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10 Game No. 410 시소게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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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를 선언한 임형규가 고개를 푹 숙였다.
또 졌다.
올해 초만 해도 연습 경기를 해서 대부분 이겼던 상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정확히 말하면 1군에 데뷔한 이후엔 전혀 이기지 못하고 있다.
임형규가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오늘은 이기고 싶었다.
그랬기에 모든 걸 다 연습에 쏟아 부었다.
같은 빌드라도 상황에 따라 조금씩 바꿔가며 대비책을 전부 세웠다.
그 모든 것이 물거품 되었다.
‘난전에 당했다.’
난전 한 번에.
그림 자체는 괜찮았다. 중간에 지룡 한 기를 끊어낸 것도 좋았고 비렴일 잡아낸 것도 좋았다. 대규모 싸움에서 승리를 거둘때만 해도 이 경기를 잡을 줄 알았다.
‘그 사이에 운룡을 돌렸을 줄이야.’
그 피해만 아니었다면 물량으로 6시 확장을 밀어버릴 수도 있었을 거다.
일벌레가 잡히는 바람에 생산의 흐름이 끊겼고 용족에게 병력을 추스를 수 있는 시간을 주고 말았다.
‘분명 혈풍을 뒀는데....’
혈풍도 뒀고 군주도 뒀다.
운이 나쁘다고 해야할지 그 사이를 파고 든 이승우의 플레이가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선수라면 절대 인정해선 안되지만 자꾸 이승우를 넘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였다.
“고생했어. 근데 경기는 진짜 잘했다. 경기력은 최고였어.”
“맞아. 견제 한 방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그건 우리여도 못봤을거다.”
오늘 결승에 출전하는 1군 선수들이 임형규에게 위로의 말을 건냈다.
오늘 임형규는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다만 상대가 조금 더 실수를 하지 않았을 뿐이다.
“다음 세트는 내가 반드시 이길테니까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정명혁이 임형규의 어깨를 두드리며 빙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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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다!”
“잘했어! 스타트가 좋다!”
“느낌이 좋아. 아주 좋아! 역시 이승우!”
팀원들이 방방 뛰며 기뻐하는 걸 보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그렇게들 좋으십니까?
사실 나도 좋습니다. 야호!
나도 팀원들과 하나가 되어 승리의 기쁨을 즐겼다.
1세트 승리로 팀원들이 부담을 덜어낼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좋았다.
결승전에서 승리를 거둔 것도 물론 좋았다.
내가 프로리그 결승전에 당당히 서고 승리까지 하게 될 줄이야.
S1 2군 시절 바라봤던 프로리그 결승 무대는 굉장히 멀어보였었는데.
감개무량하다.
하고자 했던 걸 원 없이 하고 내려왔다.
이제 팀원들의 승리를 응원하면 된다.
“민규야. 너도 알고 있겠지만 정명혁은 어렸을 때 바둑을 배웠어. 그래서 환환전 할 때 움직임이 다른 환국과 조금 달라. 절대 움직임을 놓쳐선 안 돼.”
그 밖에 S1에 있을 때 알고 있던 모든 걸 이야기해줬다.
결승전을 준비하면서 다 말한 것들이긴 하지만 경기 시작 전에 한 번 더 알려주고 싶었다.
시험 시작 1분 전에 보고 들어간 문제가 시험 문제로 나온 적이 간혹 있지 않은가?
지금 이 조언이 경기를 풀어 가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이건 팀 밖으로 빠져나간 적 없는 특급 정보다.
결승에서 S1을 만난 게 차라리 다행이었다.
S1소속이 아닌 선수 중에 S1 선수들의 특징을 나만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을 거다.
적어도 S1에게만큼은 지고 싶지 않다.
방출당한 아픔이 많이 희석되긴 했지만 그래도 보여주고 싶다.
나를 방출한 것이 후회가 되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개인리그에선 나름 S1 선수들을 많이 이기며 복수 아닌 복수를 한 것 같은데 프로리그에선 그러지 못했다.
이번 결승에서 꺾는다면 이보다 더 확실한 복수는 없을거다.
“빌드도 잘 봐야 해. 최연규 코치님이랑 이번 결승 한 경기를 위한 빌드를 함께 만들었을지도 몰라. 자리싸움과 빌드. 이 두 가지에서 절대 밀려선 안 돼.”
빌드 깎은 노인이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는 최연규 코치님.
내가 환국이었다면 아마 많은 도움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이야기는 여기까지.
“그럼 잘하고 와라.”
이제 진짜 응원만 해야 하는군.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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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최정상급 선수들의 대결은 달라도 확실히 다르네요.
-정말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순간마다 상황이 바뀌어버려 해설하는 저희가 따라가기 벅찰 정도였거든요.
-결승전 다운 경기였죠. 자 다음 경기도 아주 흥미 진진한 매치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1세트에서 MSL 결승 대진이 재현되었다면 이번은 3,4위전이라 부를 수 있는 선수들이 만나게 되었습니다.
-각각 팀 동료인 이승우와 임형규에게 패배하며 결승에 오르지 못했던 선수들이거든요. 과연 진정한 3위가 누가 될 것인지!
-환환전이라면 정명혁 선수도 빠지지 않거든요.
-그렇죠. 정말 대단한 선수죠.
이영우와 치렀던 결승전은 역대급 환환전으로 기억 될 정도로 화려했다.
비록 이영우에게 패배하긴 했지만 정명혁의 기갑 병력 움직임과 빌드 판단은 환상 그 자체였다.
오늘도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면 승리는 따 논 당상이었다.
-과연 한민규가 정명혁을 잡고 스코어를 2:0으로 만들 수 있을지! 바로 경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열 띤 응원과 함께 경기가 시작되었다.
목청이 터져라 응원하는 팬들.
그들 덕에 분위기가 한 층 달아올랐다.
-정명혁 선수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움직입니다.
-경기의 주도권을 가지겠다는 거죠.
먼저 변수를 둔건 정명혁이었다.
전장 중앙에 과감하게 8 도감을 시도했다.
-러시 거리가 조금 있는 전장이니 빠른 확장을 저격하겠다는 의도죠.
-아. 한민규 선수는 생 더블을 준비해왔습니다!
-당했네요. 이건 빌드에서 먹혔습니다.
-이거 피해 크게 받겠는데요?
한민규 역시 변수를 뒀지만 정명혁의 빌드에 지는 빌드를 준비해왔다.
순식간에 어두워지는 아스트로의 벤치.
이재명 감독이 두 눈을 감았다.
‘도감 더블을 할 줄 알았는데....’
정명혁이 그냥 오지는 않았을거라고 생각했다.
필살기성 무언가를 준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그때 이재명 감독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역으로 무난한 운영을 준비해오지 않을까?
순간 놓치고 있었지만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전반전인 운영 능력은 정명혁이 한민규를 크게 앞선다.
같은 종족이기에 빌드만 비슷하다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할거다.
경기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좋다고 보겠지.
그걸 역으로 이용한 생더블을 준비해왔는데 상대는 초반을 날카롭게 찌르는 빌드를 들고 나왔다.
완벽히 당했다.
전략의 패배였다.
-한민규 선수의 생더블을 확인한 정명혁! 바로 궁병을 보내지 않습니다.
-모읍니다. 모으죠. 3~4기 되었을 때 한 번에 덮치겠다는 생각입니다.
-한 기씩 가면 일꾼에 잡힐수도 있거든요! 아. 이거 궁병 모아서 가면 한민규 선수 굉장히 까다롭겠는데요?
정찰도 한 번에 당했다.
반면 한민규는 아직 정명혁의 본진이 어디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이래저래 잘 안 풀리는 한민규.
-자. 갑니다!
-위풍당당한 궁병!
-지금은 두려운 게 그 누구도 없죠!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한민규가 앞마당에 망루를 지었지만 그보다 궁병의 도착이 빨랐다.
-크게 당황한 한민규!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져도 제대로 떨어졌죠!
-일꾼 다 튀어나옵니다!
-부자가 되려고 했다가 오히려 더 가난해졌어요!!!!
일꾼으로 궁병을 감싸려 했지만 정명혁의 움직임이 좋았다. 자신의 일꾼으로 한민규 일꾼의 길을 살짝 살짝 막음과 동시에 빈 공간으로 요리조리 궁병을 빼는게 일품이었다.
그러면서 일꾼을 궁병으로 일점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 괴롭습니다. 이건 막아도 피해가 커요.
-생더블이 8도감보다 가난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군영이 두 개면 뭐합니까? 일꾼이 없는데요!
-테크 차이도 심합니다. 일단 어찌어찌 밀어내긴 했지만...아. 상당히 암울한데요?
MSL 4강은 그냥 간게 아니라는 듯 일꾼의 무빙으로 궁병을 몰아내는데 성공했지만 이미 누적 된 피해가 많았다.
잡힌 일꾼도 일꾼이지만 그 동안 일을 하지 못했으니까.
-명불허전! 역시 정명혁입니다.
-한민규! 네가 요즘 잘한다는 건 알고 있는데 그래도 아직 나한테는 안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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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상황이 안 좋군.
역시 개인리그를 우승해본 선수의 그릇은 다르다.
저렇게 리스크가 큰 전략을 프로리그 결승에서 사용하다니.
그 것도 완벽하게.
초반에 벌어진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크게 벌어졌다.
전장만 봐도 민규가 얼마나 불리한지 알 수 있다.
라인이 전체적으로 뒤로 밀려있다.
3인용 전장인 운명의 갈림길.
그 중 2개의 스타팅 포인트가 정명혁의 차지가 되었다.
시간은 정명혁의 편이었다.
-아. 한민규 선수 GG를 선언합니다.
-너무나도 아쉬운 패배. 초반 피해에 결국 무너지고 맙니다.
-정명혁 선수가 정말 잘 했죠.
-빌드가 유리하게 시작했지만 궁병 컨트롤이 안좋았다면 일꾼에 다 잡혔을 수도 있는데 궁병을 모아서 간 것부터 시작해서 컨트롤까지. 아주 센스가 있었습니다.
1:1.
균형이 다시 맞춰졌다.
역시 결승은 쉽지 않다.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돌아오는 민규를 모두 반갑게 맞이했다.
그렇게 실망할 필요 없어.
질수도 있고 이길수도 있는거지. 뭐.
죄졌어? 왜 그렇게 표정이 어둡냐!
“부담 갖지 말고 준비한 거 차분히 풀어나가면 될거야.”
“......저도 그러고 싶네요.”
3세트에 나서는 선수는 승대다.
상대가 상대다보니 표정이 영 좋지 않은 곳을 세게 후려 맞은 것 같다.
“힘내. 김택윤도 어쨌든 용족이야. 전략적으로 잘 준비하면 꺾을 수 있다니까?”
“꼭 그랬으면 좋겠네요.”
희미하게 미소 짓는 승대.
아까보다 표정이 조금 괜찮아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어둡다.
이대로는 안 되겠군.
“승대야.”
내 부름에.
“네?”
승대가 바로 반응했다.
손을 까딱이자 총총거리며 다가오는 승대.
“네가 이번 경기를 이기면......”
“이기면요?”
승대가 바로 관심을 보였다.
뒷말은 다른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게 귓속말로 했다.
모든 말을 마치고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승대의 광대를 저 높은 하늘을 향해 승천해있었다.
“꼭 이길게요! 꼭! 꼭! 꼭!”
“약속은 반드시 지킬테니까 걱정마!”
“믿고 다녀올게요!”
그렇게 기합이 잔뜩 들어간 채 무대로 향하는 승대를 향해 두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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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3세트가 시작되기 일보 직전입니다.
-양 팀 아주 팽팽해요. 한 세트씩 사이좋게 나눠가졌습니다.
-이번 경기가 끝나면 다시 한 팀이 앞서나가게 됩니다.
-3세트가 정말 중요합니다. S1 입장에서 절대 빼앗겨서는 안 되는 세트입니다.
-그렇죠. 정명혁, 김택윤이 기본적으로 승리를 해줘야 우승 시나리오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거거든요? 둘 중 한 명이 패하는 순간 적신호가 들어오는 겁니다.
도택형명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실질적인 에이스는 정명혁과 김택윤이다.
이 둘이 S1의 기둥이다.
정명혁은 2세트에서 승리를 거두며 본인의 진가를 제대로 발휘했다.
이제 남은 건 김택윤.
상대도 괜찮다.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마수전에다 통산 승률이 50%가 안되는 선수였으니까.
정명혁이 한민규를 이긴 것 처럼 쉽게 이길 수 있을거라 모두가 생각했다.
-개인리그나 일반 프로리그였다면 김택윤 선수의 승리를 당연이 점쳤겠지만 이건 프로리그 결승이거든요? 어떤 준비를 해오느냐에 따라 이변이 충분히 나올 수 있습니다.
-자! 양 선수 모두 준비가 완료 되었습니다. 그럼 3세트 전장 천부단으로 떠나~~~~~~~보겠습니다!
힘찬 함성과 함께 3세트 경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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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우가 승대에게 한 약속이 무엇일지?!
3세트 경기는 해설이 없습니다.
다음 편 시작과 동시에 3세트가 끝납니다.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