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97 Game No. 397 마지막 한 경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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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린다ㅎㄷㄷㄷ>
<경기 존나 재밌넼ㅋㅋㅋㅋㅋ>
<이거 이승우가 잘한게 아니라 그냥 이영우가 너무 배제한거 아님?>
<위에 신알못이네. 배제했으면 대장간 지었겠냐? 배제 한게 아니라 일단 화살탑 짓고 천리안 때려서 맞춰가려고 했는데 1제단 트리플 같아 보이니까 화살탑 취소한거지 ㅇㅇㅇ>
<이게 맞음 ㅇㅇ 속업, 지뢰업 된 화차로 트리플 지역 갔는데 심시티로 막혀있었잖아. 그럼 더 속지.>
<이승우 빌드가 개 좋았음 ㅇㅇㅇ 건물 숨겨 지은 센스도 쩔었고. 1제단 트리플로 보일만함.>
<이영우도 걍 지룡이었으면 막을만하다고 생각하고 화살탑 취소한걸걸? 근데 이승우는 아예 속업까지하면서 힘 존나 실음. 이걸 예상못한거지.>
<걍 이승우 심리전이 지린겨. 한 수 위 ㅇㅇ>
9:4.
상대전적이 더블스코어 이상으로 벌어졌다.
이영우를 상대로 이렇게 압도적인 스코어를 보이는 선수가 나올거라고 꿈에도 몰랐다.
적어도 이영우의 나이가 20대 중후반으로 접어들고 최전성기에서 내려왔을 때나 생길 줄 알았다.
헌데 아니었다.
불과 몇 년 만에 이영우를 압도하는 선수가 나왔다.
이승우.
정규리그에서 이영우와의 맞대결에서 연승을 거두며 프로리그 다승왕을 차지하더니 플레이오프에서도 승리를 따냈다.
적어도 이번 시즌에선 이승우의 앞길을 막을 수 있는 선수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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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어! 바로 이거야!
내가 저번에 말했지?
이영우가 폭풍의 언덕에서 치른 용족전 거의 대부분을 봤다고.
이영우는 원래 맞춰가는 플레이를 좋아한다.
폭풍의 언덕은 중간 중간 언덕 지형이 많아 환국의 소수 병력으로 수비를 하기에 용이한 전장이다.
이영우의 장점이 십분 발휘 될 수 있는 전장이란 말이지.
그래서 속임수를 조금 섞었다.
자원을 째면서 중반 이후의 힘싸움을 노리는 것 처럼.
그냥 그렇게 하면 절대 속아 넘어갈 리 없으니 아슬아슬한 연기는 필수였다.
적어도 3개의 포인트를 만들었고 그 포인트가 적절히 어우러져 이영우를 속이는데 성공했다.
이렇게 경기를 이기면 정말 기쁘다.
완벽한 전술로 상대를 멋들어지게 속여 넘긴 거였으니까.
“진짜 멋진 경기였다.”
“아슬아슬해서 혼났어요.”
“와. 진짜 쫄려 죽는 줄 알았다! 대박이다. 대박!”
팀원들의 엄살 어린 소리도 듣기 좋았다.
“자. 모두 주목!”
그때 감독님이 우리들의 불러 보았다.
“이제 한 세트 남았다. 한 세트만 따내면 우리가 1경기를 가져가게 되지. 분명 유리한 상황은 맞다. CT는 앞으로 세 세트를 따내야하니까. 근데 우리가 그 한 세트를 끝까지 따내지 못하면 경기는 이길 수 없다. 그 한 세트를 이기기 전까지 방심은 금물이다.”
혹시 우리가 마음을 놓을까싶어 이런 이야기를 해주시는 거다.
하긴 그 마지막 한 세트를 이기지 못하면 결국 앞서 거둔 3승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 손에서 경기를 마무리 짓겠습니다.”
현우 형이었다.
평소 이런 이야기를 자주 하는 편이 아니다.
그랬기에 모든 팀원이 놀란 얼굴로 현우 형을 바라보았다.
“제 얼굴에 뭐가 묻었나요?”
“아. 그게 아니라 형이 이런 말 하는거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서요.”
승대의 말에 현우 형이 피식 웃었다.
“나도 이런 말 할 줄 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오늘따라 자신감이 넘쳐 보이는 현우 형이 그 말을 마지막으로 무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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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박현우 선수가 이기면 경기가 그대로 끝납니다.
-이렇게 CT가 궁지에 올릴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네요.
-3:1입니다. 3:1! 뒤로 한 발자국만 물러나면 바로 낭떠러집니다!
운명의 5세트.
여기서 오늘 경기가 끝날 수도 있다.
아스트로에선 주장 박현우가 출전했고 CT에선 고강원이 나왔다.
-전체적인 성적을 보나 최근 10전을 보나 박현우 선수가 훨씬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죠. 준 플레이오프에서의 활약이 아주 눈부셨죠.
최근 기세와 종족 상성으로 보자면 박현우에게 기우는 것이 사실이다. 경기력 역시 마찬가지다. 고강원이 박현우를 앞서나가는 것이 거의 없다.
-하지만 변수가 있다면 상대가 고강원이라는 겁니다.
-보통 고강원이 아니죠. 포스트 시즌의 고강원 아니겠습니까? 평소의 고강원을 생각하다간 큰 코 다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경기가 포스트시즌이라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데뷔 이후 지금까지 승률이 4할 밑인 고강원이지만 포스트시즌만큼은 최강의 마수로 군림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고강원이 포스트시즌에서 거둔 승수가 무려 14승이다.
폭군 이제운과 같이 마수 다승 1위에 올라있다.
거기에 더해 포스트시즌 8연승이라는 기록을 보유중이다.
이는 현재 최고 기록으로 현재 진행형이다.
오늘 고강원이 박현우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면 본인의 기록을 9연승으로 늘리며 포스트시즌의 사나이라는 별명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줄 수 있다.
중계진의 힘찬 외침과 함께 5세트가 시작되었다.
초반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모습을 보여준 건 고강원이었다.
평소보다 많이 생산한 마견.
하지만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박현우가 미리 눈치 채고 디펜스 라인을 제대로 갖췄기 때문이었다.
창고 뒤에 궁병을 세워둔 박현우.
이러면 마견이 달려들 수 없다. 달려들어도 어마어마한 피해를 감수해야한다. 일꾼이 즉각 반응해 궁병과 마견 사이를 갈라놓기라도 하는 날엔 정말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
박현우가 이렇게 수비 태새를 취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예방을 통해 아예 피해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이러면 피해는 오히려 고강원이 입은 꼴이다.
마견을 생산하느라 일벌레 생산 타이밍이 늦춰져 버렸으니까.
어떻게든 마견을 한 번 써야하는데 박현우가 틈을 주지 않고 있다. 고강원으로선 답답할 수밖에 없는 상황.
고강원의 판단은 무리하게 마견을 쓰기보다 아껴두었다가 후에 닷발귀가 떴을 때 함께 사용하는 것이었다.
지금으로서 최선의 판단이었다.
확실히 포스트시즌의 고강원은 평소와 달랐다.
박현우도 서두르지 않았다.
마수가 세 번째 금광을 가져가는데도 방해할 생각이 크게 없어 보였다.
아무래도 아까 생산 된 마견이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결과적으로 옳은 선택이었다. 애매한 수의 바이오닉 병력으로 나갔다간 마견과 닷발귀에 병력이 전무 싸먹혔을 거다.
어차피 마견은 시간이 지날수록 효용가치가 떨어진다.
떨어지는 마견의 효용가치가 다시 오를 때가 있는데 그건 마수가 군락이 완성되었을 때다.
박현우가 노린 타이밍이 바로 그 직전이었다.
군락이 완성되고 네 번째 금광을 확보하려고 했을 때 박현우가 트리플 확장을 하며 병력을 진출시켰다.
본진을 밀어버리겠다거나 병력을 전부 잡아먹겠다는 큰 목표를 가지고 전장에 나온 병력이 아니었다.
출정한 환국 병력의 목표는 오직 하나.
네 번째 금광 확장을 늦추는 것이었다.
흔히 노점단속이라 부르는 4 금광 견제가 시작된 것이다.
마수가 환국을 상대로 큰 힘을 발휘하는 건 군락이 완성되고 네 번째 금광을 확보했을 때다.
둘 중 하나라도 이뤄지지 않으면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반쪽짜리 마수를 만드는 것.
이것이 박현우의 목표였다.
중간에 병력을 소모하지 않았기에 진출한 환국 병력의 규모는 상당했다. 아직 망태할배가 나오지 않는 마수에겐 엄두가 나지 않는 숫자.
일단 뒤로 물러나며 때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레 네 번째 금광 확장은 취소되었다.
딱 거기까지였다.
박현우는 병력을 소모시키지 않았다.
3금광은 먹어라.
하지만 4금광은 없다.
이것이 오늘 박현우의 테마였다.
아마추어 끼리 신들의 전쟁을 할 땐 경기 테마보다 빌드가 더 큰 차이를 만들어내지만 프로 간의 대결에선 경기 테마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후반으로 갈수록 훨씬 더 중요해진다.
테마에 따라 빌드가 정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초중반에 이득을 보며 경기를 가져갈 생각을 한 고강원과 중후반 이후를 바라보며 큰 그림을 그린 박현우.
경기 시간이 길어질수록 박현우가 유리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바이오닉 병력을 거의 대부분 살린 채로 박현우가 레이트메카닉으로 체제를 전환하기 시작했다.
사실 환국은 이때가 가장 약점이다.
훈련도감을 전부 띄우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현우는 바이오닉 병력이 아직 많이 살아남아있었기에 견제에 휘둘리지 않았다.
무난하게 타 스타팅 본진을 가져갔고 천자총통을 양산할 수 있는 체제에 들어섰다.
그 사이 마수가 4금광을 확보했지만 이젠 상관없었다.
바이오닉 체제를 유지했을 때 4금광이 무서운거지 레이트 메카닉으로 완벽하게 체제가 전환되었다면, 타 스타팅 포인트를 확실히 확보했다면 마수가 4금광을 먹든 5금광을 먹든 상관없었다.
-박현우 선수 묵직한 한 방이 마수를 압박합니다!
-고강원 선수 괴롭죠. 초반에 금광을 제때 확보하지 못했기에 병력의 질이 평소보다 떨어집니다.
-아. 고강원 선수 포스트 시즌 8연승의 대기록이 여기서 무너지나요!
천자총통의 화포가 불을 뿜는 순간.
-콰콰콰콰!
-키엑!!
-쿠우욱!
온 전장이 피로 뒤덮였다.
모두 마수의 피였다. 화력 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았다.
절반이 다가오다 터졌고 나머지 절반도 제대로 된 전투를 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당해낼 수 없습니다.
-본진과 앞마당 자원이 다 떨어졌거든요. 이제 고강원 선수 힘이 슬슬 빠지고 있어요.
-박현우 선수 기세가 정말 무섭네요. 포스트시즌에서 불가사의한 힘을 발휘하는 고강원을 잡기 일보직전입니다.
모든 병력을 잃은 고강원이 GG를 선언했다.
지금 정도의 병력을 다시 모을 자원이 없었다.
씁쓸한 표정의 고강원.
-GG!!! 경기 끝났습니다!
-4:1입니다. 4:1! 엄청난 스코어로 CT를 제압하는 아스트로!
그렇게 기적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아스트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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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압도적인 스코어로 경기가 끝났다.
이렇게 싱겁게 경기가 끝날 줄 아무도 몰랐다.
오늘 승리를 거둔 선수는 김대형이 전부였다.
이영우가 이승우에게 패배한 것이 컸다.
팀의 사기에 영향을 크게 미칠 수밖에 없다. 치열한 경기 끝에 패배한 것이 아니라 심리전에 당해서 허무하게 패배했으니 더욱 더 그럴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선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한다.
잘잘못을 가리자는 것이 아니다.
내일도 같은 세트에 맞붙기 때문에 대책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CT 숙소 연습실은 회의로 인해 후끈 달아올라있었다.
내일 경기에 대한 회의였다.
일단 준비한 전략과 다른 전략을 쓸 것인지, 아니면 준비한 그대로 갈 것인지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1:0으로 뒤지고 있기에 전략을 수정해야한다는 이도 있었고 하루 만에 전략을 수정하는 것보다 차라리 오랜기간 준비한 전략을 선보이는 것이 더 완성도가 높다고 말하는이도 있었다.
모두 맞는 말이었다.
코치와 선수들의 의견을 조용히 듣고 있던 이정훈 감독이 결론을 내렸다.
모든 판단은 선수에게 맡긴다.
본인이 다른 전략을 짜고 싶다면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원래 준비했던 전략을 하고 싶어 하는 선수는 그대로 해도 좋다.
이 모든 책임은 감독인 자신이 지겠다.
이정훈 감독의 정리에 연습실이 조용해졌다.
그때 누군가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저 내일 경기에서 다른 전략을 쓰고 싶습니다.”
가장 먼저 손을 든 선수는 바로.
“그래. 얼마든지 좋다. 영우야.”
이영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