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75 Game No. 375 투귀 =========================================================================
발업이 완료 된 그슨대가 용족의 입구를 툭툭 건들기 시작했다. 아직 용족이 보유한 병력은 용아 2기에 불과했다.
그슨대를 상대로 싸우기에 너무나 부족한 숫자였다.
그슨대가 가장 바깥쪽에 지어진 제단을 깨기 시작했다. 안쪽에서 소환되는 용광포의 숫자는 총 4개.
지금 있는 그슨대는 충분히 밀어낼 수 있는 양이었다.
-이승우 선수 그 사이에 용아 1기를 돌려 마수의 앞마당에 난입시켜줬네요.
-아. 임형규 선수 예상치 못한 병력에 피해를 입네요.
-이건 정말 좋네요! 언제 빠져 나간 거죠?
단순히 난입에 성공한 것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일벌레 1기까지 잡아주는데 성공했다.
이 용아가 더 해줘야 할 것이 있었다. 일벌레를 더 잡을 필요는 없다. 이보다 더 큰 임무가 있다.
정찰.
비비를 생략했기에 마수가 뭘 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이 용아로 그걸 파악해야한다. 본진 정찰까지 성공하면 일벌레 3~4기를 잡은 것보다 더 큰 성과를 거둔 거나 마찬가지였다.
본진 안쪽으로 파고드는 용아.
마수가 소굴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마굴을 가고 있다는 걸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마수가 테크를 올린다는 걸 이승우도 알았을 거다. 하지만 어림짐작하는 것과 직접 보는 건 꽤 큰 차이가 있다. 조금 남아있던 불안감이 씻은 듯 없어졌을 거다.
마견의 발업을 찍지 않은 탓에 마견이 용아를 정리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건 이승우에게 기회였다. 철광 뒤에서 따라오는 마견 1기를 허리를 돌리며 잡아준 이승우가 본진에서 일벌레 1기를 추가로 더 잡아주었다.
관중석에서 환호가 터졌다. 기대 이상의 성과였기 때문이다.
-어? 3킬! 용아 3킬입니다!
-용아 1기에 일벌레 2기와 마견 1기가 죽었거든요? 이렇게 죽을 것들이 아니었거든요?!
추가로 1기의 마견을 더 잡아낸 용아가 근처에서 일하는 일벌레를 때렸다. 그러나 이번엔 잡지 못했다. 총 세 번을 때려야 일벌레를 잡을 수 있는데 두 번을 때렸을 때 일벌레가 앞마당 쪽으로 도망갔기 때문이다.
-이거 완전 영웅이네요. 영웅.
-이 정도면 재미 본거죠?
-재미 본 정도가 아닙니다. 전혀 의외의 타이밍에 들어와마수의 본진을 제대로 흔들어놨습니다. 진짜 쌩 돈 날린거나 마찬가지죠!
-용아. 앞마당 쪽으로 갑니다. 아까 도망간 일벌레 쫓아가는거죠.
일벌레의 체력은 10. 서서히 차오르는 중이긴 했지만 아직 용아의 공격 한 번에 죽을 수 있는 체력이다. 용아의 체력도 붉게 물들어있었지만 혼자 죽을 수 없다는 듯 악착같이 살아남아 앞마당 쪽으로 향했다.
-찾고 있죠. 자신이 때렸던 일벌레 찾고 있습니다!
-설마 이 거 까지 잡고 가나요?!
용아가 망설임 없이 움직였다.
그리고.
-카캉.
-키엑.
자신이 쫓던 일벌레를 정확히 찾아 죽였다. 그 짧은 순간 모든 걸 파악한 것이다.
-이야! 5킬입니다. 5킬! 용아 1기가 5킬이나 거뒀어요! 이 타이밍에 이런 성과를 거두다니! 역시 이승우입니다.
-발업, 공업 된 용아가 난입해서 거둔 성과가 아니고 그냥 쌩 용아가 가서 거둔 성과에요. 일벌레 3기와 마견 2기! 이승우 선수 용아는 달라도 너무 다르네요.
-죽인 유닛만 봐도 이승우가 이득을 거뒀지만 그보다 마수가 마굴을 가고 일벌레를 섞어서 그슨대를 생산해준다는 걸 확인 해준게 더 큽니다. 이러면 이승우 선수가 무리하게 용광포를 더 늘려 수비만 신경 쓰지 않고 병력 위주의 선택을 한게 득이 되는 거죠!
이승우가 의외의 이득을 거두긴 했지만 경기가 끝난 정도는 아니다. 아직 주도권은 마수가 쥐고 있다. 적어도 2~3번의 공격을 탈 없이 막아내야 용족에게 기회가 돌아온다.
제단을 5개까지 늘리며 지상 병력에 힘을 주는 이승우.
임형규도 소굴을 5개까지 확보하며 병력을 양산할 준비를 했다.
-임형규 선수 화났죠. 표정이 굉장히 화나 보입니다!
-물량이 폭발하는 마수! 이승우 선수도 공발업이 완료 된 용아가 슬슬 중앙으로 나옵니다.
공발업이 완료 된 용아가 튀어나왔다.
그 수가 확실히 많다. 보통 타이밍보다 제단이 훨씬 빠르게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수적인 면이나 양적인 면에서 다른 경기의 용아와 그 위력이 크게 차이나는 용아였다. 이제 소수의 그슨대는 전혀 두렵지 않았다. 견제를 하던 그슨대를 잡기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녔지만 이미 그슨대는 자신의 앞마당 쪽으로 빠진지 오래였다.
-그래도 이 상황에서 침착하게 대응한 것이 뭐냐면 비비가 날아와야 할 타이밍에 날아오지 않으니까 지상병력에 힘준 것 알고 일벌레 생산 멈추고 그슨대에 힘주면서 대비를 하고 있던거죠.
-그렇죠. 임형규 선수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압박을 위해 나가있던 7기의 그슨대도 바로 본진으로 돌아왔죠? 만약 심시티 된 건물을 깨기 위해 전진 배치되어 있었다면 진출한 용아에 그대로 목숨을 내줬을 겁니다.
-양 선수 심리전 어마어마한데요.
-외줄타기입니다. 서로. 일단 서로가 모두 할 만한 상황이거든요?!
기세 좋게 치고 나갔던 용아가 서슬 퍼런 그슨대의 공격에 살짝 뒤로 물러났다. 용아의 수도 많았지만 그슨대의 수도 만만치 않았다.
당장 그슨대와 용아의 싸움만 놓고 보자면 용족이 이길 수 있다. 하지만 용아가 몇 마리 살아남지 못할 거다.
압도적으로 이기면 모를까 애매하게 이겨버리면 그 후 회전력 싸움에서 그슨대의 물량을 감당할 수 없다.
전투에선 이겨도 전쟁에서 지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진다는 결과를 뻔히 알고 있으면서 들이받을 바보는 없었다.
뒤로 살짝 물러났던 용아가 이번엔 마수의 트리플 쪽으로 향했다. 아예 확장을 밀어버릴 생각은 없었다. 소굴이 있는 쪽에 가시촉수가 하나 있는 걸 봤다. 괜히 트리플 지역 깊숙이 들어갔다가 빠져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공격으로 이득을 거두기 위해 나온 병력은 분명하지만 성급하게 사지로 들어갈 필요는 없다. 상대의 빈틈을 찾아 들어가야 한다.
빈틈이 없다면?
만들면 된다.
1기 섞여 있는 용혼이 군주를 툭툭 건드렸다. 잡으면 좋고 못 잡아도 그만이다.
마수의 신경을 거슬리게 만드는 걸로 족하다.
-자. 임형규 선수 그슨대 위쪽으로 몰려드는데요.
-군주가 잡히기 전에 한 번 달려들려는 것 같죠?
-임형규 선수 생각 잘 해야 합니다. 보통 용족, 그러니까 비비를 간 용족보다 용아의 숫자가 훨씬 많거든요? 계산 잘못했다간 역으로 그슨대가 싸 먹힐 수 있어요.
-그래도 임형규 선수 그슨대 잘 모아줬거든요? 잘해주고 있습니다.
진출한 용족의 병력은 용아 7기와 용혼 1기.
그 병력을 덮치는 마수의 병력을 마견 4기와 그슨대 12기, 즉 한 부대였다.
마견을 앞세워 용아의 딜 로스를 유도한 후 용아를 일점사하는 그슨대. 하지만 추가 합류 된 용아에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한번 물은 사냥감을 놓칠 이승우가 아니었다.
끝까지 따라가며 그슨대의 수를 1기라도 더 줄여주었다.
아예 여기서 밀어버리면 좋겠지만 그럴 순 없었다. 5개의 소굴에서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온 그슨대가 용아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임형규의 눈치도 장난 아니었다.
제단을 빠르게 늘려 용아로 한 번 피해를 주겠다는 이승우의 의도를 빠르게 눈치 채고 그슨대를 찍어낸 것이다. 이승우의 의도를 조금이라도 늦게 파악했다면 가시 촉수가 없는 앞마당과 본진에 용아가 난입해 난장판을 만들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이곳은 마수의 본진.
아무래도 마수의 병력충원이 훨씬 빠를 수밖에 없었다. 그슨대의 수가 많아 무모한 싸움처럼 보였지만 이승우는 물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달려들어 그슨대와 전투를 벌였다.
그 과정에서 다수의 용아를 잃은 이승우.
물러났을 때 남은 용아는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그 전에 거뒀던 이득을 다 반납한 꼴이었다.
얼핏 이해할 수 없는 판단.
하지만 다 이유가 있었다.
-이렇게 이승우 선수가 무리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처럼 이렇게 압박을 해주지 않으면 마수가 그슨대를 찍지 않고 일벌레를 충원할 시간을 주게 됩니다. 마수가 일벌레를 가득 채워 넣으면 뭐하겠습니까? 보다 상위 테크 유닛인 가시귀 뽑고 닷발귀 띄우겠죠. 그렇게 때문에 저렇게 용아로 무리라고 느껴질 정도로 공격을 가서 마수가 그슨대만 뽑도록 강요함과 동시에 그슨대의 카운터 유닛인 비렴을 모을 때까지 시간을 벌어 주는 거죠.
-맞습니다. 이승우 선수도 임형규 선수가 그슨대를 모아주고 있다는 걸 파악했어요. 이렇게 많은 수의 그슨대를 뽑아주면 가시귀나 닷발귀를 빠르게 확보할 수 없거든요? 용아를 잃은게 조금 아깝긴 하지만 용아는 금세 채울 수 있지 않습니까?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 거라도 보면 되겠습니다.
여기서 이숭우의 센스가 한 번 더 빛났다.
방금 공격이 막히며 공격의 턴이 이승우에서 임형규로 넘어갔다. 모든 그슨대가 압박을 위해 내려온다는 걸 알고 있던 이승우가 살아남은 용아를 퇴각시킬 때 전부를 데려온 것이 아니라 1기를 따로 빼놨다가 그슨대가 내려오는 타이밍에 마수의 본진 쪽으로 찔러 넣었다. 본진에 있는 병력은 그슨대 2기가 전부였다. 발업이 안 된 용아라면 모를까 발업이 완료 된 용아를 막기엔 너무나 부족한 병력이었다.
그슨대를 그대로 지나쳐 본진으로 쭉 올라가는 용아.
-광풍협곡이 올라가지 않았다는 걸 눈으로 직접 확인합니다!
-굉장한 일을 해준 용아네요. 비록 아까처럼 킬수를 기록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광풍협곡이 없다는 걸 눈으로 확인했거든요!
-이러면 풍백 합체할 필요 없죠. 그대로 비렴 데리고 있으면 됩니다.
-이게 굉장히 중요한거거든요! 왜냐?! 임형규 선수가 그슨대로 몰아칠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게 임형규죠. 이게 임형규입니다. 임형규 선수가 왜 투귀라는 별명을 얻었겠습니까? 이런 공격력! 공격에 특화되어 있기 때문이거든요!
-드디어 그슨대 웨이브가 작렬하나요!
홍진우와 박성주로 대표되던 공격형 마수의 맥이 끊겼다. 이제운이 공격적인 스타일을 지니고 있긴 하지만 공격적인 움직임만 보이는 선수는 아니다. 그나마 최현봉이 과거 공격형 마수의 선수들과 가까웠지만 지속적인 공격보다 한 타이밍을 노리는 올인에 더 가까웠다.
마영찬 이후 마수는 초중반보다 중후반에 더 큰 힘을 발휘하게 되었고 가난하게 몰아치는 것보다 부유하게 확장을 가져간 후 고급 유닛으로 승부하는 종족으로 되었다.
그러던 때 임형규가 등장했다.
임형규는 과거 한 시대를 풍미했던 공격형 마수의 장점을 그대로 지니고 있었다.
군락보다 마굴에서 더 큰 힘을 지닌 선수.
환국이든 용족이든 가리지 않았다.
안전하게 망태할배를 확보하는 것보다 마굴 단계의 유닛으로 몰아치는데 훨씬 능한 선수가 바로 임형규였다.
쓸데없는 고집이 아니었다. 실제로 승률도 좋았고 경기력도 좋았다.
한 시즌 만에 성향이 분석되는 그런 부류도 아니었다. 꾸준히 실력으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할 수 있는 선수.
그런 임형규가 오늘 그 장점을 처음으로 보여주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