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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로더 신들의 전쟁-380화 (380/575)

00380  Game No. 380 에이스 부활.  =========================================================================

폭풍의 언덕은 전장 중간 중간 언덕이 많이 배치되어 있는 곳이다.

환환전에선 천자총통으로 요지를 얼마나 잘 점령할 수 있느냐에 따라 경기 승패가 좌우된다.

지형지물을 이용하면 보다 적은 유닛으로 효과적으로 언덕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이 둘의 경기로 이와 같은 양상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많은 이들이 예상했다.

양 선수의 빌드가 초반부터 갈렸다.

앞마당에 훈련도감을 지으며 도감 더블을 준비하는 이성표.

반면 박현우는.

-창고 이후 추가 건물이 아직까지 올라가지 않고 있습니다.

-생더블입니다. 정말 과감한 빌드를 꺼내들고 나왔어요.

-이러면 빌드에선 박현우 선수가 한 수 먹고 들어가는거죠!

훈련도감없이 바로 앞마당에 군영을 짓는 생더블 카드를 꺼내들었다.

서로의 스타팅 포인트는 1시와 7시.

가장 먼 위치다.

김태영 해설의 말처럼 빌드 싸움에서 박현우가 이겼다.

-정말 과감한 판단입니다. 최근 승률이 좋지 않아 안정적인 선택을 하지 않을까 했는데 그 예상을 뒤집어버리는 박현우 선수입니다.

-이성표 선수도 저희와 비슷한 생각을 했죠. 폭풍의 언덕이 초반 러시로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전장이 아니니 배를 불리면서 하자. 어차피 상대는 안전하게 화통도감을 짓는 빌드를 쓸테니까. 근데 아닙니다.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었어요.

나름 배를 불리며 시작한 이성표.

하지만 박현우는 그보다 훨씬 배를 불리는 빌드였다. 나중에 눈으로 확인하면 속이 조금 쓰릴 것이다.

-대단하네요. 상대가 공격적인 움직임 보여주면 초반에 큰 피해를 받을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을거라는 확신이 있는겁니다!

2분만에 양 팀 벤치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조용히 고개를 주억거리는 이재명 감독과 걱정스런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보는 이여름 감독.

이여름 감독의 낯빛이 좋지 않은 건 이성표가 배제한 빌드가 하필 생더블이었기 때문이었다.

한 방 제대로 맞은 꼴이었다.

-경기가 끝날 정도로 차이가 벌어진 건 물론 아닙니다. 아직 지켜 봐야해요. 이 정도 차이는 금세 뒤집힐 수 있습니다.

-그렇죠. 빌드로 모든 경기 승패가 결정된다면 신들의 전쟁이 이렇게 인기를 끌지 못했을 겁니다. 이 정도는 운영으로 얼마든지 따라잡을 수 있어요.

빌드는 계속해서 엇갈렸다.

천자총통과 화차, 신기전을 생산하면 지상군에 힘을 쏟는 이성표와 달리 박현우는 풍혼을 모아주며 공중을 장악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당장의 화력은 이성표가 낫다. 하지만 이 위기를 잘 견뎌낸다면 시간이 갈수록 박현우가 괜찮아진다. 환환전에서 공중을 장악하는 건 큰 의미가 있었으니까.

초반에 아무런 피해도 받지 않고 생더블을 성공시킨 덕에 위험한 타이밍을 잘 넘기는 박현우.

언덕 위 뚫기를 몇 번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발빠른 병력 이동으로 이성표의 진군을 막아내는데 성공했다.

-자. 이러면 이성표 선수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데요.

-지금 당장 화력은 이성표 선수가 강합니다. 근데 이게 평지에서 만났을때나 그렇지 지금처럼 박현우 선수가 유리한 지점을 선점하고 있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지거든요? 가장 좋은 건 금와에 병력을 태워 본진을 쑥대밭으로 만드는건데 그게 쉽지가 않죠. 풍혼의 수가 많이 모였거든요.

-한 방의 위력이 강하긴 하지만 공중에서 격추당하면 진짜 뒤가 없거든요.

끊임없이 천리안을 쓰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환환전은 정보전이기도 하다. 서로 어떤 유닛을 생산하는지, 어떤 공격을 준비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

박현우는 그러한 것을 굉장히 잘해주고 있었다.

천리안으로 이성표의 병력 배치를 확인한 후 신기전이 조금 부족하다 싶으면 풍혼으로 급습해 돌출 되어 있는 천자총통을 잡고 빠졌다.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천자총통을 조금이나마 전진배치 시켜 원래 천자총통이 있던 자리에 이성표가 다시 병력을 가져다 두지 못하게 했다.

야금야금 이성표의 영역을 빼앗고 있는 것이다.

당장은 이성표도 먹은 자원이 있어 화력이 무시무시하지만 이렇게 시간이 5분, 10분 흘러가게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나마 풍혼이 모이기 전에 11시 스타팅 포인트를 확보하며 남북 전쟁 구도로 경기를 이끌었지만 전선이 딱 중앙이 아닌, 이성표의 진영과 가까운 쪽으로 그어져 원래는 이성표가 가져가야 할 중립 확장을 박현우가 가져가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박현우의 확장이 2개 더 많게 된 것이다.

빼앗긴 중립 확장을 빠르게 수복을 하든가 아니면 자원으로 이점을 보기 전에 경기를 끝내든가 해야 했지만 어느 쪽을 선택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전체적으로 경기는 박현우가 유리했다.

그 간의 연패가 무색하게 느껴질만큼 뛰어난 운영 능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박현우는 차근차근 세를 불려나가고 있었다.

5시 확장 쪽에 다수의 풍운청을 올리며 풍혼을 양산할 준비를 끝냈다.

이성표도 환국의 최종 병기인 충무함을 뽑으며 마지막 전투를 준비했다.

-조합의 승리냐? 물량의 승리냐?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같은 자원을 먹고 있다면 이성표 선수가 버티고 또 버티면 승리를 거둘 수 있지만 어쨌든 박현우 선수가 2개의 확장을 더 먹고 있거든요!

똑같은 확장을 가졌다고 봤을 때 풍혼, 천자총통의 조합보다 충무함, 천자총통의 화력이 더 강하다. 풍혼의 가장 큰 위력은 회전력에 있다. 상대적으로 빠른 생산속도와 기동성으로 상대를 몰아붙여야 제 힘을 발휘하는 것이지 똑같이 200 대 200으로 크게 부딪치는 건 풍혼 입장에서 결코 바람직한 전투 구도가 아니었다.

****

“상황 현우 형이 좋은 거 맞지?”

“네. 엄청 좋아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 좋아져요. 처음부터 경기를 진짜 잘 짰어요.”

신들의 전쟁 프로게이머라고 모든 종족을 잘하는 건 아니다. 물론 일반 아마추어보다 나은 실력을 지니고 있지만 주종만큼의 실력을 보일 순 없다. 내 부종은 환국이었지만 용족이나 마수를 상대로 즐기는 편이지 환환전을 하는 편은 아니었다.

당연히 환환전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애초에 부종을 하는 이유는 재미를 위해서다.

그런데 가장 정적인 경기로 손꼽히는 환환전을 한다고?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전장의 상황을 봤을 때 현우 형이 많이 유리해보이긴 했다. 혹시 몰라 돌다리 두드려보고 건너는 심정으로 민규에게 한 번 물어봤는데 다행히 내 생각이 맞는 듯 싶었다.

하긴. 그래도 프로게이머 눈이라는게 있지.

“그래?”

“네. 진짜 과장 조금 보태서 질 수 없는 경기에요.”

확신에 찬 민규의 목소리.

그래. 내 너만 믿으마.

요즘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민규의 말이니 신뢰가 갔다.

연호가 이런 이야기를 했으면 믿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시선이 자연스레 연호를 향했다.

“뭘 보냐?”

살짝 띠꺼운 표정의 연호.

내 생각을 관통하는 것처럼 보이는 눈빛에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연호가 독심술을 쓸 수 있을 리 없으니 뻔뻔하게 나가기로 했다.

“내가 친구도 못 보냐?”

“눈빛이 되게 묘했단 말이지.”

두 눈을 가늘게 뜨는 연호. 순간 흠칫했다. 눈치가 빠르긴 빠르구나.

“오해야. 오해. 어? 싸운다. 싸워.”

마침 벌어지는 현우 형과 이성표의 전투.

아주 적절한 타이밍이다.

연호가 찝찝한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보았다.

환국의 대규모 병력이 중앙에서 맞붙었다. 풍혼이 주력인 현우형과 충무함과 신기전이 주력인 이성표.

화려한 효과가 화면을 가득 메웠다.

경기가 조금 지루하긴 해도 전투 하나 만큼은 최고란 말이지.

-이 전투의 결과가 곧 경기의 결과입니다!

-이를 악무는 양 선수!

-여기에 모든 걸 걸었습니다. 물러서면 안됩니다!

당장의 전투는 현우 형이 밀리는 것 처럼 보였지만 충원되는 병력의 속도가 상대가 안 될 정도로 빨랐다. 과장 조금 보태 병력이 죽으면 그대로 환생해서 날아오는 것 같았다.

신기전이 풍혼을 상대로 강한 위력을 발휘하지만 풍혼 아래 배치되어 있는 천자총통 때문에 제대로 전투에 참여하지 못했다.

천자총통의 위치가 아주 환상적이었다. 이성표도 천자총통을 갖추긴 했지만 인구수를 많이 잡아먹는 충무함에다 풍혼을 견제해줘야하는 신기전까지 생산해야해서 상대적으로 숫자가 부족했다.

-아. 밀려요. 밀립니다. 이성표 선수 밀려요!

-화력 면에선 부족함이 없었지만 화력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짧았습니다.

-자원을 원하는 만큼 펑펑 먹은 박현우 선수가 미친 듯이 풍혼을 뽑아냅니다!

-풍운청이 16개입니다. 한 번 돌아가면 한 부대 반 가까이 풍혼이 나온다는거에요!

-어마어마한 물량입니다.

마지막 남은 충무함이 잡히는 순간 이성표가 GG를 선언했다.

그 와중에도 현우 형의 풍혼은 꾸준히 생산되고 있었다.

-GG! 이성표 선수 GG를 선언합니다!

-박현우 선수 살아났습니다. 경기력이 끝장납니다!

-이게 바로 아스트로의 원조 에이스죠! 나 아직 죽지 않았다! 이렇게 살아있다고 포효하는 것 같습니다.

중계진의 외침을 들으며 난 흐뭇하게 웃었다.

역시 현우 형이다.

처음부터 이길 줄 알았다니까!

****

박현우가 이성표를 제압하며 승전고를 울렸다.

에이스의 부활에 시동을 거는 힘찬 울림이 경기장에 퍼져나갔다.

무대로 나온 박현우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승리가 이렇게 짜릿한 것이라는 걸 오랜만에 다시 느꼈다.

상쾌한 숲에 온 것 처럼 맑은 공기가 몸 안으로 들어왔다.

같은 공기지만 전혀 다른 공기처럼 느껴졌다.

몸도 가볍다.

경기가 아주 술술 풀렸다. 예전에 경기가 잘 되었을 때의 감각이 고스란히 돌아왔다. 딱딱하게 굳어있던 얼굴은 편안하게 변한지 오래였다.

이 기세를 그대로 이어나가면 좋으련만 2세트에 출전한 허영우가 아스트로의 상승세를 빠르게 꺾어버렸다.

윤여준과 만난 허영우는 정석적인 빌드를 꺼내들었다. 무난하게 가면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그걸 경기 내에서 증명해냈다.

1제단 앞마당 이후 3제단을 택하며 1제단 용의 신전 이후 3제단을 간 허영우를 빌드에서 이기고 시작한 윤여준.

하지만 허영우의 노련한 운영을 당해내지 못했다.

허영우는 급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주 천천히, 조금씩 윤여준과의 차이를 좁혔다.

전투를 치러질 때마다 야금야금 이득을 거뒀다. 결코 무리는 하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이득을 거두면 거기서 딱 멈췄다.

신들의 전쟁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경기를 하다보면 모든 상황을 이성적으로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허영우는 본능을 억눌렀다. 승리를 향한 공식을 차근차근 밟아나갔다.

결국 대규모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며 경기를 가져가는데 성공했다.

3세트에선 한민규와 송병호가 맞붙었다.

이승우가 나오는 4세트만큼 중요한 대결이었다.

만약 한민규가 승리를 거둔다면 박현우, 한민규, 이승우 라인이 모두 승을 거두며 최소 에이스 결정전까지 경기를 이끌 수 있다.

아스트로에게 최상의 시나리오였지만 호락호락하게 당해줄 나무전자가 아니었다.

포스트시즌을 맞아 다시 한 번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는 송병호가 가볍게 한민규를 제압했다.

MSL에서 만났을 땐 아직 페이스가 제대로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진거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닌게 아니라 MSL 때와는 전혀 다른 경기력을 보여준 송병호다.

경기가 펼쳐지는 내내 총사령관의 위엄을 제대로 발휘했다.

그렇게 경기는 4세트를 맞이했다.

아스트로의 에이스이자 올해 최고의 선수로 뽑히는 이승우가 출격할 준비를 마쳤다.

============================ 작품 후기 ============================

어제 글이 안올라가서 크게 당황했습니다.

다행히 오늘은 정상이네요.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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