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85 Game No. 385 몰아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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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굉장히 중요한 경기죠.
-1경기를 내준 상황이기 때문에 아스트로는 2경기를 무조건 잡아내야하죠. 이승우 선수가 그 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이승우의 위치는 12시였고 이성표의 위치는 5시였다.
3인용 전장이기에 위치에 따라 거리가 차이나지는 않았다. 위에서 아래로 공격을 갔을 때 유닛 컨트롤이 잘 된다는 이야기가 있기는 했다.
순전히 기분 탓이었지만.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이승우의 위치가 조금 더 괜찮았다.
-용족이 앞서는 전장에서 이성표 선수가 나왔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정수연 캐스터가 질문을 던졌다.
해설이 경기를 풀어가는 역할을 한다면 캐스터는 일반 사람의 눈높이에 맞는 질문을 던지는 역할이라 할 수 있었다.
-글쎄요. 분명 의도를 가지고 나오긴 했을 겁니다. 용족을 상대로 필살기성 전략을 사용할 수도 있고 혹 용족을 노리고 나오는 마수를 저격하기 위해 나온 걸 수도 있고요. 분명 평범하게 경기를 운영하지는 않을 겁니다.
-적어도 이승우 선수가 1경기에 나온 이상 성공적인 카드는 아닙니다. 일단 이렇게 만난 이상 준비해온 무언가를 확실히 보여줘야겠죠.
환국전 극강인 이승우와 용족전 극약인 이성표의 만남.
희박하긴 하지만 이성표가 이승우를 잡는다면 나무전자에게 이보다 좋은 시나리오는 없다.
-이승우 선수 언덕 위 앞마당 쪽에 솟대를 소환해줍니다.
-역 언덕의 특성을 이용해서 초반 견제를 해주려는 모습 같은데요.
-어제는 생 더블을 준비해오더니 오늘은 공격적인 운영을 들고 나왔습니다. 이렇게 카멜레온처럼 자유자재로 변하는 것이 이승우 선수의 매력이죠.
-이승우 선수 벌써부터 기분이 좋은가 봅니다. 또 웃고 있어요!
-수비적으로 했던 전 경기와 달리 공격할 생각에 벌써부터 신난 건가요?
-그만큼 순수하다는 뜻이겠죠.
-진짜 이승우 선수 재미있네요. 이렇게 표정에 모든게 드러나다니. 나중에 사업 같은 거 하면 안 되겠네요.
그렇게 중계진이 이승우의 미래에 대해 걱정해주는 주는 사이 이여름 감독의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이미 언덕 위에 솟대가 올릴 때부터 표정이 영 좋지 않았다. 무언가 잘 풀리지 않는다는 듯 입술을 질끈 씹는 이여름 감독.
그 이유가 잠시 후 밝혀졌다.
-이성표 선수 훈련도감 독특한 위치에 짓는데요?
-안정적으로 본진에다 짓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앞마당을 좁히기 위해 심시티 용도로 짓는 것도 아닌 상대가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위치에 훈련도감을 짓네요.
이성표가 훈련도감을 지은 위치는 6시 쪽에 위치한 큰 언덕이 있는 곳이었다. 여기에 훈련도감을 지은 이유는 하나다. 상대가 생더블을 하면 응징해주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뻘짓 그 자체가 되었다.
이승우가 빠른 확장을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역공에 당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
-근데 안좋아요. 예측이 완벽히 빗나갔습니다.
-이거 제대로 엇갈렸는데요. 이번에 이승우 선수가 선택한 빌드는 생더블이 아닌 앞마당 제단입니다.
-제발 하지 않기를 바랐을텐데. 아. 이승우 선수가 딱 그 빌드를 해주네요.
-이거 이성표 선수가 큰 피해를 받을 수 있습니다. 아마 상대가 생더블을 하면 초반 치즈러시로 피해주고 전진해서 지었던 훈련도감 띄워서 앞마당 심시티 용도로 쓰려는 것 같은데 이승우 선수가 신전을 당장 필 생각이 없거든요!
빌드가 엇갈렸다. 이승우가 용아를 찍지 않고 바로 용혼을 확보했다면 5:5의 상황으로 경기가 이어졌겠지만 앞마당 제단에서 이미 용아를 찍었다.
여기서 뭘 해도 이승우가 괜찮다.
용아 2~3기를 생산해 준 후 앞마당에 신전을 소환해도 괜찮고 바로 용혼 테크를 타 언덕 위를 잡아버려도 좋다.
이승우의 컨트롤을 생각하면 둘 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 사이 용안이 환국의 기지를 발견했다.
하필이면 첫 정찰이다.
이성표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되는 일이 없었다.
대충 입구만 보고 빠졌으면 위치를 놓칠 수 있었지만 꼼꼼하게 안쪽까지 들어가 군영을 확인해주는 이승우였다.
-본진에 훈련도감 없다는 거 확인했거든요.
-이러면 땡큐죠. 완전 고맙죠!
-무엇보다 금을 채취하고 있다는 걸 본 것이 큽니다. 만약 금을 캐는 모습을 못 봤다면 어딘가에 2 훈련도감 지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상당히 위축되어 경기를 펼칠 수밖에 없거든요.
금광 채취소를 지어놓고 전진 2훈련도감을 하는 프로게이머는 없다.
있다면 그 프로게이머는 바로 모가지다. 2군 아니 팀에서 아예 방출 될 것이다. 그 정도로 터무니없는 플레이였다.
숨겨 놓은 훈련도감을 찾기 위해 전장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용안.
이내 6시 쪽에 지어진 훈련도감을 발견했다.
이승우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건 먹잇감을 발견한 맹수의 미소와 비슷했다.
-이러면 마음이 안심되죠.
-전진 훈련도감이 2개만 아니면 빌드 상으로는 이승우 선수가 유리 한거죠.
-자. 그 사이 용아가 아래쪽으로 내려갑니다.
-이승우 선수가 훈련도감의 위치를 보지 못했다면 모를까 본 이상 이승우 선수의 상황이 굉장히 좋습니다.
본진 근처에 훈련도감이 있다면 용아가 내려와도 꾸역꾸역 궁병을 모아 밀어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훈련도감은 본진과 꽤 떨어진 지역에 있다.
본진으로 합류하기 전에 용족의 병력에 끊길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이성표는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경기를 내줄 수가 있다.
이처럼 노림수는 실패했을 때 리스크가 존재한다.
얼마나 많은 힘을 실었는지에 따라 리스크의 크기도 결정된다.
이성표 입장에선 다행히 일꾼을 쉬며 가는 올인은 아니었기에 컨트롤만 잘해준다면 이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것이다.
궁병 2기가 나왔을 때 이승우의 용아가 환국 본진에 도착했다. 어차피 안 쪽에 심시티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걸 파악하고 있었기에 용아가 망설임 없이 안 쪽으로 파고들었다. 그 뒤로 영혼의 단짝 용안이 바짝 붙었다.
다른 궁병 1기는 본진으로 합류하지 못하고 밖으로 빠졌다. 함께 있었다면 같이 본진으로 들어가면 되겠지만 가운데에 용아를 두고 서로 떨어져있었기에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가 중간에 방향을 튼 용아에게 잡힐 수도 있었다. 당장 화력엔 도움이 못되더라도 안전하게 밖으로 돌려 살리는 것이 낫다고 이성표는 판단했다.
-자. 이승우 선수 용안 안으로 들어갑니다.
-궁병이 숨을 곳이 없어요.
-일꾼 동원해야합니다. 단순히 궁병만으로 막으려고 하면 못막아요.
-그래도 올인이 아니라 일꾼 꾸준히 생산하고 화통도감 올린 상태라서 밀어내면 그래도 다시 할 만 해지거든요?
용아를 피해 안쪽으로 피신하는 궁병.
하지만 용아는 궁병을 쫓지 않았다. 대신 화통도감을 짓고 있는 일꾼을 노렸다. 용아와 용안의 공격에 허무하게 터지는 일꾼.
도망치던 궁병이 몸을 돌려 화살을 쏘아댔지만 용아를 아랑곳하지 않았다. 궁병 1기 정도의 공격은 몸으로 맞아줘도 충분했다.
-이렇게 화통도감 올라가는 타이밍만 늦춰줘도 이승우 선수는 괜찮죠.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는 이승우.
-일단 1기의 일꾼을 잡고 뒤로 빠집니다.
그나마 일찍 화통도감을 지어 일꾼 1기만 희생된 상태에서 화통도감이 지어졌다. 부속건물이 달리는 대신 바로 화차를 찍어주는 이성표.
뒤에 올 용혼이 무섭지만 그보다 당장 본진을 휘젓고 있는 용아를 밀어내는 게 우선이었다.
-그래도 들어온 용아와 용안 둘 중에 하나라도 잡아낸다면 그리 나쁜 건 아닙니다.
-자. 길 막아야죠. 못나가게 해야죠. 저 용아 살려 보내면 더 큰 피해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잡아내기만 하면 방금 전에 죽은 일꾼 1기는 피해도 아닌 겁니다!
용아가 언덕 위로 올라오려고 할 때 뒤에 빠져 있던 일꾼 1기와 궁병 1기가 언덕 쪽으로 접근했다. 동시에 본진에 있던 궁병과 일꾼도 용아를 따라붙었다.
샌드위치처럼 감싸 중간에서 용아를 끊어줄 요량이었다.
하지만.
-아. 정말 아슬아슬하게 빠져나가네요.
-이러면 결과적으로 이승우 선수가 이득을 거둔거죠.
일꾼이 입구를 막아서기 1초전 아니 0.5초전에 미꾸라지처럼 언덕을 빠져나가는 용아였다.
-아직도 살아있는 용안이 압박입니다. 저게 뒤에서 데미지 넣어주는 걸 무시할 수 없거든요.
-두 번째 용아가 왜 이렇게 합류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훈련도감이 있는 쪽으로 용안을 보냈네요.
-이승우 선수가 가장 좋아하는 거죠. 멀티태스킹 싸움. 이성표 선수 침착해야합니다. 잘못하다간 궁병도 잃고 일꾼도 잃고 경기까지 잃게 됩니다!
이승우의 주 특기 난전 유도가 펼쳐졌다.
이승우 입장에서 훈련도감에 붙여놓은 용아는 그냥 어택땅만 찍어놔도 된다. 생산되는 궁병을 따라다니게만 해도 충분하단 소리다. 하지만 이성표는 그 궁병을 살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신경을 써줘야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자신의 앞마당 쪽에서 펼쳐지는 전투에 집중을 하지 못한다.
바로 지금처럼.
-맞아요! 맞고 있어요! 궁병!
-죽지는 않았지만 전부 한 대씩 맞은 상황입니다. 추후에 용혼이 합류하면 궁병들 금방 끊기거든요!
이승우가 차라리 앞마당에 신전을 폈다면 좋았을 거다. 하지만 이승우는 신전 대신 여의주탑을 올렸다. 세 번째 유닛은 용아가 아닌 용혼이란 뜻이었다.
세 번째 유닛도 용아라면 한 방을 맞건 두 방을 맞건 상관없다.
그저 궁병이 살아있기만 하면 된다. 용아가 아무리 잘나도 들고 있는 칼을 뽑아 던질 수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용혼을 상대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궁병이 소형 유닛이라 용혼의 공격에 강한 편이긴 하지만 체력 자체가 워낙 적어 체력이 가득 있어도 네 방이면 죽는다.
용아에게 한 방을 맞았다면 용혼에게 세 방을 맞으면 죽고 용아에게 두 방을 맞았다면 용혼에게 한 방에 죽는다.
이 자체가 부담이다.
이성표는 얼른 앞마당 쪽에 망루를 지어 안정을 꾀하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날뛰고 있는 용아 때문에 그게 쉽지 않았다.
-이성표 선수 계속 시간을 빼앗기고 있어요. 곧 있으면 용혼이 오거든요!
-그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하는데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용아를 컨트롤하면서 생산까지! 이승우 선수 정말 완벽한 경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계 화면으로 보면 이승우의 대단함이 보이지 않는다. 이건 이성표의 개인 화면을 봐야 느껴진다. 실제로 이성표는 어마어마한 압박을 받고 있었다.
땀을 삐질 흘리고 있는 이성표.
‘뭐 이리 빨라?’
상대의 빌드가 자신보다 좋은 건 맞지만 이렇게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차이가 나는 건 아니었다.
일꾼과 궁병으로 용아를 밀어낸 후 앞마당에 망루를 건설한다. 그리고 전진되어 지어진 훈련도감의 띄워 망루 옆에 내려다놓은 후 앞마당에 군영을 건설하면서 중반으로 무난하게 넘어가면 되는 일이었다.
연습 때도 그렇게 했다.
근데 오늘은 그게 되지 않았다.
컨디션이 나쁜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괜찮았다. 팀원들과 우스갯소리로 이승우를 잡고 오겠다고 말할 정도로.
근데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경기를 내줄 위기에 몰렸다.
가능만하다면 시간을 5분 전으로 돌리고 싶은 이성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