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05 Game No. 405 대망의 결승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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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일.
1년의 마지막 달이 시작되었다.
올해가 시작한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끝이라니.
언제나 시간은 쏘아진 화살처럼 빠르다.
모두 분주하게 일 년 마무리를 준비했다.
좋은 성과를 거둔 이도 있을 테고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거둔 이도 있을 거다.
전자의 경우 내년에도 잘되길 바랐고 후자의 경우 내년에는 반대의 상황이 나오길 바랐다.
이스포츠계도 일 년 농사의 끝을 준비하고 있었다.
대망의 프로리그 결승전.
올 해 펼쳐지는 마지막 공식전이기도 했다.
아직 올스타전과 종족최강전이 남아있지만 그건 비공식전이었다.
결승 장소는 광안리.
상징성이 있는 장소였다.
12월이라 날씨가 춥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결승전이 열리는 날엔 겨울 답지 않은 날씨가 예상되었다. 나들이가는 사람들의 수가 폭발할 정도로 말이다.
대회를 주관하는 입장에서 이보다 좋은 소리는 없다.
더욱 더 많은 이들이 프로리그 결승전 현장을 찾을테니까.
이번 결승전만큼 극과 극에 있는 팀은 없다.
프로리그 최다 우승 팀과 프로리그 첫 결승 진출 팀.
S1엔 프로리그 결승전을 여러번 경험해본 선수가 대부분이다.
에이스 라인 중 임형규를 제외하고 도택명은 각각 3번 이상의 결승전을 치렀다.
심지어 김택윤은 MBS게임에 있을 때도 우승을 경험한 적이 있다. 사실 그땐 프로리그 활약보다 개인리그 활약이 더 두드러지던 시점이긴 했지만 어쨌든 김택윤도 결승에 출전해 팀의 우승에 보탬이 되었다.
S1과 붙는 아스트로에는 그런 선수가 한 명도 없다. 감독과 코치진도 마찬가지다.
포스트시즌부터 결승까지 이번이 모두 처음이다.
타 팀에서 이적해온 선수 없이 모두 아스트로에서 성장한 선수들이었으니까.
경험의 차이.
이것이 실제 경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진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몇 번 결승을 경험한 팀이 처음 올라온 팀보다 나을거라는 것 정도는 예상할 수 있다.
선수 구성도 그렇다.
이스포츠 최고 인기 스타들을 고루 갖춘 S1.
이번시즌 임형규의 등장으로 도택형명, 세 종족 에이스 라인이 완벽하게 갖춰졌다.
단순히 이름값만 높은 것이 아니라 실제 성적도 어마어마했다.
그러니 이렇게 프로리그 결승에 직행을 했겠지.
반면 스타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던 아스트로.
이번 시즌 초만 해도 투명이라는 별명을 지녔던 팀이 아스트로다.
그나마 이승우의 존재로 그 이미지가 조금 사라졌을 뿐이다.
선수 별로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 커진다.
아스트로에선 승률 5할이 넘는 선수가 셋 밖에 되지 않는다.
이승우, 박현우, 한민규.
그 중 한민규는 경기수가 다른 선수들에 비해 월등히 적다.
S1은 네 명의 에이스가 고루 승을 올렸다.
이에 대한 파훼법을 제대로 준비해왔을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했다.
시간이 흘러 오후 5시가 되었다.
동시에 프로리그 결승 대진표가 떴다.
새로 고침만 수십, 수백번을 하며 눈에 불을 켜고 대진표를 기다린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순간적으로 홈페이지가 마비 될 정도였다.
이들의 관심사는 과연 어떤 선수가 이승우와 경기를 치르게 될 것인가에 집중되어 있었다.
결승 대진을 먼저 확인한 이들이 각종 커뮤니티에 대진표를 부지런히 실어 날랐다.
<대진떴다!!!!!!!!!!>
<얼른 올려봐라. 개 기대된다 ㅇㅇ>
<오!!!!!!!!!!! 1세트 대박!!!!!!!>
<이 둘은 맨날 붙넼ㅋㅋㅋㅋㅋㅋ임형규 존불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눈물나것닼ㅋㅋㅋㅋㅅㅂ ㅋㅋ개마수맵에 나왔는뎈ㅋㅋ시발 하필 이승웈ㅋㅋ>
<저격당한 듯. ㅋㅋㅋㅋ 임형규 심쿵사>
<나라면 키보드 샷건 쳤다ㅋㅋㅋㅋ>
프로리그 결승 개막전인 화랑도에선 이승우와 임형규가 경기를 치르게 되었다.
MSL 결승전 재판.
결승전에 어울리는 매치다.
결승을 학수고대하는 팬들 입장에서도 나름 만족스러운 매치다.
가장 좋은 건 이승우와 김택윤의 만남이었다.
최고 용족을 가리는 매치.
커리어만 보자면 이승우가 4회 우승을 차지하며 김택윤의 우승 기록을 뛰어넘었다.
객관적인 기록에서 최고가 된 것이다.
이승우가 네 번 우승을 거두는 기간 동안 S1 선수들을 굉장히 많이 만났다.
4강에서 두 번, 결승에서 두 번.
이 중 한 번이라도 이승우에게 패배를 안겼다면 김택윤의 기록은 아직 유지되고 있을 거다.
그래도 아직 김택윤 팬들이 김택윤이 아직 최고라고 주장하는 부분이 있었다.
프로리그 성적이 바로 그 것이었다.
역대 최다승인 75승은 김택윤의 기록이었다.
솔직히 이승우가 도택형명 중 한 명과 붙기만 해도 흥행 측면에서 괜찮다.
1세트 매치는 S1 입장에서 보면 썩 기분 좋은 매치는 아니다.
임형규가 이승우만은 피하길 바랐을거 다.
전장, 종족 상성 측면에선 웃어주지만 인간 상성에 밀린다.
이게 크다.
만나는 족족 임형규는 이승우 앞에 무릎 꿇었다.
개인리그 결승전에선 실패했지만 프로리그 결승전에선 극복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2세트는 MSL 3,4위전이네. ㅇㅇㅇ>
<어? 그러게? 나란히 졌던 애들끼리 맞붙는닼ㅋㅋㅋ>
<개신깈ㅋㅋㅋㅋ>
<과연ㅋㅋㅋㅋㅋ 누가 이길짘ㅋ>
<이거 이기면 MSL 시즌 3 3위 ㅇㅈ? ㅇㅇㅈ.>
2세트는 한민규와 정명혁이 맞붙는다.
과거엔 3,4위전이 따로 치러졌었다. 시드 역시 4위까지가 아닌 3위까지만 주어졌다. 하지만 결승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지금은 3,4위전이 치러지지 않는다.
시드 역시 8위까지 주어지게 되면서 의미를 잃게 되었다.
어쩌다보니 프로리그 결승전에서 진정한 MSL 시즌3 3위를 가리게 되었다.
비록 단판이지만 쉽게 넘어갈 수 없다.
결승전이었으니까.
팀의 우승을 걸고 맞붙는 것이었으니까.
객관적인 전력은 정명혁이 훨씬 앞서지만 최근 기세만 놓고 본다면 한민규도 만만치 않다.
더군다나 동족전.
누가 더 좋은 움직임을 보이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승패를 바뀔 수 있다.
이어진 3세트는 김승대와 김택윤이 경기를 펼친다.
객관적인 전력은 한 쪽으로 크게 기운다.
변수가 있다면 결승전을 대비해 준비한 전략 한 방.
김택윤도 그에 대한 준비를 많이 할 것이다.
역으로 그가 전략을 꺼내들 수도 있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것이 바로 결승전이었으니까.
이승우가 나올것이라 예상했던 것일까?
4세트에 S1이 내보낸 선수는 이승철이었다.
S1 마수 중 하나.
환국전 승률은 형편없지만 준수한 용족전과 뛰어난 마수전 실력을 지니고 있는 선수였다....라고 말하는 건 포장을 한 것이다.
이승철이 마수 주축 선수긴 하지만 그건 임형규가 없었을 때의 이야기였다. 임형규가 두각을 드러낸 이후 이승철은 프로리그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결승전에 이름을 올린 것 자체가 나름 파격 기용인 것이다.
이승우 역 저격 카드로 나선 것 같은데 실패로 돌아갔다.
그나마 이승우와 같은 용족을 4세트에서 만난다는 걸 위안으로 삼아야 했다.
이승철과 경기를 펼치는 윤여준은 올해 데뷔한 신예다.
이승우처럼 2군 생활을 오래한 것도 아니고 한민규처럼 팀의 주목을 받았던 선수도 아니다.
그럼에도 프로리그 결승전 엔트리에 들었다는 건 연습실에서 꾸준한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렇기에 방심은 금물이었다.
5세트에선 박현우와 어현수가 만났다.
굉장히 중요한 세트다.
이승우, 한민규와 더불어 반드시 승리를 따내야하는 박현우.
최소 이들 중 두 명을 이겨줘야 한다.
그래야 아스트로에게 희망이 있다.
박현우에게 어현수는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다.
임형규를 제외한 S1마수들의 공통점은 환국전을 잘 못한다는 것이었다.
무난한 운영을 해도 괜찮다.
6세트는 신연호와 도재열의 경기가 치러진다.
나오지 않을 수도 있는 세트.
만약 나온다면 승부를 결정지을 가능성이 높은 세트다.
동족전이기에 변수는 있다.
용용전이라 더욱 그렇다.
빌드에 따라 상성이 이보다 크게 갈리는 종족전은 없다.
이렇게 총 여섯 경기 대진이 발표되었다.
켜뮤니티는 벌써부터 축제였다.
아직 많은 날이 남아있었지만 활발하게 승자 예측을 내놓았다.
S1의 우승을 예측하는 이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위너스리그라면 모를까 정규리그에서 아스트로가 S1을 꺾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5,6라운드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건 분명 사실이지만 결승전의 S1은 다르다.
그 것도 한 달간 결승전을 준비한 S1이라니.
CT도 쉽게 승부를 장담할 수 없는 팀이다.
무엇보다 S1은 다수의 결승을 치른 경험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경험을 무시할 수 없다.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이도 있었지만 앞선 이들보다 많진 않았다.
승자에 대한 예측은 엇나간 이들이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결승전이 될 것이라는 점에선 모두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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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5일.
대망의 프로리그 결승전 날이 돌아왔다.
아직 결승 경기가 시작하기 2시간 전임에도 자리를 빼곡히 매우고 있는 팬들.
비어있는 자리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개인리그와 달리 무료로 공개되는 결승전이기에 더욱 더 많은 인파가 몰렸다.
시작이 지날수록 사람들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30분 만에 모든 좌석이 꽉 들어찼다. 그럼에도 몰려드는 관중의 수는 줄지 않았다.
좌석 뒤에 하나 둘 줄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거의 10만에 육박하는 관중 수.
말이 10만이지 실제로 보면 말문이 턱 막힐 정도로 어마어마한 숫자다.
결승전의 막이 올랐을 땐 앞에서 봤을 땐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수의 관중이 결승전을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중계를 하는 입장에서 자연 신날 수 밖에 없는 상황.
결승 해설을 맡은 프로리그 중계진의 목소리가 기차화통을 삶아먹은 것처럼 우렁차다.
전현석 캐스터를 중심으로 박용제 해설과 김정식 해설이 오늘 중계를 맡았다.
분위기를 돋우는데 전현석 캐스터만한 사람이 없다.
외침을 듣는 것만으로 피가 끓어오른다.
5시부터 7시까지 약 두 시간 동안 진행 된 사전 행사.
개인리그보다 몇 배는 더 푸짐한 상품과 축하공연으로 관중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었다.
그렇게 분위기가 달아올랐을 즈음 프로리그 결승전이 시작되었다.
무대에 오르는 오늘의 주인공들.
왼 쪽에 아스트로가 섰고 오른 쪽에 S1이 섰다.
아직 경기가 시작하기도 전인데 선수들의 눈빛엔 투지가 가득했다.
불꽃이 일렁인다고 해야 할까?
조금 더 도발적인 모습을 보인 건 아스트로였다.
결승진출 인터뷰 때 했던 4:0을 다시 한 번 언급하는 이재명 감독.
주운 감독의 속을 살살 긁었다.
하지만 이미 많은 결승을 치러본 주운 감독은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역으로 도발을 날렸다.
4:0을 당하는 건 S1이 아니라 아스트로가 될 것이라고.
스스로의 운명을 미리 점쳐 온 것 같다며 말이다.
불꽃 튀는 신경전에 무대가 후끈 달아올랐다.
그래. 바로 이 맛이지.
직관을 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달아오를대로 달아오른 분위기.
그 기세를 몰아.
-양 팀의 기세가 아주 무섭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올 해 최고의 팀을 가리는! 2015 프로리그 대망의 결승전을 시작~~~~~~~~~~하겠습니다!
중앙 무대에서 목청 높여 외치는 전현석 캐스터.
그에 맞춰 우레처럼 터져나오는 함성과 박수.
그냥 이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 짜릿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렇게 프로리그 결승전이 막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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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승우와 형규가 다시 경기를 펼치는군요.
이번에도 콩을 먹일 수 있을지?!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