀은 아스트로가 우승을 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전현석 캐스터의 질문에 김정식 해설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5세트가 끝난 지금 3:2. 아스트로가 먼저 이기고 그 뒤를 S1이 따라가는 식으로 경기가 진행되고 있거든요? 주도권을 아스트로가 잡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런 식의 경기가 진행될 줄은 몰랐네요.

-아무래도 1세트 이승우 선수의 승리가 크지 않았나 싶습니다. 1세트부터 중심을 잘 잡아 줬거든요.

첫 단추를 잘 끼웠다.

앞선 스코어로 맞이한 6세트.

아스트로에게 최고의 상황이다.

-확실한 건 조금 더 과감한 전략을 시도할 수 있는 쪽이 신연호 선수 쪽이라는 겁니다. 도재열 선수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빌드를 택할 수밖에 없어요. 지면 끝이거든요. 근데 아스트로는 아니에요. 뒤가 있습니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뒤가! 진짜 상대 허를 찌르는 전략을 사용할 수 있어요.

-이 점이 굉장히 큽니다. 도재열 선수는 배제를 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신연호 선수는 과감하게 배제를 할 수 있어요. 확장 위주의 플레이를 할 수도 있고 공격적인 움직임을 선보일 수 있습니다. 상대하는 도재열 선수 입장에선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죠!

박용제 해설이 동의했다. 그도 프로 시절 용족으로 개인리그와 프로리그 우승을 경험했다.

수 싸움의 우위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누구보다 알고 있다.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6세트 경기 준비가 끝났다고 합니다!

-승부가 결정될 수 있는 세트기 때문에 선수들의 준비 시간이 꽤 길었네요.

온게임TV 쪽의 준비가 완료되었음에도 경기가 시작되지 못한 건 선수들이 아직 준비를 끝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규리그엔 세팅에 대한 시간제한이 있지만 결승전엔 없다.

그 무게가 다르기 때문이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권리를 적극 활용한 것이기에 무어라 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신중해야죠. 또 신중해야죠. 그게 당연합니다.

-자.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으니 바로 경기로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2015 프로리그 결승전 6세트 전장 나주평야로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귀를 먹먹하게 할 정도의 커다란 함성.

그사이 섞여 있는 북소리.

피가 뜨거워지고 가슴이 뛰게 만들었다.

그렇게 분위기가 절정에 올랐을 때 6세트 경기가 시작되었다.

****

어떤 경기가 나올까?

아까 무대로 오르는 연호의 얼굴에서 보인 건 분명 자신감이었다.

연호가 장난기가 많긴 해도 허세가 있는 스타일은 아니다. 분명 이길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가장 중요한 건 빌드.

빌드를 얼마나 먹고 들어가느냐에 따라 경기 승패가 크게 좌우된다.

빌드를 선택하는 것 자체가 심리전의 시작이다.

제발. 제발.

먹고 들어가라. 먹고 들어가라!

간절한 기도가 통한 걸까?

-아. 빌드가 갈렸어요. 안전하게 용의 신전을 소환하는 도재열과 달리 과감하게 제단을 4개까지 늘리는 신연호!

-이게 심리적으로 우위에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판단입니다. 십중팔구는 용의 신전을 올리는 빌드를 쓰거든요? 나머지 일이가 흑완 아니면 4제단입니다. 본인이 패배하면 팀이 준우승을 하는 도재열이 흑완이나 4제단을 선택하기는 굉장히 힘듭니다. 상대방과 맞춰가며 플레이할 가능성이 높죠. 반대로 신연호는 일이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 점을 신연호 선수가 알고 제단을 4개까지 올려 초반 주도권을 잡겠다는 거예요!

-좋습니다. 신연호 선수. 부담감이 상당할 텐데 빌드 선택에선 일단 이겼습니다.

역시!

연호의 빌드 선택은 완벽했다.

도재열의 심리를 정확히 꿰뚫었다.

지금은 굳이 용의 신전을 빨리 올릴 필요 없다. 다수의 용혼으로 도재열을 압박하고 확장을 한 타이밍 빠르게 가져가면 된다.

도재열이 3제단 후 바로 지룡을 가면 위험한 타이밍이 나올 수 있겠지만 그럴 리 없다. 애초에 용의 신전을 간 이유가 현룡을 선택하기 위해서니까 무조건 현룡부터 생산할 거다.

이제 천천히 압박을 하며 용혼이 앞마당으로 나오지 못하게 한 후 확장을 가져가면 계속 유리함을 유지할 수 있다.

어차피 지룡이 나오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거든.

그렇게 긴장감 속에 경기가 진행되었다.

-아. 도재열 선수 본인의 앞마당에 와 있는 용혼의 수를 보고 얼굴이 일그러집니다.

-숫자만 봐도 딱 알 겁니다. 4제단이구나! 내가 당했구나!

-현룡을 보내 앞마당 쪽으로 보내는 도재열! 앞마당이 올라가고 있다는 것까지 확인하면 더 충격이 크겠는데요?

-절대 급하게 마음먹어선 안 됩니다. 상대 확장 보고 괜히 무리해서 앞마당 진출하다가 지룡이 잡히거나 용혼의 수가 확 줄어 버리면 이도저도 아니게 되거든요?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습니다. 지금은 길게 봐야 해요. 당장 승부를 내기보다 길게 경기를 봐야 합니다!

상황이 연호에게 좋다.

심리전에서 이겼다. 그리고 그 차이를 조금씩 벌려 나갔다.

아직 테크가 부족하긴 하지만 용혼의 수가 많고 확장이 빠르다.

이대로 10분, 아니 5분만 지나면 모든 면에서 연호가 앞서게 될 거다.

앞마당이 빠른 만큼 비렴도 빠르게 준비할 수 있다.

곧 지룡이 생산 된 도재열이 앞마당 쪽으로 치고 나올 거다.

제단의 숫자가 1개 더 많긴 하지만 중간에 신전을 소환하느라 한 타이밍 용혼 생산을 쉬었다.

그렇기에 용혼의 숫자 차이가 그렇게까지 압도적으로 많진 않다.

지형을 잘 활용해야 한다.

부채꼴 모양으로 퍼져 있다 앞마당으로 나오는 용혼을 끊어 먹어야 한다.

그렇다고 너무 오래 싸우면 안 된다.

이득을 볼 때까지만 싸우고 적당히 빠져야 한다.

어쨌든 상대는 지룡을 보유했다. 지룡의 토정은 언제나 의외성을 지니고 있다. 토정이 잘 터지면 순식간에 여러 기의 용혼이 죽는다.

그 타이밍을 조절하는 것이 관건!

-얄밉네요. 얄미워요! 딱 이득만 보고 빠지는 신연호의 용혼!

-용혼이 이렇게 똑똑했습니까? 보통 열을 알려 주면 하나만 하는 게 용혼인데 오늘은 하나를 알려 줬는데 열을 하고 있어요!

흠 잡을 데 없이 완벽하다.

평소보다 좋은 컨디션의 연호.

120%, 아니 150%는 되는 거 같다.

그 후로 경기는 시종일관 연호에게 유리하게 흘러갔다.

확장이 빠른 덕에 금도 상대적으로 많이 확보했고 그건 바로 병력의 질 차이로 이어졌다.

업그레이드부터 테크까지.

모든 면에서 연호가 도재열을 앞서나갔다.

-괴수 도재열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업그레이드도 밀리는데 인구수도 더 적습니다. 이러면 아무리 도재열이 괴수여도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지 못하죠!

시간이 흐를수록 경기가 연호에게 기울었다.

감독님부터 선수들까지 모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나오지 않는 한 경기는 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여기까지 경기를 이끈 연호가 대견스러웠다.

설레발일지 모르지만 팀원들 모두의 얼굴에 서서히 미소가 번졌다.

프로리그 우승.

그 역사적인 순간을 코앞에 두고 있다.

“잘한다. 신연호!”

누군가의 외침을 시작으로 모두 하나가 되어 연호의 이름을 연호했다.

-전투! 전투가 벌어집니다! 도재열이 역전할 수 있는 방법은 전투밖에 없어요!

-근데 이마저 밀려요. 조합에서 너무 차이가 나요!

-신연호 선수는 비렴을 초반부터 술법을 꽉꽉 채워 놨거든요! 사용할 수 있는 천벌의 숫자가 다릅니다!

전장을 뒤엎는 천벌.

상당수가 연호의 천벌이었다. 업이 잘되어 있는 용아가 도재열의 용아를 찢어발겼다. 용아의 구슬픈 비명이 전장에 울려 퍼졌다.

어떻게든 상황을 역전시켜 보려 노력한 도재열이지만 역부족이었다.

한 방 싸움에서 이긴 연호가 기세를 몰아 도재열의 본진으로 병력을 진군시켰다.

더 이상 막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신연호!”

“신연호!”

이미 관중석에선 연호의 이름만이 나오고 있었다.

도재열의 본진이 쑥대밭이 되었다.

남아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

두 눈을 질끈 감는 도재열.

고개를 떨어뜨리는 S1의 벤치.

-아스트로가 이렇게 우승을 차지하나요?!

결승전의 대미가 머지않았다.

============================ 작품 후기 ============================

우승~우승입니다~

생각보다 에이스 결정전을 간다고 생각하신 분들이 많네요. ㅎ

처음부터 4:2로 스코어는 정해져있었습니다.

만약 에이스 결정전을 갔다면 2~6세트가 한 편으로 나왔을 거 같습니다. ㅎ

나름 군데 군데 힌트를 넣어뒀는데 ㅠㅠ 저만의 힌트였나봐요.

1. 이승우가 처음 아스트로에 들어오려고 마음을 먹었을 때 상대했던 선수가 도재열.

2. 결승전에서 승리를 거둔 선수를 보면 [이승우],김승대,박현우,신연호. 이승우를 제외하면 나머지 셋은 원래 아스트로의 주전 선수들.

3. 신연호의 경기 출전 전 예언.

4. 생각보다 상세한 중간 경기 과정.

적고보니 저만 알 수 있는 것들이긴 하네요.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 ㅎ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