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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387화 (387/575)

00387  Game No. 387 일부는 퉁퉁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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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한다. 우리 민규!

송병호를 만나 고전했던 민규가 오늘은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하고 있었다.

-한민규 선수 속도가 장난 아닙니다.

-전투에 동원되었던 병력들이 그 자리에 멈춰있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입니다.

-적재적소에 병력을 워낙 잘 배치하다보니 실제 지니고 있는 병력보다 훨씬 많게 느껴집니다.

숨 쉴 틈 없이 초반부터 상대를 몰아붙인 건 박철호가 아닌 민규였다. 이름을 가리고 보면 민규가 박철호처럼 느껴질 정도로 거센 공격을 연이어 펼쳤다.

일단 수비를 펼칠 수밖에 없는 박철호.

공격을 가지 못하는 박철호는 반쪽짜리나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장기를 살리지 못한 주도권을 상대에게 넘겨주게 되었다.

-문어발처럼 확장을 늘려나가는 한민규!

-아. 천리안으로 보고 있지만 손 쓸 여유가 없습니다!

-이대로 확장을 한민규 선수가 모두 가져가게 된다면 물량의 차이가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지거든요!

“오늘 민규가 제대로 칼을 갈았네.”

“그러게요. 진짜 경기력 죽이네요.”

“제가 상대였으면 벌써 GG치고 나갔을거에요.”

민규의 경기에 대해 평을 하나씩 내놓은 팀원들.

나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다.

어제 패배 때문인지, 아니면 상대가 박철호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경기력이 굉장히 좋았다.

“곧 GG나오겠지?”

연호의 물음.

난 고개를 끄덕였다.

환국이 내 주종이 아니었지만 이 정도는 충분히 판단할 수 있지.

“길어봤자 5분 아냐? 박철호 성격 상 이대로 반 가르는 식의 운영보다는 한번 돌파 시도하고 그거 막히면 GG칠거 같은데?”

내 예상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박철호 선수 모든 병력을 끌어 모으고 있습니다.

-한 쪽 라인을 돌파해서 본진 혹은 확장 지역을 마비 시키겠다는거죠.

-박철호 선수 다운 선택입니다.

-일하고 있던 일꾼까지 동원하죠.

병력에 일꾼까지 모아 나오는 박철호.

환환전, 그 중 지상전에서 먼저 들어가는 쪽이 무조건 손해를 보고 시작한다. 같은 천자총통으로 싸우기 때문이다. 이미 진천형을 하고 있는 천자총통에게 들이받는 건 그리 추천할만한 일이 아니다.

상대보다 훨씬 많은 수의 천자총통이 있을 때 혹은 지상으로 병력이 걸어가는 동시에 금와에 병력을 태워 드랍하는 형태의 전투.

요 정도가 전부다.

아. 마지막 경우가 있구나.

지금처럼 답이 없을 때도 뚫기를 시도하지.

일꾼이 천자총통의 포격을 한번 빼먹는 사이 병력이 자리를 잡으려는거다.

그나저나 소름인데?

나 정확히 맞췄잖아?

스킬 중에 [무당]이라는 스킬도 있나?

-천리안으로 귀신같이 그 사실을 확인하는 한민규.

-병력이 모이고 있어요.

-박철호 선수 그리로 가면 안됩니다. 거긴 지옥이에요!

이미 병력이 온다는 걸 알고 있는 한민규가 당할 리 없었다. 이미 진영을 갖추고 있는 기갑병력들.

길게 퍼져있는 천자총통의 위용은 굉장했다. 보는 것만으로 마음 한 구석이 답답해질 정도로.

일꾼까지 동원했지만 길을 뚫는데 실패한 박철호가 GG를 선언했다.

-박철호 선수에게 항복 선언을 받아내는데 성공한 한민규!

-아주 좋아요. 아주 깔끔한 경기력이었습니다.

-이로써 2:0으로 앞서가는 아스트로입니다!

좋다. 좋아.

아주 깔끔해!

부스에서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나오는 민규에게 모든 팀원이 달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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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으로 앞서나가는 아스트로.

경기장의 흐름이 어제와 다르다.

어제는 나무전자에게 쏠려있었다면 오늘은 아스트로의 분위기였다.

-3:0! 신연호 선수가 차인환 선수를 잡아내며 점수 차를 3점으로 벌립니다.

-오늘 아스트로 무서운데요? 이대로면 4:0이 나올수도 있겠어요!

3세트에 나온 신연호가 차인환을 잡아냈다.

타 스타팅 앞마당을 확보하며 무난한 군락 체제를 준비한 차인환.

반면 신연호가 앞마당만 먹고 제단을 늘려 병력을 쏟아내는 체제를 선택했다.

싸움은 간단해졌다.

차인환이 군락을 무난하게 올리면 마수의 승.

그 전에 용족이 본진이든 확장이든 어디 한군데를 뚫어버리면 용족의 승.

오늘은 용족이 되는 날이었다.

공격력이 빛났다.

비비 테크를 아예 생략한 신연호는 폭발적으로 제단을 늘려 병력을 충원하기 시작했다. 공중제단에 소모 될 금이 전혀 소모되지 않았기에 평소보다 훨씬 많은 양의 용혼이 쏟아져 나왔다.

용안의 생산도 쉬었다.

딱 앞마당 최적화로 돌릴 수 있는 정도로만 뽑았다.

신연호의 머릿속엔 트리플을 가져갈 생각 자체가 없었다.

한 부대 가량의 용혼을 모은 신연호가 망설임 없이 전진을 시도했다. 목적지는 본진이었다. 확장을 쳐 기회를 주기보단 아예 테크를 무너뜨려 경기를 끝내겠다는 것이었다.

모 아니면 도.

성공하면 경기를 잡지만 실패하면 역으로 경기를 내주는 올인 공격.

빠르게 갖춰진 용혼이 마수의 방어벽을 두드렸다.

첫 번째 목표는 용아의 난입을 막기 위해 세워놓은 심시티 건물, 그 중 그슨대굴이었다. 그슨대의 생산을 잠시라도 멈추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 다음 목표는 소굴이었다. 소굴과 그슨대굴, 진화장까지.

길을 막고 있던 건물들이 치워지고 나서 남은 건 가시촉수 밭이었다.

건물이 파괴되는 사이 차인환도 놀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 뒤에 가시촉수를 박으며 수비 태세를 갖춘 것이다. 당장 신연호의 병력이 많긴 하지만 이와 같은 덩어리를 또 다시 갖출 수 없는 상황이라 들이 받기엔 망설여지는 상황.

신연호의 판단은 놀라웠다.

병력의 기수를 스타팅 포인트 앞마당 쪽으로 돌린 것이다.

적어도 차인환은 생각하지 못한 수.

그의 머리엔 일단 본진이 밀리는 걸 막아야한다는 것 밖에 들어있지 않았다. 가기촉수엔 발이 없다. 열개가 넘는 가시촉수가 순식간의 무의미해졌다. 동시에 차인환은 커다란 부담을 느꼈다. 앞마당에 가시촉수를 건설한 것처럼 타 스타팅 앞마당에도 가시촉수를 깔아 줘야 했기 때문이다.

병력으로 환산되었어야 할 많은 수의 일벌레와 자원이 가시촉수를 짓는데 투자되었다.

그 것도 두 번이나.

완벽한 실패.

앞마당에 있는 가시촉수는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된 주식과 다를 바 없었다.

스타팅 앞마당에 지어진 마수의 심시티 역시 파괴한 신연호가 새로운 병기를 준비했다.

지룡이 그 주인공이었다.

많지도 않다. 딱 2기.

자원을 쥐어짜내서 뽑은 거다. 만약 한방 병력을 가시촉수에 들이받았다면 지룡이 합류하지 못했을 거다. 기본 병력을 생산하는데 벅찼을 테니까.

먹은 자원을 병력으로 환산시키지 못한 마수. 결국 지룡에 가시촉수 라인이 정리 되며 패배를 선언했다.

오늘 신연호의 승리요인은 빌드도, 뛰어난 전투력도 아니었다.

바로 심리전이었다.

당장 뚫어버릴 것처럼 연기를 하며 상대가 방어에 지나치게 자원을 투자하게 만들었다. 이 러시만 막아내면 막을 수 있다는 착각을 심어준 것이다.

-다음 경기에서 박현우 선수가 송병호 선수를 꺾으면 이대로 경기가 끝나게 됩니다.

-박현우 선수 중요한 순간에 출전하네요.

-그 동안 패배를 막는 자리에 많이 출전했었거든요? 오늘은 다릅니다. 승리를 거두면 경기가 그대로 마무리 됩니다.

-아무래도 심리적으론 박현우 선수가 우위에 서있죠.

-그래도 송병호 선수에게 나쁘지 않은 건 상대가 환국이라는 겁니다. 환국전은 누가 뭐래도 송병호 선수가 일품이거든요.

3:0으로 뒤지고 있는 송병호가 4세트에서 날빌을 쓸 가능성은 매우 적다.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도 어느 정도 있을 거다.

왜?

상대가 환국이니까.

1경기에서도 한민규를 잡아내며 건재함을 보여주지 않았던가?

MSL 16강전의 패배는 그저 실수였다는 것을.

-아스트로가 무엇보다 든든한 건 내리 세 세트를 따냈기 때문에 최소 에이스 결정전을 확보 했다는 거죠.

-그렇죠. 이 심리적 안정감이 엄청납니다. 언제나 승리를 하는 선수가 팀에 있다는 건 어마어마한 장점이거든요.

나무전자가 2경기를 이기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려면 무조건 에이스 결정전을 가야한다. 4,5,6세트를 내리 꺾어 목표로 한 에이스 결정전에 도달해도 안심할 수 없다.

끝판왕 이승우를 다시 한 번 만나야하니까.

현재 이승우는 그런 선수다.

끝판왕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어울리는 선수.

이영우의 이름 앞에 붙어있던 수식어였지만 이승우의 이름 앞에 붙여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과거 3:0으로 지고 있을 때 웃으며 역 올킬을 해냈던 이영우와 같은 포스를 지닌 선수.

그 누구도 이승우와 만나는 걸 달갑게 생각하지 않을 거다.

-과연 이대로 경기가 마무리되며 3경기로 이어질 것인가? 희망의 불씨를 살려 5세트로 이어나갈 것인가? 저희는 잠시 후 4세트와 함께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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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오겠습니다.”

박현우는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이제 자신만 이기면 깔끔하게 경기가 끝난다.

5세트, 6세트, 에이스 결정전까지 연결시키고 싶지 않았다.

다 된 밥에 재를 뿌리는 짓을 할 수 수 없었다.

“그래. 오늘 우주의 기운이 우리 팀에게 모이고 있다. 알지?”

도 수코의 농담에 박현우가 피식 웃었다. 자신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한 말이라는 걸 잘 알았기 때문이다.

“워낙 잘하니까 내가 더 해줄 말은 없다. 준비한대로. 그렇게만 하면 될거다.”

이재명 감독도 한 마디 건넸다.

그렇게 팀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무대로 걸어가는 박현우.

마지막으로 만난 건.

“형! 오늘 저 1세트에서 완전 깔끔하게 이긴 거 아시죠? 제 승리의 기운을 나눠드리겠습니다!”

이승우였다.

박현우가 이승우를 바라보았다.

정말 고마운 친구다.

자신이 지고 있던 부담감을 대부분 가져간 친구.

그럼에도 항상 웃고 있는 친구.

이승우가 없었다면 팀이 이렇게 강해지지 못 했을 거다. 언제까지 의지할 순 없다. 이제는 힘이 돼 줘야한다. 홀로하는 레이스는 외롭다. 주변에 함께 가는 이들이 있음을 반드시 알려줘야한다.

“꼭 이기고 올게.”

오늘이 그 날이다.

밥상은 완벽히 차려졌다.

요리가 식기 전에 숟가락만 올리면 된다. 그리고 팀원 모두가 식사를 즐기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이 완벽하게 끝난다.

‘민폐가 될 순 없지.’

팀원들과 대화를 마치고 부스로 들어서는 박현우의 눈이 밝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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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4세트 경기가 검은날개에서 지금 막 시작되었습니다.

-이여름 감독의 표정이 영 좋지 않죠.  6세트까지 이겨도 에이스 결정전을 걱정해야하니까요.

-그래도 일단 이기는 게 좋을 겁니다. 4:0이나 4:1, 4:2로 무너지는 것보다 에이스 결정전까지 가보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3시에 위치한 박현우의 빌드는 도감 더블이었다.

송병호가 가장 거리가 먼 9시에 위치해 있었기에 빌드는 한 수 먹고 들어갔다. 송병호가 선택한 빌드는 무난한 용혼 이후 앞마당 신전이었으니까.

만약 중앙에 제단을 소환하거나 1세트 이승우처럼 앞마당에 제단을 소환해 용아 견제를 갔으면 곤란을 겪을 수 있던 박현우지만 송병호가 용아를 생략했기에 초반에 닥칠 위험은 전혀 없었다. 용혼이 와 망루를 툭툭 건드릴 수 있었지만 그건 수리해주면 그만이다.

그건 피해라고 부를 수도 없는 정도였다.

확장을 아무 피해 없이 가져갔기 때문에 수리에 자원을 쓰는 건 전혀 아깝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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