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88 Game No. 388 내가 바로 에이스다. =========================================================================
-빠르게 두 번째 화통도감을 올려주는 박현우.
-일꾼으로 앞마당 신전을 확인했기 때문이죠. 굳이 대장간 지어줄 필요 없습니다. 바로 화통도감 늘리면서 천자총통 확보하면 되죠.
-일단 분위기 자체는 환국에게 굉장히 좋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박현우가 첫 번째 화통도감이 완성되기도 전에 빠르게 의방을 건설했다. 상대방의 본진을 본 후 맞춰가는 플레이를 하겠다는 의도로 보였다.
-확장부터 생산시설 확보까지 모두 빠릅니다. 송병호 선수가 생각하는 타이밍보다 빠르게 훨씬 빠르게 병력이 갖춰질 수 있다는 겁니다.
-송병호 선수 표정이 썩 좋지 않죠. 지금 상황이 안좋게 흘러가고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겁니다.
-그런 흐름을 바꿀 힘을 가지고 있는 선수가 또 송병호 선수이기도 하죠. 환국전 하면 송병호 아닙니까? 오늘도 그 노련함이 빛을 발한다면 이 정도 차이는 손바닥 뒤집듯, 아주 쉽게 뒤집어버릴 수 있습니다.
이제야 사업이 완료 된 용혼이 망루를 향해 공격을 시작했다. 옆에 대기하고 있던 일꾼이 바로 수리를 하며 망루가 파괴되는 걸 막았다. 특별한 장면도 아니다. 도감 더블을 선택한 환국을 상대로 항상 나오는 장면이다.
-앞마당 신전을 올린 송병호 선수가 다음 건물로 용의 신전을 택합니다.
-무난하게 현룡을 뽑으며 제단을 늘릴 수도 있지만 지룡을 갈 수도 있습니다.
-가능성 충분하죠. 지룡은 약간 불리한 지금의 상황을 뒤집기에 최적의 카드죠.
송병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유닛은 천왕랑이다. 그에게 총사령관 이미지를 심어준 경기는 모두 천왕랑이 활용 된 경기였다.
지룡은 송병호가 천왕랑 못지않게 잘 쓰는 유닛이었다.
지룡은 의외성을 가지고 있다.
그 의외성이 경기의 흐름을 바꿔줄지도 몰랐다.
-송병호 선수 용안을 11시 쪽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확장을 하려는 것 같죠?
-아무래도 지룡 트리플을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죠. 그런 식으로 과감하게 배를 불려야 따라잡는 것이 가능하죠. 아주 좋은 선택입니다.
박용제 해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11시 확장에 신전을 소환하는 송병호.
지룡 트리플은 제단 1개를 유지한 상태에서 트리플을 가져가는 빌드를 말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빈틈은 지룡이 메운다.
수비가 아닌 공격으로.
지룡이 얼마나 활약을 해주느냐에 따라 트리플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정도가 달라진다.
이 빌드의 가장 큰 특징은 현룡을 한 동안 생산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지룡에 자신이 있고 가장 먼 거리이기에 선택할 수 있는 빌드였다.
-일단 송병호 선수도 살짝 도박수를 던졌어요. 이걸 얼마나 들키지 않느냐가 관건인데 박현우 선수가 천부단을 조금 일찍 달았거든요? 첫 천리안을 11시 쪽에 뿌리면 타이밍을 잡고 나갈 수 있습니다.
여전히 불안한 요소가 존재하긴 했다.
제단보다 화통도감의 수가 많은 것도 그랬고 천부단이 평상시보다 상당히 빠르다는 것도 그랬다.
어느 정도 위험성을 감수하고 트리플 신전을 올렸기 때문에 느슨한 지역이 생긴 거다.
두 방의 천리안이 어디에 떨어지느냐에 따라 경기 상황이 결정된다.
만약 그 중 한 방이 11시에 떨어져 소환되고 있는 신전을 발견한다면?
박현우가 한 번쯤 푸시를 갈 타이밍이 나온다.
-자. 천리안 떨어졌죠.
-본진에 제단이 하나 밖에 없다는 걸 확인한 박현우 선수가 곧바로 11시 쪽에 천리안을 뿌려 신전을 확인합니다.
-자. 일단 확장 봤거든요? 이제 선택해야합니다. 수비 대형을 갖추며 자신도 빠르게 확장을 가져갈지, 아니면 화통도감을 늘려 타이밍을 잡을 것인지!
박현우의 선택은.
-박현우 선수! 훈련도감을 늘려줍니다!
-바카닉입니다. 바카닉이에요!
-현룡이 많이 늦기 때문에 이걸 정상적인 타이밍에 발견하기가 굉장히 힘듭니다.
바카닉이었다.
바카닉은 바이오닉과 메카닉의 합성어로 훈련도감의 생체 유닛과 화통도감의 기갑병력의 조합을 말하는 것이었다.
사실 화력만 따지면 바카닉의 화력이 기갑병력보다 더 뛰어나다.
다만 지룡과 비렴이라는 확실한 천적이 존재해 용족전에서 쓰이지 않는 것뿐이다.
주로 마수전에서 쓰이는 바이오닉을 용족전에서 꺼내들었다는 건 딱 한 타이밍을 노린다는 뜻이었다. 화력이 강하지만 막히면 뒤가 없다.
박현우는 정석적인 운영을 고집하는 선수 중 하나다.
위험한 올인이나 도박성 짙은 날빌보단 가장 무난한 빌드를 선택해서 경기를 풀어가는 방식을 선호한다. 그러한 점 때문인지 프로리그에선 준수한 성적을 내지만 판짜기가 중요한 개인리그에선 4강을 한 번도 밟아보지 못했다.
그랬던 박현우가 오늘은 평소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박현우가 선택한 과감한 빌드에 관중석 역시 술렁거렸다.
그 중엔 이여름 감독도 포함되어 있었다.
초조한 얼굴로 손톱을 물어뜯는 이여름 감독.
그녀도 선수 출신이다.
지금 송병호가 좋지 않다는 건 대번에 파악했다.
-박현우 선수 경기 독하게 하네요. 자신의 손에서 경기를 마무리 지으려는 거죠!
-아. 아직도 현룡사당이 없어요.
-바카닉은 전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거죠.
-상대가 박현우니까요! 정석적인 운영만 하는 박현우니까요!
-아. 일단 현룡을 배제하고 확장과 제단을 늘려주는데 신경 쓴 송병호 선수. 가장 최악의 상황은 박현우의 본진에 들어간 운룡이 지룡과 함께 폭사 하는 거죠.
-어휴. 상상만 해도 끔찍하네요.
그건 절대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었다.
그나마 4기의 용혼으로 천자총통을 한 기 잡아주며 화력을 조금 줄여주는 송병호지만 이 걸로는 부족했다. 이보다 더한 폭탄이 뒤에서 제조되고 있었다.
지어지고 있는 훈련도감은 3개.
이미 지어진 1개까지 포함해서 도합 4개였다. 여기에 더해 화통도감도 2개 있었다. 화통도감은 다른 병력이 아닌 천자총통만을 생산해 낼 거다.
반면 송병호는 아직 제단이 3개 밖에 없다. 심지어 두 번째, 세 번째 제단은 아직 완성되지도 않았다.
바카닉을 막으려면 신들린 지룡 컨트롤이 나와줘야 했다.
-송병호 선수는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진짜 오늘 박현우 선수 각오 단단히 하고 나왔네요. 거리 상관없이 이렇게 바카닉을 들고 나왔다는 건 자신이 있다는 뜻 이거든요!
-처음부터 바카닉을 할 생각이 있던 것 같습니다. 천부단을 빨리 지은 게 그 증거거든요. 자신이 이렇게 빠르게 확장을 먹으면 송병호는 그 차이를 좁히기 위해 마찬가지로 트리플을 선택할 것이라고 이미 생각하고 있었어요. 천리안 찍어보고 트리플을 했으면 바카닉, 그 외의 빌드를 했으면 수비. 이미 이렇게 정해놓고 나온 겁니다!
김정식 해설의 말처럼 박현우는 경기장에 오기 전부터, 아니 송병호와 경기를 한다는 걸 안 날부터 바카닉을 준비했다.
워낙 배제를 좋아하는 송병호라 충분히 통하리라 생각했고 그 생각이 맞아떨어지기 일보직전이었다.
-일단 의원부터 확보한 박현우. 곧 나갈 타이밍을 잡을 것 같습니다.
-병력을 갖추고 나가면 늦어요. 궁병 찍으면서 나가줘야 합니다. 그래도 충분하거든요!
그때 전장을 가르고 날아오는 운룡 1기.
안에는 지룡이 타있을 것이다. 가장 최악은 환국의 병력과 엇갈리는 것이었다. 차라리 용혼과 합류해 바카닉 병력과 전투를 벌여주는 것이 낫다.
-박현우 선수의 본진 주변을 배회하는 운룡. 호시탐탐 피해를 줄 기회를 노리고 있지만 역으로 당할 수 있습니다.
-광폭 쓰고 달려드는 궁병에 운룡이 터지기라고 하면. 어휴.
-그럼 망하는 거죠.
송병호에겐 다행히도 훈련도감이 건설되어 있는 방향으로 운룡이 들어갔다. 시야에 훈련도감이 보이자마자 바로 기수를 돌리는 운룡.
-자. 봤습니다. 봤어요!
-바로 두 번째 지룡 찍어주면서 제단에선 쉬지 않고 계속 용혼을 생산해 내야합니다. 제단이 쉬는 순간 송병호 선수도 쉬게 되는 거에요!
-박현우 선수 더 모으네요.
-어차피 들켰다 이거죠. 진짜 강력한 한 방을 모아 상대를 일격에 쓰러뜨릴 생각입니다.
송병호도 빠르게 대처에 나섰다. 생산하던 용안을 전부 취소하고 바로 제단을 3개 더 늘려주었다.
-자. 환국 병력 진출 준비하죠.
-어휴. 굉장히 많네요.
-진짜 기가 막힌 컨트롤이 나와 주지 않으면 막기 힘들어 보입니다.
송병호는 바카닉 병력이 이동할 때를 노려야한다. 천자총통이 진천형이 아니라면 사정거리를 지룡이 더 길다. 그 점을 적극 활용해야한다. 지룡에게 향한 공격을 용혼이 대신 맞아주는 사이 지룡으로 궁병의 수를 줄여야한다.
범위공격을 하는 토정이기에 운이 좋으면 한 번에 많은 수의 궁병을 잡아낼 수 있다.
일촉즉발.
용족의 모든 병력이 환국의 입구 쪽으로 모였다. 여기서 틀어막겠다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시간을 끌어보겠다는 것이었다.
궁병도 많았지만 천자총통의 수도 굉장히 많았다. 초반에 1기의 천자총통이 잡히긴 했지만 2개의 화통도감에서 꾸준히 생산해줬기에 지금의 천자총통 수를 확보할 수 있었다.
환국의 병력이 보이는 순간 운룡에 타고 있던 지룡이 내려 토정을 쐈다.
3기의 궁병이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비명횡사했다. 하지만 박현우는 물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궁병의 광폭을 사용하며 앞으로 치고 나왔다.
기세좋은 움직임에 뒤로 물러나는 용족의 병력들.
일단 넓은 곳까지 시간을 끌리지 않고 바카닉이 나왔다.
-지룡! 지룡!
-토정은 굉장히 잘 들어갔지만 환국의 병력이 많아요!
-물러나야합니다. 일단 물러서야 해요. 두 번째 지룡까지 태워서 다시 싸워야지 지금 싸우면 용혼 다 죽습니다.
첫 번째 전투에선 송병호가 이득을 챙겼다. 하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 적어도 두, 세번을 더 이겨야 막아냈다고 할 수 있다.
-침착하게 해야 합니다. 송병호 선수. 이제는 더 좋은 싸움을 해줄 수 있는 미래가 있거든요!
-가장 먼 거리기 때문에 아직 시간을 끌어 줄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습니다.
-박현수 선수도 살짝 마음이 급해집니다. 잡힌 천자총통은 3기지만 체력이 깎인 천자총통이 꽤 있거든요? 토정 한 방에 그대로 터져나갑니다.
박현우가 속도를 줄이지 않고 쭉쭉 치고 나갔다. 어느새 전장의 절반을 막 지나고 있었다.
-근데 환국의 병력이 생각보다 훨씬 많네요. 추가 병력이 굉장히 빠르게 합류해주고 있어요.
-지금 트리플 지역 노릴 필요 없어요. 앞마당으로 바로 가면 됩니다. 그러면 용족의 병력은 자동으로 따라옵니다.
주도권은 환국이 가지고 있다. 환국의 병력이 움직이는 대로 용족의 병력이 따라갈 수 밖에 없다. 만약 앞마당에 자리를 잡는다면 경기는 거기서 끝난다.
그걸 손 놓고 지켜볼 송병호가 아니다.
분명 그 전에 타이밍을 잡고 전투를 벌일 것이다.
그 전투의 결과가 곧 경기의 결과였다.
-붙었어요!!!!
-지룡!!! 어? 어? 지룡이!!!!
-아!!! 지룡이 제대로 쏴보지도 못하고 폭사했어요.
-환국의 진영이 너무 좋네요. 용혼이 녹아내리고 있어요!
환국의 천자총통 배치가 예술이었다.
가로로 길게 늘어져 있는 천자총통.
그리고 그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병력이 접근하는 걸 막는 궁병과 의원.
송병호가 지상 병력을 먼저 보낸 후 천자총통 사이에 2기의 지룡을 내려 지룡에게 가는 공격을 돌려보려 했지만 무위로 돌아갔다.
박현우가 화면을 놓치지 않고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점사를 통해 2기의 지룡은 순식간에 제거해줬다. 어찌나 빠른지 거의 동시에 지룡이 터졌다.
지금 무서운 건 지룡이지 용혼 따위가 아니었다. 용혼은 지금 가진 궁병과 의원, 소수 천자총통으로 상대가 가능했다.
-아. 지룡 사라진 지금 용혼이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천자총통 배치가 예술이었습니다.
-아슬아슬한 싸움만 만들어줬으면 추가병력으로 어떻게 밀어낼 수 있겠지만 이렇게 압도적으로 병력싸움에서 패배하면 할 수 있는 게 없죠.
-송병호 선수의 컨트롤과 생산력도 괜찮았는데 박현우의 공격이 너무나 날카로웠어요.
두 눈을 감는 송병호의 눈꺼풀이 바르르 떨렸다. 진한 아쉬움이 묻어나왔다.
하지만 경기는 돌이킬 수 없다.
앞마당 신전이 파괴 된 순간 송병호가 GG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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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일방적인 스코어와 함께 승리를 거둔 팀은 아스트로였다.
어제 4:2로 당한 패배를 제대로 갚아줬다.
이제 플레이오프에 올라가는 팀은 3경기에서 가리게 됐다. 지금 이 순간 가장 웃고 있는 팀은 CT일 것이다. 누가 올라오든 기운이 잔뜩 빠졌을테니까.
-자. 이렇게 경기가 끝났습니다.
-1:1. 3경기까지 가는 상황이 나왔습니다.
-진짜 양 팀 치열하네요. 중계하는 것만으로 숨이 턱턱 막힙니다!
포스트시즌의 1,2경기는 경기가 벌어지기 한참 전 공개가 되지만 3경기 대진표는 2경기가 끝난 후 공개가 된다.
물론 제출은 1,2경기 엔트리를 낼 때 함께 낸다.
다만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이런 방식을 채택한 것뿐이다.
-그럼 지금 바로 3경기 엔트리를 공개하겠습니다.
시간 끌 필요가 없다.
정수연 캐스터의 외침과 함께 중앙 화면에 대진표가 공개 되었다.
동시에 어마어마한 함성이 경기장을 뒤덮었다. 어찌나 큰지 귀를 막는 이도 있을 정도였다.
그야말로 현장은 흥분의 도가니.
“대박이다! 대박!!”
“우와!!!”
“드디어 만나네!!!!”
사람들의 반응에서 어느 정도 눈치 챘을 거다.
사람들이 가장 기대하고 바랐던 매치가 3경기에서 성사된 것이다.
-이승우 대 송병호! 송병호 대 이승우의 대결이 드디어 나왔습니다!
-많은 팬분 들이 학수고대했던 경기거든요!
-1,2경기에서 안 나와서 아쉬워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드디어 그 한을 풀게 되었습니다!
2015 OSL 시즌3 결승전에서 만났던 이승우와 송병호가 팀의 운명을 두고 다시 한 번 대결을 펼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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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우가 에이스의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동시에 스코어는 1:1!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