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로더 신들의 전쟁-383화 (383/575)

00383  Game No. 383 승리. 하지만...  =========================================================================

****

-어쨌든 이승우 선수의 트리플 지역 근처에 도착하는데 성공한 박철호 선수입니다.

-얼른 자리 잡고 신전 포격 시작해야죠. 이 골목만 잡고 있으면 이승우 선수를 그대로 앞마당에 가둘 수 있습니다.

박철호가 병력을 주둔시킨 언덕은 중앙 쪽으로 길이 이어져 있는 기다란 형태의 언덕이다. 이 지역을 확실히 틀어잡는다면 트리플 지역 확장을 깨는 것을 넘어 12시와 중앙으로 이동하는 지상 병력의 육로를 완벽히 차단할 수 있다.

전략적 요충지인 셈이다.

그렇기에 이승우도 절대 포기할 수 없다. 반드시 이 지형을 사수 해내야한다.

-이승우 선수 천왕랑이 눈치를 보며 환국 병력 주위를 배회합니다.

-당장 신기전은 얼마 없거든요? 얼른 바깥 쪽에 있는 천자총통부터 제거해 줘야합니다.

-그렇죠. 지금 무서운 건 천자총통이거든요? 나름 시간을 잘 끌어줬기 때문에 어느 정도 지상병력을 확보하는데 성공한 이승우입니다. 천자총통의 수만 줄어든다면 화차는 전혀 무섭지 않습니다.

박철호가 유리한 건 사실이지만 그 유리함이 언제까지고 지속되는 건 아니다. 천왕랑이 6기 이상 쌓이고 공2업이 완료 되는 순간 상황은 조금 달라진다.

천왕랑 홀로 활동한다면 신기전만 주구장창 뽑아 제압하면 되지만 지금 용족은 지상병력도 건재한 상태다. 무리하게 전투를 펼치지 않고 시간만 끄는 효율적인 전투를 했기 때문이다.

현재 용족의 조합은 용아와 용혼, 천왕랑이다.

이 유닛은 한 건물이 아닌 다른 건물에서 생산 된다.

용아와 용혼은 제단에서, 천왕랑은 공중제단에서 나온다.

반면 환국의 기갑병력은 모두 화통도감에서 생산된다. 화차같은 경우 충원속도가 굉장히 빠르지만 천자총통 같은 경우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동시에 부속건물이 있어야한 생산할 수 있다.

빠르게 충원할 수 없는 천자총통의 수가 줄어드는 건 환국에게 큰 압박인 것이다.

천자총통의 수가 적어질수록 용족의 지상병력이 활약할 수 있는 판이 만들어지게 되었으니까.

조합이 갖춰진 용족의 병력을 상대하려면 기갑 병력 역시 적절한 비율로 조합해야하는데 이게 참 어렵다.

신기전의 수가 지나치게 많아져버리면 천자총통의 숫자가 부족해져 용족의 지상병력이 힘을 받기 시작하고 반대로 신기전의 수가 부족하면 천왕랑이 힘을 받는다.

이 미묘한 조절을 가장 잘하는 선수가 이영우였다.

각자에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이승우는 천왕랑을 활용해 환국의 병력 조합을 깨트려야했고 박철호는 병력 조합이 깨지기 전에 용족의 트리플 신전을 밀어 버려야했다.

-이승우 선수 상당히 영리합니다. 어차피 환국이 들어올 수 밖에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어요.

-언덕을 장악당했는데 전혀 위축되지 않아요.

-언제든 걷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는 거죠!

이승우는 조급하게 움직이지 않았다. 신전이 천자총통의 포격을 맞고 있었지만 깨지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천왕랑이 외곽을 빙빙 돌며 돌출 되어 있는 천자총통을 한 기씩 끊어주었다. 당장은 사소한 피해처럼 보였지만 이런게 쌓이면 무시 못 한다.

신기전이 뒤에서 도착하자 바로 뒤로 빠지는 천왕랑.

약이 바짝 오른 신기전이 끝까지 천왕랑을 쫓았지만 지형의 벽에 부딪쳐 더 이상 접근하지 못했다. 신기전을 놀리기라도 하 듯 천왕랑이 신기전 한 기를 추가로 잡아냈다.

지상병력의 움직임도 환상적이었다. 마치 한 번 치고 올라갈 것 처럼 끊임없이 환국의 시야에 들락날락거렸다. 안보이면 모를까 보이는 순간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지형을 이용해서 천왕랑이 공격해오지, 지상병력은 언제든 달려들 준비를 하고 있지, 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은 박철호였다.

처음 치고 나왔던 기세도 많이 누그러졌다. 화포연구소에서 기갑병력 업을 돌려준다는 자체가 환국의 상황이 안좋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었다.

-병력 충원되는 속도가 너무 느립니다. 너무 멀어요!

-이게 또 크죠. 바로 합류했으면 한번 밀 수 있는 힘이 생겼을텐데 시간이 너무 많이 끌렸어요.

이승우가 전투구도를 잘 만들어낸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추가 병력에 제때 합류하지 못한다는 것이 가장 컸다.

-이거 막힐 것 같은데요?

-막히면 박철호 선수 굉장히 암울해지죠!

서로 확장이 트리플까지 밖에 없는 것 같지만 테크와 업그레이드 면에서 용족이 크게 앞서나간다.

시간이 흐를수록 용족이 유리해지는 건 당연지사였다.

신기전의 수가 꽤 모였지만 상황은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

지형 때문이었다.

신기전이 큰 힘을 발휘하는 건 평지다. 지금처럼 천왕랑이 언덕을 끼고 전투를 펼치면 본체는 털끝하나 건드릴 수 없다. 천왕랑마다 8기씩 보유하고 있는 여의주들을 때리는 것이 전부다.

철광 확장이 없으면 여의주를 파괴하는 것으로 충분하겠지만 지금 용족은 철광 확장을 돌리고 있는 상태.

여의주를 파괴하는 것만으로 피해를 줬다고 보긴 어렵다.

본체의 수를 줄여야하는데 줄어들기는커녕 하나 둘 쌓이고 있었다.

-어영부영 밀어내면 이승우 선수가 무조건 좋죠!

-천왕랑 컨트롤이 정말 예술입니다. 딱 용력만 깎일 정도로 접근하고 뒤로 빠져주고 있어요. 죽지만 않으면 공격력은 여전히 유지되거든요!

-신기전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일단 진출한 이상 신전이라도 깨고 돌아와야하는데 신전을 깨기 위해 천자총통을 앞으로 배치하는 족족 천왕랑이 잘라먹고 있어요.

-중앙에서 전투가 벌어지면 박철호 선수가 유리합니다. 근데 이승우 선수가 거기서 전투를 왜합니까! 그냥 밀어내기만 해도 유리해지는데요!

빌드는 좋았다.

다만 위치가 멀었고 이승우의 대처가 뛰어났다. 지금 업그레이드를 따라가고 6시 확장을 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 안정적으로 수비가 될 때쯤이면 용족은 12시 확장은 물론이고 11시 스타팅 포인트까지 완벽하게 확보 할테니까.

진퇴양난.

박철호의 얼굴이 돌처럼 딱딱하게 굳었다.

고민 끝에 박철호가 병력을 철수시켰다.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지금 병력을 빼면 어떻게 될지 뻔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여기를 지킨다고 달라질 건 없었다.

이미 시간이 많이 끌렸다. 용족도 병력이 쌓였을 테고 정면 쪽을 압박하고 있는 천자총통을 천왕랑을 걷어낸 후 일부 지상병력이 중앙으로 나가 추가 병력을 끊어줄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진출한 병력이 고립되어 역으로 싸먹힐 수가 있다.

아쉽지만 빼야한다.

후일을 도모해야한다.

-빠집니다. 병력 빠져요.

-결국 8화통으로 아무 것도 못했죠.

-아. 박철호 선수. 이렇게 매가리 없이 막힐 병력 규모가 아니었는데요.

이승우도 뒤를 쫓지 않았다. 지형의 이점을 십분 활용했을 땐 싸울만하지만 전장 중앙의 공터에서 싸우면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러시를 막고 괜찮은 상황을 만들었는데 괜히 무리할 필요는 없었다.

그저 빠지는 병력의 뒤를 살살 쫓아가며 신기전 1기, 천자총통 1기씩 끊어주면 되었다.

-이러면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이승우 선수가 많이 유리합니다.

-이승우 선수 과감하게 동시 투 멀티 시도합니다.

-어차피 상대가 바로 러시 못 온다는거에요!

-정말 최고의 판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환국도 6시 확장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 사이 이승우는 12시와 11시 스타팅 포인트에 동시에 신전을 소환했다.

환국이 병력을 돌릴 여유가 없다는 걸 알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천왕랑이 쌓였다.

이러면 환국이 용족을 이기기 힘들다.

신기전의 업그레이드도 꾸준히 해줬다면 신기전의 힘으로 천왕랑을 밀어붙일 수 있지만 지금은 업그레이드마저 용족이 앞서나가는 상황.

박철호의 얼굴에 아쉬움이 스치고 지나갔다.

운영은 좋았다.

그걸 실행에 옮기는 능력도 좋았다. 본인의 색이 잘 드러나는 전략.

다만 상대가 이승우였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6시 확장이 이승우의 공격에 파괴되면서 박철호가 GG를 선언했다.

****

<이승우 천왕랑도 잘쓰네 ㅎㄷㄷㄷ>

<그 전에 용혼 움직임 봄? 용혼 1기씩 따로 움직이는 줄 알았다 ㅎㄷㄷ>

<전투구도 예술임. 환국 병력 개 많았는데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함>

<ㅅㅂㅋㅋㅋㅋ싸워줘야 싸우짘ㅋㅋㅋ 존나 아슬아슬하게 트리플 지키는거 보고 지렸다. 진짜>

<어쨌든 한방이 있는 건 에이스인듯. 나무전자도 뱅허가 이기고 아스트로도 박현우, 이승우가 이기고.>

2:2 동률이 되었다.

이제 긴장한 쪽은 나무전자였다.

남은 두 세트 중 한 세트라도 내준다면 에이스 결정전으로 이어진다.

뱅허라는 걸출한 카드를 보유하고 있지만 에이스 결정전만큼은 피하고 싶은 이여름 감독이었다.

그런 감독의 마음을 알아챈 걸까?

5세트, 6세트에 나선 차인환과 정성한이 각각 김승대와 임동주를 꺾으며 팀에 승리를 안겨주었다.

차인환은 특유의 변칙적인 운영으로 김승대를 혼란스럽게 만들며 승리를 꺼냈고 정성한 역시 본인의 장기인 공격력으로 임동주를 무너뜨렸다.

정성한이 승리로 나무전자는 한숨 올릴 수 있게 되었다. 정성한이 없는 동안 나무전자의 마수는 차인환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과연 부상당하기 전과 같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많은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정성한은 태풍이라 불렸던 과거의 모습을 완벽히 보여주었다.

작게는 포스트시즌, 크게는 다음 시즌까지 믿고 쓸 카드 한 장이 더 생긴 셈이었다.

아스트로에겐 조금 아쉬운 패배였다.

박현우라는 에이스가 살아난 지금 한 선수가 승을 챙겨줬더라면 에이스 결정전까지 이끌어갈 수 있었을 테니까.

그래도 아직 경기가 끝난 건 아니다.

2경기에서 박현우가 1경기처럼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충분히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

4:2로 패배하고 돌아가는 차 안.

분위기가 우울할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겠지만 실제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아까 마견 더 뽑지 말고 그냥 바로 마굴 찍을 걸. 아쉽네요.”

“그게 정답이긴 한데 그 상황에서 그렇게 하기는 힘들었지. 차라리 생산한 마견을 다른 곳에 빼놔서 난전 구도 만들었으면 더 좋았을거 같은데.”

“그 것도 그러네요.”

왁자지껄.

오늘 경기에 대한 이야기로 차 안은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이미 지나간 일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아직 탈락한 것도 아니고 2경기가 남아있다.

준비한 걸 보여주지 못하고 허무하게 패배한 경기는 한 경기도 없었다.

모두 최선을 다했다.

적어도 후회 없는 경기를 펼쳤으니 그 걸로 되었다는 분위기다.

오히려 현우 형이 오랜만에 승리를 거뒀다는 사실에 모두 기뻐하고 있었다.

이런 팀 분위기가 참 마음에 든다.

S1이면 상상도 못할 분위기다. 포스트시즌에서 한 경기라도 지고 돌아오면 숙소 분위기가 냉랭하게 변한다. 2군은 숨소리조차 내기 힘든 분위기가 되는 것이다.

다시 생각해도 몸서리가 처진다.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곳이다. 거긴.

난 아스트로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