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89 Game No. 389 운명의 3경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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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는 축제 분위기였다.
어느 누가 말을 꺼낸 것도 아닌데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모두 연습실로 향했다.
따로 동기부여는 필요 없었다.
이미 모두 잔뜩 사기가 올라간 상태였거든. 전투력이 올라 있는게 눈으로 보일 정도다.
오늘 MVP는 현우 형이 받았다.
이견은 없었다.
충분히 받을 만 했다.
나무전자의 에이스 송병호를 격파함과 동시에 팀에 승리를 안겨줬으니까.
4:0.
정말 깔끔한 숫자다.
내일도 이런 경기가 나오면 여한이 없겠다.
아직 플레이오프와 결승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일단 지금 경기에 최선을 다한다.
그게 우선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계단을 한 계단씩 오르다보면 언젠가 정상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3경기 상대가 정해지고 나서 바로 회의에 돌입했다. 이미 자신이 나갈 전장은 정해놓은 상태였기에 모든 종족전에 대비한 전략은 준비해놓았다. 이제 해야 할 건 상대 종족에 맞는 전략을 보안하고 연습하는 것뿐이었다.
“내일 송병호 만나는데 안 부담스러워?”
옆에서 전략을 짜고 있던 연호가 대뜸 입을 열었다.
“글쎄. 부담 스럽다기보단 설레는데?”
아예 부담스럽지 않다는 건 거짓이다. 하지만 그보다 설레는 마음이 커 부담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건 사실이다.
차라리 송병호를 만나 다행이다.
나무전자의 주력 카드를 무효화시킬 좋은 기회였으니까.
“너도 참 대단하다.”
징하다는 얼굴로 고개를 가로젓는 연호.
좋은 의미겠지?
“....그래서 성적이 그렇게 좋은 건가?”
이어지는 말은 크지 않았지만 바로 옆에 있어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연호의 말처럼 마인드의 변화가 실력을 끌어올리는 원천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재능이 있어도 그걸 사용하지 못하면 말짱 꽝이다. 죽이 되던 밥이 되던 한 번 부딪칠 용기가 필요하다.
“나는 허영우 만나 부담 되서 죽것는데.”
연호가 앓는 소리를 냈다.
둘 다 분위기는 괜찮다.
이번 준 플레이오프에서 1승씩을 거두고 있었으니까.
1경기에서 승리를 따낸 허영우. 하지만 2경기에선 5세트에 배치 되서 출전하지 못했다.
연호 역시 2경기에서 승리를 따냈지만 1경기에선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어떻게 하면 너처럼 될 수 있냐?”
연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말투엔 장난기가 섞여있었지만 눈빛은 한 없이 진지했다.
일렁이는 열망을 보고도 모른 척 할 수 없었다.
“즐겨. 즐기면 돼. 매일 안하면 죽을 거 같고. 하루 종일 계속 생각나고. 그렇게 신들의 전쟁에 푹 빠지면 돼.”
알 수 없는 눈빛의 연호.
내 생각이 답은 아닐지 모른다.
너무 추상적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 대답이 연호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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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성진우 캐스터입니다. 자. 드디어 오늘이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팀이 가려집니다. 벌써부터 심장이 떨리는데요?
성진우 캐스터의 우런찬 외침과 함께 준 플레이오프 3경기가 막을 올렸다. 어제 휴식을 취해서 그런지 목소리에 힘이 넘쳤다.
-그렇습니다. 오랜 레이스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여기까지 왔는데 물러나는 건 너무나도 아쉽거든요.
이틀 연속 중계를 했던 김정식 해설이 빠지고 김태영 해설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어제 중계를 했던 박용제 해설은 김정식 해설처럼 연달아 해설을 하게 되었다.
-적어도 결승을 진출해야 기억해줄까 말까하지 3위, 4위 한거로는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거든요.
냉정한 말이지만 사실이었다.
개인리그 4강도 사람들이 잘 기억 못하는 판국에 프로리그 3,4위를 기억해줄리 없었다. 그저 포스트시즌을 치렀던 팀 중 하나로 기억 될 뿐이다.
그마저 잊을지 모른다.
주인공이 되려면 결승전 무대를 두 발로 밟아야한다.
-오늘 경기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양 팀의 엔트리에서 알 수 있습니다.
-고심 끝에 내놓은 양 팀의 엔트리죠. 작전은 약간 다릅니다. 아스트로는 1,3,4세트에 각각 이승우, 한민규, 박현우를 넣어 중간 중간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판을 만들었고 나무전자는 1,2세트에 송병호와 허영우를 출격시키며 초반 분위기를 가져오려하는 모습입니다.
-나무전자 입장에선 절대 에이스 결정전까지 가는 걸 원치 않을겁니다. 그래서 이렇게 초반에 힘을 잔뜩 준거죠.
-1,2세트가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무전자는 반드시 2승을 수확해야하는 세트고 아스트로는 1승 1패 정도만 해줘도 선방이라 볼 수 있죠.
이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여기서 승리하는 팀은 플레이오프에 올라 CT와 경기를 하게 된다.
거기서 승리하면 결승이다.
수만 관중의 함성을 들으며 무대에 오르는 것이다.
그 문을 통과할 수 있는 팀은 오직 한 팀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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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한 전략은?”
“그대로 쓸 겁니다.”
“컨디션은?”
“좋습니다.”
“좋아. 한 번 해보자.”
이여름 감독과 송병호가 대화를 주고받았다. 이 둘의 사이를 잘 모르는 이들이 본다면 무뚝뚝하게 보일 대화.
10년의 세월이 무색하다 느끼겠지만 전혀 아니었다.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눈빛에서 믿음이 흘러넘치는 걸 볼 수 있을거다.
“그럼 갔다 오겠습니다.”
송병호가 장비가 들어있는 가방을 움켜쥐었다.
자연 손에 힘이 들어갔다.
절대 무너질 수 없다.
송병호는 팀원들의 응원을 들으며 투지를 다졌다.
자신이 1세트에 배치되었다는 건 무조건 경기를 이기라는 뜻이다.
상대가 누구든 상관없이 말이다.
‘이승우라...’
쉬운 상대는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어려운 상대다.
이번 시즌 굉장히 많이 만났지만 중요한 고비에서 항상 쓴잔을 마셨다.
그나마 프로리그에서 하루 2승을 거둔 것이 자존심을 지켜주었지만 이제 그건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아스트로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기에 아무 의미 없는 데이터.
그 밖에 중요한 경기에선 모두 패배했다.
개인리그 16강부터 결승까지.
그리고 그 대회에서 이승우는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포스를 보여주는 상태.
이영우의 재림, 혹은 그 이상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이승우의 최근 경기력은 물이 올라있었다.
그렇다고 팀원들의 믿음을 저버릴 수 없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겨야했다.
‘그래. 한 번 해보자.’
부스로 들어서는 송병호의 눈빛이 여름 태양처럼 이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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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은 4세트에 나가 경기의 균형을 맞추는 것보다 1세트에 나가 기세를 가져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셨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조금이라도 팀원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었다.
상대는 나무전자의 에이스 송병호.
반드시 잡아야하는 상대다.
1,2세트에 송병호와 허영우를 연달아 내보낸 걸로 보아 나무전자도 초반에 힘을 빡 주었다.
역으로 생각하면 우리가 1,2세트를 잡았을 때 어제처럼 4:0으로 끝낼 확률이 높아진다.
그 시작이 나다.
내가 이긴다면 다음 경기에 나서는 연호도 마음 편히 경기에 임할 거다.
어제 대화를 나눈 연호의 눈빛은 진심이었다.
연호가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재능은 있다.
전략가로서의 재능은 내가 본 그 어떤 선수보다 뛰어나다.
개인리그 다전제를 치를 때 도움을 많이 받았다.
감독님과 회의를 거쳐 만들어낸 전략도 많았지만 조금 더 세부적인 과정은 연호에게 더 많이 배웠다.
부족한 2%만 채우면 언제든 연호는 비상할 수 있다.
전장은 천공의 눈이었다. 뒷마당에 철광 확장이 존재하고 앞마당과 본진이 이어진 길이 언덕이 아닌 평지로 되어 있는 전장.
빠르게 확장을 먹을 것인가?
아니면 병력을 폭발시켜 러시를 갈 것인가?
눈치 싸움이 치열한 전장이기도 했다.
스킬은 [날빌러], [투신], [폭주기관차], [숨바꼭질]을 챙겼다.
구성에서 알 수 있듯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칠거다.
송병호에게 시간을 주면 경기가 어려워지거든.
확실히 단단하다.
그리고 흔들림이 없다.
운영으로 자연스레 넘어가버리면 승부는 5:5가 된다.
초반에 빌드와 컨트롤의 우위로 점수를 챙기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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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경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의 첫 번째 세트죠. 먼저 보이는 붉은색 용족이 이승우 선수의 진영입니다. 7시죠. 그에 맞서는 송병호 선수는 1시에 위치해있네요.
-정말 중요한 매치에서 이 선수들이 맞붙네요.
-개인리그에서 우승을 내주고 말았지만 프로리그까지 내줄 순 없죠.
-1경기에선 제대로 활약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지만 2경기에선 박현우 선수에게 패배하며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거든요? 어제와 같은 일이 다시 나와서는 안 됩니다.
-일단 승을 챙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긴 하지만 승을 챙기지 못하더라도 좋은 경기력을 선보여 팀원들의 사기와 투지를 끌어올리는 것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이건 개인리그가 아니라 팀 리그거든요. 위너스 리그처럼 한 선수가 모든 걸 끝낼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그래도 이기는게 최고죠.
김태영 해설의 말에 관중석에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머쓱한 표정을 짓는 박용제.
살짝 썰렁해지려는 분위기는 성진우 캐스터가 다시 띄웠다.
-이건 이승우 선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만큼 양 선수의 어깨가 무겁다고 할 수 있죠. 얼마전 결승전에서 만난 사이 아닙니까? 양 선수간의 불꽃이 여기까지 보이네요.
1승만큼 중요한 게 팀의 분위기다.
초반 경기는 무난하게 흘러갔다. 보다 빠르게 정찰을 보낸 선수는 이승우였다. 5시를 먼저 들른 후 11시로 향하는 용안.
정찰운은 좋지 않다.
가장 늦게 송병호의 위치를 발견하게 되었으니까.
송병호는 아직 정찰을 보내지 않고 있었다.
용안이 도착한 시간을 역으로 계산해 정찰을 보내려는 것이었다.
최대한 정찰을 늦게 보내 조금이라도 자원을 캐는 시간을 늘리겠다는 뜻.
이승우의 용안이 들어오는 순간 용안을 내보내는 송병호.
용안의 목적지는 7시였다.
역시 송병호였다.
-송병호 선수 오늘 컨디션 좋아 보이네요.
-그렇죠. 용안이 한 번에 오지 않고 어디 거쳐서 온 것 같은 시간에 도착하니까 바로 7시 쪽으로 용안을 보내네요.
-일단 서로 간의 정찰은 무난히 될 것 같습니다.
평지이다보니 용아를 일찍 생산해 입구에 세워도 용안이 무시하고 들어올 수 있다. 제단이 먼저 올라가는지, 테크가 먼저 올라가는지 확인해주면 좋고 그렇게 못해도 괜찮다.
일단 용안이 들어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테니까.
하지만 송병호는 개의치 않았다.
-송병호 선수 두 번째 제단을 먼저 늘려줍니다.
-주도권을 잡아보겠다 이거죠.
용안이 보고 있음에도 제단을 올려 주었다.
볼테면 보라는 뜻이었다.
-일종의 도발이거든요. 네가 보든 말든 상관없다. 난 두 번째 제단을 올리겠다. 한 번 해봐라. 이런거죠.
-정찰을 최대한 늦게 보낸 덕에 2제단 최적화를 맞춰줄 수 있었죠.
-이러면 이승우 선수도 선택해야죠.
-일단 맞춰서 두 번째 제단을 소환하는 이승우.
-같은 빌드로 한 번 제대로 맞붙어 보겠다는 건가요?
제단의 숫자를 맞춰주는 이승우.
이러면 보면서 맞춰가겠다는 거다.
주도권을 내줄 수도 있는 상황. 반대로 송병호는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상황이다. 2제단에서 용혼 꾸준히 찍어주면서 공격적으로 갈 수도 있고 상대를 심리적으로 압박한 후 앞마당을 가져갈 수도 있다.
-아! 이승우 선수!!!!
-이야!! 가네요!
-그렇죠. 이렇게 해야 이승우죠!
-2배로 갚아주겠다!!
-정확히 2배입니다. 4제단!!!
이승우의 본진을 옵저버가 비춰준 순간 감탄이 터졌다.
2개였던 제단이 어느새 4개로 늘어나 있었다.
역시 주도권을 호락호락 넘길 이승우가 절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