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71 Game No. 371 장난 아닌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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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어.
애초에 이 공격으로 경기를 끝낼 생각은 없었다. 형규가 이제 막 신들의 전쟁을 시작한 초보도 아니고 개인리그 결승전에 오를만큼 절정에 도달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기본적인 압박에 끝날 리가 없지.
만약 끝났다면 그 나름대로 충격이었을거다. 하지만 형규는 가장 좋은 대처를 보여주며 경기를 중반으로 이끌었다
적당히 압박을 주고 상대의 빌드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강제하는 것이 목표였다.
당장 지상으로 병력이 나올 순 없다.
상대의 동태를 꾸준히 살피며 뒷마당과 테크를 타준다. 예상되는 공격은 둘 중 하나다. 닷발귀, 혈풍으로 올인을 오거나 그슨대, 가시귀를 수송업이 된 군주로 실어날아 지상 장악.
파괴력이 더 강한 건 후자다. 지상으로 내려오기만 한다면 조이기 라인을 걷어냄과 동시에 역으로 내 앞마당 쪽에 연탄밭이라 불리는 가시귀 조이기 라인을 만들 수 없다.
하지만 쉽사리 쓸 수 없을거다. 내가 비비를 다수 모아버리면 언덕 아래로 병력을 실어나를 수 조차 없거든. 그런 위험성을 감수하기보다 본인의 컨트롤 여부로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닷발귀, 혈풍의 유닛 조합을 생각하겠지.
이게 내가 의도한 바다.
형규가 닷발귀를 뽑게 하는 것.
나는 그에 맞춰 비비와 비렴을 확보하면 된다. 물론 위험한 시기가 한 번쯤은 올거다.
첫 닷발귀와 혈풍이 몰려오는 시기.
그 한 타이밍만 버티면 이 경기를 승리로 가져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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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진에 소굴을 늘려주며 광풍협곡을 올리는 임형규.
닷발귀 쪽으로 가닥을 잡은 듯 했다. 이승우 역시 무리하게 앞마당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뒷마당까지만 일단 먹고 테크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당장 앞마당을 먹어도 방해받지 않겠지만 굳이 그렇게 욕심 낼 필요는 없다. 확장을 먹는다는 건 그 만큼 테크가 느려지고 병력이 적어진다는 소리. 동시에 수비해야할 공간이 세 군데로 늘어나버린다.
정상적인 경기였다면 모를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가져가지 않는 것이 오히려 나아보였다.
-임형규 선수 닷발귀와 혈풍으로 한 번 공격 가겠다 이겁니다.
-거기까지는 경기를 봐야할 것 같네요. 추가 확장을 가져가는 건 어렵지만 적어도 2금광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확보했거든요? 꾸준히 맹공을 펼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첫 공격만큼은 굉장히 강력한 공격이 시도 될 겁니다.
-반대로 말하면 이승우 선수는 그 공격만 막아낸다면 경기를 확실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거죠.
임형규는 일벌레를 꾸준히 생산하지 않았다. 최적화 할 수 있는 정도로만 뽑고 나머지 자원은 소굴이나 병력 생산에 집중할 수 있게 쓰지 않고 모았다. 그는 한 방을 계획하고 있었다. 어설프게 여러 가지를 대비하는 것보다 공격 하나만 준비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선택과 집중.
이 걸 가장 잘하는 S1의 선수가 아니던가?
마수는 자원과 벌레만 있다면 하나의 소굴에서 3기의 유닛을 동시에 생산해낼 수 있다. 당장은 별다른 유닛이 없지만 광풍협곡이 완성되는 순간 9기의 닷발귀를 한 번에 띄울 수 있다는 말이다. 그 사이 이승우가 확보할 수 있는 비비의 수는 많아야 3기.
단순 비비의 힘으로는 절대 막을 수 없다.
용광포를 소환하며 수비에 힘써야한다. 닷발귀만큼 무서운 것이 혈풍이다. 닷발귀 사이에 숨어서 들어와 비비에게 자폭을 하면 용족이 손쓸 수 없는 상황이 나올수도 있다. 비비를 너무 믿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테크를 올려 풍백까지 안전하게 확보했을 때 수비가 이뤄진다고 생각해야한다.
적어도 그 전까지는 긴장을 늦추면 안 된다.
닷발귀와 혈풍은 누가 컨트롤하느냐에 따라 전장의 지배자가 될 수도 있고 마견보다 못한 존재가 될 수도 있다.
-이승우 선수 본진과 뒷마당 지역에 용광포 아낌없이 늘려줍니다.
-어차피 지금 이승우 선수가 모자란 건 시간이지 자원이 아니거든요? 계속 시간 끌면서 비비와 풍백까지 확보하면 그떄부터 수비 됩니다.
비렴의 천벌도 좋은 답이지만 천벌의 개발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그리고 닷발귀가 조금 체력을 희생해서라도 비렴을 컨트롤로 잡아내버리면 할 게 없어진다. 차라리 풍백을 확보하는 것이 나았다.
-그렇다고 이승우 선수도 그냥 무작정 용광포를 늘리면 안 됩니다. 지나치게 늘려버리면 임형규 선수가 생각 바꿔서 조이기 라인을 뚫어버릴 수도 있거든요? 용광포가 많다는 건 제단이 적다는 뜻이고 앞마당을 확보할 자원이 부족해진다는 걸 말하거든요? 앞마당 쪽에 소굴 늘리면서 그슨대로 체제전환 해버리면 상황 애매해질 수도 있어요.
줄타기를 잘해야 한다.
상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의도를 지니고 있는지 놓치지 않고 순간순간 집어내야한다. 그 것이 틀어지는 순간 좋았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
적당한 수는 뒷마당과 본진에 각각 3~4개 정도의 용광포를 소환하는 것이었다. 살짝 모자란 수지만 나머지는 비비의 컨트롤로 대처해야한다.
정말 완벽히 수비를 위해선 이보다 2배 정도의 용광포를 소환하면 된다. 그럼 마수 입장에선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들어가 봤자 손해만 입을 것이 분명하니까.
일반 아마추어라면 이에 대해 고민을 하겠지만 프로 선수들은 다르다. 그냥 안 들어가고 다른 걸 하면 된다. 그럼 15개의 용광포를 소환하는데 들었던 자원은 그냥 낭비가 된 꼴이다.
아주 단순해 보이는 경기지만 실제론 치열한 수 싸움이 쉼 없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9닷발귀 7시 쪽으로 내려오죠.
-아마 그 뒤 벌레들은 전부 혈풍으로 변태할 겁니다.
-이번 공격에서 반드시 포인트를 따내야하는 임형규!
닷발귀와 혈풍으로 용족을 상대하는 빌드가 없는 건 아니다. 실제로 이런 빌드가 종종 쓰인다. 풍백이나 비렴의 천벌이 확보되기 전까지, 그리고 비비의 수가 소수이고 공1업이 되지 않았을 때엔 충분히 통할 수 있는 공격이다.
-이승우 선수 용광포를 타이밍 좋게 지어줘 본진과 뒷마당에 4개씩 완성되긴 했지만 모든 용광포가 동시에 닷발귀를 때릴 순 없거든요!
-비비도 아직 2기 뿐입니다. 임형규 선수에게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용광포는 건물이다.
땅에 박혀 있다는 말이다. 유닛처럼 닷발귀를 따라다닐 수 없다. 한 쪽 방향부터 공격을 시도하면 충분히 뚫을 수 있다. 그걸 막아주는 역할을 비비가 해야하는데 아직 수가 2기 밖에 되지 않다.
비비가 닷발귀에 강한 건 사실이지만 여기엔 전제가 붙는다.
공1업이 되어 있고 다수의 비비가 모인 상황이라는.
비비의 공격유형은 폭발형.
소형 유닛인 닷발귀에서 50%의 타격 밖에 입히지 못한다. 실제로 비비의 공격력이지만 닷발귀를 때렸을 때 체력이 5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2와 3이 번갈아가며 줄어든다.
비비가 닷발귀에 강한 건 빠른 공격속도와 범위공격을 가진 덕분이었다.
지금처럼 비비보다 닷발귀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에선 힘을 쓰기 힘들다.
적어도 6기 이상은 모여야 닷발귀를 상대로 강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
그 시간을 버티느냐 버티지 못하느냐가 이번 경기의 포인트였다.
이 기회만을 노렸다는 듯 임형규의 눈빛이 사납게 변했다.
-도착했습니다! 도착했어요!
-외곽을 빙빙 돌며 기회를 노리는 임형규! 결코 서두르지 않습니다.
-좋습니다. 좋아요. 아직 비비는 3기 밖에 되지 않거든요! 아직 하늘성소가 올라간 상황이 아니라 충분히 타격 입힐 수 있습니다.
-이제 혈풍도 합류 되거든요!
임형규의 별명은 투귀.
뛰어난 공격력 덕에 붙은 별명이다. 닷발귀 컨트롤 역시 현재 손에 꼽힐 정도로 뛰어났다.
닷발귀가 가장 바깥 쪽에 있는 용광포를 건들기 시작했다. 혈풍이 합류 된 터라 비비도 적극적으로 달려들지는 못했다.
그저 닷발귀가 조금 안 쪽으로 파고든다 싶을 때 공격을 했다가 바로 뒤로 빠질 뿐이었다.
신경전이 팽팽하다.
-임형규 선수 닷발귀 컨트롤 정말 좋은 데요!
-변수를 만들고 있습니다.
-변수는 빌드나 운영이 아니었습니다! 임형규의 컨트롤이! 임형규의 존재 자체가 변수였던거에요!
-진짜 최고네요. 닷발귀가 살아있습니다. 혼이 담겨있어요!
임형규의 닷발귀 컨트롤은 예술 그 자체였다. 들어가야 할 때와 빠져야 할 때를 정확히 알았다. 용광포를 파괴해주는 것과 동시에 금을 캐는 용안을 지속적으로 잡아주었다.
왼 쪽 볼이 꿈틀거리는 이승우.
자신의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경기가 흘러간다고 느낀 것이다.
이 순간에도 혈풍과 닷발귀가 계속 합류되고 있었다.
제단에서 비렴이 생산되고 있지만 닷발귀의 기세가 워낙 무서워 풍백으로 합체할 수 있을지조차 확신할 수 없는 상황.
그나마 비비를 잃지 않고 잘 모아주고 있는 것이 다행인 부분이었다.
한 쪽 방어선을 무너뜨린 임형규가 집요하게 그 곳을 물고 늘어졌다. 금을 캐는 용안을 잡고 바로 빠지는 것이 아니라 가장 끝에 붙어있는 철광에서 자원을 채취하는 용안까지 함께 잡아주었다.
용광포의 엄호가 있다면 비비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달려들 수 있겠지만 지금은 혈풍이 다 무시하고 달려들 수도 있기에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만약 비렴이 잡히게 되면 몰라요. 진짜 모릅니다.
-지금 피해 충분히 주고 있거든요? 비렴 잡고 아예 경기를 끝낼 수도 있어요!
그 순간.
-1시 쪽 움직이는 거 뭐죠?
-아. 아까 생산해 두었던 용아입니다.
-1기가 더 추가 되서 3기가 되었습니다!
모두가 까마득하게 잊고 있던 유닛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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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규가 닷발귀 올인을 하도록 유도한 건 나다.
막기만 하면 이길 수 있었으니까.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형규의 닷발귀 컨트롤은 내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 내가 만든 함정에 내가 빠진 기분이었다.
투귀라는 별명이 그냥 붙은 게 아니었다. 치고 빠지는 움직임이 경쾌하다.
이대로라면 힘들다.
형규도 알거다. 곧 제단에서 비렴이 나온다는 걸.
금광 쪽이 아니라 제단 주변을 배회하고 있는 닷발귀의 움직임이 그걸 증명한다.
비비가 때리든 말든 혈풍을 앞세워 비렴을 잡아내면 한동안 괴롭힘을 또 당하게 된다.
곧 공1업이 완료되지만 형규도 방1업이 머지않아 될 거다.
결국 지금과 같은 상황이 무한정 반복된다는 소리지.
무조건 풍백을 확보해야한다. 그러려면 형규의 시선을 1초라도 붙잡아 둘 무언가가 필요했다.
두뇌야. 돌아가라. 돌아가!
그런 게 무엇이 있을까?
순간 떠오른 것이 있었다. 아까 전진 제단에서 소환 해둔 용아!
본진 언덕 입구 쪽에 지어진 소굴 근처에 가시촉수가 하나 있긴 하지만 언덕 자체를 수비하는 마견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있어봐야 4기에서 6기 정도?
많을 수가 없다. 닷발귀 올인 최적화를 했으니까.
소수 마견을 잡고 올라가 난전을 유도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지금 보유하고 있는 용아의 숫자는 2기.
이걸로 언덕을 뚫고 올라가는 건 무리다. 적어도 1기는 더 있어야한다. 바로 전진 제단에서 용아를 찍었다. 그렇게 생산 된 용아가 합류해 3기가 된 순간 형규의 언덕을 향해 공격 명령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