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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382화 (382/575)

00382  Game No. 382 했어야지.  =========================================================================

Game No. 382

이건 올인이다.

엇박자 올인.

업그레이드를 기다리지 않고 물량으로 용족을 밀어붙이겠다는 의도.

할 말을 잃은 듯 김정식 해설이 멍하니 입을 벌렸다. 정석만을 추구해 왔던 김정식 해설에겐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운영이었다. 지금 환국의 상황이 많이 괜찮다. 그냥 평범한 운영을 해도 된다. 하지만 박철호는 달랐다.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박철호는 테크와 업그레이드를 모두 포기했다.

해모수를 생산할 생각이 없다. 기갑병력의 업그레이드를 기다릴 생각이 없다. 오직 물량으로, 그냥 자신의 공격력으로 상대를 무너뜨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거 물량 진짜 많이 나옵니다. 말도 안 되게 쏟아져 나오거든요!

-8화통입니다. 화통도감이 8개입니다! 화끈하게 확장 늘리더니 화통도감도 화끈하게 늘리네요!

-자. 이승우 선수 빌드가 중요합니다.

옵저버가 이승우의 본진을 훑었다.

-아. 갈렸어요. 엇갈렸습니다! 이승우 선수 천왕랑 가고 있어요!

-평소에 천왕랑보다 나가를 훨씬 더 사랑하는 선수인데 왜 오늘은 천왕랑을 선택했단 말입니까?!

김태영 해설의 목소리엔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지금 환국의 8화통 올인을 막으려면 천왕랑을 가기보다 나가 테크를 타며 제단을 늘려 줘야 했다.

하지만 이승우의 선택은 천왕랑이었다.

천왕랑을 가고 있다 보니 제단의 숫자가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보유하고 있는 제단은 6개.

환국의 화통도감보다 2개가 적다.

6개의 제단이 있으면 4개의 화통도감으로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8개의 제단이 있으면 6개의 화통도감까지 상대할 수 있다.

역으로 계산했을 때 8화통도감을 상대하려면 제단이 최소 10개는 있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8화통을 막아 내기에 6제단은 턱없이 부족했다.

이제는 환국의 의도를 파악해도 제단을 늘릴 수 없다. 천왕랑 테크에 힘을 실었기 때문이었다. 이미 공중제단과 천왕랑의회까지 소환하고 있는 상황. 이걸 취소하고 제단을 늘려주는 건 그야말로 최악의 선택이었다.

-박철호 선수 설마 이승우라는 대어를 낚나요?

-아직 판단하긴 이르지만 지금 빌드로 봐선 그럴 가능성이 꽤 높습니다. 빌드가 꽤 많이 엇갈렸거든요!

환국이 트리플 지역을 빠르게 가져가는 걸 눈으로 확인했다. 용족 입장에서 중반 이후의 운영을 준비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근데 그 자체가 속임수다.

늘어지는 운영을 할 것처럼 상대를 속이고 올인을 준비할 줄이야.

정말 박철호다운 선택이었다.

얼굴이 잔뜩 상기 되어 있는 이여름 감독.

노림수가 통했다.

박철호를 상대하는 상대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박철호의 경기력이 택뱅리쌍 급이라서 그런 게 아니다. 뭘 할 줄 모르는 선수이기 때문에 그런 거다.

그러한 점을 역이용했다.

초반 연속해서 배를 불리는 모습을 보여 주며 상대를 안심시킨 후 엇박자 타이밍에 박철호가 가장 자신 있어 하고 잘하는 올인을 한다.

오직 박철호만이 할 수 있는 플레이였다.

‘끝낼 수 있는 타이밍은 나와.’

박철호가 이승우를 잡아내는 사고를 친다면 1경기를 나무전자가 가져갈 확률이 높다.

-그래도 아직 모릅니다. 분명 빌드 자체는 박철호 선수가 좋습니다. 이미 천왕랑 테크를 올린 이상 8화통도감을 확인한다고 해도 제단을 추가로 늘릴 수 없는 상황이거든요. 그건 경기는 던지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든 천왕랑을 4기 이상 모을 때까지 버텨 줘야 합니다. 그사이 확장이 날아가는 피해를 입으면 안 되고요. 지상 병력의 비율이 깨져서도 안 됩니다. 굉장히 어렵죠. 근데 해야 합니다. 해야 이길 수 있습니다. 그나마 이승우 선수에게 다행인 것이 거리가 대각선이라는 것이거든요? 가로나 세로였으면 천왕랑이 2기가 막 모였을 때 전투가 벌어질 겁니다. 그나마 대각선이라 어찌어찌 4기를 모을 타이밍이 나올 수 있을 거 같거든요?!

가장 경기를 잘 본다는 평을 받는 김정식이 자신의 생각을 풀었다.

그의 말대로 러시거리가 멀다는 것에 모든 걸 걸어야 하는 이승우다. 대각선이 아니었다면 박철호의 올인에 트리플 지역이 속절없이 밀려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대각선이기에 아직 기회가 남아 있다.

추가 병력이 오는 길이 너무나도 멀다. 첫 전투에서 지상 병력이 전멸을 당하는 일 없이 잘 갈무리한다면 천왕랑이 4기 모였을 때 일발역전을 노릴 수 있다.

천왕랑을 확인하는 순간 신기전이 추가 병력으로 합류되겠지만 지금은 그리 겁낼 만한 상황이 아니다.

신기전이 무서운 건 업그레이드가 잘되었을 때지 지금처럼 노업 상태의 신기전이면 천왕랑이 6기 이상 모이며 얼마든지 정리할 수 있다.

관건은 그때까지 이승우가 버텨 줄 수 있느냐였다.

8개와의 화통도감에서 쉼 없이 생산된 병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았으니까.

-이승우 선수 현룡 집어넣습니다.

-이상하죠. 아직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을 수가 없거든요. 뭐라도 해야 하는데 너무 가만히 있으니까 이상해서 현룡을 한번 집어넣어 보는 겁니다.

박철호의 8화통도감을 확인한 이승우의 한쪽 눈이 움찔 떨렸다.

****

이게 뭐야?

내가 눈으로 보고 있는 게 맞는 거지?

순간 헛것을 보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놀라웠다.

너무 조용해서 이상하다 싶었는데 이런 폭탄을 준비했을 줄이야.

둘, 넷, 여섯, 여덟? 여덟?!

화통도감의 수가 8개나 된다. 다른 건물은 보이지 않는다.

올인이다.

뒤가 없는 올인.

순간 목이 바짝 말랐다. 동시에 머릿속에 맹렬히 회전하며 환국이 진출할 타이밍을 계산했다.

치고 나올 때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와서 제단을 늘리는 건 너무 늦다. 천왕랑을 생산하고 있기에 자원도 빠듯하다.

러시가 오기 전까지 천왕랑 4기나 나올 수 있나?

모르겠다. 일단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 보자.

일단 대부분의 용혼을 전진배치 시켰다. 이대로 웅크리고 있다가 러시를 당하는 것보다 나가서 천자총통 진천형이라도 한 번 더 하게 하는 것이 나았다.

여기서 포인트는 용혼을 잃어선 안 된다는 것이었다.

괜히 딸려 들어가서 용혼 잃으면 천왕랑이 4기 쌓이건 말건 상관없이 밀려 버린다.

공3업 된 천왕랑이 부대단위로 쌓이지 않는 이상 단독 천왕랑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지상 병력을 최대한 살려주며 천왕랑을 모으는 것.

지금 나에게 주어진 숙제였다.

****

-박철호 선수 치고 나갑니다.

-병력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거든요!

박철호의 병력이 화면에 잡히는 순간 관중석에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많았다. 많아도 너무 많았다. 업그레이드와 테크, 확장을 포기하고 러시였기 때문이었다.

아까 전에 천리안으로 천왕랑 테크를 확인했지만 신기전을 섞여 있지 않았다. 아직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천왕랑도 쌓여야 위력을 발휘하지 많아 봤자 2기인 지금 상황에서 힘을 발휘하기 힘들었다.

일단 천자총통과 화차의 힘으로 올라간 후 추가 병력으로 신기전을 생산해 합류시키면 된다.

-이승우 선수 시간을 끌기 위해 용혼을 아래로 내려 보냈지만 얼마나 끌어 줄 수 있을지.

-시간을 끄는 것도 중요하지만 용혼의 숫자를 유지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박철호 선수의 화차가 정말 징그러울 정도로 많거든요? 너무 깊숙하게 들어갔다가 퇴로에 지뢰 매설되며 갇히는 수가 있습니다.

-이영우 선수와의 경기에서 기가 막힌 용혼 컨트롤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오늘도 그런 컨트롤이 나와야 해요. 신들린 용혼이 필요합니다!

이승우도 적극적으로 달려들진 않았다. 항상 퇴로를 만들어 놓고 전투를 펼쳤다. 속도가 빠른 화차와 전투를 벌이다 천자총통이 다가오면 귀신같이 뒤로 빠졌다.

어찌나 절묘하게 움직이는지 화차가 뒤에 지뢰를 깔 시간조차 없었다.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용혼에 박수가 쏟아졌다. 지금까지는 완벽하다. 사람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움직임을 보여 주고 있다.

-좋습니다. 지금까지는 아주 좋아요! 지금 천왕랑 몇 기나 나왔죠?

-아. 아직 2기입니다. 아직 2기밖에 없어요. 4기가 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해요!

-이를 악무는 이승우!

-아. 기갑병력이 많아도 너무 많아요. 이러면 트리플 지역 언덕 위까지 금세 잡힙니다.

-이승우 선수는 이거 막기만 하면 되거든요. 천왕랑이 4기가 쌓이면 또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전장의 절반을 지나는 기갑병력들.

추가병력으로 신기전이 하나둘 합류하고 있었다. 일꾼들도 여러 기 데려 왔다. 트리플 언덕 지역에 화살탑을 짓기 위한 일꾼들이었다. 아예 거기다 집을 지어 버릴 심산이었다.

트리플 지역을 깨면 경기는 환국이 가져간다.

앞마당 자원만 가지고 지상병력과 천왕랑을 조합할 수 없다.

이승우가 정말 잘해 주는 건 환국의 발목을 계속 잡아 주며 진출을 1초라도 느리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었다.

만약 다른 용족이었다면 전장 절반이 아니라 트리플 지역 앞쪽까지 이미 도착 했을 거다.

-대각선이라는 게 확실히 압박이 되긴 하네요. 가로면 12시나 6시 확장을 통해서 진출하고 세로면 벽을 타면서 올라가면 용족이 컨트롤할 여지가 없는데 대각선이다 보니 전장의 넓은 중앙을 반드시 지나야 하거든요.

-이승우 선수가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완벽히 알고 있어요. 8화통도감보고 당황해서 조금이라고 멈칫거렸다면 순식간에 트리플 언덕 지형 점령당했을 겁니다.

-8화통도감 보고 바로 용혼을 빼는 타이밍이 예술이었죠.

-자. 말하는 순간 천왕랑이 4기까지 모였습니다. 공격력 업그레이드도 되었거든요?!

-이제 모릅니다. 이제 몰라요!

-박철호 선수도 생각보다 시간 많이 끌렸어요.

묵직한 한 방이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싸우고 싶어 안달 난 박철호와 절대 싸워 주지 않는 이승우. 분명 마음 급해야 하는 건 이승우인데 이상하게도 박철호의 몸이 잔뜩 달아 있었다.

그렇게 상황이 묘하게 흐르기 시작했다.

****

와. 그래도 천왕랑 4기가 나오긴 하는구나.

어쨌든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긴 했다. 천왕랑이 2기일 때 들이 닥칠까 봐 잔뜩 졸아 있었는데 정말 천만다행이었다.

대각선이라 망정이지 가로나 세로였다면 용혼이고 나발이고 그냥 아이스크림 파티 한번 거하게 하고 경기가 끝났을 거 같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그 정도로 환국의 기세가 무서웠다. 뒤가 없는 사람이 왜 무서운지 제대로 느꼈다. 일단 한 고비를 넘기긴 했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

언덕에 자리 잡은 병력을 온전히 밀어냈을 때야 조금 마음을 편하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언덕 위에서 전투가 벌어질 때 [승부사]를 사용할 예정이다.

5분 후에 모든 능력치가 60%까지 떨어지긴 하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이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면 능력치가 몇이 되건 경기를 가져올 자신이 있었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투신]도 함께 사용할 생각이다.

여기에 모든 걸 쏟아 부을 작정이었다.

그 정도로 중요한 전투였고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전투였다.

============================ 작품 후기 ============================

오늘은 여기까지!

황금 연휴 잘 보내세요! ㅎ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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