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04 Game No. 404 결승 준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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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로가 결승에 진출했다.
그 과정을 하나도 빠짐없이 지켜본 팀이 있었다.
바로 결승에 안착해있는 S1이었다.
선수들의 얼굴에 놀람이 가득하다.
아스트로가 결승에 올라올 줄 몰랐으니까.
이승우를 필두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고 해도 아스트로는 포스트 시즌을 경험한 적이 없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고 우승 경험이 있는 나무전자나 CT가 결승에 올라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 예상을 완벽히 깨버린 아스트로.
적이지만 박수가 나올 수밖에 없다.
물론 실제로 박수를 치며 스스로 눈치 없는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솔직히 이런 상황을 상상한 사람은 한명도 없다.
방출당한 선수가 팀을 결승으로 이끌다니.
개인리그 우승과 차원이 다른 활약이다.
홀로 잘해서 결승에 가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팀을 결승에 올리는 건 조금 다른 문제다.
좌불안석.
불안해 보이는 권 코치의 얼굴.
이승우의 방출을 적극 추천했던 이다.
본좌 아니 신이라 불리게 될 선수를 못 알아봤다니.
‘한 달만 더 참아볼걸.’
권 코치가 자책했다.
딱 한 달.
한 달만 믿어보자고 했으면 팀 내 위상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이승우를 내쫓은 코치가 아닌 이승우의 재능을 발견한 코치.
화려한 날만 계속 되겠지.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 소설같은 거 보면 잘만 돌아가던데.’
매일 간절히 바랐지만 될 리 없었다.
이건 소설이 아니라 현실이었으니까.
솔직히 반쯤은 자포자기다.
어디까지 하나 보자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프로리그 결승은 조금 달랐다. 여기서 아스트로에게, 아니 이승우에게 무너진다면?
‘팀을 나가게 될지도....’
실직자가 되고 말 것이다.
S1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얼굴색이 꺼멓게 죽은 권 코치와 달리 아스트로의 결승 진출을 반가워하는 이도 있었다.
그 누구보다 이승우를 아꼈던 박성훈 코치였다.
아스트로의 우승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승우가 결승에 올라온 것이 못내 대견했다.
선수들은 대부분 투지를 불사르고 있었다.
이승우에게 좌절을 겪은 선수들이 많다.
그 시작이 바로 도재열이다.
‘절대 질 수 없지.’
반드시 이긴다.
프로리그는 다르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김택윤, 정명혁도 각오를 다졌다. 모두 4강에서 패배하며 그토록 원하던 우승이 물거품이 되었다.
충격으로 따지면 김택윤의 충격이 더 컸다.
OSL 결승 기회를 또 한 번 박탈당했으니까.
이렇듯 모든 선수가 두 눈에서 전투력을 뿜어내고 있었지만 모든 선수의 화력을 합쳐놓은 것처럼 안광을 빛내는 선수가 있었다.
바로 임형규였다.
‘이번만은 절대 양보할 수 없어.’
개인리그 2회 준우승.
2등도 분명 잘한 기록이지만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아니 아쉬워하는게 당연한거다. 한 발자국만 나아가면 대회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데 그걸 하지 못하고 무너진 것이니까.
두 번이나 연속해서 말이다.
더군다나 그 상대가 모두 같은 상대라면?
며칠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승우와 친한 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문제다.
개인리그에 이어 프로리그까지 준우승을 할 수 없다.
‘상상도 하기 싫다.’
임형규는 조금 다른 걸 두려워하고 있었다.
준우승을 차지했을 때 커뮤니티를 가득 덮을 글들을.
종족부터 2회 연속 준우승까지.
모든 것이 그 분과 연결되었다.
임형규 본인이 봐도 소름 돋을 정도로 평행이론이다.
진정한 후계자라는 말이 정설로 자리 잡으려 하는 지금, 프로리그 우승으로 그런 말을 쏙 들어가게 해야했다.
임형규가 홍진우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존경하는 쪽에 가깝다.
공격 본능 역시 홍진우를 보며 배운 것이니까.
흥행이나 인기 면에서 도움이 되는 징크스지만 선수 생활 내내 우승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은퇴하는 걸 너무나도 우울한 일이었다.
‘반드시 이기겠어.’
징크스를 깨라고 있는거다.
평소보다 두 배 더 불타오르는 임형규였다.
“흠.”
알 수 없는 표정의 주운 감독.
그리고 그를 보좌하는 최연규 코치 역시 생각이 많아 보인다.
아스트로가 올라올 걸 대비해 연습이나 전략을 짜놓긴 했지만 그보다 CT 쪽에 많은 비중을 두었다.
모든 판은 새롭게 다시 정리해야 한다.
단 하루 내에.
같은 전장, 같은 종족이라도 준비한 전략을 사용할 순 없다.
상대 선수 스타일에 맞는 운영을 따로 준비해야한다.
이것이 프로다.
“전장 순서가 어떻게 되지?”
“여기 있습니다.”
최연규 코치가 바로 결승전 전장 순서를 가져왔다.
주운 감독의 손가락이 책상을 일정한 박자로 두드렸다.
“6세트 내에 끝내는게 우선이겠지?”
“그보다 좋은 상황은 없죠.”
아스트로를 상대로 에이스 결정전을 간다는 것이 어떤 걸 의미하는지 포스트 시즌을 보면서 잘 알았다.
나무전자도, CT도 에이스 결정전에 가면서 무너졌다.
힘이 빠지기는커녕 오히려 점점 힘이 붙고 있는 것 같다.
바라던 것과 정반대의 상황.
‘도발까지 했단 말이지?’
4:0으로 지지 않으려면 열심히 해라?
예전이었다면 코웃음을 치며 신경도 쓰지 않았을 말이다.
‘S1이 왜 S1인지 보여주지.’
쓸데없는 설전은 하지 않는다.
경기로 모든 것을 증명해낼 것이다.
왜 S1이 프로리그 최다 우승팀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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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리그 결승전이 일주일 남았지만 우리는 바로 회의에 돌입했다.
당장 내일 엔트리를 작성해야하기 때문이었다.
“화랑도라. 저 쪽에서 마수가 나올 확률이 높겠지?”
감독님의 말씀에.
“아마도 그렇겠죠? 마수가 모든 종족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까요.”
도 수코님이 고개를 끄덕이셨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화랑도처럼 공짜로 철광 확장을 가져갈 수 있는 전장은 대체적으로 마수가 좋다. 특히 용족전을 상대로 더욱 더 그렇다.
군락 이후 공속업 마견이 미친 듯이 쏟아지거든.
그걸 감당할 도리가 없다.
용족도 용아가 마구 쏟아지지만 아무 의미 없다.
그저 스쳐지나가는 존재일 뿐이다.
마견 떼를 만나면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비명횡사한다.
사기 같으니라고.
마견만 생각하면 이가 바득 갈린다.
방법은 하나.
군락이 가기 전에 마수를 후드려 패야한다.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게.
“그걸 역으로 노리고 승우를 내보내는 건 어떨까? 네 생각은 어때?”
질문의 화살이 나에게 왔다.
시선 역시 함께 쏠렸다.
오우. 경기 나가는 건 상관없는데 이건 조금 부담스러운데?
“전 상관없어요.”
“그래?”
“넵!”
화랑도가 용마전에서 마수에게 웃어준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다.
20:13.
거의 더블스코어다.
근데 그거 알아?
저기서 내 성적을 빼면 19:8.
더블스코어가 넘는다.
그 말은 내가 여기서 5승 1패를 했다는 말이지.
어깨에 힘이 빡 들어가는구만.
1패는 조금 뼈아프긴 하지만 그래도 용족의 무덤에서 승률 83%면 진짜 괜찮은 거 아냐?
나보다 좋은 승률을 지닌 용족은 없다고.
“너희들 의견은 어때?”
감독님이 코치님과 선수들을 돌아보며 입을 여셨다.
코치님들은 나쁘지 않다는 반응.
오히려 괜찮을 것 같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뒤이어 손을 든건 현우 형이었다.
“일단 승우를 4세트에 내보내기보다 다른 세트에 내보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나도 비슷하게 생각해. 어차피 저 쪽에서 정면 승부를 받아주지 않을 것 같거든. 역 저격 카드를 내겠지.”
모든 게임단은 고유의 색을 지니고 있다.
강하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 S1과 CT이지만 그 밖의 것은 정반대의 성향을 보여준다.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CT와 잘 짜인 시스템을 선호하는 S1.
힘 대 힘의 대결을 즐기는 CT와 달리 철저하게 승리를 위해 움직이는 S1.
어느 것이 좋고 어느 것이 나쁘다고 할 수 없다.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지 않는다면 말이다.
각자의 매력이 있다.
철저하게 승리를 위해 움직이는 S1을 좋아하는 이들도 많았다.
컴퓨터처럼 정확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것을 좋아 하는거지.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고.
CT는 경기 전에 도발 하면 4세트에 이영우를 불러내는 것이 가능했다.
긴 도발은 필요 없다.
그냥 한 마디면 된다.
4세트에 이영우가 나왔으면 한다.
이러면 나온다.
팀 입장에서 손해긴 하지만 선수가 원한다면 말리지 않으니까.
S1은 도발을 해봤자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선수가 나가고 싶어 해도 승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칼같이 잘라버리거든.
내가 6년간 있어서 잘 안다.
분명 4세트엔 도택형명 에이스 라인이 아닌 다른 선수를 내 보낼거다.
이승우를 만나면 좋고 만나지 않아도 좋은 선수.
확실한 1승 카드보다 어느 정도 가능성을 지닌 선수.
“용족이 괜찮은 천부단이나 나주평야도 괜찮아 보이긴 하는데 말이지.”
천부단은 3세트에, 나주평야는 6세트에 배치되어 있다.
김택윤과 도재열이 이 두 전장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
2인용인 천부단은 김택윤의 초반 멀티태스킹을 극대화하기 좋은 전장이고 6세트인 나주평야는 운동장처럼 넓은 중앙 형태를 하고 있어 200 병력 싸움을 즐겨하는 도재열이 힘을 받는 전장이다.
감독님 말씀처럼 그걸 역으로 노리고 들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
하지만 빌드와 같은 유닛을 가지고 싸운다는 변수 때문에 승리를 확신할 순 없다.
가장 좋은 건 환국을 만나는 거다.
내 입으로 내 칭찬하는 게 조금 민망하지만 환국을 상대로 질 거 같지가 않다.
할 수만 있다면 환국이 나올만한 전장에 저격 카드로 들어가는 건데 이번 결승전은 환국에게 크게 웃어주는 전장은 없다.
마수 저격으로 들어갈 만한 전장이 있는 게 전부다.
적어도 천부단과 나주평야에서 환국이 나오는 짓은 하지 않을거다.
“나주평야에 연호가 들어가고 천부단에 승대가 들어 가는게 나아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해?”
나주평야는 타 종족이 나가기 굉장히 부담스럽다.
반면 천부단은 마수도 어느 정도 할 만한 전장이다. 트리플 지역이 먼 것을 이용해 초반 압박 위주로 경기를 펼치면 된다.
천부단에서 환국?
그건 자살행위다.
천왕랑을 쓰기에도 좋고 나가의 소환을 들어가기도 좋다.
“괜찮습니다.”
“저도 찬성요.”
그렇게 3,6세트 출전 선수가 정해졌다.
이제 남은 세트는 종 네 개.
“임형규가 1세트나 5세트에 나올거 같은데 말이지.”
화랑도 못지 않게 5세트에 배치 된 천공의 눈도 마수가 좋은 전장이다. 화랑도보다 더 안전하게 철광 확장을 확보할 수 있거든. 아예 먹으라고 본진 뒷마당에 고이 배치해 놨다.
일단 여기서 용족은 나오지 않을 거다.
마수에게 저격당하면 경기를 풀어가기가 쉽지 않으니까.
“천공의 눈은 현우가 나가자.”
S1에서 누가 나올지 모른다. 환국이나 마수가 나오겠지.
현우 형이 최적의 카드다.
그렇게 하나 둘 나갈 전장이 정해졌다.
2세트에 민규가 출전하게 되었고 4세트에 여준이가 출전하게 되었다.
자연스레 남은 1세트는 내 차지가 되었다.
“모든 선수가 나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나갈 수 있는 선수는 6명으로 한정되어 있어. 이번에 출전하지 못한다고 너무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스에 앉는 선수만 아스트로의 선수가 아니라 벤치에 앉아있는 선수까지 모두 아스트로의 선수니까.”
말을 잠시 끊는 감독님.
팀원들의 얼굴을 하나씩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여셨다.
“경기에 출전할 준비가 되었다면, 얼마든지 기회를 줄 테니까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딱 이것만 절대 잊지 마. 여기 있는 모두가 아스트로라는 걸.”
그럼에도 이름이 불리지 않은 팀원 중 씁쓸한 표정을 한 이가 있었다.
완석이.
뽑히지 않은 선수 중 가장 많은 경기를 치른 녀석.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아마 감독님께서도 여준이와 완석이를 두고 많이 저울질 하셨을 거다.
모든 것을 종합해봤을 때 여준이가 조금 더 낫다고 판단하신 모양이다.
힘내라. 완석아.
이번 시즌이 끝이 아니니까.
오늘은 여기까지. 각자 돌아가서 푹 쉬고 내일 엔트리 발표 되면 본격적으로 회의 시작하자.”
내일이면 바로 상대가 나오기에 전략 회의는 따로 하지 않았다.
용족 만날 줄 알고 실컷 전략을 준비했는데 막상 다른 종족전을 만나면 준비한 게 얼마나 억울하겠어.
어차피 하루 차이다.
오늘 경기도 했으니 푹 쉬며 컨디션을 유지 하는 게 백 번 더 도움 되니까.
얼른 내일이 와서 엔트리가 발표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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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결승!!!!!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