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로더 신들의 전쟁-365화 (365/575)

00365  Game No. 365 기분이 어떠십니까?  =========================================================================

Game No. 365

올 것이 왔다.

에이스 결정전.

그 전에 승부가 났으면 좋았겠지만 뭐 상관없다.

내 손으로 마무리 짓는 것도 나쁘지 않았으니까. GO에게 돌려주고 싶은 게 있었거든. 이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에이스 결정전을 치르게 된 게 잘된 일인 거 같다.

우리 팀에선 이미 경기가 있기 전부터 에이스 결정전에 내가 나가기로 되어 있었다. 전략 역시 종족별로 다 준비했다. 그냥 평소처럼 하기엔 포스트시즌의 무게는 만만치 않다.

어제와 오늘 겪었듯 선수들의 경기력도 많이 올라가 있고 한 경기 승리를 워한 전략 전술도 잘 준비해서 나온다.

GO에선 어떤 선수가 나올까?

아무래도 임동원이나 김재만이 나올 확률이 높다.

그게 아니면 용족?

적어도 환국은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일단 전장은 마고본성으로 용족을 상대로 마수가 경기를 치르기 좋다. 스타팅 입구가 좁아 가시촉수를 박아 놓으면 병력으로 일점돌파를 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뭐 무대로 올라가보면 알겠지.

“이승우 파이팅!”

“어차피 오늘 져도 3경기 있으니까 마음 편하게 먹어요!”

“넌 그게 할 소리냐?”

“아. 형! 그냥 승우 형 긴장 풀어 주려고 한 거잖아요?”

“그래도 할 소리가 있고 못할 소리가 있지. 감독님. 얘 때려도 되죠?”

“준 플레이오프 치러야 하니까 손은 멀쩡하게 내버려 둬라.”

티격태격하는 승대와 연호.

그리고 결정타를 넣으시는 감독님.

그 모습에 풋 하고 웃음이 터졌다. 이런 식으로 긴장을 풀어 줄 수도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 잘하고 오겠습니다.”

마지막 인사를 하고 무대로 올랐다.

지금 팀원들의 웃음을 끝까지 지켜 주고 싶었다.

****

-운명의 에이스 결정전이 돌아왔습니다.

-과연 어떤 선수가 경기를 펼칠지.

-일단 아스트로에서는 어느 선수가 나올지 예상이 되죠?

-그렇죠. 그 선수가 아니면 떠오르는 선수가 없죠. 그 정도로 나왔다 하면 이겨 주는 선수입니다.

아스트로에서 이승우가 나온다는 건 누구나 아는 일이었다.

변수를 두기 위해 한민규나 박현우가 나올 수도 있었지만 정규리그라면 모를까 6강 플레이오프 2경기 에이스 결정전에 나오기엔 무게감이 조금 떨어졌다.

-이 사실을 GO에서도 알고 있을 거거든요? 이에 대해 준비를 해 왔을 텐데 과연 어떤 선수를 내보낼지.

무대가 어두워지고 장엄한 음악이 경기장에 깔렸다.

-과연! 팀의 운명을 걸고 마고본성에서 맞붙을, 각 팀의 에이스는 누구일지!

무대가 갈라지며 두 명의 선수가 중앙으로 걸어왔다. 어두워서 얼굴이 보이지 않는 상황. 실루엣만으로 누군지 파악하는 건 아직 불가능했다.

이윽고 조명이 켜지고.

-아스트로에서 내보낸 선수는 역시 이승우 선수입니다.

역시 모두의 생각처럼 아스트로에선 이승우가 에이스 결정전에 출전했다. 그에 맞서는 GO의 선수는.

-김재만 선수를 다시 한번 내보내네요.

-오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선수거든요. 만약 어제 에이스 결정전을 치렀다면 임동원 선수가 나왔을 수도 있습니다.

임동원과 김재만.

이 둘의 우열을 가리긴 힘들다.

임동원은 MSL을 김재만은 OSL의 우승을 1번 했고 프로리그에서도 준수한 활약을 보이고 있다.

이제운을 제외하면 최고의 마수라 할 수 있는 선수들이 이 둘이었다.

-앞선 1경기 1세트와 2경기 2세트에서 올인을 준비했다가 너무나도 쉽게 막혔거든요? 오히려 정공법으로 이번 경기를 풀어갈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렇죠. 마고본성에선 마수가 용족을 상대로 꽤 괜찮거든요? 초반만 무난히 넘기면 후반 이후 마수가 굉장히 유리해집니다.

마고본성이 앞마당 입구는 다른 전장에 비해 많이 좁다.

가시촉수를 여러 개 건설해 놓으면 용족이 뚫기 상당히 애매하다. 또한 두 번째 확장까지는 무난하게 가져갈 수 있지만 세 번째 확장을 가져가기 굉장히 힘들다. 후반으로 갈수록 용족의 힘이 점점 빠지는 것이다.

이 점을 김재만이 극대화한다면 충분히 이승우를 잡을 수 있다.

아무리 이승우가 잘해도 용족의 유닛을 가지고 싸워야 하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니까.

-양 선수 경기 준비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그럼 바로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준 플레이오프 오프닝과 함께 경기가 시작되었다.

팬들이 그 어느 때보다 큰 목소리로 선수를 응원했다. 아무래도 GO 팬들이 더 절박할 수밖에 없었다. 기회가 아직 남은 아스트로와 달리 GO는 오늘 패배하면 그대로 끝이다. 더 이상 포스트시즌이라는 축제를 즐기지 못하고 마무리하게 되는 것이다.

-자. 먼저 11시 김재만 선수의 진영이고요. 이에 맞서는 이승우입니다. 1시죠.

-일단 가장 가까운 거리에 걸렸네요.

아직 누구한테 유리하게 작용될지 알 수 없다.

초반 전략을 시도하는 선수가 나온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지겠지만.

-현재 주인공은 이승우 선수라고 할 수 있거든요? 어제 오늘 경기에 나와 2승을 거뒀습니다. 오늘 승리를 또 거둬 팀을 준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킬 수 있을지.

-김재만 선수는 차분한 마음으로 경기 운영해야 합니다. 급하게 하다가 모든 걸 망칠 수 있어요.

-앞마당에 솟대 지으려 용안을 내보내는 이승우.

-근데 타이밍이 조금 빠른데요?

박용제 해설이 날카롭게 집어냈다.

바로 동의하는 김정식 해설.

-그렇죠. 보통보다 약간 빠르죠? 설마? 설마?

-아직은 조금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역 언덕이라 빠르게 나갈 걸 수도 있긴 하니까요.

앞마당에 솟대를 소환한 용안이 세로인 5시로 떠났다. 정찰운은 따르지 않는 이승우였다. 솟대가 완성될 타이밍에 맞춰 용안 1기가 앞마당으로 올라왔다.

바로 올라가는 건물.

그건.

-제단입니다. 이승우 선수 선제단을 뽑아들었어요.

-여기서 그칠 것 같지 않은 느낌이거든요? 앞마당에 있는 용안이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어요. 그 말은 여기다 건물 하나를 더 짓겠다는 뜻입니다!

-그게 뭐겠습니까!

-무조건 제단이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제단 하나가 추가로 소환되었다. 본진 신전의 불은 꺼져 있었다.

99제단.

이승우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전략이었다.

****

전략 너만 쓸 줄 아냐?

나도 쓸 줄 알거든?

시작 전부터 이번 경기는 99제단을 쓸 생각이었다.

1, 2경기에 연달아 올인을 당한 것을 제대로 복수해 주고 싶었다.

올인을 막는다는 건 꽤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었다. 막으면 유리해지지만 못 막으면 그대로 밀려 버리거든.

나에게 그런 스트레스를 줬으니 너네도 한번 당해 봐라는 심보다.

일단 역 언덕 구조이기에 아예 밀지 못해도 언덕을 끼고 전투를 벌이면 이득을 충분히 챙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상대의 위치가 대각선이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가장 가까운 가로였다.

용안의 정찰이 성공하면서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용아에 혼을 제대로 담을 거다.

오늘 꿈에 나타날 정도로 무섭게 몰아붙일 거다.

자. 그럼 올인에 당한다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한번 느껴 봐라.

****

-이번엔 이승우 선수가 칼을 뽑아드네요.

-1, 2경기에서 상대가 올인 하지 않았습니까? 이번엔 내가 공격한다 이겁니다.

99제단에 관중들, 정확하게 말하면 아스트로의 팬들이 격하게 반가워했다. 신들의 전쟁이 이래서 재미있다. 같은 선수가 만나도 전혀 다른 경기 양상이 나온다는 점.

기뻐하는 아스트로 팬과 달리 GO 팬들은 발등에 불이 제대로 떨어졌다. 김재만이 선택한 빌드는 9군주 마견숲.

대각선이라면 마견을 찍고 가시촉수를 박을 시간이 나오겠지만 가장 가까운 가로라는 것이 변수라면 변수였다. 정찰 운은 김재만도 좋지 않았다. 첫 번째 군주가 1시가 아닌 7시 쪽으로 향한 것이다. 일벌레 정찰을 따로 하지 않는다면 굉장히 늦게 99제단을 파악하게 된다.

-일단 마견숲은 지금 완성됩니다. 벌레도 쓰지 않고 모아 뒀거든요? 여기서 일벌레 찍지 않고 마견 바로 찍으면 막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최악의 판단은 후반 대비한다고 마견 2기만 찍고 나머지는 모두 일벌레 찍는 거죠. 그러면 진짜 망할 수 있어요.

벌레가 알로 변하는 타이밍에 용아가 딱 나왔다.

거침없이 김재만의 본진으로 향하는 용아. 동시에 본진에 들어간 용안으로 꾸준히 일벌레를 견제하며 시선을 빼앗고 있었다.

용안의 목적은 두 가지.

하나는 일벌레를 건드려 다른 곳에 신경을 돌리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알에서 나오는 것이 마견인지 일벌레인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일단 김재만 선수 안전하게 6마견 찍어 주네요.

-그 모습을 용안으로 확인하는 이승우. 과연 어떤 움직임을 보여 줄지.

전장을 신나게 걸어오던 용아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그리고 중앙 쪽에 용아를 숨겼다. 6마견이 있는 이상 홀로 가는 건 자살행위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용아가 움직인 건 3기가 모였을 때였다.

-이승우 선수 정말 영리하네요. 지금 용아가 가봤자 제대로 된 활약을 못하거든요? 모아서 가겠다 이겁니다. 진짜 판단 좋습니다. 어떤 걸 해야 하는지 완벽하게 알고 있어요!

-김재만 선수 트리플 지역에 소굴 폅니다. 완전히 낚였어요!

심리전이 제대로 통했다.

99제단이라면 용아가 도착했어야 할 시간에 용아가 도착하지 않자 초반 공격은 아니라고 판단한 김재만이 마견 대신 일벌레를 찍으며 트리플 지역에 소굴을 폈다.

99제단이 무섭지 선제단은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1개의 제단에서 생산되는 용아는 어차피 1기. 일벌레와 마견을 함께 생산해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양이다.

만약 아무 생각 없이 용아를 정상 타이밍에 보냈다면 초반 6마견을 바로 찍은 김재만이 무난히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짧은 순간 심리전을 섞은 이승우의 판단은 전율 그 자체였다.

-김재만이 더 이상 마견을 찍지 않는다는 걸 확인한 이승우 선수 용안 2기를 추가로 보냅니다. 아예 끝장을 낼 생각이에요!

3용아와 3용안.

당장 6마견밖에 없는 김재만에게 부담스러운 병력 조합이다. 이제부터 마견을 찍긴 하겠지만 일벌레를 한 차례 보충한 탓에 벌레가 없어 마견의 합류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아직 앞마당 소굴도 완성되지 않은 터라 2기 씩 밖에 마견이 생산되지 못한다.

-김재만 선수 당황했어요!

-99제단은 배제했거든요! 근데 3용아가 떡하니 나타났습니다!

-부랴부랴 마견을 찍어 주긴 하지만 용아의 합류가 훨씬 더 빠르거든요!

3기의 용아가 금세 4기로 늘어났다.

급박한 상황.

김재만이 주저 없이 일벌레를 동원했다. 앞마당에서 끝날 피해가 아니다. 이 대로면 본진까지 밀려 버린다. 어떻게든 막아내야 했다.

GO 벤치 쪽 분위기가 안 좋다.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는 조현남 감독이지만 경기가 많이 어려워졌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한숨이 나오려는 걸 억지로 참았다.

용아를 한 번 숨긴 것이 컸다.

그 행동이 이번 공격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99제단이라고 다 같은 제단이 아니라는 걸 보여 준 것이다. 굉장히 사소하다 생각할 수 있는 움직임 한 번에 막을 수 있는 러시가 막기 힘든 러시로 바뀌어 버렸다.

0