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91 Game No. 391 한번 해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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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장난 아닌데?
경기의 흐름이 원하는 방향에서 약간 빗겨나갔다.
송병호도 4제단은 한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과격한 충돌이 연달아 벌어졌다.
용혼이 합류되는 속도를 보니 4제단은 아닌 듯싶었다.
만약 송병호가 4제단을 했다면 위험했을지도 모른다.
전투 결과가 안 좋았거든.
약간 변명을 하자면 내 컨트롤이 나빴다기 보단 내가 보유한 용혼의 지능이 조금 떨어졌다.
아니 옆으로 가라는데 왜 자꾸 버벅 거리는 거야?
이영우랑 할 때는 그렇게 똑똑하게 굴더니. 오늘은 또 멍청하게 굴고.
이래서 용혼을 너무 믿으면 안 돼.
상황을 수습하고 올라가보니 채비가 갖추어져 있었다.
난감했다.
어쨌든 이대로 물러날 순 없었으니까.
어떻게든 피해를 줘야하는데 쉽지 않았다. 성급하게 파고들어갔다간 앞서있는 용혼 다 잘리고 패퇴하는 그림이 연출 될 수도 있다.
정면은 건물이 막고 있고 오른쪽은 용안이 막고 있다.
왼쪽은 비어있지만 함정이다.
그리 들어가는 순간 뒤에 있는 용혼이 덮칠 거다. 용혼이 제대로 움직여주면 그래도 괜찮은데 아까처럼 껌을 밟아버리면 곤란하다.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유일하게 트여 있는 뒤 쪽으로 빠질까?
아까도 말했지만 이건 절대 안 될 말이다.
죽이 되던 밥이 되던 들어가야 한다.
그럼 고민할 필요 없지.
들어가자.
상황을 살피다 [투신]과 [폭주기관차]를 동시에 사용했다. 순간 가벼워지는 손목. 원래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이기는 것 같았다.
손목에 무리가 간다는 걸 알지만 딱히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하루 종일 쓰는 것도 아니고 한 경기에서 쓰는 건데 그 걸로 손목이 박살나진 않겠지.
스킬로 준비를 갖춘 난 지체 없이 왼쪽 길로 파고들었다.
함정이라는 걸 알지만 유일한 길이기에 망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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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과감하게 파고 드는 이승우!
-원래 뒤에서 덮치려고 했는데 나온 지룡 챙기느라 약간 반응이 느렸어요.
-이게 변수가 될 수 있을지!
-그래도 지룡의 압박이 장난 아니네요.
이승우의 용혼이 순식간에 가로로 쫙 퍼졌다. 지룡의 스플래시 데미지를 최대한 줄여보겠다는 노력이었다. 일단 용혼의 수는 이승우가 많긴했다.
펑하는 기계음과 함께 터져나가는 용혼.
지룡이 섞여 있는 송병호가 쉽게 막을 거라 예상했지만.
-어? 이게 뭐죠? 이승우 선수의 용혼이 살아남았습니다!
-송병호 선수 지룡 잡혀요!
-아니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까? 용혼 숫자가 1.5배, 2배 이렇게 차이는 것도 아니고 불과 2기 밖에 차이가 안났는데요!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모든 용혼이 다 죽었지만 운룡과 지룡을 다 잡아주는데 성공한 이승우.
이러면 2제단과 4제단의 싸움이 된다.
송병호의 용혼이 2기 살아남았지만 결과적으로 손해다.
이렇게 힘들게 밀어낼 병력이 아니었으니까.
무엇보다 지룡과 운룡이 폭사했다는 것이 컸다.
이승우가 이번 전투에서 큰 이득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송병호의 실수다.
진영과 병력을 보고 약간 마음을 놓은 건지 지룡의 컨트롤보다 용혼의 컨트롤에 집중했다.
이승우의 가장 먼저 들이민 병력은 용혼이 아닌 1기남은 용아다.
자연스레 지룡의 타겟은 가장 먼저 눈에 보인 용아로 정해졌고 토정 역시 용아에게 쐈다.
원래는 용혼에게 터졌어야 할 토정이 용아에게 한 번 낭비 된 것이다.
단순히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밀어 넣은 건지, 시야에 먼저 들어온 유닛부터 공격하는 신들의 전쟁 특성을 알고 의도한 플레이인지 모르지만 센스 넘치는 플레이였다.
그 사이 넓게 퍼져 전투를 펼친 이승우.
여기서 다른 선수와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보통 4제단이 지룡이 나온 2제단을 상대할 때 가장 먼저 노리는 건 지룡이다.
순식간에 달려들어 일점사로 지룡을 잡아낸 후 용혼을 1기씩 줄여주는 플레이를 많이 한다.
하지만 이승우는 정반대로 했다.
용혼을 넓게 펼쳐 지룡에게 받는 데미지를 최소화했을 뿐 지룡을 노리는 플레이를 하지 않았다.
모든 화력을 용혼에게 집중했다. 지룡이 없는 것 처럼,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전투에 임했다는 것이다.
지룡이 강한 건 엄호해주는 병력이 있을 때다.
지룡 단독으로 있을 땐 소수 용혼에게도 쉽게 잡힌다. 괜히 용혼 많을 때 갔다가 얻어터지느니 용혼의 수를 확 죽여준 후 일점사로 잡아내는게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두 번째가 이유가 정말 환상적이었다.
이런 사실을 알아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어렵다.
본인의 컨틀롤을 100% 아니 그 이상을 믿어야 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
그 과정에서 용혼의 움직임도 기가 막혔다.
왼쪽 공간을 쭉 파고들어 지룡의 공격 범위에서 순간 벗어났다.
완벽한 자리 잡기가 나온 것이다.
토정의 공격력을 십분 활용해야하는 송병호 입장에선 지룡을 앞으로 나오게 하는것 보다 용혼을 뒤로 물려 지룡과 함께 대형을 갖출 수밖에 없다.
대열이 살짝 흐트러진 틈을 이승우는 놓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성공이었다.
지룡과 운룡을 전부 잡아냈으니까.
전투의 승패를 바꿔버리는데 성공했으니까.
원래는 더 많은 용혼과 지룡이 살아남아야하는 송병호였다.
당장 용혼 숫자는 송병호가 많지만 추가 병력이 오면 역전된다.
이제 급한 건 이승우가 아니었다.
송병호 발등에 제대로 불이 떨어졌다.
-진짜 기가 막히게 경기하네요. 토정의 타겟이 된 용혼을 살짝 뒤로 빼줘 다른 용혼이 피해를 받는 걸 최소화했습니다. 그러면서 병력 생산은 또 다 해냈어요. 이게 사람이 할 수 있는 플레이입니까?
-보고도 믿기지 않네요. 이 전투를 어떻게 이렇게 만들죠?
-이승우 선수 여기서 멈추면 안 됩니다. 계속 밀어붙여야합니다. 지룡을 잡았기 때문에! 이 기회를 절대 놓쳐서는 안 됩니다!
힘겹게 잡은 기회를 놓치면 안 되는 이승우다.
지룡이 추가 되었을 때 상황이 또 바뀔 수 있다. 숨 쉴 틈 없이 몰아붙여야한다.
폭풍처럼.
파도처럼.
다시 4기가 된 이승우의 용혼이 송병호의 본진으로 들어갔다.
모든 제단의 집결지는 이미 송병호의 앞마당으로 바뀌어있었다. 전투에 집중하면서 생산도 쉬면 안 된다.
어느 것 하나라도 멈춘다면 이길 수 없다.
상대가 정신 차리지 못하게 해야 한다.
본진 난입을 쉽게 허용하는 송병호.
아까처럼 용안으로 막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하필 그 타이밍에 제단에서 용혼이 튀어나왔고 이승우의 용혼 4기와 맞닥뜨렸다.
지금 이 순간 가장 재수 없는 용혼이었다.
군침을 흘리며 달려드는 용혼.
뒤에 살짝 빠져있던 병력이 돕기 위해 왔지만 이승우가 조금 더 빨랐다.
용혼 1기를 잡은 이승우의 용혼이 위로 쭉 올라갔다.
추가 생산 된 지룡을 잡기 위해서였다.
보호해줄 수 있는 용혼은 겨우 1기.
이승우의 용혼이 흩어져 있어 지룡으로 잡는 것도 힘들었다.
용안이 나와 비비로 밀어내려 했지만 용혼은 원거리 공격 유닛이었다.
용안이 처절하게 몸부림 쳤지만 지룡을 지킬 수 없었다.
-아~ 이승우!!!
-두 번째 지룡까지 잡힙니다.
-이러면 상황이 굉장히 심각해지거든요?!
-용력충전소까지 짓는 송병호! 당황한 표정이 역력합니다.
-경기가 이렇게 될게 아니었거든요!
첫 번째 지룡이 잡힌 것보다 지금 지룡이 잡힌 게 더 컸다.
적어도 두 번째 지룡은 지켰어야했다.
이승우는 영리했다.
지룡을 잡은 용혼을 전투에 동원하는 게 아니라 뒷마당 언덕 쪽으로 쭉 빼버렸다.
추가 생산 되는 용혼과 합류에 덩어리를 키울 심산이다.
-아스트로의 팬들 엉덩이 들썩거리면서 난리가 났습니다!
-이런 경기가 나왔는데 열광할 수밖에 없죠!
-분명 어렵게 느껴졌던 경기를 이렇게 만들어버리네요.
그 와중에도 이승우의 용혼은 끊임없이 북진했다.
이번 공격에 숨통을 확실히 끊어주겠다는 의도가 다분히 담겨있었다.
서슬 퍼런 공격에 몸을 부르르 떠는 나무전자의 팬들.
그들의 눈빛엔 약간의 공포가 담겨있었다.
-용력충전소까지 소환했지 않습니까? 다음에 나오는 지룡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합니다. 지룡이 조합되었을 때 유리한 고지에 서있을 수 있는 거지 지금처럼 싸우면 이길 수 없어요!
이승우가 정말 잘해주고 있는 건 송병호의 용혼이 쌓이지 않게 끊임없이 전투를 펼쳐주는 것이었다.
한 번만 공격 타이밍을 쉬면 송병호의 용혼이 4기까지 쌓일 거다.
그러면 송병호가 지룡을 지킬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보유한 용혼의 숫자가 그리 차이나지 않는 상태에서 4기의 용혼의 공격을 맞아가면서 지룡을 일점사하는 건 부담스러웠으니까.
하지만 이승우는 그 시간을 주지 않았다.
용혼이 상대보다 1기만 많아도 주저 없이 공격을 택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현재 이승우의 용혼은 3기.
송병호가 가진 용혼은 2기다.
추가 병력이 더 올 때까지 기다릴 만도 하건만 이승우는 또 과감하게 공격을 택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송병호의 용안은 제대로 자원 채취를 못하고 있었다.
자원을 채취하려고하면 전투에 동원되기를 여러 번.
이것도 무시 못 할 피해였다.
-어떻게 쫓아내기만 하면 되는데! 아. 2기 용혼 또 오네요.
-이러면 들어가죠. 굳이 안 빠지죠. 3기의 용혼만으로는 용력 충전소의 회복 속도를 따라갈 수 없는데 5기면 이야기가 달라지거든요!
5:3의 싸움.
이승우의 용혼 중 1기의 체력이 많이 빠져 있어 금세 4:3의 싸움으로 바뀌었다.
용력 충전소 덕에 오래 버티는 송병호의 용혼.
그 사이 다시 한 번 지룡이 나왔다.
세 번째 지룡이었다.
이승우의 용혼이 잠시 뒤로 빠졌다.
체력이 붉게 물들어있는 용혼이 있었지만 욕심내지 않았다. 용혼이 2기 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은 후속 용혼을 기다려야할 때였다.
들어가야 할 때와 잠시 물러나야 할 때를 이승우는 정확히 알았다.
상대가 용혼만 있었다면 계속 전투를 펼쳤을거다.
하지만 지룡이 나온 상황. 적어도 5기의 용혼이 모이기 전까지 전투를 펼치는 건 금물이었다.
-이승우 선수 병력이 진짜 전력을 다해 뛰어오고 있습니다.
-100m 9초 대로 끊어야합니다!
-미친 듯이 달려야죠!
-체력이 다 빠진 용혼이긴 하지만 어쨌든 지금 용혼 2기거든요?! 곧 4기가 될 테고 그러면 상황 다시 바뀝니다.
손에 땀을 쥐는 명 경기.
짧은 시간에 유불리가 도대체 몇 번이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자. 5기 됐습니다. 이럼 또 들어가야죠!
-시간이 금입니다. 금! 이보다 더 귀중한 것 없어요!
5기의 용혼이 부채처럼 쫙 펼쳐져서 들어갔다. 다섯 명의 사람이 각자 컨트롤을 하는 것 처럼 움직이는 용혼.
아직 송병호의 용혼은 2기였다. 5기의 용혼이 먼저 지룡을 한 번 때렸다. 그 후 밑의 3기의 용혼은 계속 지룡을 때리고 위로 올라간 2기의 용혼은 체력이 빠진 용혼을 노렸다.
용력충전소는 유닛 여러 기의 용력을 동시에 채워줄 수 없다.
일단 중요한 지룡의 용력을 채우는 사이 위에 있던 용혼이 죽었다.
그 후 일점사로 깔끔하게 지룡을 죽이고 빠지는 이승우.
이승우가 노린 것이었다.
세 번째 지룡이 잡히자마자 경기장에 떠내려갈 듯 커다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완벽한 작전.
그리고 군더더기 없는 컨트롤.
모든 것이 제대로 어우러졌다.
-이승우 선수 이 경기를 잡아내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