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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392화 (392/575)

00392  Game No. 392 오늘오글  =========================================================================

그래도 지룡이 죽기 전에 2방을 쐈기 때문에 위쪽에 있던 용혼을 정리해주는데 성공한 송병호.

만약 이 경기가 연습 경기였다면, 아니 개인리그나 프로리그 중 한 경기였다면 두 번째 지룡이 잡혔을 때 GG를 선언 했을거다.

그가 이렇게 꾸역꾸역 버티고 있는 이유는 하나.

팀의 포스트시즌 성적을 결정짓는 경기였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도 있었다.

송병호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결심했다.

개인리그는 이미 끝났고 프로리그 밖에 남지 않았다.

오늘 팀이 패배한다면 이 경기가 마지막으로 치러지는 공식전이 되어 버린다.

아직 송병호와 이여름 감독 밖에 모르는 이야기.

마지막을 패배로 장식하고 싶지 않았다.

마지막을 영광으로 장식하고 싶었다.

이게 송병호를 지탱하는 힘이었다.

이를 악물고 버티게 하는 힘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점점 힘이 빠지고 있었다.

-이승우 선수 앞마당에 신전 소환합니다.

-상대가 계속 시간을 끌고 있으니까 지금처럼 싸움 유도하면서 확장을 가져 가겠다는거죠. 어떻게 하면 경기를 이기는지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 송병호 선수 머릿속엔 오직 수비 밖에 없거든요. 지금 이 병력 밀어낸다고 러시 못옵니다. 왔다가 넓은 평지에서 잡아먹힐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면 확장을 먹는 이승우의 선택은 최선의 선택이 되는 겁니다.

-확실히 이승우 선수의 움직임이 여유로워졌죠? 아까처럼 용혼 무리하게 안 노립니다. 뒤로 빠지면서 달려드는 용안 잡아줍니다.

첫 러시가 있은 후부터 10기 가까운 용안이 계속해서 자원을 제대로 채취하지 못했다.

슬슬 2제단을 돌리는 것도 벅차쳤다.

-어쨌든 이승우 선수는 하나의 카드를 더 꺼내들었어요.

-두 선수 다 잘하는데 이승우 선수의 움직임이 조금 더 좋습니다. 조금 더 빠르고 조금 더 멀리 보고 있어요.

-아. 지금 용혼을 밀어낸다고 능사가 아닙니다. 심지어 밀어내기도 벅차보입니다.

-제단의 숫자가 다르거든요! 2배나 더 많거든요!

제단의 숫자도 적은데다 지룡을 쉬지 않고 3기나 뽑아낸 송병호다.

자원의 여유가 있을 리가 없었다.

버티고 있는 것 자체가 대단하긴 했지만 이승우가 앞마당에 신전을 편 이상 큰 의미가 없다.

이걸 막고 역 러시를 갈 힘이 있어야한다.

-곧 네 번째 지룡이 나오긴 하겠지만 이제 힘을 받을 수 없습니다. 상황이 달라요. 그냥 용혼 뒤로 다 빼고 운영가도 이승우 선수가 훨씬 좋습니다. 기본 병력 거의 다 잡힌 상태에서 지룡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없거든요.

-근데 이승우 선수는 달려듭니다. 확장은 확장이고 공격은 공격이다. 이건가요!

용혼이 다시 한 번 지룡을 잡아냈다.

네 번째 지룡마저 잡힌 송병호.

이제 거의 힘이 빠졌다.

굵은 땀방울이 송병호의 얼굴을 타고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불안하게 흔들리는 동공.

사실 송병호도 느끼고 있었다.

경기를 더 이상 이어갈 수 없다는 것을.

-진짜 집요하게 지룡 노리네요.

-독합니다. 이제 용혼 3기 추가로 올라오면 뭐로 막나요?!

-정말 소수 컨트롤이 명품입니다. 계속해서 이득보네요. 용안도 꾸준히 잡아줬기 때문에 자원 격차가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그 사이 앞마당 신전이 완성 된 이승우.

동시에 전투가 멈췄다.

모아놓은 용혼을 송병호의 앞마당 쪽에 배치시킬 뿐 당장 더 들어가지 않았다.

7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아직 경기 시작이 11분 정도 밖에 안 되었으니 병력이 나온 이후 1분도 쉬지 않고 싸웠다고 보면 맞을 거다.

세를 불린 이승우와 달리 송병호는 작고 초라했다.

어떻게든 병력을 수습해보지만 용혼 5기가 전부였다.

용안도 없다.

금을 채취하는 용안이 겨우 1기 뿐이다.

반면 쉴 새 없이 병력을 뿜어내는 이승우.

이제 지룡이 있든 말든 힘으로 찍어 누를 수 있을 정도로 용혼의 차이가 벌어졌다.

송병호가 이길 수 있는 방법?

냉정하게 없다.

-슬쩍 용혼으로 보니까 지룡이 안보이거든요. 그러면 그냥 올라가면 되죠!

-송병호 선수 이제 막을 힘이 없습니다.

-소모전만 해줘도 이승우 선수가 이깁니다.

-힘겹게 지켜왔던 방어선이 점점 무너집니다.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 송병호!

-용혼 숫자 점점 벌어집니다. 기본 병력 싸움에서 상대가 안됩니다!

-계속 된 이승우의 펀치에 점점 무너지는 송병호입니다.

-이제는 지룡이 있어도 상관없어요. 그냥 싸워도 이길 수 있어요.

-GG! 송병호 GG!

결국 패배를 선언하는 송병호.

에이스 간의 대결에서 기분좋게 승리를 거두는 아스트로였다.

****

<이승우 공격력 미쳤다 ㅎㄷㄷ>

<지리고 또 지렸다.>

<이승우 공격력은 무한!!!>

<지룡 도대체 몇 기나 잡힌거냐?>

<송병호가 쓴 빌드가 원래 4제단 잡아먹는 빌드 아니냐?ㅋㅋㅋㅅㅂ 근데 이게 뭐냨ㅋㅋ 생태계 파괴넼ㅋㅋㅋ>

<가장 황당한 건 송병호일 듯. 이게 뚫려?>

1경기가 끝나고 커뮤니티가 폭발했다.

오래간만의 폭발이었다.

빌드가 갈린 순간, 그리고 용혼 싸움에서 송병호가 이득을 거둔 순간 이 경기는 무난하게 송병호가 잡는 그림이 나올거라 모두 예상했다.

아무리 이승우의 경기력이 좋아도 동족전에서, 그 것도 송병호 정도의 거물을 상대로 역전하는 것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런 모습을 종종 보여줬다.

빌드가 갈려서 허무하게 패배를 당하는 모습.

오늘도 그런 경기가 되지 않을까 했는데 결과는 정반대였다.

말도 안 되는 공격력으로 송병호의 수비라인을 뚫었다. 아니 찢어발겼다.

거대한 철문을 종잇장처럼 구기고 들어간 것이다.

다른 선수가 이런 플레이를 보였다면 박수가 아닌 손가락질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무모하고 황당한 시도.

하짐나 이승우는 보기 좋게 성공했다.

보는 이도 황당한데 당한 이는 얼마나 황당할까.

이번 경기 승리로 아스트로는 한 숨 돌렸다.

겨우 1승이라 할 수 있지만 그 상대가 송병호다.

나무전자에서 송병호를 꺾었다는 건 건물을 받치고 있는 거대한 기둥 하나를 뽑아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만약 2세트에 나오는 신연호가 기적처럼 허영우를 잡아낸다면?

아스트로의 기적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

“와. 진짜. 대박이다. 그걸 뚫고 갈 생각을 하냐!”

“완전 조마조마했는데. 형 진짜 대단해요.”

“진짜 너 밖에 없다!”

흥분에 가득 찬 팀원들이 외침.

어째 나보다 더 흥분한 것 같다.

송병호의 GG를 본 순간 나도 모르게 웃음이 씨익 나왔다.

힘든 싸움이었다.

중간 중간 약한 마음이 들었지만 팀원들을 생각하며 마음을 고쳐먹었다.

“코치님. 혹시 얼음팩 가져 오신 거 있나요?”

“얼음 팩? 있지. 왜?”

“아. 손목 찜질 좀 하려고요.”

손목 찜질이라는 말에 대번 안색이 변하는 도 수코님.

그렇게 걱정스럽게 바라보실 정도는 아닙니다.

“그냥 미리미리 관리해두려고요. 마사지처럼요.”

“그래? 아픈 건 아니고?”

기습적으로 손목을 톡 찔러보는 도 수코님.

하마터먼 앗 하고 소리를 낼 뻔 했다. 목구멍까지 올라온 외침을 아래로 다시 꾸역꾸역 밀어 넣었다.

다행이다.

만약 비명이라도 질렀으면 상황이 심각해졌을지도 모른다.

손목 이상을 숨기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아직 프로리그가 열리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팀원들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다.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

내 손목 상태가 살짝 좋지 않다는 걸 감독님이 아시면 엔트리에도 변화가 올 수 있다.

선수를 자신의 몸보다 더 생각하시는 감독님이니 분명 그러실거다.

아예 출전을 시키지 않을 수도 있고.

그건 썩 내키지 않는다.

이렇게 기회가 왔을 때 잡고 싶었다.

내년에도 이런 기회가 온다는 보장이 없었다.

어차피 프로리그 끝나는 즉시 확실한 치료를 받을 생각이다.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손목도 최대한 안 쓰고 말이지.

내 몸 상태는 내가 제일 잘 안다.

앞으로 남은 경기는 정말 많아야 8경기.

진짜 최대치로 잡은 거고 실제로는 이 절반 정도의 경기를 치를 거다.

어차피 중첩 사용만 안하면 된다.

오늘 2개의 스킬을 한 번에 써서 살짝 무리가 온 수준이지 그 이상은 아니다.

오늘 경기가 이렇게 숨 가쁘게 흘러가지 않았다면 [투신]과 [폭주기관차]를 중첩해서 사용하지 않았을 텐데.

뭐 그래도 이겨서 괜찮다.

이러고 졌으면.

으. 상상만 해도 욕이 나온다.

지금 손목이 살짝 뻐근한 것도 휴식을 취해주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

얼음팩을 대는 순간 손목이 괜찮아 진거 같다.

벌써 효과가 있냐고?

아마도?

믿으면 진짜 그렇게 된다고 하잖아. 그럼 긍정적인 생각을 항시 해야지.

“괜찮아요. 그냥 쉬면 돼요. 살짝 뻐근한 정도에요.”

“혹시라도 많이 아프면 이야기해. 병원 한 번 가봐야하니까.”

“네! 알겠습니다!”

병원은 이미 갔다 왔습니다.

그냥 살짝 늘어난 거래요. 저도 열심히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걱정스런 표정 짓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정말 튼튼하니까요! 하하하하.

물론 뒷말은 목 뒤로 삼켰다.

했다간 당장 뒷덜미가 잡혀 병원으로 끌려가겠지.

누군가 나를 이렇게 진심으로 신경 써 준다는 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가족도 아닌 다른 이에게 이런 감정을 느끼는 건 정말 오랜 만이다.

난 도 수코님을 향해 최대한 밝은 웃음을 발사했다.

헤헤헤헤.

살짝 뒤로 물러서는 도 수코님.

“너 손목 아파?”

이번엔 연호였다.

경기 나갈 준비하기도 바쁠 텐데 얼음팩은 또 언제 봤데.

“아픈 건 아니고 살짝 뻐근해서 관리해주려고.”

앵무새처럼 똑같이 대답해줬다.

“너 에이스야. 에이스. 네 몸은 네 게 아니라고. 우리 모두의 것이라고.”

그 거 참 무시무시한 소리구나.

그렇게 말해주니까 정신이 확 든다. 야.

이런 농담을 하는 걸 보니 우리가 참 친해지긴 했나보다.

“이 에이스가 이겼으니 너도 이겨라.”

“상대가 허영우인데?”

허영우?

그게 뭔데?

먹는 건가요?

“넌 신연호잖아.”

크. 내가 말하고도 이건 좀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최연규 코치가 프로리그 결승전 출전을 앞둔 고인성 선수에게 했던 이야기다.

긴장했던 고인성은 그 말에 긴장을 풀었고 이어 출전한 경기에서 멋지게 승리를 거두며 팀의 우승을 견인했다.

크., 진짜 멋진 이야기 아냐?

“....말장난 하고 싶지 않다.”

미간을 찌푸리며 틱틱대는 연호.

그래. 이렇게 나와야 연호지.

우리 연호 많이 부담스러워쪄요?

“말장난 아냐. 스스로에 대해 믿음을 가지라고. 너는 스스로는 되게 과소평가하더라? 넌 굉장한 놈이야.”

좀 많이 갔나?

방금 전까지가 딱 좋았다는 생각도 살짝든다.

이런 오글거리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걸 보니 내가 요즘 감수성이 풍부해졌나보다.

나를 빤히 바라보는 연호를 마주 바라봐줬다.

보통 이럴 땐 ‘그래. 나를 한 번 믿어보마.’ 라든가 ‘고맙다. 역시 너 밖에 없다.’라는 말이 돌아오겠지만.

“...미친 놈. 너 약 잘못 먹었냐?”

현실은 드라마와 많이 달랐다.

....야. 내가 아무리 오글거리는 말을 했어도 그렇지 무슨 벌레 보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냐?

나 상처받게.

“.......미안하다.”

내 사과에 피식 웃는 연호.

“경기 전에 너랑 대화하면 긴장 푸는데 딱 좋다. 그럼 이제 간다.”

그거 칭찬이지?

그렇게 받아들일게.

헤헤헤헤.

“너도 이길 수 있을거야!”

무대로 향하는 연호의 뒤통수를 향해 마지막 응원을 던졌다.

============================ 작품 후기 ============================

오늘은 여기까지.

금요일날 예비군인데...

하아.

한숨 납니다. ㅠㅠ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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