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72  Game No. 372 거기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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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승우 선수 센스 정말 좋네요.

-이대로 경기가 계속 진행되면 주도권을 임형규 선수가 완전히 쥐게 되거든요? 그걸 막기 위한 아주 좋은 플레이입니다!

언덕을 지키고 있는 건 가시촉수 1개와 마견 4기.

용아 3기로 충분히 뚫을 수 있는 정도였다. 가시촉수를 깨버릴 필요는 없다. 길을 막는 마견을 제거하고 그냥 지나가버리면 된다.

그 과정에서 1기의 용아가 죽었다. 살아남은 2기의 용아가 본진에서 자원을 채취하는 일벌레를 툭툭 건들기 시작했다.

아까 죽은 용안의 복수였다.

-지금 임형규 선수 집결지 선택 전부 이승우 선수 앞마당 쪽으로 바꾸고 혈풍과 닷발귀만 계속 찍어주고 있거든요? 지킬 수 있는 병력이 없습니다!

-이승수 선수가 언덕 아래 용광포만 지어놓고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임형규 선수가 순간 잊었습니다. 자신이 해야할 것만 생각한거에요!

-이게 의도한건지 우연히 얻어걸린 건지 모르지만 지금 위기를 타개해나갈 수 있는 기회란 건 분명한 사실이죠!

용아 2기를 잡자고 모든 닷발귀를 본진으로 뺄 수는 없다. 그건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나 마찬가지였다.

-입구를 막아놓은 게 이렇게 또 작용하네요.

-임형규 선수가 잠깐 방심한 것도 있지만 이승우 선수의 센스가 정말 빛났습니다. 그 순간 용아 1기 추가 생산해서 언덕을 밀고 올라갈 생각을 누가 합니까!

임형규는 닷발귀를 뒤로 빼지 않았다. 상대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선 절대 안 되었다. 대신 본진에서 자원을 채취하는 일벌레를 뒷마당 쪽으로 옮겼다. 자원을 채취하는 시간이 손해를 보지만 지금은 일벌레를 살리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리고 마견을 생산해 2기의 용아를 잡아내려했다.

-닷발귀로 변해야 할 벌레가 마견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이러면 닷발귀 늘어나는 시간이 길어지죠!

-동시에 자원 채취에 영향을 미쳐 원활하게 닷발귀가 생산되는 걸 막고 있습니다. 어차피 저 조이기 라인은 언젠가 뚫리는 라인이거든요? 그때 되면 용아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데 그 전에 제대로 활용해주는 이승우입니다.

-자. 임형규 선수의 의외의 피해를 받았거든요? 이대로 그냥 넘어가면 안 되죠! 뭘 해야죠!

이승우가 이렇게 시간을 끌어 하고 싶었던 일이 무엇일까?

답은 하나다.

아직 용아가 완벽히 정리 되지 않았지만 임형규는 잠시 본진에 대한 관심을 접었다. 대신 눈을 날카롭게 빛내며 닷발귀를 용족의 본진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목표는 비렴이었다. 마침 생산된 2기의 비렴이 합체를 위해 서로에게 다가갔다.

그 장면이 임형규의 레이더망에 잡혔다.

망설임없이 달려드는 닷발귀.

-잡아냅니다! 비렴 잡아냈어요!

-일단 1기 잡아내고 빠지는 임형규! 이거 아주 좋은 컨트롤입니다.

엄호를 위해 비비가 달려왔지만 닷발귀가 조금 더 빨랐다.

1기의 비렴을 잡자마자 바로 뒤로 빠지는 임형규. 아까만큼 유리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풍백이 확보되는 시간을 뒤로 늦추는데 성공했다.

이승우의 팬들 사이에서 탄식이 새어나왔다. 풍백만 제 때 확보되었다면 닷발귀를 완벽히 밀어낼 수 있었을거다.

-우선순위를 정확히 알고 있어요. 본진의 피해도 피해지만 상대가 조합을 갖추지 못하게 하는게 가장 중요하거든요!

-근데 이거 봐야합니다. 1시 쪽에서도 무언가 일어나는 것 같거든요?!

전진 제단에서 유닛이 하나 더 생산되었다.

용아가 아니었다.

이번엔 흑완이었다.

지금 불리함을 한 번에 뒤엎을 수 있는 위력을 가진 유닛.

용아에 이은 흑완 콤보. 동시에 들어갔다면 임형규가 눈치채고 빠르게 대처했겠지만 두 군데서 전투가 벌어지는 지금 슬그머니 들어오는 흑완을 눈치 채는 건 매우 힘든 일이었다.

-이대로 당할 이승우가 아니죠. 전진 제단에서 흑완 생산했습니다. 지금 마견이 용아 쫓고 있어서 언덕 입구 훤히 열려 있거든요?!

본진 언덕에 군주가 떠있긴 하지만 입구를 막고 있는 유닛은 없다. 마견이 전부 용아를 따라다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용아는 일벌레나 마견을 더 잡아낼 생각이 없었다.

그저 빙빙 돌며 시선을 끌어주는 것이 전부였다.

-이승우 선수 지금 동시 세군데 컨트롤을 하고 있습니다!

-본진 수비가 살짝 불안해서 이승우 답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잘못 생각 한거네요! 이승우는 이승우입니다!

난전이 펼쳐졌다.

총 세군데서 일어난 전투.

이승우 선수 본진에서 일어난 첫번째 전투는 임형규가 이득을 거뒀고 임형규 본진에서 일어난 두 번째 전투는 이승우가 이득을 거뒀다.

문제는 마지막 세 번째 전투였다.

이승우가 준비한 세 번째 수를 임형규는 아직 신경 쓰지 못하고 있었다.

가시촉수가 올라오는 흑완을 때리며 임형규에게 신호를 줬지만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닷발귀 컨트롤도 본진에 난입한 용아를 잡는데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이 소리 소문 없이 들어온 암살자는 뒷마당 쪽으로 가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발견하면 괜찮은데. 아....

-모르죠. 알 수가 없죠. 지금 임형규 선수 정신없거든요!

-용아까지는 알 수 있지만 흑완을 알아내는 건 너무나 힘들죠!

-이승우 선수 진짜 그 상황에서 흑완을 선택해주네요. 정말 대단합니다!

어떻게든 풍백을 확보하려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연기를 시작한 이승우. 임형규의 시선을 여기에 붙잡아 두기 위함이었다.

실제로 임형규의 머릿속은 지금 이 닷발귀로 이승우의 본진을 날리는 것 밖에 들어있지 않았다. 본진에 난입한 용아는 정리했다. 이번 공격에 집중을 한다면 경기를 끝낼 수 있다고 임형규는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착각이었다.

왔다 갔다 거리며 용안을 잡으며 이득을 챙기고 있었지만 정작 본인은 더 큰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아. 흑완 마수의 뒷마당으로 너무나도 안전하게 들어갑니다.

-이게 정말 특수한 상황이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흑완이 저기까지 걸어간다는 건 상상 할 수 없는 일이거든요!

-큰 그림입니다. 정말 큰 그림을 그렸어요!

-흑완이 일벌레를 썰기 시작합니다.

-1킬! 2킬! 3킬! 4킬! 빠른 속도로 올라가는 흑완의 킬 수!

물만난 고기처럼 흑완이 일벌레의 수를 줄여나갔다. 흑완이 자신들의 동료를 죽인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자원 채취 명령이 떨어져 있어 도망칠 수 없는 일벌레들.

그저 두려움에 떨며 다음 차례가 자신이 아니길 바라는 수 밖에 없었다.

-임형규 선수 몰라요. 아직까지 모릅니다.

-알 수가 없죠! 흑완이 들어왔다는 걸 까마득하게 모르니까요!

흑완 공격 한 번에 일벌레가 죽는다.

유닛이 한 번에 죽으면 알림이 뜨지 않는다. 직접 눈으로 보기 전까지 절대 알 수 없다.

-진짜 이승우 선수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능력이 일품입니다.

-이러니까 3회 우승하죠. 이러니까 전승 우승을 하죠!

경기를 하는 와중에 흑완을 밀어 넣을 생각을 한 것이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 수비를 하면서 용아를 마수의 본진으로 보내 시간을 벌었다. 거기까지만 생각해도 충분히 좋은 수인데 이승우는 한 발 더 나아갔다.

용아로 봤을 때 수비가 생각보다 취약하다는 걸 캐치해낸거다.

설사 그걸 알아낸다고 해도 실행에 옮기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본진이 공격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닷발귀와 혈풍에게 위협을 받고 있는 지금 한 번이라도 실수 했다간 닷발귀, 혈풍에 비비가 막대한 피해를 받으며 본진이 날아갈 수도 있었다.

그런 급박한 상황에서도 이승우는 냉정을 유지했다.

단순히 방어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공격도 함께 했다.

그 판단이 경기의 승부를 갈랐다.

-경기가 이렇게 한 번에 뒤집히네요. 뒷마당에 있는 일벌레를 거의 전멸시켰습니다. 이러면 닷발귀 숫자가 안모이죠!

-이승우 선수는 이제 비비 숫자만 계속 늘려주면 됩니다. 계속 견제 받으면서도 비비는 악착같이 지켜냈거든요?

-아. 임형규 선수. 뒷마당 상황 알게 되면 힘빠지죠. 어떻게 지금 상황을 만들었는데요.

임형규는 이를 악물고 닷발귀에 집중하고 있었다. 본진 쪽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단축번호로 지정 된 소굴로 닷발귀와 혈풍 생산만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임형규가 고개를 갸웃거린 건 본인의 생각보다 병력 생산이 원활하게 되지 않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그런 임형규의 얼굴엔 물음표가 잔뜩 떠있었다.

‘왜 이렇게 자원이 없지?’

뒷마당과 본진에 일벌레 수는 충분히 채워두었다. 적어도 3소굴에서 꾸준히 닷발귀와 혈풍을 생산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용아가 들어와 난장판을 치긴 했지만 그때 잃은 일벌레는 바로 보충해준 상태.

근데 자원이 부족하다?

자원 수급에 무언가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었다.

‘설마?’

임형규가 다급한 얼굴로 본진을 살폈다.

본진에는 일벌레가 제대로 일을 하고 있었다. 뒤이어 뒷마당을 살펴보는 순간.

‘아.’

임형규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본진처럼 자원을 채취하고 있어야 할 일벌레가 보이지 않는다.

그마나 금을 채취하고 있던 일벌레가 터졌다. 화면이 흐물거리는 걸 보니 흑완이 난입한 모양이었다.

자연스레 벌어지는 임형규의 입.

‘흑완이 어떻게 들어 온 거지?’

순간 머리가 띵했다.

본진에 용의 신전은 없었다. 다른 곳에 지을 여력도 없었을 거다. 그렇다면 걸어왔다는 소리.

‘마견을 입구에 세워 두었는데?’

용아를 정리한 순간 혹시 모를 추후 견제를 대비하기 위해 마견을 언덕에 세워놓았다. 가시 촉수 1개와 군주까지 있어 흑완이 걸어오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임형규가 놓친 것이 있었다.

그가 분명 마견을 입구에 세워두며 수비를 생각했지만 그보다 앞서 흑완이 들어왔다는 것과 몰래 들어온 흑완이 바로 일벌레 학살에 나서지 않고 마견이 입구 쪽에 서있을 때까지 기다렸다는 것.

이승우의 심리전이었다.

바로 흑완이 활약했다면 임형규가 눈치 챘을지도 모른다. 이승우는 때를 기다렸다. 일벌레 2~3기 잡으려고 들어간 흑완이 아니다. 경기를 끝낼 수 있는 피해를 입히기 위해 들어간 흑완이다. 대업을 이룰 수 있다면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었다.

이미 본진에 흑완이 들어왔다는 걸 알 리 없는 임형규가 언덕에 마견을 세워두며 수비 태세를 갖췄다. 그 것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

그 순간 임형규는 마음을 놓았으니까.

10초 전까진 자신이 유리다고 생각했던 임형규다.

근데 아니다. 반대다. 유리한 건 자신이 아니라 상대였다.

원활히 병력을 생산하려면 일벌레를 한 차례 생산해야 한다. 그러면 상대에게 시간을 주게 된다.

지금 용족이 부족한 건 시간이 전부다.

경기가 자연스레 불리해지는거다. 그렇다고 지금 있는 자원을 쥐어짜내 공격을 가자니 화력이 너무 약하다.

진퇴양난.

뭘 해도 좋은 게 없었다.

일단 돌아가 흑완을 정리하는 게 우선이었다. 본진에서 생산 된 닷발귀 한 두기로 흑완을 잡으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했으니까.

그 사이 풍백이 갖춰졌다.

이제 닷발귀를 상대로 정면 싸움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더

이상 도망칠 필요가 없었다. 도망쳐야할 건 오히려 닷발귀였다.

-닷발귀가 방황합니다. 갈 곳이 없어요!

-아. 경기 어렵습니다. 이제와 운영을 갈수도 없고요.

닷발귀가 힘을 잃은 순간 마수의 날개가 꺾인 거나 다름 없었다. 아직 앞마당 조이기 라인도 완벽하게 거둬내지 못했다. 용족이 제단을 늘려 지상 병력을 확보해 러시를 오며 꼼짝없이 GG를 칠 수 밖에 없었다.

-임형규 선수 분명 유리한 시점이 있었거든요. 그 유리함을 끝까지 이어가지를 못하네요.

-임형규 선수가 못 했다기보단 이승우 선수의 수가 너무 날카로웠습니다. 앞서 들어갔던 용아는 뒤에 흑완을 보내기 위한 속임수에 불과했던 겁니다!

-당했습니다. 완벽하게 당했어요. 이건 이승우 선수를 칭찬할 수밖에 없는 경기입니다.

시간을 끌어봤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판단한 임형규가 닷발귀로 마지막 공격을 들어갔다. 아무리 컨트롤이 좋아도 이미 닷발귀에 대응할 수 있는 병력 조합을 갖춘 용족의 수비를 뚫긴 힘들었다.

마지막 닷발귀가 죽는 순간.

-GG! 임형규 선수 GG를 선언합니다.

-아무 의미 없이 조이기 라인을 만들어 놓을 이승우 선수가 아니죠. 행동 하나 하나에 이유가 있는 겁니다.

임형규가 GG를 선언했다.

============================ 작품 후기 ============================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